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3권
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3권
목차
51화 세미 오토
52화 대포 연구
53화 속사포
54화 그레이 가문
55화 무시할 수 없는 것
56화 정치의 영역
57화 샷건 웨딩
58화 브라우닝의 회심작
59화 새비지와 콜트
60화 불해머
61화 내 동생 프레디
62화 M1896 칵테일
63화 피할 수 없는 발전
64화 20세기를 위한 경쟁
65화 대령 스티브
66화 보병 화력
67화 3인치 박격포
68화 홍차국은 화력이 필요해요
69화 포드
70화 아메리칸 콘체른
71화 더블 에잇
72화 또 다시 열린 수출길
73화 44구경
74화 극동의 위기
75화 극동이여(1)
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3권
51화 세미 오토
- 1895년 2월 6일.
반자동 라이플 설계 작업은 생각보다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활용할 만한 기존 매카니즘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글액션 방식은 확실히 쓰기에 무리가 있고, 오픈 볼트는 애초에 라이플엔 적합하지 않다. 그러니 클로즈드 볼트 형태의 반동 작동식을 활용해야 한다.’
반동 작동식 구조 자체는 슬라이드식 자동권총을 설계하면서 나름대로 익숙해졌다. 다만 반동을 이용해 노리쇠를 움직이는 단순 블로우백 구조는 아무래도 탄환의 위력이 강할수록 노리쇠 무게가 무거워져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해당 방식을 채택한 P93 자동권총이나 뉴 캐롤라이나 자동권총의 경우 사용 탄환인 38구경의 장약량을 줄여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해당 방식을 그대로 대형 소총탄을 쓰는 총기에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 낼 건 토끼나 너구리 잡을 때 쓸 만한 정도의 라이플이기에. 권총탄보다는 조금 더 강력하지만 보병용 라이플 탄환보다는 약한 위력을 낼 수 있는 정도면 된다.
‘구경은 28구경 정도로 하고, 탄자 길이는 1인치 조금 넘어가게 하면 적당하겠군. 좋아, 한번 설계해 보자고.’
그리하여 새로 설계해 낸 림리스 사냥용 탄환은 7㎜ 구경에 28㎜ 탄피 길이, 그리고 원추형 탄두를 가진 형태로 만들어졌다. 덤으로 은근히 짜증 나던 인치 대신 밀리미터를 기준으로 맞췄다.
물론 미국인들에게는 인치 단위가 여전히 편할 것이기에, 나는 이 총알의 이름을 .28H로 정했다. 28구경이면 7.112㎜로 정확히 7㎜는 아니지만,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장약량은 38구경 권총탄의 2배 정도로 하면 적당하겠군. 너무 많으면 노리쇠 무게가 무거워져 다루기 힘들 테니, 딱 이 정도로만 하자고.’
사용할 탄약의 위력까지 정한 다음엔 본격적으로 작동부 매카니즘 설계에 들어갔다. 우선 뉴 캐롤라이나 자동권총에서 사용되었던 기술 몇 가지를 가져와 적용하는 한편, 전체적으로 노리쇠 구조를 날렵한 형상으로 만들었다.
‘이래도 노리쇠 뭉치 무게만 1.6파운드(약0.72㎏)가 넘을 것 같은데. 역시 단순 블로우백으론 고위력탄을 쓸 수 없는 게 확실한 건가…….’
노리쇠 뭉치 무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 블로우백 방식에서 벗어나 조금 더 고차원적인 설계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 문제를 적절히 해결해 줄 수 있는 쇼트 리코일 방식을 알고 있다.
이는 이후 새로 만들어지게 될 신형 자동권총부터 차근차근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우선 이 민수용 화기에도 시험적으로 적용해 보는 게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노리쇠 후퇴를 지연하는 장치를 가볍게 추가해 주면 가벼운 노리쇠 뭉치 무게로도 충분히 고위력탄을 사용할 수 있지. 좋아, 한번 해보자고.’
나는 곧장 빈 설계 도면을 펼친 후, 만년필을 들어 올렸다. 그런 다음 기초적인 작동부 매카니즘 설계를 한 후, 여기에 가스압을 이용한 노리쇠 후퇴 지연 장치를 추가했다. 그 후엔 6발 들이 탄창을 추가하고, 스트리퍼 클립으로 장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동시에 방금 설계해 두었던 7㎜ 탄환의 설계를 조금 변경했다. 아무래도 노리쇠 후퇴 지연 장치의 존재로 인해 탄약의 위력을 조금 더 늘려도 무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탄피 길이를 28㎜에서 32㎜로 변경함과 동시에 장약량을 조금 더 늘려 위력을 38구경 권총탄의 2.5배 정도로 강화했다.
