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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세가 전생랭커 8권
산보 신무협 장편소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1
1장
-그으, 흐, 그으.
헛숨이 새어 나오고 있는 조용의 입속에는 단 하나의 이빨도 존재하지 않았다. 완력으로 전부 뽑힌 것이다.
너덜너덜해진 용피에는 피가 굳어 있었고, 갈라진 상처에서는 뼈와 살점이 그대로 비치고 있었다.
그런 참혹한 상황이었음에도 조용은 초점 없이 흐리멍덩해진 눈빛으로 거체를 꿈틀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극한의 고통에 인외의 존재라 불리는 각룡의 정신이 완전히 붕괴한 것이다.
그때였다.
푸욱!
섬뜩한 소리와 함께 조용의 눈동자가 아예 빛을 잃었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유신운이 놈의 뇌 속 깊숙이 최후의 일격을 욱여넣은 탓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할 일을 마치자마자 유신운의 눈앞으로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경험치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99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조건을 만족하여 새로운 칭호, ‘드래곤 슬레이어’를 획득하였습니다.]
[무공, 뇌운십이검에 대한 새로운 심득을 터득하였습니다.]
[심득으로 인해 무공, 뇌운십이검의 모든 초식이 강화됩니다.]
[보상으로 ‘각룡의 여의보주(如意寶珠)’를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으로 ‘용각(龍角)’을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보패, ‘번천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신규 스킬, ‘백귀야행(百鬼夜行)’의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신규 스킬, ‘원령화원(怨靈花園)’의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신규 스킬, ‘생자포식(生者捕食)’의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레벨 상승, 새로운 칭호, 무공의 강화, 새로운 스킬과 보상.
‘흐음.’
메시지에는 기쁜 소식만이 가득했지만, 유신운은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한데 그럴 만도 하였다. 정작 유신운이 가장 기다리고 있던 두 가지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스윽.
유신운이 생기를 잃은 각룡의 사체에 자신의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그 순간.
스아아!
유신운의 손에서 흘러나온 음의 마나가 조용의 사체를 단숨에 휘감고는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우웅! 우웅!
하지만 지금까지 유신운이 스킬을 시전할 때와는 반응이 완전히 달랐다. 각룡의 사체가 몸속을 파고드는 유신운의 기운에 거세게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타락을 거부하는 성자의 의지와 같았다.
그러나 그 저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촤아아! 스아아!
‘우습군.’
유신운이 작정하고 자신의 기운을 끝도 없이 퍼붓기 시작하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각룡의 사체를 획득하였습니다.]
[플레이어의 의지가 ‘각룡, 조용’의 드래곤 본을 장악하기 시작합니다.]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본 드래곤 제작’ 스킬이 활성화됩니다.]
‘됐다.’
그 순간, 유신운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전생에 자신이 지녔던 최강의 소환수 중 하나인 본 드래곤을 얻게 되었다. 혈교를 상대할 또 하나의 비장의 무기를 완성한 순간이었다.
촤아아! 파아앗!
그렇게 유신운이 본 드래곤을 얻게 되자 갑자기 공간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술법자가 사라진 공간진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유신운은 본 드래곤으로 변이가 진행되고 있는 조용의 사체를 간이 아공간에 집어넣고, 나머지 모든 소환수들 또한 역소환을 하였다.
파아앗!
곧이어 진법이 풀리고 나자 유신운은 어느새 싸움이 시작되었던 반파된 신당의 가운데에 서 있었다.
‘본 드래곤은 얻었으니, 이제 남은 두 번째를 찾아볼까.’
생각을 마친 유신운은 눈에 기운을 불어넣고 신당의 주변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가 찾고 있는 것은 당연하게도 동화선결의 후반부였다.
조용을 해치웠음에도 보상으로 동화선결 후반부는 얻지 못했던 것이다.
전투를 치러본 결과, 조용의 동화선결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곳 어딘가에 수행을 하는 데에 사용한 비급이 숨겨져 있으리라.
그렇게 신당을 면밀히 살피던 찰나.
달칵.
‘역시!’
유신운은 숨겨져 있던 지하로 내려가는 출입구를 발견하였다.
출입문을 들어 올리고 신당의 지하로 내려가자, 유신운이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지하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음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었다.
‘마을의 지기와 양민들의 기운이 이곳에 강제로 묶여 있어.’
유신운은 금세 기운의 정체를 파악해 내었다.
