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5권
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5권
목차
101화 자동소총(1)
102화 자동소총(2)
103화 올리브 그린
104화 경보병을 위한 군복
105화 중국의 신식 군대
106화 가벼운 기관총의 시대
107화 맥도날드 자동차
108화 아, 필리핀
109화 베스트셀러를 위하여(1)
110화 베스트셀러를 위하여(2)
111화 이탈리아의 도입
112화 쉴 틈은 없다(1)
113화 쉴 틈은 없다(2)
114화 발칸 쪽 비즈니스(1)
115화 발칸 쪽 비즈니스(2)
116화 맥도날드의 미래
117화 미래를 위한 세미오토
118화 보어전쟁(1)
119화 보어전쟁(2)
120화 영국의 자존심
121화 세기가 바뀌기 전에
122화 세기가 바뀌고 나서
123화 바로 경량화
124화 오스만의 요청
125화 계속되는 연구
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5권
101화 자동소총(1)
- 1898년 9월 1일. 파예트빌, 노스캐롤라이나.
“응애, 응애.”
“하하, 아서가 배가 고픈가 보네요.”
아들은 쑥쑥 잘 크고 있다. 이제 6개월 정도 됐나 싶은데, 발육이 생각보다 빨라서 금방이라도 말을 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대 스페인 전쟁이 마침내 끝났다. 이로써 바삐 돌아가던 맥도날드 제너럴 암즈의 공장 역시 24시간 가동을 중단하고, 원래대로 8시간 가동으로 돌아갔다.
덕분에 중국 놈들은 아주 좋아하고 있다. 아무래도 자기네가 주문한 물량을 제깍제깍 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까닭이겠지.
‘이걸로 돈은 충분히 벌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신세대 개발을 시작해 보자고…….’
미국 ? 스페인 전쟁은 박격포와 경기관총의 실전성을 입증한 전쟁이기도 하다. 즉, 맥도날드 제너럴 암즈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서일까, 전 세계에선 경기관총 도입 열풍이 돌고 있는 듯하다. 당장 영국 놈들만 해도 경기관총을 자체 개발하겠답시고 무언가 하고 있다 보니, 열강들의 손에 놀아나고 싶지 않아 하는 많은 나라들이 경기관총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맥도날드 제너럴 암즈에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 측에서 더 이상의 기관총 수출은 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했기에, 나는 그 제안을 전부 거절해야 했다.
‘행정부 놈들, 이럴 땐 아주 칼 같단 말이지……. 아르헨티나는 저번에도 사 갔으니, 조금 팔아줘도 문제가 안 될 것 같은데. 자기네들 도입할 물량이 없으니 제한한다라… 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만.’
그렇다. 미국 정부고 군부고 내게 지금 아주 강력한 요구를 해대고 있다. 1899년 전까지 경기관총을 납품하라는 것. 정 안 되면 러시아군에 팔아먹고 PMG라는 이름으로 시험적으로 사용한 M1897 경기관총이어도 좋으니, 빨리 만들어 오라는 거였다.
물론 나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경기관총보다 좀 더 앞선 개념인, 자동소총을 미군에 납품하려고 한다. 그 덕에 존 브라우닝과 함께 정말로 미친 듯이 일하고 있다.
“브라우닝 씨, 가스압 피스톤은 어찌 되어 가십니까?”
“생각보다 잘 되어 가고 있소. 일단 자네가 말한 대로 숏스트로크 방식을 쓰긴 했다만, 이러면 생산 단가에 문제가 있지 않나?”
브라우닝의 질문은 정확하다. 롱스트로크 방식에 비해 숏스트로크 방식은 생산이 더 까다롭다. 즉, 생산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숏스트로크 가스압 피스톤을 선택한 데엔 이유가 있다.
“브라우닝 씨, 우리가 만드는 물건이 자동화기이긴 해도, 기본적으로는 라이플이라는 걸 기억합시다. 이건 들고 쏠 수 있어야 합니다.”
“하긴, 롱스트로크 방식으로 만들면 반동이 강해지긴 하지……. 아무튼 가스압 피스톤은 얼추 완성되었소. 이제 남은 건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가는 일인 것 같은데.”
“그러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요구사항부터 맞추어 봅시다.”
내 말을 들은 브라우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픈 볼트와 클로즈드 볼트 중 무슨 방식을 선택할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자기는 오픈 볼트가 좀 더 적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자동화기잖소. 오픈 볼트가 조금 더 유리하지 않겠소? 구조도 단순해질 거고, 생산 단가도 내려갈 거요.”
