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장사로 인생 역전 8권
맥주 장사로 인생 역전 8권
목차
176화 Big3(2)
177화 Big3(3)
178화 Big3(4)
179화 Big3(5)
180화 Big3(6)
181화 Big3(7)
182화 종가세를 종량세로(1)
183화 종가세를 종량세로(2)
184화 종가세를 종량세로(3)
185화 종가세를 종량세로(4)
186화 종가세를 종량세로(5)
187화 일반 면허(1)
188화 일반 면허(2)
189화 일반 면허(3)
190화 코로나 시대(1)
191화 코로나 시대(2)
192화 코로나 시대(3)
193화 코로나 시대(4)
194화 코로나 시대(5)
195화 코로나 시대(6)
196화 위기의 하스 그룹(1)
197화 위기의 하스 그룹(2)
198화 위기의 하스 그룹(3)
199화 위기의 하스 그룹(4)
200화 위기의 하스 그룹(5)
맥주 장사로 인생 역전 8권
176화 Big3(2)
박원우는 조용히 허리를 숙여 발 옆에 박병하가 툭 던져놓은 신문지를 주웠다.
이미 대충 알고 있는 기사 내용 자체는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사 한가운데 박힌 자신만만한 윤재의 표정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에 갑자기 기분이 불쾌해져서, 그는 사진이 보이지 않도록 신문을 반쯤 접어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아들이 움직임을 다 마치자 아버지가 다시 질책을 시작했다.
“대체 저런 Big3니 뭐니 하는 말이 나올 때까지 원우 넌 대체 뭘 하고 있었냐? 이런 별것 아닌 수식어가 한번 사람들 입에 붙으면 20년, 30년 간다고 내 여러 차례 강조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씀하셨죠. 근데 아버지, 차차맥주 브루어리가 Big3에 올라온 건 저희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턱을 치켜드는 아버지.
“어째서 그렇지?”
“시장을 분석해 본 결과, 차차맥주 브루어리에 점유율을 빼앗긴 건 카이트맥주하고 거기서 취급하는 벨기에와 프랑스 밀맥주, 그리고 일부 국산 수제맥주 업체들인 걸로 파악됐습니다. 저희가 메인으로 수입하는 일본 라이트 라거들은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았고요.”
“…….”
“그리고 국산 맥주로만 따져도, 이번에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저희 발포주 라이트휠은 물론이고, 저희 주력인 하스맥주하고 슬라우드까지 포함하면 저희 시장 점유율은 50%입니다. 아버지가 계실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요. 당연히 확고한 업계 1등이고요.”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조목조목 항변하는 아들을 아버지가 빤히 쳐다본다.
“원우야, 하스는 네가 키를 잡기 한참 전부터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었다. 당연히 언제나 맥주 업계 1등이었고. 그런 거대한 배를 움직이는 선장이 되어서는, 넌 겨우 그 정도로 만족하는 거냐? 그저 1등이면 충분한 거냐?”
“…저희가 1등인데 그럼 여기서 만족하지 않으면 제가 대체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끌끌 혀를 차는 아버지.
“1등이라고 시장 점유율이 100%인 게 아니잖냐.”
“시장 점유율…….”
“넌 대체, 다른 놈들 점유율을 뺏어 올 생각은 왜 아예 하지도 않고 있는 거냐? 이번에 카이트가 차차맥주에게 뺏겼다던 시장 점유율, 그걸 네가 가지고 올 수도 있었잖냐.”
“…그건 너무 이상만 바라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번 범표 맥주 열풍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입니다. 이 미친 물범 광풍에 휘말려 들지 않고 저희 점유율을 굳건하게 지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희는 충분히 잘 대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이 Big3지 차차맥주 브루어리 점유율은 아직 5%도 채 안 됩니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차차맥주가 그 점유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젓는 박병하.
“흥, 모르는 일? 추세를 봐라.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는, 그것도 IT도 아니고 제조업에서 이런 성장세는 내 평생에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 그 신문에 보니까 예상 추세선까지 그려놨더구나. 지금처럼 가면 5년 안에 차차맥주가 업계 선두가 될 수도 있다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아버지의 말을 아들이 받아친다.
“그건 ‘지금처럼 가면’이죠.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다시 혀를 차는 박병하.
“세상에 절대라는 건 없다고 내 몇 번을 말했는데.”
“…….”