‘총열 길이는 그리 길 필요가 없으니 17인치 정도로 하고, 영점 조준 장치는 연구부에 대충 맡겨두자고. 마지막으로 개머리판 형상을 정해주면 기초적인 작업은 끝이다.’
- 1895년 2월 26일.
“그러니까 이게 네가 말했던 그 반자동 라이플이라는 거냐, 램지?”
“예, 아버지. 새로 설계한 7㎜ 탄환을 사용하고, 여우나 너구리 정도는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위력을 갖췄습니다. 반자동으로 사격하는 놈이라서 총알을 빠르게 흩뿌릴 수 있지요.”
아놀드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새로 설계한 라이플을 들어올린 다음, 7㎜ 탄환을 차근차근 장전했다.
“이거 생각보다 가볍군 그래. 6파운드도 안 나갈 것 같은데.”
“6파운드 조금 넘습니다. 킬로그램으로 치면 3㎏ 정도 되고요.”
“킬로그램……? 그건 무슨 단위냐?”
“아, 아무래도 해외의 총기 개발자들과 소통하려면 단위를 통일할 필요가 있더군요. 그래서 앞으로 설계를 진행할 땐 어지간하면 인치와 파운드 대신 센티미터와 킬로그램을 쓰기로 했습니다.”
내 말을 들은 아놀드는 이상하다는 듯이 굳이 그래야 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물론 그것도 잠시, 그는 곧장 사격 자세를 취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 탕. 탕. 탕. 탕.
“정상 작동되는구나. 반동도 그리 심하지 않고, 명중률도 이 정도면 준수한 것 같군. 민수용으로 팔면 확실히 대박나겠구나, 이거.”
“그렇지요. 토끼처럼 작은 산짐승 잡는 데엔 이것만 한 게 없을 겁니다. 레버액션보다도 빠르게 연사할 수 있으니 확실히 장점이 있고요.”
“그래서 이거 이름을 뭐라고 할 게냐, 램지?”
“으음, 그걸 아직 못 정했습니다. 조금 더 고민해 보지요, 뭐.”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지만, 마케팅은 중대사항이다. 그렇기에 상품명을 잘 정하는 건 총기를 잘 설계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랄까.
그나저나 이 정도 성능이면 육군에서 관심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작고 가벼운 데다가 연사도 가능하니 레버액션 라이플보다 기병대에 적합할 테니깐 말이지.
물론 당장은 이걸 군납할 생각이 없다. 이 라이플은 어디까지나 사냥용으로 설계됐고,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채택한 덕분에 대형 탄약을 쓰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안 그래도 미군은 볼트액션 라이플을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인데, 2년 만에 신형 화기가 나왔다며 가져다준다면 당연히 손사래를 칠 것이다. 그러니 보병용 반자동 라이플은 1900년대쯤에 출시하는 걸로 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민수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니, 뭐 상관없다.’
그렇게 실사격을 마친 후, 나는 아놀드를 뒤로하고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다음 겉옷을 벗고 침대에 그대로 드러누워 생각에 잠겼다.
‘쇼트 리코일 구조를 언제쯤 출시하는 게 좋으려나?’
M1889 자동권총은 슬슬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말이 미 육군에서 나오고 있다. 차라리 뉴 캐롤라이나 자동권총을 도입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안되기도 했으나, 이것이 거절된 데엔 이유가 있었다.
뉴 캐롤라이나 자동권총의 위력 부족 문제였다. 아무래도 구조적 특성상 강한 탄환을 쓸 수 없다 보니, M1889 자동권총과 같은 규격의 탄약이긴 하지만 장약량은 M1889용 권총탄의 65% 수준이었다.
물론 사람 죽이는 데엔 이 정도면 충분했지만, 연방군은 구태여 저위력탄을 써야 하는 뉴 캐롤라이나 자동권총을 도입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주기적으로 M1889 자동권총을 퇴역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기에. 아무래도 지금쯤이 쇼트 리코일 방식 자동권총을 출시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대충 1896년쯤 출시하면 시기적으로 적당하겠군. 전제 조건은 M1889 자동권총에 사용되는 38구경 탄환과 같거나 더 강한 위력을 내는 총알을 사용하는 걸로 잡자고.’
