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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포수가 160km를 던짐 5권
-플레이오프 
[원더스 대 퓨마스 플레이오프 1차전]
개막전부터 명경기를 연출했던 두 팀이라 야구팬들의 관심이 컸다.
리그 최고 인기구단의 홈구장답게 온통 퓨마스를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퓨마스 팬들의 표정이 밝지는 않았는데 이유는 원더스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경기력 때문이다.
한 이닝에 10점도 뽑아내는 화력에 방심하면 당한다는 긴장감이 흘렀다.
[1회초. 원더스의 선두 타자는 요즘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배기성입니다. 퓨마스 선발은 디온 로페즈.]
충분히 쉬며 체력을 보충한 좌투수 로페즈가 1회부터 쾌투를 펼쳤다.
배기성과 유안진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고 백건우를 상대했다.
광주 야구장은 백건우가 등장하자 순간 조용해졌다.
요즘은 원더스 타선에 조심할 타자가 많아졌지만 역시나 핵심은 백건우였기 때문이다.
백건우를 억누르는 게 플레이오프 승리의 관건이었다.
그런데.
따아아악-!
[쳤습니다! 1루수를 살짝 넘기는 안타! 2사에 백건우가 누상에 나갑니다.]
얄밉게도 백건우가 간단히 출루해 버렸다.
2사에 단타라고 안심할 수도 없었다.
백건우에게는. 
[백건우 2루 도루 시도~~~ 세이프! 성공합니다.]
다리도 있었기 때문이다. 
백건우는 2루에서도 리드 폭을 크게 잡으며 투수 로페즈를 압박했다.
쾌투를 펼치던 로페즈의 다혈질 성미가 끓어올랐다.
[로페즈! 다시 2루 견제! 아! 공 뒤로 빠졌어요! 그사이에 백건우는 3루까지~~ 세이프!]
 
로페즈는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타석에는 조심해야 할 타자가 있었다.
따아아악- !
로페즈는 대가를 치렀다.
[홈런! 미구엘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때립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원더스의 타선은 무섭습니다. 2사에도 방심할 수가 없어요.]
[원더스 2 대 0 퓨마스]
1회말. 
원더스는 선발로 정찬혁을 내보냈다.
후반기 내내 경험치를 먹여서 키운 선발 투수였다.
챈들러가 하루 일찍 등판하겠다고 했으나 김진석 감독은 중요한 1차전을 정찬혁에게 맡겼다.
그리고 그는.
뻐어어엉- !
[삼진 아웃! 주민구 ? 남궁민 ? 페르난도로 이어지는 퓨마스 강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는 정찬혁!]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마운드에 자신감을 뿌리내린 정찬혁은 특유의 묵직한 속구를 꽂아 넣었다.
공격적인 투구를 하다가 장타를 얻어맞기도 했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며 맡겨진 이닝을 소화했다.
[6회말.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정찬혁을 일찍 내리고 구원 고재익을 올리는 김진석 감독. 고재익에 대한 믿음이 대단합니다.]
우완 정통파 정찬혁에 이어 올라온 좌완 스리쿼터 고재익의 효과는 탁월했다.
그는 완벽하게 6회를 틀어막고 다음 투수 최귀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뻐어엉-!
[삼진 아웃! 7회를 삼자범퇴로 끝내는 최귀영! 가을야구에서 완벽하게 부활합니다.] 
사이드암 최귀영은 이번 시즌 굴곡이 많았다.
시즌 초반 팀의 마당쇠로 ‘또귀영’으로 불리며 혹사당하다가 구위가 떨어졌고 난타당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불펜에 고재익, 이만백이 합세해서 힘을 보태주자 시즌 막판에 예전 구위를 회복했다.
[8회말. 마운드에 오르는 원더스 4번째 투수는 이만백입니다.]
시즌 중 2군에서 올라와 선발과 불펜을 오가다가 마침내 셋업맨 자리까지 꿰찬 이만백은 이제 붙박이 마무리 김영의 자리까지 위협했다.