“으음, 그렇긴 합니다만… 전 클로즈드 볼트 방식을 고집할 생각입니다.”
“의외로군. 그쪽도 나랑 같은 생각일 줄 알았소.”
물론 브라우닝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이 시대의 기술력을 생각한다면 오픈 볼트가 좀 더 대량생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허점이 있다.
명중률이다. 오픈 볼트 방식은 기본적으로 노리쇠가 전진하면서 격발 되는 형태다 보니, 아무래도 클로즈드 볼트에 비해 명중률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자동화기에서는 이게 커다란 문제가 안 된다고 하지만, 내가 만들어 낼 건 자동화기이면서도 반자동 사격을 염두에 둔 자동‘소총’이다.
“우선 제가 생각한 자동소총의 개념에 대해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군요. 제 머릿속에 들어 있는 자동소총은 이런 느낌입니다, 브라우닝 씨.”
평상시에는 소총처럼 사용하다가, 필요할 경우 조정간을 조정하여 연발로 화력을 뿜어내는 것. 경기관총보다도 가벼운 무게를 가지면서, 소총 수준의 명중률을 내는 그런 ‘만능’ 화기.
이를 들은 존 브라우닝은 그게 정말 가능하긴 한 거냐고 말하면서, 총열 과열 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총기 무게를 가볍게 하려면 결국 총열 무게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과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지 않소?”
“그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애초부터 총열의 내구 한계를 200발로 잡을 생각입니다.”
“200발이면… 기관총치곤 적은 수치로군.”
“하지만 두 번째 요구사항인 장탄수를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브라우닝 씨.”
그리하여 나는 존 브라우닝에게 두 번째 조건을 말했다. 그건 장탄수 20발들이 복열 탄창을 하부에 장착한다는 것이었다. 현대 화기에서 거의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그런 형태지만, 아직 이 시대에선 조금은 생소한 그런 방식.
존 브라우닝은 장탄수가 20발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납득했다는 듯, 이 화기의 개념이 어떤 건지 드디어 확실히 이해했다고 소리쳤다.
“어차피 200발을 다 쏘지도 못할 거니, 200발까지만 버티게 설계하면 된다?”
“바로 그겁니다. 이건 유사시에나 자동으로 쏘는 거지, 평상시에는 반자동으로 쏘는 라이플이니깐요. 계속해서 자동사격을 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많은 탄약을 휴대할 수는 없죠.”
“안 그래도 탄창을 써야 하는데 그걸 10개 넘게 들고 다니는 건 무리가 있겠지……. 좋아, 그러면 다음 조건은 어떻게 되나?”
“연사 속도입니다. 아시다시피 연방군의 제식 탄환인 .30M 총알은 반동이 셉니다. 물론 다른 보병용 라이플 탄환도 비슷하지만, 그래도 들고 쏘기엔 부담이 되지요.”
“그건 그렇지. 그래서 자네의 구상 중에는 권총탄을 쏘는 물건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자동소총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기관단총이라고 불리는 물건이죠. 그리고 그 녀석은 경기관총의 역할을 대신하는 게 좀 힘듭니다.”
기관단총은 사거리가 짧고 위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경기관총의 역할을 수행하기엔 크나큰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지금 연방군이 요구하는 건 ‘경기관총’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물건이므로, 기관단총은 잠시 접어두는 게 맞다.
애초에 기관단총은 세기가 지나고 나서야 만들 생각이기도 했고. 아무튼 내가 생각한 자동소총의 적정 연사 속도는 다음과 같다.
“초당 7발. 그러니까 분당 420발 정도면 적당할 듯합니다. 그러면 20발 들이 탄창을 다 비우는 데 대략 3초 조금 안 되게 걸릴 겁니다.”
“상당히 느리군…….”
“그만큼 연사 시 반동이 줄어들 테니, 많은 이점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총열 두께에 제한이 있다는 것도 아시잖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그러면 마지막으로 무게는 어느 정도로 할 생각이오?”
연방군의 요구사항은 널널하게 20파운드(9.08㎏)였다. 아무래도 M1891A1 맥도날드 기관총보다는 가벼워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가볍게 할 생각이다. 공중량 기준 7㎏을 넘기지 않게.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15파운드(6.81㎏) 정도로 만들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탄창을 장착하고도 무게가 8㎏이 채 넘지 않을 거라, 병사들이 휴대하기에 상당히 편리할 테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7㎏ 정도로 가벼우면서 초당 7발을 쏟아부을 수 있으면서도, 소총처럼 사격할 수 있는 그런 물건이라는 거다.
