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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세가 전생랭커 7권
산보 신무협 장편소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1
1장
“……네놈이 어떻게 여기에?”
손령주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그들이 납치에 성공하고 비무장을 떠난 지, 벌써 반 시진이란 시간이 훌쩍 흘러 있었다.
그 후 이곳까지 전력으로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건만, 상대는 이 막대한 차이의 거리를 따라잡은 것이었다.
유신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냉혹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손령주는 이내 흔들렸던 정신을 가다듬었다. 신법에 숨겨 두었던 재주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것이 다였다.
손령주가 수하들의 전열을 가다듬으며 말을 꺼냈다.
“이 사술도 네놈의 짓이더냐.”
그에 유신운은 아무런 대답 없이 제 손가락을 튀겼다.
스아아! 촤차착!
그러자 모용미가 실려 있는 마차가 순식간에 투명한 막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마치 마차 위에 거북이의 등껍질이 생겨난 모양새였다.
유신운이 차폐 보막을 반복 시전한 결과였다.
일단 모용미부터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이건 무슨?’
팅! 티팅!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리고 살수들이 차폐 보막을 각자의 무기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두들겨 본들 차폐 보막에는 자그마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결국, 파쇄를 실패한 살수들이 손령주를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시금 생각지 않은 상황에 당혹감이 차오르던 찰나, 유신운의 이어진 말이 손령주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역시 예상대로 령주가 직접 나섰군.”
“……!”
무림맹의 일원들이 모두 모여 있는 한복판에서 모용세가의 공녀를 납치하는 것은 엄청난 위험성을 지닌 일이었다.
혹여 누군가에게 들키면 자신들의 정체가 탄로가 날 수도 있었던 데다가, 재수가 없어 장로들과 맞닥뜨리면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손령주 본인이 직접 나서 일을 수행하기로 결정하였다.
한데 상대는 그에게 이런 선택을 하게끔 유도한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젠장, 미끼에 물린 것은 우리였던 건가.’
그가 속으로 드는 씁쓸함을 애써 삼키며 말을 꺼냈다.
“……모두가 잘못 짚고 있었군. 태령주를 죽인 놈은 바로 너였어.”
그의 말에 유신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당연한 것 아냐? 본인이 멍청하다는 얘기를 제 입으로 하는 게 창피할 것 같군.”
유신운의 신랄한 조롱에 손령주가 빠득 하며 이를 갈았다.
그가 살의와 분노로 점철된 눈빛을 쏘아 내며 말했다.
“건방은 거기까지다. 이제 네놈의 정체가 밝혀졌으니 네놈은 물론이거니와 너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뭐, 알려진다면야 그렇겠지. 근데 말이야, 누가 망자의 말을 들을 수 있겠어?”
스르릉!
유신운이 허리에서 흑마염태도를 꺼내 들며 말했다.
“우습구나. 네놈 홀로 일곱을 상대하겠다는 것이냐.”
한데 그때였다.
쐐액! 푸욱!
손령주의 입에서 일곱이라는 말이 나온 순간.
느닷없이 유신운이 벼락같은 속도로 흑마염태도를 자신의 그림자에 쑤셔 박았다.
“끄윽!”
그림자 속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곤 그림자가 어지럽게 물결치더니 곧 속에 숨어 있던 살수의 시체가 드러났다.
유신운이 놈의 정수리에 박혀 있는 도를 꺼내며 말했다.
“개수작 부리지 말고 숨은 놈들 모두 다 나오라 해.”
그에 손령주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손짓하자.
파바밧! 파앗!
곳곳의 그림자 속에서 수많은 천살막의 살수들이 속속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모용미는 적들의 인원이 일곱 명이라 생각했지만, 손령주를 제하고도 무려 40명에 해당하는 인원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천살막의 본진이라 불리는 귀살조(鬼殺組)와 천살조(天殺組) 전원이 총출동한 것이다.
“흥, 정체를 알고 있다면 구태여 힘을 숨길 필요는 없겠지!”
스아아! 촤아아!
손령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살수들의 전신에서 오염된 마나가 치솟기 시작했다. 그들 전원이 은총의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살수들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투두둑! 투둑!
살수들의 검은 흑장의가 뜯어지며 흉측하게 변화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끈끈한 점액이 번들거리는 얼굴 아래에 8개의 촉수가 꿈틀거리는 모습.
“꾸에엑!”
“크아아!”
소름 끼치는 울음을 토해 내는 그들을 본 유신운은 그들이 어떤 몬스터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문어와 인간을 섞어 놓은 형상을 하고 있는 몬스터, ‘휴먼 옥토퍼스’였다.