박원우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사이좋게 커다란 도토리 하나를 나눠 먹고 있는 두 다람쥐가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 전국에서 가장 큰 기업 브랜드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게 됐다고 좋은 소식을 알리러 왔을 뿐인데. 저 다람쥐들처럼 좋은 소식 하나를 두고 도란도란 맛보고 나누러 왔을 뿐인데, 그게 왜 이렇게 답답하고 불편한 자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쉬움, 섭섭함, 야속함 등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을 그때 박병하가 입을 열었다.
“그 시상식 말이야. 라이트휠이 대상 받는다던.”
부회장이 시선을 다시 회장에게로 향했다.
“예, 예.”
박원우의 얼굴이 조금 밝아진다. 간절한 박원우의 마음이 들리기라도 한 것일까.
“혹시 차차맥주 브루어리도 그 시상식에 나가냐?”
하지만 그런 기대가 무색하게도, 박병하가 시상식을 언급한 건 그 때문이 아니었다. 또다시 차차맥주 브루어리였다.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는 무슨 상을 받지?”
“맥주 부문 우수상입니다. 맥주 종류가 많아지면서 이번에 맥주 부문이 신설되었습니다.”
“새로 맥주 부문이 생기자마자 상을 꿰차다니… 언론에서 한동안 또 Big3, Big3 하겠구만…….”
다시 이어지는 차차맥주 이야기에 박원우의 표정이 눈에 띄게 불편해졌다. 표정뿐만이 아니라, 땀도 나고 머리도 지끈거리고. 둥둥 심장 박동 소리까지 귀에 들려오는 것 같다.
스트레스에 더 이상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두통을 간신히 억누르며 그가 다른 화두 하나를 꺼냈다.
“저희 하스가… 그룹 차원에서 일본향…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일본……?”
조금씩 숨을 가다듬으며 다시 정신을 차리는 박원우.
“예, 일본의 유명한 제과업체 도지코롤을… 하스 백화점에 입점시켰고, 하스 투어에서는 후쿠오카, 오사카 여행 상품을 늘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일본에 친숙함을 느낀 사람들이 일본 맥주를 많이 찾고 있고요.”
“일본이라…….”
“일본은 중국처럼 정부의 입김이 강하지 않으니 지난 사드 사태처럼 예측 불가능한 일이 발생할 경우도 없을 거고요.”
“그거야 그렇겠지…….”
그러나 심드렁한 박병하의 반응. 그에게는 맥주 업계 Big3만큼의 흥미가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사실 미리 예고된 보고 사항이 아니기도 했었고.
“뭐, 그런 거야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그러더니 조용히 눈을 감는다.
“이제 가봐라. 좀 피곤하구나. 혼자 있고 싶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서재를 나가려는 부회장을 멈춰 세우는 말 한마디.
“대상 축하한다.”
박원우가 돌아서서 고개를 까닥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미 차차맥주로 잔뜩 얼룩진 그의 마음을 씻어내기에는, 축하한다는 고작 그 말 한마디는 너무 부족했고, 또 너무 늦었다.
* * *
세종시 컨벤션센터.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 시상식.
각계각층에서 모인 꽤나 많은 기업인, 언론인, 그리고 드문드문 보이는 연예인까지.
높으신 분들 잔뜩 온다는 얘길 듣고 고이 모셔둔 정장을 꺼내 깔끔하게 차려입고 온 윤재는 겉으로 보기엔 평소와 다름없이 무덤덤한 표정이지만, 국무총리가 어떻니 대통령이 어떻니 하는 딴 세상 소리가 숱하게 주변에서 들려오니 그도 오늘은 조금 긴장했는지 계속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저기는 현성자동차 정 회장 같고… 와, 코코아 회장도 왔네…….’
그렇게 컨벤션센터 한가운데 홀로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윤재를, 저 멀리 연단 제일 앞줄 의자에 나란히 앉아 지켜보고 있는 두 남자가 있었다.
하스 박원우 부회장, 그리고 카이트 백동훈 전무였다.
“야, 원우야. 저기 봐라.”
“어디요?”
“저기 가운데 혼자 서 있는 놈, 차차맥주 브루어리 걔 아냐?”
얼굴을 자세히 보려는 듯 초점을 좁히다가, 이내 콱 인상을 구기는 박원우.
