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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세가 전생랭커 4권
산보 신무협 장편소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1
1장
一
밖으로 빠져 나온 당하린과 제갈군은 동굴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여인들을 돌보고 있었다.
열댓 명의 여인들은 일렬로 누워 각자 신음을 쏟아 내고 있었다.
“끄으으!”
“살려…… 주세요.”
의술에 조금이나마 학식이 있는 당하린이 여인들의 치료에 전념하고 있었지만, 너무도 처참한 상태의 그녀들에게는 조금의 회복세도 보이지 않았다.
극심한 고통에 발버둥 치는 그녀들의 모습에 당하린이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들을 구할 수 있는 걸까?
아무리 고민해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로는 안 돼.’
자신은 지닌 능력이 너무 부족했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한 사람뿐이리라.
그런 속마음으로 당하린은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동굴의 입구만 연신 쳐다볼 뿐이었다.
그때 곁에서 그녀를 돕던 제갈군이 침음을 삼키며 말을 꺼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국주님은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곧 나오실 겁니다.”
그러나 제갈군의 표정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어둡기 그지없었다.
두 사람은 마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하아! 눈앞에서 이런 참극이 벌어지고 있었거늘. 여태껏 작은 낌새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다른 이에게 위험을 전가하고 목숨을 부지하다니. 나 따위가 무슨 정파고, 백도란 말이냐.’
무력하기 짝이 없는 자신에 대한 좌절감과 유신운에 대한 미안함이 그들을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파아앗!
“……!”
동굴에서 뿜어져 나오던 연기가 거세게 흔들렸다.
그리고.
파앗!
뭉게뭉게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불쑥 사람 형상 하나가 튀어나왔다.
곧바로 두 사람이 무기가 달린 허리에 손을 얹었다.
적인가, 유신운인가?
처척.
마침내 의문의 존재가 두 사람의 눈을 현혹하는 엄청난 속도를 선보이며, 순식간에 그들의 앞에 당도하였다.
‘아아!’
그제야 당하린과 제갈군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좋아, 모두 잘 구출했군. 둘 다 고생하였다.”
의문인은 유신운이었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그였던 것이다.
엉망진창이 된 그의 행색이 안에서 얼마나 치열한 전투가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두 사람이 어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유신운은 곧장 누운 여인들에게 무릎을 굽혔다.
‘……정말이지. 너무 심각하군.’
그들 모두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삼옥에 갇혀 있던 피해자들과 비교할 수조차 없이 끔찍한 상태였다.
한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삼옥이 상품의 보관소라면, 이곳은 폐기 처분장과 같은 곳이었으니까.
‘안 되겠어.’
스윽.
유신운이 품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내 들었다.
‘……저건?’
다름 아닌 침통이었다.
유신운은 지체하지 않고 꺼낸 침을 여인들의 주요 혈도에 꽂기 시작하였다.
침으로 혈도를 자극하여 피해자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려는 용도도 있었지만.
사실 자신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숨기기 위한 위장이었다.
그는 침을 꽂아 넣는 동시에 두 가지의 스킬을 시전하고 있었다.
‘역순화’와 ‘호백희원’이었다.
[역순화(S+)]
자신 혹은 지정 대상 1인에게 걸려 있는 가장 해로운 효과 한 가지를 제거합니다.
-부가 효과 : ‘역순화’ 스킬의 효과를 받고 있는 대상에게 모든 회복 관련 스킬을 사용할 시, 해당 스킬의 성능이 20% 향상되어 발휘됩니다.
-스킬 숙련도와 레벨이 상승할수록 효력이 증가합니다.
피해자들의 상태가 너무 심각한 나머지, 이전처럼 사기 추출로 마약의 기운을 빨아들였다가는 고작 한 톨 정도밖에 남은 생기까지 잘못 흡수해 버릴 위험성이 매우 컸다.
그랬다가는 피해자가 그대로 죽음을 맞이할 터.
그렇기에 유신운은 지정 대상에게서 해로운 효과만을 제거해 주는 스킬인 역순화를 통해 몸속 깊은 곳까지 뿌리박힌 마약의 지독한 독기를 제거하기로 결정하였다.
게다가 역순화 스킬의 부가 효과는 또 다른 회복 스킬의 기능을 향상하는 것.
역시 더불어 사용한 호백희원이 평상시보다 더욱 강력하게 발휘되어 여인들의 기운을 북돋우고 있었다.
