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10권
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10권
목차
226화 유럽의 화약고(1)
227화 유럽의 화약고(2)
228화 판초 비야(1)
229화 판초 비야(2)
230화 투키디데스의 함정(1)
231화 투키디데스의 함정(2)
232화 궁극의 화기(1)
233화 궁극의 화기(2)
234화 사라예보를 장식하다
235화 그레이트 워(1)
236화 그레이트 워(2)
237화 참호의 늪(1)
238화 참호의 늪(2)
239화 확장되는 전쟁(1)
240화 확장되는 전쟁(2)
241화 확장되는 전쟁(3)
242화 갈리폴리
243화 위기와 위기
244화 태평양 전쟁(1)
245화 태평양 전쟁(2)
246화 버티는 한국
247화 거인의 시작
248화 도우보이즈(1)
249화 도우보이즈(2)
250화 강철 괴물
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10권
226화 유럽의 화약고(1)
- 1913년 6월 29일. 세르비아 - 불가리아 국경.
“망할 세르비아 놈들 같으니라고. 전쟁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 게 누군지 잊어먹은 건가? 얼마나 많은 불가리아인이 튀르크 놈들 상대로 싸우다가 죽어 나갔는데…….”
오스만 제국을 상대로 한 전쟁은 성공적이었다. 오스만 제국은 유럽부 영토 대부분을 상실했고, 발칸 동맹은 한때 오스만이 가지고 있던 땅을 ‘사이 좋게’ 나눠 먹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5월 30일에 체결한 런던 조약에 따르면 불가리아는 마케도니아 지역의 상당 부분을 확보했다.
그러나, 세르비아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리스도 불가리아만 제일 큰 이득을 본 상황을 잠자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발칸 동맹은 피를 나눈 전우들 간의 이권 다툼으로 박살이 나버렸다.
“대령님, 정말로… 넘어도 되는 겁니까? 여기 너머는 세르비아 땅입니다.”
“아 참, 말 안 해줬군. 15분 전에 차르 폐하께서 세르비아와 그리스에 선전포고하셨네.”
불가리아는 완고했다. 한때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오스만도 휘둘러 팬 자기네 군대가 적어도 발칸에선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한 거였다. 어쩌면 이것은 무리수일지도 몰랐으나, 불가리아인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케도니아는 정당한 불가리아의 땅이어야 하고, 튀르크 나부랭이들은 전부 지옥으로 가야 하니, 하느님이 보우하사 모든 불가리아인은 차르 페르디난트 1세의 이름을 걸고 싸워야 한다. 그것이 불가리아의 여명이었다…….
“자, 가자! 불가리아의 적법한 차르이신 페르디난트 1세 만세! 조국을 위하여, 앞으로!”
- 1913년 6월 30일. 베오그라드, 세르비아.
“망할 불가리아 놈들이 기어코 쳐들어오다니! 후우, 그리스 녀석들하고 동맹을 맺어두길 잘했어…….”
세르비아 국왕, 페타르 1세가 전황이 표현된 지도를 보면서 말했다. 40만 불가리아군이 마케도니아로 몰려오고 있었고, 이에 맞서야 하는 세르비아군은 25만 명 정도였다.
당연히 수적으로는 세르비아가 불리한 상황이었으나, 불가리아는 세르비아하고만 싸우는 게 아니었다. 그리스만 하더라도 10만 가까이 되는 병력을 가지고 있었고, 약소하지만 몬테네그로군도 있었다.
거기다가 만약 루마니아가 불가리아를 상대로 달려든다면, 불가리아는 삼면이 둘러싸여 죽도록 얻어맞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페타르 1세는 조심스레 미소를 지었다.
“이 전쟁, 어쩌면 할 만할지도 모르겠군……. 불가리아 놈들은 자기 주제를 모르는 게 분명해. 스테파, 뒷일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당장은 불가리아 놈들이 공격자일 테니…….”
“예, 전하.”
페타르 1세의 명을 들은 스테판 스테파노비치 장군은 국왕에게 경례해 보이곤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부관과 다른 장군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스테파 장군, 전하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별말씀 하지 않으셨네. 그냥 우리는 준비한 대로 하면 될 것 같군. 자, 그러면 작전 회의에 들어가 볼까…….”
스테파 장군은 부관들과 함께 참모회의실로 이동했다. 그러곤 가장 먼저 세르비아군의 상태부터 살폈다.
“현재 병사들의 무장 상태는 어떠한가? 6월 중순 무렵에 미국에서 사들인 무기가 도착한 걸로 기억하는데.”
“양호합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스프링필드 라이플을 7만 정이나 들여왔잖습니까? 덕분에 원래라면 비전투인원으로 열외되어 있었을 병사들도 전장에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중화기는?”
“4.1인치(104.14㎜) 박격포 85문, M1891A1 맥도날드 기관총 196정, 이렇게 수입해 왔습니다.”
