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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세가 전생랭커 6권
산보 신무협 장편소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1
1장
축 늘어진 주맹조의 시체가 지독한 독기로 인해 보랏빛으로 변했다.
그 끔찍한 모습을 목도한 주위의 모두가 침묵에 빠져 버렸다.
천강진인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무림맹에 마교의 간자가 숨어들었다니!
믿기 힘든 일대 사건이 벌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런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속내에 여유로움을 지니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이 정도면 됐겠군.’
다름 아닌 주맹조의 정체를 밝힌 유신운이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유신운 또한 주맹조의 정체를 전혀 모른 것 같지만, 그는 이미 주맹조가 마교 소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의 이 극적인 연출을 위해 연기를 했을 뿐이었다.
‘운이 좋았지.’
사실 처음 유신운이 외각을 수사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식미각이 아닌 다른 육각의 한 곳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곳에 대한 확실한 미래의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식미각에 방문하였을 때.
유신운은 너무도 우연히 식미각에 숨겨 있던 비밀의 편린을 발견하게 되었다.
야율향의 손에서 식단 일지를 넘겨받아 살펴본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그의 눈앞에 떠올랐다.
[조건을 만족하여 스킬, ‘선의술(SS)’의 히든 효과가 발동됩니다.]
[선의술, ‘해악진단(害惡診斷)’이 발휘됩니다.]
[해악진단의 효과로 식단 일지에서 다수의 조합 독을 발견하였습니다.]
[조합 독의 해악을 진단합니다.]
[조합 독의 효과가 ‘중독된 자의 주화입마를 유발’로 파악되었습니다.]
선의술의 히든 효과인 해악진단이 식미각의 음식에서 숨겨 있던 독성을 파악하였다.
전혀 예상치 않은 상황이었기에 유신운조차 깜짝 놀랐지만, 주변의 눈을 의식하여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했다.
그러나 백혼안을 발동시킨 두 눈으로는 빠르게 조합 독이 발견된 음식들을 만든 범인을 살폈다.
[주맹조]
무골 : 무(無) / 극마지체(S+)
특성 : 은밀기동(隱密機動)(S) / 변형근골(變形筋骨)(S+)
백혼안의 스킬 레벨이 상승한 덕분에 주맹조의 무골과 특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첫 번째에는 근골이 없다고 나왔지만, 두 번째에는 극마지체라는 마인의 근골이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변형근골이라는 특성으로 마인의 근골을 숨긴 것 같았다.
그렇게 주맹조가 마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그가 어디의 소속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혈교의 간자로 의심했지만, 무언가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주맹조가 만들었던 조합 독이 섞인 식단이 혈교의 간자가 확실한 적양자와 화산파의 무인들에게까지도 배급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중 유신운은 해악진단의 결과를 살피다가 또 다른 단서를 포착하였다.
‘주화입마의 유발!’
조합 독이 유발하는 결과를 본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사건이 떠올랐다.
몇 년 후 벌어지는 사파련과의 싸움에서 무림맹의 무인들이 갑자기 단체로 원인불명의 주화입마에 빠져 무림맹이 커다란 궁지에 몰리게 되는 사건이었다.
모두가 사파련의 소행으로 알고 넘어갔지만, 훗날 혈교의 보고서에는 자세한 방법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마교의 소행인 것은 확실하다는 한 줄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진실은 숨겨진 단서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밝혀진다.
식미각의 조합 독.
또 다른 미래의 단체 주화입마.
별개의 두 사건이 하나로 합쳐지자 유신운은 집단 주화입마 사건의 시작 지점이 바로 지금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범인이 주맹조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부터 유신운은 주맹조를 확실히 치기 위해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조사한 결과 주맹조는 천강진인과 엮여 있었다.
아무런 증거 없이 성급히 주맹조를 내찰한다면, 천강진인의 개입으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조질 거면 확실히 조져야 했기에 유신운은 당원들을 보내 주맹조의 실체를 파악하게 하고, 백수신의를 불러 조합 독이 실재함을 증명하게 했다.
그러나 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신운은 딱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흠, 이거 생각보다 빠르게 마교의 주목을 받게 되겠군.’
그건 어쩔 수 없이 마교의 이목을 끌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유신운의 차후 계획에서 마교는 매우 큰 역할을 지니고 있었다.
‘혈교가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손에 넣지 못한 곳이 마교였으니까.’
슬슬 연결 고리를 만들어 놓으려는 찰나였는데, 이렇게 된다면 가장 최악의 만남이 될 터였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금세 끝이 났다.
‘뭐, 언제는 최악이 아닌 적이 있었나. 올 테면 오라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유신운은 계획을 실행했고, 주맹조의 정체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그 순간, 유신운이 장내의 싸늘한 침묵을 깨뜨렸다.