물론 제갈군과 방하린은 당연하게도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다. 그저 그들은 유신운이 의술에도 엄청난 조예가 있다고 또다시 착각할 따름이었다.
연이어 스킬을 사용하는 유신운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특성, ‘선의술(SS)’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신규 스킬, ‘신령인직(神靈人直)(S+)’을 획득하였습니다.]
[신규 스킬, ‘차폐보막(遮蔽保膜)(S+)’을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활의로 가는 길 Ⅱ’의 달성 조건, ‘목숨이 경각에 달한 환자 100명 치료’ 중 15인을 달성하였습니다.]
“후우, 이 정도면 급한 불은 끈 것 같군.”
마침내 유신운은 모든 여인들의 응급 치료를 끝마쳤다.
어느새 여인들이 내던 고통에 찬 신음 소리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녀들의 얼굴엔 이제야 겨우 한 조각의 평온함이 떠올랐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왜인지 당하린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세차게 떨렸다.
한참을 진정하지 못하던 그녀가 겨우 마음을 추스르곤 나지막한 목소리로 유신운에게 말을 꺼냈다.
“……대체 무엇이 이 여인들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겁니까?”
“마약. 아편보다 몇십 배는 더 강력한 중독성과 파괴력을 지닌.”
“서, 설마 마약에 취한 여인들을 상품으로 팔아넘기는 겁니까?”
제갈군의 말에 유신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파의 거두 구룡방이 인신매매와 마약을 자행하고 있었다니!
두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마약이라니…… 사안이 너무나 거대했다.
이것은 결코 강호의 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필히 관이 움직일 것이다.’
관과 무림의 불가침이 깨질 정도의 일이었다.
연나라는 아편에 관련한 죄에는 조금의 자비도 없었다. 죄인들은 무조건 극형으로 다스렸다.
그때 당하린이 격앙하여 말을 꺼냈다.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묵과할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속히 맹에 알리고 관과 협력하여 구룡방을 일거에 섬멸해야 합니다.”
하지만 유신운은 아무런 대답 없이 그런 그들을 잠시 지켜만 볼 뿐이었다.
“……무언가가 더 있군요.”
그에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아직 이 사안에 중대한 무언가가 더 감춰져 있음을 깨달았다.
“맹의 상부에 올린다고 한들,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어느 선에서 전부 묵살될 것이고. 관에 신고를 한다 해도 결코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유신운의 말이 의미하는바가 너무도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국주님, 설마 맹과 관의 내부에 이 사태에 관련된 동조자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들은 속으로 유신운에게 제발 아니라 말해 달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래.”
유신운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들은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무림맹 내에 구룡방의 일을 알고도 묵인한 이가 있다는 말에 두 사람 모두 너무도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며 버럭 소리치고 싶었지만, 유신운의 한없이 침착한 눈빛을 보자 그럴 생각이 사라졌다.
그 안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순간 당하린과 제갈군의 눈빛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자신들이 직접 보았던 맹의 변질된 정의와 유신운의 목숨을 건 협행은 이 순간 누구를 믿어야 할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당하린이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그 내부자는 누구입니까?”
그들은 맹이 아닌 유신운을 믿기로 결정하였다.
‘완전한 신뢰를 얻었군. 그래, 이 정도면 말을 해 주어도 되겠어.’
유신운이 그들을 보며 작게 만족감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현재 구룡방의 마약이 퍼진 성은 단 두 곳뿐이다. 바로 절강성과 안휘성이지.”
“아, 안휘성이라고요?”
제갈군이 경악을 하며 되물었다.
한데 그럴 만도 했다.
절강성은 워낙 구룡방이 오랜 기간 장악해 온 터라, 확실히 무림맹의 영향력이 가장 약한 곳이었다.
하지만 안휘성은 달랐다.
안휘성은 무림맹의 기둥 역할을 하는 거파 중 두 곳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곳은 창천검가(蒼天劍家)로 불리는 칠대세가의 필두, 남궁세가였다.
하지만 내부자가 남궁세가일 리는 절대 없었다.
‘5년 전. 막내 공자가 아편 중독으로 급사한 후, 검성(劍聖)께서 매달 철저히 남궁가의 모든 이들을 검사하시니까.’
그렇다면.
남은 문파는 하나였다.
“……맙소사!”
“설마…….”
그곳은 다름 아닌.
청수 도장이 속한 ‘황산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