몬스터로 변화한 그들의 무위는 급상승하여 있었다.
화경급의 인원이 넷, 초절정의 경지가 여섯. 나머지는 모두 절정 최상급에 달했다.
수하들의 모습을 확인한 손령주가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자신만만한 것도 거기까지다! 네놈 스스로 무덤에 들어가길 자초하였음을 깨달아……?”
하지만 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촤아아! 슈아아!
갑자기 지면에 수없이 많은 빛줄기가 솟구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꾸, 꾸에?”
“쿠엑!”
살수들 또한 화들짝 놀라며 완성이 되어 가고 있는 진에서 황급히 발을 떼었다.
그어어!
따닥!
그때 수십 개의 소환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형의 괴물들이 울음을 토해 내었다.
그들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무자비할 정도로 강대한 기운에 처음으로 살수들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마, 말도 안 돼. 초절정의 무인이 저리 많다고?’
전신에서 극한의 한기를 뿜어내는 빙백시 8구는 침음을 삼키며 넘겼지만, 각자의 무기에서 흉악한 내기를 흩뿌리는 40구의 골귀들을 보는 순간.
그들의 전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낭인시장 혈랑대의 네 간부를 손에 넣으며 유신운은 21명에 달하는 초절정 스켈레톤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난주로 출발하기 전, 충의각에서 그에 조금 못 미치는 19명의 초절정 무인들을 손에 넣었다.
그렇게 총 40명의 초절정 스켈레톤 군단을 손에 넣었지만, 모든 이들을 한꺼번에 소환할 수는 없었다.
그들 전부를 동시에 사용하려면 어마어마한 음의 마나와 내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유신운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비무 대회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랬지.’
하지만 비무 대회를 치르며, 혈교의 헛짓거리 덕택에 유신운은 6서클의 반열에 들어섰다.
6서클에 도달하였다는 건 이전까지의 서클 상승과는 차원이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모든 사령술 스킬에 드는 음의 마나가 반절 이하로 줄어든 반면 파괴력은 배 이상으로 증대되었다.
‘전생의 사령술의 70% 정도는 회복한 것 같군. 이제 좀 제대로 사령술을 사용할 수 있겠어.’
40구에 달하는 초절정 스켈레톤을 조종하고 있음에도, 모든 기운이 남아돌고 있었다.
우우웅!
그렇기에 유신운은 마저 화경급의 스켈레톤 4구도 꺼냈다.
소환 의식은 거기서 끝이었다. 발록을 포함한 몬스터는 꺼내지도 않았다.
‘발록은 파괴력이 너무 강해. 자칫 잘못하다간 모용미가 휩쓸릴 수 있어. 놈은 일단 모용미를 구출하고 난 후에 소환하자.’
오랜만에 소환된 나월검선과 천풍개가 각자의 무기를 출수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두 존재는 초절정 스켈레톤과 마찬가지로 충의각에서 새로이 영입한 이들이었다.
특이하게도 두 존재들은 스켈레톤임에도 전신에서 선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유신운이 말을 걸었다.
“말했죠, 제가. 혈교 새끼들이 얼마나 엿 같은 새끼들인지.”
처처척! 처척!
그때 모든 초절정 스켈레톤들과 빙백시들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새로운 두 화경급 스켈레톤들도 기수식을 갖추었다.
다음으로 유신운이 적들을 가리키며 전투를 개시했다.
“자, 다 쳐 죽이시면 됩니다.”
파바밧! 파밧!
스켈레톤 군단과 빙백시가 적들을 향해 한꺼번에 돌격하였다.
“크윽! 모두 죽여라!”
손령주 또한 수하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특유의 소름끼치는 울음을 토해 내며 살수들이 달려들었다.
쐐애액! 촤아악!
살수들의 팔이 결코 사람은 뻗을 수 없는 길이로 늘어났다. 그들의 팔 또한 촉수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푸욱! 푸푹!
선두에 섰던 빙백시가 그들의 촉수에 꿰뚫려 하나둘씩 움직임을 멈추었다.
수하가 빙백시를 손쉽게 처치하자, 손령주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런 젠장!’
“꾸, 꾸잇!”
“꾸엑!”
빙백시를 처치했던 살수들이 고통에 찬 신음을 쏟아 냈다. 그들의 촉수가 어느새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들의 마기에는 ‘수’기가 다분히 담겨 있었는데, 그것이 빙백시에게는 좋은 먹잇감이었던 것이다.
유신운은 빙백시를 일부러 제물로 바쳐 여덟 명의 수하들을 손쉽게 행동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처척! 타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