안 그래도 사냥용 반자동 라이플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가스압 지연 방식에 대한 이해도가 꽤 늘어난 상태다. 그런고로 쇼트 리코일 구조 자동권총을 설계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역시나 이건 1896년부터 진행한다. 당장은 지금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대포 사업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 두는 게 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각하께서 대포 설계와 관련된 자료 열람을 허용해 준 상황이니… 이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기도 하지.’
그렇게 머리를 식히고 있을 사이, 대학교에 간 프레디가 내년이면 졸업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랐다.
‘가만, 이거 시기적으로도 아주 적절하군. 1896년부터 본격적인 고성능 총기 설계를 시작하면 되겠어, 이거.’
1896년부터는 프레디를 사무처리 업무에 투입할 수 있을 거다. 말하자면 내게 미친 듯이 몰려왔던 서류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되니, 그만큼 더욱 총기 설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뜻. 그렇기에 여러모로 내년은 나에게 있어 큰 분기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램지, 여기서 뭐 하고 있어?”
“깜짝이야. 스티브, 노크는 좀 하고 들어오지? 언제 휴가 나왔대?”
조선에서의 사건 이후 중령으로 진급한 스티브는 1개 대대를 통솔하는 지휘관이 되었다. 덕분에 전과 달리 같은 미국 땅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얼굴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가 진급한 뒤 처음 나온 휴가였다.
“아버지는 뵙고 온 거야?”
“당연하지. 중령 계급장을 보니까 눈물을 왈칵 쏟아내실 것만 같이 기뻐하시더군. 그나저나 네 옆에 있는 그 도면은 뭐야?”
“아, 이거 이번에 새로 설계한 라이플이야.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발사되는 물건인데, 사냥꾼들을 판매 목표로 삼고 민수 시장에 풀어놓으려고. 작동 방식은 반자동이라고 해.”
내 말을 들은 스티브는 흥미가 생겼다는 듯 설계 도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제식 화기로 써도 되겠다며, 어떻게 하면 이렇게 훌륭한 설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그렇게 막 뛰어난 건 아니야.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라이플이지. 본격적으로 대구경 탄환을 써먹기에는 아직 매카니즘이 성숙하지 않아서, 차근차근 개발해 보려고 해.”
“가만, 그 말은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나가는 반자동 방식 라이플을 언젠가 연방군에 납품하겠다는 이야기야?”
“그렇지. 물론 당장은 아니야. 지금 연방군이 쓰고 있는 M1893 스프링필드만 해도 충분한 성능을 내고 있으니깐. 다만 언젠가는 반자동 라이플의 시대가 올 거라고 난 생각하거든. 그게 10년이 되든 20년이 되든 말이야.”
스티브는 눈을 부라리며 그런 시대가 온다면 전쟁은 정말 피 튀기게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런 피 튀기는 전쟁이 언젠가는 온다고 생각하니, 이런 대비를 하는 거지. 총기 개발자로서 반드시 찾아올 대전쟁, 그러니까 모든 전쟁을 끝낼 전쟁을 준비하는 건 어쩌면 숭고한 의무랄까…….”
“대전쟁이라……. 나는 네가 가끔 이야기하는 그 대전쟁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어. 대규모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 건가 해서.”
“상관이 없긴 왜 없어? 지금은 중세 시대가 아니잖아. 칼이 아니라 총으로 싸운다고. 그러니 총을 설계하고 만드는 총기 설계자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한 셈이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스티브에게 언젠가는 내 말을 완전히 이해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이에 스티브는 반쯤 이해했다는 듯 윙크한 후, 내게 커피나 한잔 마시자고 제안했다.
“그나저나 반자동 라이플 이름을 아직 못 정했는데, 괜찮은 거 없을까, 스티브?”
“으음, 사이드와인더 어때? 사막방울뱀이라는 뜻인데…….”
사막방울뱀. 딱 듣자마자 이거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감도 나쁘지 않고 딱 귀에 달라붙는달까.
“그거 아주 좋네. 오케이, 사이드와인더로 가자고.”
천조국 건스미스가 되었다 3권
52화 대포 연구
- 1895년 3월 14일.
사이드와인더 반자동 라이플을 생산하기 위해 새로운 생산 라인을 며칠 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아마 4~5월쯤이면 공장 건설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그 전에 반자동 매카니즘에 대한 특허 신청은 끝내놓은 상태다.
동시에 나는 오랫동안 미루어 두었던 사업을 오늘부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건 바로 대포 사업. 슬슬 기반이 갖추어지기도 했고, 더 미루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버 클리블랜드 그 양반이 계속해서 물어보는 걸 보면 더욱 미루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그러니 곧바로 사람부터 모아보자고.’