‘이거 무게만 좀 더 줄이면 사실상 M14나 FN FAL 같은 전투 소총과 다를 게 없군……. 뭐, 개념적으로는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전투소총들은 그 비교 대상이 돌격소총이기에 전술적으로나 개념적으로나 조금 다르긴 하다.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무게를 제외하고 비슷비슷하니,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 셈이다.
한마디로, 이 자동소총 개념은 어쩌면 50년이나 앞서간 개념일지도 모른다. 돌격소총까지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끔 개념적 설계가 된 녀석이니깐…….
“7㎏ 이내로 합시다. 총열 내구도를 손해 보는 한이 있더라도, 무게는 가볍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들고 다니면서 사격할 수 있을 테니깐요.”
“알겠소. 그러면 요구사항은 다 맞추어졌으니, 본격적으로 설계에 들어가면 되는 거요?”
“그렇습니다. 다만 그 전에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이 있습니다. 여전히 이 총은 반동이 심할 거라서요.”
“하기사 소총탄을 분당 400발로 쏴재끼는 거 자체가 사람에게 상당히 무리 가는 일이긴 하오.”
“예, 그래서 한 가지 부품을 추가할 생각입니다.”
소염기, 보정기. 그 무슨 이름으로 부르던 간에 원리는 비슷비슷한 그 물건. 그걸 이 총에 고정식으로 장착해 볼 생각이다. 정확히는 소염 성능보단 반동 제어에 좀 더 유리하도록 설계할 생각인데, 사실상 세계 최초로 소화기에 ‘반동 보정기’를 장착하는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소염기 형상을 조금 바꾸면, 연소 가스가 총구 밖으로 배출될 때 반동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고위력탄을 사용한다는 문제도 말끔하게 해결될 겁니다.”
“거기에 연사 속도가 분당 420발 수준으로 느리기까지 하니…….”
“예, 맞습니다. 이 녀석은 정말로 든 상태로 연사로 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병사의 팔근육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겠지만, 일단 이론상 가능하다는 건 엄청난 것 아니겠습니까?”
내 말을 들은 존 브라우닝은 도대체 우리가 뭘 만들려고 하는 거냐며, 이렇게 되면 정말로 만능에 가까운 화기가 탄생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언젠가 이 개념이 더 성숙해지고 다듬어지면, 마침내 보병 화기의 ‘끝판왕’이 되어버릴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높으신 분들이 총알 소모량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이 녀석은 정말로 엄청난 녀석이 될 겁니다. 물론… 당장은 높으신 분들이 좋아하진 않을 겁니다.”
남북전쟁 때만 해도 연발 사격이 가능한 스펜서 라이플이 있었지만, 총알 소모가 극심하다는 이유로 대량 보급이 좌절된 사례가 있다. 그리고 이 자동소총은 경기관총급으로 총알을 먹는 ‘소총’이기 때문에, 고위 관계자들의 눈엔 그다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자동소총을 추진하는 데엔 명백한 이유가 있다. 자동소총을 하나 잘 만들어 둔다면, 대략 15년 뒤에 있을 대전쟁 역시 충분히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 쇼샤나 B.A.R. 같은 보병용 자동화기와 궤를 같이하는 물건이, 무려 19세기에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5권
102화 자동소총(2)
- 1898년 10월 5일.
“그러니까 이런 형상으로 할 거라는 것이오?”
“예, 그렇습니다. 이 부분을 나무로 만들어야 파지하기 편합니다.”
아마도 한 달인가 두 달쯤 지났을 거다. 존 브라우닝과 본격적으로 자동소총 설계에 들어간 것은. 덕분에 지금 설계 도면은 상당히 진척되어, 이제 본격적인 시제품 설계에 들어가도 될 정도가 되었다.
게다가 다행히도 존 브라우닝은 나와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 역시 B.A.R.의 아버지 아니랄까 봐, 자동소총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깨우친 것 같달까.
‘뭐, 만약에 브라우닝이 1940년대까지 살아 있었다면 미국판 돌격소총을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지…….’
아무튼 원래 역사 생각은 잠시 집어치우고, 지금 진행 중인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기로 했다. 노리쇠 잠금방식이었다.
“내 생각엔 틸팅 볼트 방식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만. 가스압은 이미 노리쇠 후퇴에 관여하니까 말이오.”
