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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세가 전생랭커 3권
산보 신무협 장편소설
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
1장
一
침입자의 키를 훌쩍 넘는 기다란 창대에 초승달을 연상케 하는 낫날이 시린 빛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중원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형의 무기였다.
침입자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기괴한 형상의 뼈 가면과 대겸이 한데 어우러지며 음험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를 풍겨 내고 있었다.
스르릉!
그때 침입자가 정체불명의 대겸을 똑바로 세워 들었다.
‘저놈은 대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무기가 튀어나오다니.
교의 술법사들에게서도 본 적 없는 사술에 공손추가 굳은 얼굴로 침입자를 바라보았다.
저놈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혹여 서역에서 건너온 놈인가?’
이전에 그쪽에 사는 오랑캐들이 독특한 무기와 힘을 사용한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그는 생각을 멈췄다.
‘이제 와서 저놈의 정체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어차피 죽어 사라질 놈인 것을!’
공손추는 자신의 모든 힘을 개방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콰즈즉! 콰즉!
손가락의 살을 찢고 칼날처럼 뾰족한 손톱이 길쭉하게 돋아났다. 독기에 물든 손톱의 색은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갈가리 찢어 주리라!’
파바밧!
순간 공손추가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라고는 상상되지 않는 쾌속한 속도로 유신운에게 달려들었다.
쿠웅! 쿠웅!
한 발,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충격을 버티지 못한 지면에 발자국이 그대로 남았다.
거대한 성벽이 달려드는 듯한 위압감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유신운은 그에 조금도 겁을 집어먹지 않았다.
스윽, 처척.
그저 한 발을 뒤로 빼며 자세를 낮추고, 융독겸을 횡으로 고쳐 들었다.
유신운은 도망치지 않고 힘에 힘으로 맞서려 하고 있었다.
“크와아!”
놈의 입에서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코앞까지 도착한 녀석은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른 후, 독기가 들끓는 양손의 손톱을 유신운에게 휘둘렀다.
쐐애애액!
바람이 찢어지는 듯한 파공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유신운은 뒤로 뺐던 발을 축으로 삼아 그대로 돌며 회전력을 담은 융독겸을 놈에게 휘둘렀다.
허공에서 각자의 공격이 맞부딪쳤다.
까가가강!
손톱과 대겸이 맞부딪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병장기끼리 부딪친 것 같은 불꽃과 함께 굉음이 터져 나왔다.
두 공격이 맞부딪치며 발생한 충격파에 두 사람이 다시금 거리가 벌어졌다.
자신만만했던 공손추의 표정이 놀람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말도 안 돼! 대등하다고?’
충돌의 순간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충격과 함께 전해져 오는 대겸에 담긴 힘이 상상을 초월했다.
게다가 외피와 동일한 강도를 지닌 손톱에 닿은 대겸의 낫날이 너무나도 멀쩡했다.
그저 눈속임에 불과하다 생각했던 대겸이 심상치 않은 기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저 대겸이 아무리 뛰어난 기보라 할지라도, 녀석의 본래 무기는 검! 놈에게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가 미간을 좁히며 유신운의 대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곤 한쪽 입가를 말아 올렸다.
‘크큭, 그러면 그렇지.’
공손추가 속으로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예상처럼 대겸에는 문제가 존재했다.
대겸에는 일말의 내기도 흐르고 있지 않았다.
본래 쓰던 무기가 아닌 전혀 다른 무기에 기를 유형화시키는 것은 매우 상승의 공부였다.
저까짓 놈이 그 수준까지 도달했을 리가 없었다.
저래서는 겸사는커녕, 겸기도 형성하기 힘드리라.
“끌끌, 한 번은 용케 버텼다만, 과연 언제까지 그 잘난 기보가 버틸지 보자구나!”
파바밧!
불안감을 잠재운 공손추가 다시금 유신운에게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신운 또한 앞으로 돌진했다.
찰나의 순간에 거리를 좁힌 두 사람이 무차별적으로 공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까가가강!
까강!
까가강!
종(縱).
횡(橫).
사선(斜線).
모든 방향에서 융독겸과 공손추의 손톱이 쉴 새 없이 부딪치고 있었다.
불꽃이 끊이지 않고 튀어 올랐다.
그들의 공방은 끝날 기미 없이 계속됐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두 사람의 반응은 완전히 상반되게 나타났다.
유신운은 여유가 넘쳐나는 반면.
‘빌어먹을!’
공손추는 얼굴이 새까맣게 죽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말이 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은 신기를 전력으로 쏟아부으며 공세를 펼쳐 내고 있지 않은가.
한데 왜 내기조차 담기지 않은 무기 따위가 이토록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인가.
만일 저 대겸에 겸기라도 둘려 있었다면…….
그는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어떻게든 죽여야 해!’
수세에 몰린 그가 유신운의 빈틈을 노리며 기습적으로 마안의 힘을 사용했다.
어느새 새빨갛게 물든 그의 동공이 유신운을 향했다.
그러나.
유신운은 이전과 동일하게 그가 힘을 사용하기 직전에 몸을 뒤돌며 가볍게 시선을 회피해 내었다.
쩌저적!
또다시 애꿎은 수하의 시체만 돌이 되어 있었다.
“크윽!”
자신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이 전혀 먹혀들지를 않자, 그는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그때, 유신운이 벌레를 보는 듯한 눈빛을 띠며 말했다.
“잘난 듯이 지껄이더니. 몰래 마안을 섞는 것이 네놈의 잘난 실력인가 보지?”
“……큭! 이 개자식이!”
도발에 넘어간 그가 분노를 표출했다.
순간 왠지 모를 작은 불안감의 씨앗이 그의 마음속에 파고들었지만, 그는 애써 그 사실을 무시했다.
‘그래, 저 기보만 없애면 다 해결된다!’
도저히 상황을 인정할 수 없는 그가 유신운이 아닌 대겸을 표적으로 정했다.
쩌어억!
마치 턱뼈가 사라진 것처럼, 그의 아가리가 가슴에 닿을 것처럼 징그럽게 벌어졌다.
그리고.
퍼퍼펑! 퍼펑!
그의 입에서 독액의 결정이 포탄처럼 사출되기 시작했다.
독액으로 대겸 자체를 녹여 버릴 작정이었다.
평범한 이라면 피하기에 급급하였겠지만.
‘끝낼 때로군.’
유신운은 그저 체내에 잠들어 있던 한 줄기의 기운을 끌어 올릴 뿐이었다.
강태하와 유신운의 영혼이 합일되면서 얻은 소량의 자연력이 융독겸에 차오르고 있었다.
우우웅! 우웅!
융독겸이 기뻐 날뛰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유신운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패에 자연력이 충만합니다.]
[보패, 융독겸이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했습니다.]
[보패의 봉인된 권능이 개방되었습니다.]
[권능, ‘잔독신혈(殘毒神血)’을 획득하였습니다.]
파앗!
그때 공손추가 쏟아 낸 독액의 정수들이 융독겸 앞에서 멈춰 섰다.
스르륵!
그와 함께 정수들이 붉게 물든 융독겸의 낫날에 배어들기 시작하였다.
우우웅! 우웅!
독액의 정수를 먹어치운 융독겸이 기뻐 날뛰었다.
더, 더, 더.
이 세상의 모든 독을 내게.
융독겸의 감정이 유신운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