당연하지만 나는 대포에 대해선 전문가가 아니다. 나름대로 서적들을 뒤져가며 공부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 대해서 꿰고 있는 건 아니기에.
“아버지, 부지 사용 허가는 어떻게 됐습니까?”
“반려됐다. 아무래도 시가지 근처다 보니 문제가 있었나 봐. 대신 다른 부지를 알아봐 줬는데, 한번 확인해 보겠나?”
“으음, 여기서 2마일 정도 떨어져 있네요? 207에이커 정도이니 규모는 마음에 드는데… 얼마 정도 할지 모르겠군요.”
“놀라지 말거라, 램지. 연방 정부에서 부지를 공짜로 임대한단다! 200에이커 규모를 말이지!”
“정말이요?”
“그래. 99년 임대니 네가 죽을 때까지 쓸 수 있을 거다. 물론 연구 목적으로만 써야 하지만 말이지…….”
아무래도 그로버 클리블랜드 이 사람은 내 무기 개발에 정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절대 저렴할 리 없는 200에이커 규모(약 0.81 제곱㎞) 부지를 정부 예산으로 내어줄 리 없을 테니깐.
어쨌든 잘됐다. 부지도 확보했으니, 이제 남은 건 사람을 모으고 건물을 짓고, 대포를 연방 정부에서 임대해서 배치하면 된다. 덤으로 모아둔 자료도 더 열심히 읽어봐야 할 테고.
- 1895년 4월 13일. 맥도날드 포병 연구소, 컴벌랜드 카운티.
연방 정부와 육군성에선 맥도날드 포병 연구소에 10만 달러 규모 투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모자라 대포 전문가 10여 명을 구해다 주었다.
그 덕에 포병 연구소 설립은 빠르게 추진되어 바로 오늘 완료되었다. 이에 나는 곧장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포격 시험장으로 향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대포군요……. 실탄은 장전된 것 맞습니까?”
“예, 맥도날드 씨. M1885 3.2인치 야전포입니다. 여기 격발줄만 당기면 발사됩니다. 자, 준비 다 됐으니 쏘시죠!”
- 콰앙!
내 앞에 배치되어 있던 대포는 순식간에 불을 뿜으며 저 멀리 3.2인치 포탄을 날려 보냈다. 잠시 후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착탄이 확인됨과 동시에 포성을 신호로 맥도날드 포병 연구소는 영업을 개시했다.
“그나저나 저기 있는 전장식 대포는 도대체 뭡니까? 보아하니 남북전쟁 때나 쓰던 것 같은데…….”
“맞습니다. 3인치 오디넌스 강선포라고 하는데, 10년 전쯤까지 현역으로 굴려 먹던 녀석입니다. 저것도 한번 쏴보시겠습니까?”
“아, 괜찮습니다. 저런 고물은 그다지 관심이 안 가는군요. 아무튼 연구소가 문을 열었으니, 본격적으로 새로운 야전포를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연구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 그래도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각하께서 신형 야전포를 개발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신형 야전포면 3인치(76.2㎜)급을 말하는 거지요?”
“예, 맞습니다. 보병 지원용으로 굴려 먹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할 수 있는 체급이죠. 원래는 따로 연구팀을 구성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맥도날드 씨께서 설립하신다고 하여 육군성에서 지원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운이 좋았군요, 허허.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필요한 것 있으면 뭐든지 요청해 주시고요. 종종 찾아와서 도와드릴 만한 거 있으면 손 좀 보태겠습니다.”
연구원들은 앞으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하면서, 대포 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구해야 하는데 예산이 아직 책정되지 않아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단 3만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며칠 내로 은행에 이야기해 둘 테니, 일단 이번에는 이만큼 쓰시고 모자라면 더 말씀해 주십쇼.”
“감사합니다, 맥도날드 씨. 필요하신 거나 물어보실 건 따로 없으십니까?”
궁금한 게 하나 있기는 하다. 아무리 정부 지원을 받았다고 한들, 이 대포 연구소는 내 회사인 맥도날드 제너럴 암즈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내가 항상 추구하는 ‘차별화 전략’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신기술을 도입하고 싶은데, 야전포 운영에서 부족하거나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만한 게 혹시 있습니까?”
“으음, 아무래도 연사 속도가 문제이긴 합니다, 맥도날드 씨. 야전에서는 대포를 분당 3~4발 이상 쏘기가 힘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