“기관총을 꽤 많이 사들였군. 이거 나쁘지 않겠어. 좋아, 아무튼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계획대로 간다. 불가리아 놈들을 궁지로 몰아넣자고!”
스테파 장군의 외침에 그 자리에 있던 장교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모든 세르비아인은 국왕 페타르 1세의 이름을 걸고 싸워야 하고, 그것은 세르비아의 여명일지어니…….
- 1913년 7월 7일. 피로트, 세르비아.
“무지하게도 퍼부어 대는군…….”
- 콰광! 콰과광! 콰광! 푸쾅!
불가리아군은 확실히 강력했다. 1차 발칸 전쟁에서 주축이 되었던 나라답게, 포병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세르비아군을 밀어붙였다.
- 타다다다당. 타다다다다다당!
“끄아아악!”
“지옥에나 떨어져라, 망할 불가리아 놈들!”
세르비아군은 저 멀리 다가오는 불가리아군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납탄을 쏴댔다. 병사들 손에 들린 라이플에서 뿜어져 나온 총알이 불가리아군을 하나둘 꿰뚫었고, 이에 수십에 달하는 불가리아 병사들이 피를 토하며 흙바닥에 엎어졌다.
“계속 전진! 기관총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거나 말거나, 불가리아군은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세르비아군은 기관총을 포대 운영하듯 배치해 두어서, 기관총 진지 간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그러다 보니 기관총 화망이 형성되기에 애매한 빈틈이 군데군데 있었다. 그리고 불가리아군은 무작정 돌격하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이러한 빈틈을 적극적으로 노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스테파 장군님. 오늘도 불가리아군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전선은 대략 1.5㎞ 정도 밀렸고, 아군 사상자는 8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불가리아 놈들은 얼마나 죽였나?”
“적어도 1천 명은 보낸 것 같습니다. 다만, 불가리아군이 계속해서 화망이 약한 부분을 노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응책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관의 말을 들은 스테파 장군은 잠시 고민하는 듯한 눈치를 보이더니, 후방에 있는 박격포대를 조금 앞으로 끌고 와서 그 빈틈을 메우는 식으로 막으라고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박격포 부대에 그렇게 지시해 두겠습니다.”
“그나저나 루마니아 놈들은 언제 내려오려나? 나름 준비했다는 것 같던데…….”
“아무래도 내일이나 모레쯤 도브루자에 공세를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보아하니 오스만 제국이 참전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지라, 루마니아 놈들도 꽤 다급할 겁니다.”
“뭐? 튀르크 놈들이?”
스테파 장군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스만 제국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기네들하고 치고받고 싸운 적대국이었다. 그런데 그런 오스만이 불가리아를 상대로 참전하려고 한단다.
아무리 이해관계가 얼기설기 얽혀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었기에, 스테파 장군은 애매모호한 눈빛으로 부관을 바라보았다.
“어찌 됐든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면 된다. 그리고 우리의 업무는 저 망할 불가리아 놈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는 거고. 그러니까 튀르크 놈들은 신경 쓰지 말자고. 알겠나?”
“예, 장군. 명심하겠습니다.”
사령관인 스테파 장군이 이러는 동안, 불가리아군 진영에선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루마니아군이 남하하고 있어서, 조만간 도브루자로 가게 될 거라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소위님, 루마니아가 참전하면 우리가 질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쉰 소리 마라, 미하일! 네가 헛소리하는 거 보니 기력이 좀 남은 것 같은데, 저기 가서 대충 몇 명이 있는지 확인하고 와라.”
“예?”
“에라이, 이 망할 놈아! 세르비아 놈들 진지로 가서 정찰 좀 하고 오라고! 그래야 포격 지원을 부르든 말든 할 거 아니야?”
블라디미르 소위의 다그침에 미하일 상병은 어쩔 수 없이 라이플을 들어 올렸다. 전장으로 끌려온 지도 벌써 8개월 차, 미하일은 암울한 표정으로 진지를 벗어난 후, 곧장 엎드렸다.
“후우… 천천히 가자.”
미하일은 50미터 가까이 기어갔다. 머지않아 세르비아 놈들이 무언가 지껄이고 있는 게 그의 귀에 또렷이 들렸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 탕! 타당!
“이런 제기랄!”
“저 망할 놈! 쏴 버려!”
- 타당. 탕. 탕. 타당
“놈이 도망간다!”
“소위님! 대충 30명 정… 끄학!”
26살의 미하일은 그렇게 쓰러졌지만, 안타깝게도 블라디미르 소위는 미하일이 뭐라고 외쳤는지 하나도 못 들었다.
“도움 하나도 안 되는군. 보리스! 자네가 가봐!”
- 다음 날.
“보리스, 뭐라고……? 후퇴한다고?”