“천강진인.”
“……!”
유신운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천강진인은 지진이라도 난 듯이 떨리는 눈으로 그를 마주보았다.
“……뭐냐.”
그는 복잡한 심경을 숨기기 위해 당당하게 대답하려 했지만,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그 모습을 우스워하며 유신운이 놈을 낭떠러지로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주맹조의 추천서를 적어 준 것은 너였다. 사실을 인정하는가?”
“아, 아니! 그, 그것은!”
“내 말이 틀리다면 지금 분명히 말해라.”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숨기고 싶었던 사실이 결국 드러났다.
천강진인은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변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천강진인이 다시금 말을 꺼냈다.
“그래, 추천서를 써 준 것은 분명히 내가 맞긴 하다. 하지만 그건…….”
“헉!”
“……!”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입을 열자 터져 나오는 주위의 경악스러운 반응에 얼른 입을 꾹 닫았다.
여기서 괜한 소리를 더하다간 정말 큰일 날 수 있다는 직감이 든 것이다.
그런 찰나 천강진인의 눈에 유신운의 표정이 들어왔다.
‘저 개자식이!’
유신운은 우습기 짝이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살심이 그의 마음속에 들끓기 시작하던 때.
유신운이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천강진인. 그대를 맹에 대한 반역 혐의로 일시 구금하겠다.”
그 말과 함께 유신운이 천강진인에게 성큼성큼 다가서기 시작했다.
“나에게 다가오지 마라! 구금이라니! 대공동파의 장문인인 나를 구금한다니! 네놈 따위에게 그따위 권한은 없다! 네놈들은 당장 저놈을 막지 않고 무엇하느냐!”
그러자 천강진인이 악을 질러 댔다.
말려야 하는 것일까.
천강진인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내찰당원들은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곧이어 결정을 내린 그들은 모두 제자리에서 조용히 침묵했다.
유신운보다 천강진인과의 연이 훨씬 깊은 그들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품은 정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행동하기로 한 것이다.
후기지수들 모두가 등을 돌리자, 천강진인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자신의 처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구파일방의 장문인이 내찰당에 구금되다니.
그런 꼴사나운 추태는 지금껏 무림맹의 역사에 없었다.
‘안 돼! 이런 치욕을 당할 바에야!’
천천히 다가오는 유신운의 걸음에 천강진인이 자신의 검파에 슬며시 손을 가져갔다.
그 모습을 본 유신운은 나직하게 뇌까렸다.
“그래, 그것도 좋은 선택이다.”
도대체 저놈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상대는 조금도 겁을 먹지 않았다.
뽑을 거면 빨리 뽑으란 태도였다.
패기가 전신에서 넘쳐흐르고 있었다.
‘여기서 칼을 뽑았다가는…… 반도라는 의심에 박차를 가할 뿐이야. 명분이…… 없다.’
천강진인은 검파에 가져갔던 손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그렇게 그는 전의를 모두 상실해 버렸다.
유신운의 기세에 압도되어 버린 것이다.
절망한 표정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인 천강진인의 앞에 유신운이 당도했다.
부들부들 몸을 떨 뿐,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는 그를 향해.
‘파헤쳐라, 탐혼의 깃.’
유신운은 육혼번을 발동시켰다.
* * *
식미당의 부숙수 주맹조가 마교의 간자였다.
간자를 추천한 공동파의 천강진인이 내찰원에 일시 구금되었다.
새벽녘부터 전해진 충격적인 소식은 순식간에 무림맹 전체에 퍼져 나갔다.
그 누구도 아닌 갑작스러운 마교의 출현에 무림맹도들은 당황을 숨길 수 없었다.
사파련과 마교는 비교할 수 없는 상대였다. 사파련이 분노의 대상이라면, 마교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
그만큼 마교와의 싸움이 있을 때마다 정파는 막대한 피해를 입어 왔다.
마교와의 직접적인 마찰은 30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다시금 정마대전이 발발하는 것이 아니냐며, 상황이 심각해지던 찰나.
갑작스러운 마교의 내홍으로 싸움은 시작도 되기 전에 허무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로부터 30년 동안 평화를 만끽하고 있었건만, 그들의 내부에 치명적인 독이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일대 사건은 무림맹의 수뇌부들과 유신운에게 완전히 반대되는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적양자를 필두로 한 화산파 파벌은 내찰당의 수사 권한에 천강진인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곤 구금되었던 천강진인을 꺼내 왔다.
하지만 이 일은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왔다.
“아니, 스벌! 싸고돌게 따로 있지! 이게 말이나 되는 얘기야?”
“이럴 거면 무림맹이 아니라 화산맹으로 불러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아, 차마 얼굴을 들기가 부끄러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