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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세가 전생랭커 5권
산보 신무협 장편소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1
1장
一
눈을 뜬 유신운은 몸에서 활기가 넘쳐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빠르게 자신의 몸을 살피자 놀랍게도 지금까지 받았던 상처들이 모두 깨끗하게 회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그는 뒤늦게 혼돈 추적자 칭호가 장착되며 발생한 효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칭호의 효과 중에 전투의 피해를 모두 회복하는 이런 사기적인 능력이 있었다니.
생전 처음 보는 효과에 유신운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그에게 일어난 변화 중 가장 작은 일부분일 뿐이었다.
‘잠깐!’
그 순간 유신운은 왜 지금 알았는지 모를 놀라운 사실을 알아챘다. 그건 다름 아닌 자신의 내부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하나뿐이라는 것이었다.
‘모든 기운이 융합되었다고?’
그랬다. 내기, 음의 마나, 자연력이 하나로 합쳐져 있었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 기운들은 서로에 대한 반발력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다.
심장에 음의 마나, 단전에 내기, 몸 전체에 자연력으로 지금껏 기운들을 각기 다른 공간에 분리해 놓고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세 기운은 하나의 기운으로 합쳐져 지역을 구분 짓지 않고 전신에서 폭발적으로 끓어오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존재의 힘 덕분인가.’
유신운은 이 모든 것이 시스템 메시지에서 확인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힘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기쁨과 동시에 떨떠름함도 있었다. 놈이 자신의 몸과 정신을 장악하려 했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일단 빼앗은 힘은 요긴하게 사용해 주지.’
그렇게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언젠가 큰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다짐한 유신운은.
-크아아아!
다시금 포효를 토해 내는 발록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어 전황을 살피던 유신운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이 개자식이!’
발록의 공격에 몸의 반쪽이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유일랑의 처참한 모습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유신운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파바밧!
유신운의 몸이 제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에 발록의 눈앞에 유신운의 신형이 나타났다.
그것은 마치 전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마음’이 있는 자리에 ‘몸’이 자리한다는 이신위정(移神位精)의 경지 같았다.
발록은 갑자기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유신운의 모습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놈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마염이 타오르고 있는 자신의 주먹을 유신운에게 날렸다.
쐐애액!
단순히 주먹을 뻗는 것임에도 공기가 찢어지는 거대한 파공성이 귓전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발록의 공격을 따라 허공이 마염의 극한의 열기로 인해 일그러져 있었다.
스아아! 촤아아!
‘지금이라면 가능하리라.’
그에 유신운은 자신의 융합된 기운을 융독겸에 흘려보내며,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파즈즈즈! 스으으으!
붉게 물든 융독겸의 낫날에서 뇌전이 미친 듯이 튀어 오름과 동시에 끔찍한 독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뇌운십이검 + 융독겸.
융합기(融合技).
잔독류하(殘毒流河).
어느새 융독겸의 낫날에 선명히 솟아오른 겸강에 독기의 막이 한 번 더 씌워졌다.
그리고 마침내.
발록의 주먹과 융독겸이 격돌하였다.
콰아아앙! 콰가가가!
단 일 합이 맞닿았음에도 거산이 무너지는 듯한 폭음과 함께 거대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지축의 흔들림이 서서히 잦아들고, 드러난 두 존재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너무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유신운과 달리.
-크아아아!
발록은 잘려 나간 자신의 손을 움켜쥐고 고통에 찬 신음을 쏟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발록의 손이 있던 자리에 뼈와 살점이 보이는 단면이 생겨 있었다.
끄르르!
상처는 뇌기에 의해 새까맣게 타들어 가 있었는데, 곧이어 상처 부위에서 부글부글 독 거품이 끓어오르며 녹아 내리기 시작하였다.
융독겸의 권능과 뇌운십이검이 합쳐진 결과였다.
‘됐군.’
유신운은 자신의 생각이 완벽하게 이뤄진 모습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본래 보패는 오로지 자연력으로만 사용이 가능했다.
아무리 내기를 쏟아부어도 융독겸은 모조리 거부하고 도로 뱉어 내었다.
그런데 세 가지의 기운이 하나로 합쳐진 기운은 융독겸이 거부 없이 받아들였고, 그 모습을 보며 유신운은 즉흥적으로 잔독신혈과 뇌운십이검의 뇌광류하를 융합하여 사용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짓을 해 볼까.’
생명이 걸린 전투를 치르고 있음에도 유신운의 눈동자는 장난감을 찾은 어린아이의 그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다음 행동을 결정한 유신운이 소환수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뻗었다.