“으음, 그것도 나쁘지 않긴 합니다만… 제 생각엔 회전 노리쇠 방식을 채택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회전 노리쇠? 그러니까 볼트액션처럼 노리쇠가 회전하게 하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구현하기 어려운 구조는 아닐 거라고 말했다. 물론 구조적으로 조금 더 복잡한 부품이 들어가야 하긴 하지만, 신뢰성 면에서 회전노리쇠는 확실히 틸팅 볼트 방식보다 나았다.
무엇보다 이 자동소총은 염가 생산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물건이 아니었기에, 굳이 비교적 성능이 떨어지는 틸팅 볼트를 채택할 이유도 없었다.
더군다나 틸팅 볼트는 그 특유의 구조상 반동이 강해지는 문제도 있었다. 그렇기에 틸팅 볼트는 내 선택지에서 더더욱 멀어졌다.
‘물론 M1897을 설계할 때 틸팅 볼트 방식을 활용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러시아군 사양에 맞춘 거였지. 그러니 미군 납품용은 무조건 회전 노리쇠로 간다.’
그리하여 나는 존 브라우닝과 회전 노리쇠의 구현 방식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그 결과, 존 브라우닝이 나름 괜찮은 제안을 내놓았다.
“노리쇠와 노리쇠뭉치를 연동하는 부분을 걸쇠로 연결하고, 걸쇠가 움직이는 부분을 비스듬히 만들면 되지 않겠소?”
“아, 그러니까 걸쇠가 경사로를 이동하면서 노리쇠가 회전하는 구조로군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러면 상세한 건 다 맞추어진 것 같군……. 이제 남은 건 설계 작업뿐인 건가?”
“예, 브라우닝 씨. 정말로 시이이인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래, 신물나는 부품 조합 시간이 찾아왔다. 서로 잘 맞물리고 오작동하는 부분 없게끔 맞추는 작업. 가장 귀찮고도 오래 걸리는 이 작업을 혼자서 안 하게 된 게 그나마 다행이려나.
- 2주일 뒤. 1898년 10월 19일.
드디어 자동소총 시제품이 완성되었다. 공 중량 6.88㎏에 연사 속도는 조금 타협하여 분당 450발. 목재형 개머리판 겸 파지용 손잡이. 레버형 조정간에 목재 핸드가드에 뭉툭한 반동 보정기까지.
“이거 뭔가 신기하게 생겼군……. 기관총인데 소총 같고, 소총인데 기관총 같아.”
“뭐, 실제로 그 중간 정도에 있는 물건이니까 그럴 만하지. 스티브 형이 보기엔 꽤 좋아 보이나 보네?”
“안 그래도 내가 오늘 이걸 처음으로 실사격하게 됐으니…….”
스티브는 꽤나 긴장한 듯했다. 하기사 그는 장교였다 보니, 라이플을 직접 쏠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실력이 녹슨 건 아니라서, 프리플로팅 배럴 라이플을 쓰긴 했지만 레밍턴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준 그 손감각은 그대로 남아 있어 보였다.
“자, 그럼 장전했고… 조정간을 조정하라고?”
“거기 보면 레버처럼 생긴 게 있을 거야. 그걸 움직여서 단발 사격 모드와 연발 사격 모드를 오갈 수 있어. 여태껏 기관총에는 없던 기능이지.”
“이거 참 신기하네……. 괜히 이 녀석이 자동소총이라고 이름 붙은 게 아니구먼?”
“하핫, 그렇지. 이건 소총이자 기관총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니, 조준사격도 할 수 있어야 하거든. 아무튼 그러면 슬슬 쏴보실까나?”
내 말을 들은 스티브는 싱긋 웃어 보이더니, 조정간을 연발로 바꾸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강력한 .30M 탄의 반동을 어깨로 온전히 받아냈다.
- 타다다다다다당.
“워우! 이거 미쳤잖아?”
“생각보다는 반동이 안 심한 느낌이군……. 역시 반동 보정기를 달길 잘했어. 효과가 없는 것 같진 않은 것 같네.”
“램지, 내가 장담컨대 이 녀석 반동은… 진짜 장난 아니라고. 이걸 그냥 들고 쐈다간 50야드 거리에 있는 것도 맞추기 힘들 거야.”
“그래서 단발 사격 모드가 있잖아. 재장전한 다음에 단발로 싸봐. 그러면 좀 느낌이 다를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