“…예, 그러네요. 아는 친구도 하나 없이 혼자 촌놈같이 멀뚱멀뚱 서 있는 꼬라지가 딱 그놈이네.”
그렇게 악담을 늘어놓고서 박원우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나 그와 달리 계속 윤재를 쳐다보고 있는 백동훈.
그가 박원우에게 말했다.
“야, 쟤 여기로 부를까?”
“…뭐라고요?”
“차윤재, 쟤 우리 옆에 앉히자고. 우리 옆자리 어차피 비었잖아.”
“…이유가 뭔데요.”
어딘가 불편한 듯 반문하는 박원우에게 어금니까지 드러내며 히죽 웃어 보이는 백동훈.
“라운딩 돌 때 2명보다는 3명이 나으니까.”
박원우가 한숨을 쉬었다.
“…저놈, 골프공 만져본 적도 없을 겁니다.”
“가르치면 되지. 팔다리 쭉쭉 뻗은 게, 치면 잘 칠 피지컬인데.”
계속 천진난만한 소리를 하는 그를 하스 부회장은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아… 동훈 형님, 정신 차리세요. 그러다가 자리 빼앗깁니다.”
“뭔 자리를 빼앗겨? 저놈이 카이트에라도 들어와?”
“아뇨. 그게 아니라… 2위, 2위 자리요.”
“2위……? 아, Big3……? 와, 와하하하.”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고개까지 젖히며 호탕하게 웃는 카이트 전무.
“야, 인마. 말이 Big3지, 2위하고 3위하고 점유율이 거의 10배 차이 나는데 그게 그렇게 뒤집히겠냐? 그게 그렇게 쉬우면 내가 진작에 하스 제끼고 1위 먹었겠다. 뭐, 모르지. 한 50년 지나서, 내가 죽고 나서는 뒤바뀔 수도 있겠지.”
“지금까지 뺏긴 점유율은 뭔데요, 그럼.”
“야, 카이트 점유율 3% 떨어지고 차차맥주 점유율 3% 올랐다고 그 3%가 카이트에서 차차맥주로 고대로 옮겨 간 게 아니잖냐. 다른 맥주 회사도 있고, 또 통계 낼 때마다 당연히 오차도 있을 거 아냐. 요란 떨 것 없다니까 그러네.”
그 백동훈 특유의 여유로운 말투가 계속해서 하스 부회장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낙천적인 변명에서 며칠 전 아버지에게 항변하던 자신의 모습이, 그리고 그때 아버지의 근엄한 얼굴까지 한 번에 겹쳐지며 순간 울컥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친다.
그는 지금, 그 며칠 전 즐거운 소식을 알리러 간 자리가 즐겁지 못했던 모든 이유가 이 카이트 백동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년 2등, 얼마 되지도 않는 시장 점유율도 지키지 못하고 차차맥주 브루어리에 점유율을 빼앗긴 게 그 모든 일의 발단이라고 느껴졌다.
“형님은 참, 한결같이 한심하네요. 무능하고.”
“…뭐라고? 너 지금…….”
“들은 그대로입니다.”
그제껏 싱글벙글하던 백동훈의 얼굴이 순간 움직임을 멈춘다. 아직 웃음을 잃지는 않고 웃는 표정 그대로 얼음처럼 굳어서, 눈가에 진 주름까지 선명하게 남아 있는 그의 얼굴은 웃고는 있지만 어딘가 괴이하게 느껴져 계속 보고 있자니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야, 박원우. 이 새끼 좋게 좋게 얘기하니까 계속 선을 넘나드네? 우리 기본적인 예의는 좀 차리자고.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보다 몇 년을 더 살았는데. 내가 전무고 네가 부회장이라고 해서 내가 네 밑이 아니잖아.”
그래도 최대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백동훈에게 박원우가 목대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맞섰다.
“대체 평범한 서민도 아니고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나이 얘기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리고 카이트가 명백히 하스 밑인데, 그런 카이트 전무는 당연히 하스 부회장보다 밑이지 그럼 위겠습니까?”
백동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와, 이 새끼. 너 그런 식으로… 그딴 식으로 따지면 네가 무슨 우리 회장님, 우리 아버지랑 맞먹겠다야, 하하.”
“당연하죠. 형님네 백 회장님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하실걸요?”
“…이건 선을 좀 많이 넘었는데?”
맥주 장사로 인생 역전 8권
177화 Big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