촤아아아! 파아앗!
“호백희원.”
유신운의 말이 끝난 순간 찬란한 빛 줄기가 그의 모든 소환수들에게 닿았다.
이번에는 음의 마나와 자연력을 합쳐 사용해 보았다.
[플레이어가 히든 조건을 발견하였습니다.]
[‘호백희원’ 스킬의 효과가 증폭됩니다.]
[‘호백희원’의 적용 대상이 아군 대상 전원으로 변경됩니다.]
[‘호백희원’의 숨겨진 효과가 발동됩니다.]
[1시간 안에 사망한 모든 소환수들이 30분의 시간 동안 부활합니다.]
유신운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발록에게 입은 소환수들의 상처가 모조리 회복되기 시작했다.
본래 한 명만에게 적용이 되었던 호백희원이 자연력과 음의 마나가 융합되어, 모든 소환수들에게 적용되었다.
지면에 소환진이 다시금 그려지고 역소환되었던 소환수들이 몸을 일으켰다.
게다가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두두! 드그그!
그렇게 온전한 힘을 되찾은 모든 스켈레톤들과 몬스터들에게서 낯익은 황금빛 기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신운의 몸에서 흘러넘치는 것과 동일한 기운이었다.
[‘……’의 힘이 소환수 전원에게 깃듭니다.]
[모든 소환수들의 격이 상승합니다.]
[모든 소환수들의 상태가 변화합니다.]
유신운의 기운을 전해 받아 움직이는 스켈레톤들과 몬스터들에게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크르, 르르.
이제 겨우 고통을 추스르고 상황을 파악한 발록이 지금까지의 자신만만함과는 다르게 경계의 울음소리를 토해 냈다.
그의 생존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발록은 유신운을 살심이 아닌 다른 감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유신운이 피식하고 비웃음을 흘렸다.
유신운이 지금껏 상대한 적들에게서 자주 보아 온 익숙한 눈빛이었다.
“공포를 느꼈으면, 넌 끝난 거야.”
그가 발록을 쳐다보며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크롸라라!
그 말을 들은 발록이 마염을 폭주시키며 유신운에게 달려들었다.
처척. 처처척.
그러나 그 앞을 어느새 변화가 끝난 소환수들이 가로막았다. 다시금 선두에 선 유일랑이 모두를 통솔하고 있었다.
“죽여.”
유신운이 명령하자, 언데드 군단이 발록에게 쏟아졌다.
소환수들 모두 각자의 회심의 일격을 발록에게 쏟아부었다.
콰가가가! 콰아앙!
전투의 양상은 이전과 천양지차로 달라져 있었다.
소환수들의 격이 상승하였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새로운 기운이 깃든 소환수들은 발록 최대의 강점이었던 강대한 방어력을 허사로 만들었다.
스켈레톤들의 무기에 피어오른 황금빛의 검사와 강기는 발록의 피부를 그대로 꿰뚫어 버렸다.
그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핏물을 뱀파이어 로드가 흡수하였고, 바실리스크가 칼날 같은 꼬리로 놈의 허벅지에 구멍을 내었으며.
드라이어드 퀸이 덩굴로 놈을 옴짝달싹 못 하게 붙잡는 동안, 라이칸스로프가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마지막으로 허공에서 내리꽂히는 비유의 염탄은 화염의 지배자인 발록의 얼굴을 반쯤 녹아 버리게 만들었다.
-크아아아!
한계를 벗어난 고통에 발록이 발버둥을 쳐 댔다.
그 순간 만신창이가 된 발록을 지켜보던 유신운이 돌연 앞으로 전광석화처럼 질주했다. 소환수들이 만들어 낸 놈의 목숨을 끊을 절호의 기회를 알아차린 것이었다.
파아아앗!
찬란하게 빛나는 그는 한 줄기의 섬광 같았다.
허공으로 펄쩍 뛰어오른 유신운은 강기와 독기가 흘러넘치고 있는 융독겸의 낫날을 발록에게 휘둘렀다.
-끄어, 어어!
발록은 한쪽만 남은 눈으로 유신운을 쫓으며 공격을 막아 보려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처량한 몸짓보다 유신운이 수배는 빨랐다.
서거걱! 서걱!
융독겸의 낫날이 발록의 몸을 십자로 교차했다.
끔찍한 절삭음과 함께 발록의 하나 남은 눈동자가 서서히 생기를 잃고 잿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놈의 거대한 몸에 붉은빛의 실금이 생겨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