“예, 블라디미르 소위님. 루마니아군이 도브루자를 공격하고 있답니다. 지금 당장 교전을 멈추고 기차역으로 집결하라는 상부의 지시입니다.”
“그럼 어제 점령한 진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건가?”
“예. 헛짓거리였습니다. 미하일만 헛되게 죽은 거죠. 안 그렇습니까?”
보리스 하사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블라디미르 소위를 쳐다보았다.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장교가 돼서는 멋모르고 ‘애국심’ 하나에 중독되어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고 있었기에, 그렇기에 불가리아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
‘땅따먹기가 애국이라니, 참나……. 튀르크 놈들 때려잡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 하자는 건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꾹 눌러 참을 수밖에 없는 현실. 어찌 됐든 상관의 명령에는 복종해야 하는 것이 군인이었기에, 보리스 하사는 그 이상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하사님. 루마니아가 도브루자에 쳐들어왔다는 게 정말입니까?”
“이반… 너는 지금 정신을 어디 팔아먹고 있는 거냐? 우리가 후퇴하는 이유를 전달 못 들은 건 아니지?”
“어…….”
“루마니아군이 국경을 넘었고, 지금 내려오고 있다고. 그래서 급히 우리 제3군을 루마니아 전선으로 보내는 거다. 제1군을 도와 도브루자를 지켜내는 게 우리의 새로운 임무라고.”
보리스 하사는 그렇게 말하곤 이반 이병의 머리에 꿀밤을 쥐어 먹였다. 이반은 자기가 왜 맞은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짐을 챙겼다.
- 1913년 7월 18일. 소피아, 불가리아.
“도브루자를 빼앗겼다고? 지금 제정신으로 말한 건가, 사보프?”
도브루자 함락 소식을 전달받은 페르디난트 1세는 잔뜩 화가 나버렸다. 그는 들고 있던 술잔을 저 멀리 집어던지곤 미하일 사보프 장군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자네 부패 행각을 어찌어찌 막아내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후우, 일단 알겠네. 그러면 다시 탈환할 방법은 없는 건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전쟁, 가망이 없습니다.”
“가망이 없다니, 내 앞에서 그런 말 하지 말게. 우리 불가리아군은 발칸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아니었나? 그 강대하다던 오스만도 이겼고, 오스트리아군 상대로도 한번 해볼 만한 군대 아니었냐는 거다.”
“그렇긴 합니다만, 이제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루마니아까지 적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이젠 오스만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만, 폐하. 이것 하나는 알아두셔야 합니다.”
페르디난트 1세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곤 사보프 장군의 말을 차근차근 들어보기로 했다. 이미 엎질러진 술을 다시 부대에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일단은 패전을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잠시 후퇴하더라도, 늦어도 10년 안에는 다시 전쟁이 날 겁니다.”
“그러니 지금은 패배하더라도 받아들이자, 이거로군. 일단 그건 알겠다만, 10년 안에 전쟁이 다시 터질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뭔가?”
“그렇게들 말하잖습니까. 발칸 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라고. 폐하, 이 전쟁에서 진다고 불가리아의 운명이 다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것뿐입니다. 그래도 1차 전쟁에선 이겼잖습니까…….”
페르디난트 1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추후 협상을 진행하게 되면 최대한 영토를 보존하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다.
“예, 폐하. 그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영토는 곧 국력이니…….”
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10권
227화 유럽의 화약고(2)
- 1913년 7월 22일. 아드리아노플, 불가리아.
“알라께서 우리와 함께하실지어다! 한때 제국의 수도였던 에디르네가 망할 불가리아 놈들 손에 타락하게끔 둘 순 없다. 자, 가자!”
“와아아아아!”
장교의 짤막한 연설이 끝나기 무섭게 오스만군 진영 병사들은 일제히 오스만-불가리아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이를 발견한 불가리아군이 대응 차원에서 포격을 개시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계속 밀어붙여라! 적진까지 대략 800 아르신 정도 남았다!”
아드리아노플에 주둔하고 있는 불가리아군은 고작 해봐야 4천 명. 당연히 야전포도 몇 문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그 정도론 다 합쳐서 20만에 육박하는 튀르크 군대의 진격을 저지할 수 없었다.
“300 아르신! 라이플 꺼내 들어!”
장교의 명령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병사들은 손에 쥐고 있던 라이플을 들어 올렸다. 그러곤 저 멀리서 진지를 구축하고 방어 태세에 돌입한 불가리아군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쏴 재껴라! 망할 기독교도들을 지옥으로 보내자고! 알라는 위대하시도다! 무함마단 라술룰라!”
1차 때와는 달랐다. 그때와 달리 오스만군의 사기는 상당히 높았다. 그래서일까, 오스만군은 전우들이 알라의 곁으로 떠나건 말건 자기 몸을 전선으로 밀어 넣었다.
- 탕! 타당! 탕!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