곧이어 유신운은 기운들이 향하는 마지막 종착지에 도착하였다.
좁은 통로에서 나오자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이곳은?’
유신운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수많은 초석들이 바닥에 놓여 있었고, 가운데에 놓인 가슴 높이의 돌기둥에 비급이 있었다.
유신운이 비급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가자.
스으으! 콰아아!
공간에 가득 쌓여 있던 음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유신운의 전신을 파고들었다.
평범한 이라면 기의 폭주로 칠공에서 피를 토하며 죽었을 터지만.
‘가소롭군.’
유신운은 코웃음을 치며 진광라흡원진공과 사기 추출을 발휘해 파고드는 기운을 모조리 흡수해 내기 시작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악만 하던 기운들이 결국 유신운의 수중에 떨어진 그때였다.
[‘중양궁(重陽宮)’의 터에 깃든 저주를 해주하셨습니다.]
생각지 않은 이름이 나타났다.
‘아, 그랬던 건가.’
유신운은 깨달음을 얻은 표정이었다.
자신의 주변에 펼쳐져 있는 초석들을 보고, 유신운은 본디 조용이 신당을 세운 이곳에 다른 전각이 새워져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곳의 정체가 중양궁.
곧 멸문한 전진파(全眞派)의 본궁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동화제군(東華帝君), 중양궁, 그리고 동화선결.
모든 조각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비로소 유신운은 동화선결이 어느 곳에서 파생된 무공인지를 깨달았다.
‘동화선결은 전진파의 힘이었어.’
유신운은 깨침과 동시에 돌기둥에 놓여 있는 비급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비급을 펼친 순간.
[‘동화선결 후반부’를 입수하셨습니다.]
[잃었던 가르침을 회수하였습니다.]
[히든 조건을 만족하여 ‘동화선결 신운류’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유신운은 또 다른 힘을 얻게 되었다.
* * *
그로부터 며칠 후.
어둠이 내려앉은 야심한 시각.
종남파의 본궁에서 담풍과 추준경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화제는 역시나 위무영의 움직임에 대한 것이었다.
“정말로 놈들이 아직 신투의 무덤은 찾지 못했다는 말이지?”
“예, 스승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세작을 붙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데 날마다 밤낮으로 찾아다니고 있지만, 조금의 단서도 얻지 못하고 매번 허탕만 치고 있다고 합니다.”
추준경의 말에 담풍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끌끌, 지도를 함께 보았다기에 혹시나 했더니. 자신의 안내가 없으면 절대 길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의원 놈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그래, 그럼 화산도 확인을 해 보았느냐?”
“아, 옙. 그런데 스승님의 말씀대로 화산파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후후, 역시나 그렇군. 우리에게는 천운과 같은 일이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쯔쯔, 네 녀석은 아직도 칼만 휘두를 줄 알지 머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구나.”
담풍이 혀를 차며 말을 꺼내자 추준경이 끄응 하며 침음을 삼켰다.
이어 담풍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설명을 해 주었다.
“아직까지 화산파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겠느냐. 담천군이 신투의 보물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추준경이 탄성을 내질렀다. 장보도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화산파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위무영이 모든 것을 독차지하기 위해 상부에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담풍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어 갔다.
“후후, 그놈과 호위대의 실력은 같잖은 수준. 설령 놈들이 보물을 챙겨 나오는 우리의 뒤를 노린다 하여도 조금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지.”
“거기까지 파악하시다니. 이 부족한 제자는 스승님의 심계에 그저 놀랄 따름입니다.”
담풍은 추준경의 말에 콧대를 한껏 높이 세웠다.
“아무튼 우리는 그 의원 놈만 제대로 쥐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예! 아직도 일대제자들을 붙여 감시와 호위를 겸하고 있습니다.”
“흐음,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느나?”
“보고를 들어 보니 정말로 미친 듯이 약초만 채집한다고 합니다. 아, 그런데 의술이 정녕 뛰어나기는 한 모양입니다. 하루는 잠시 들른 마을에서 역병을 고쳤다고 하더군요.”
“……역병을?”
“네, 이번에는 나병을 고쳤다고 합니다.”
반위에 이어 나병이라니.
지금껏 반신반의했지만 소신의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하나 무슨 이유에선가 담풍의 표정이 못마땅해졌다.
“의원 놈에 대한 소문이 더 퍼지기 전에 쓸데없는 의행을 못 하게 막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