120kg이 넘는 냉장고 몸뚱이로 던지는 묵직한 강속구로 타자를 찍어 눌렀다.
파직- !
[김수빈의 방망이가 부러졌어요! 투수 이만백이 침착하게 잡아서 1루로 송구~~ 아웃!]
이만백이 8회를 무사히 끝내고 김영에게 마지막 회를 넘겼다.
[이번 시즌 3승 5패 30세이브, 평균 자책 2.84를 기록한 원더스의 수호신 김영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9회말. 
스코어는 여전히 2대0이었다.
오늘 퓨마스 투수들은 필사적으로 백건우를 억제했고 성공을 거두었다.
문제는 퓨마스 타선이다. 
원더스 투수진을 상대로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바깥쪽 슬라이더.’
스윽- 
‘몸쪽 속구.’
끄덕-
김영은 포수 백건우의 바깥쪽 사인에도 몸쪽 승부를 고집했다.
가끔 어이없는 실투로 경기를 날리기도 했지만 김영은 마지막 회를 맡길 수 있는 원더스 최고의 불펜 투수였다.
뻐어어엉- !
[헛스윙! 삼진 아웃! 경기 끝났습니다. 원더스가 퓨마스를 2대0으로 꺾고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를 거둡니다.]
[5명의 투수가 이어 던진 하나의 완벽한 예술 작품이었습니다.]
[원더스 2 대 0 퓨마스]
원더스는 뭘 해도 되는 팀이 되었다.
타선이 터지지 않는 경기에서는 투수진이 더 해주고 투수진이 박살 나는 날에는 타자들이 복구해 주는 패턴이 나왔다.
퓨마스 팬들은 1차전에서 완패당하자 분노했다.
1위 드래곤즈의 왕관을 빼앗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허접하다고 비웃었던 팀에게 보기 좋게 영봉패를 당해버렸다.
 L 남궁민. 뭐하냐? 슈퍼스타라면 이럴 때 뭔가 해줘야지! 받은 연봉이 얼마인데!
 L 원더스 상대로 1점도 못 내다니… 개실망이다.
화력 좋은 퓨마스 팬들이 인터넷, SNS로 퓨마스 선수들을 닦달한 효과였을까. 
[퓨마스. 2차전에서 설욕. 원더스에 3대1 승리. 1승 1패로 서울행.]
퓨마스가 바로 복수에 성공했다.
원더스 선수단은 경기가 끝나고 즉시 광주 야구장 주차장에서 구단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패배에 잠식당하지 않겠다는 듯.
그리고. 
이 호들갑은 서울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원더스. 3차전에서 퓨마스에 3대2 승리. 2승 1패로 한국시리즈까지 단 1승 남아.] 
서울에서 분위기를 전환한 원더스 선수들은 상암 홈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퓨마스를 이겼다.
매 경기 1~2점 차의 접전이 벌어지며 양 팀 팬들을 살 떨리게 했다.
 
다음 날. 
4차전을 앞두고 언론에서 백건우와 남궁민을 강하게 비판했다.
[플레이오프 내내 부진한 두 슈퍼스타. 가을야구에서 아직 이름값 못하는 두 선수. 이번 4차전에서는 반드시 증명해야.]
지난 3경기에서 백건우와 남궁민이 잠잠했다.
물론 둘 다 4할대 출루율을 기록 중이라 부진이란 말은 오버였다.
그러나. 
장타가 실종된 건 사실이었다.
백건우와 남궁민의 홈런이 터지지 않으면서 플레이오프는 저득점 경기가 이어졌다.
둘도 억울한 점이 있었다.
노골적인 견제를 받으며 장타를 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슈퍼스타라면 그것마저도 이겨내야 한다는 걸 백건우와 남궁민 모두 알았다.
[1회초. 퓨마스의 선공으로 시작됩니다. 오늘 선두 타자는 남궁민입니다.]
[퓨마스 김승규 감독이 과감한 수를 두었습니다.]
4차전. 
퓨마스는 남궁민을 전진 배치하며 배수진을 쳤다.
그리고.
적중했다. 
따아악- !
[남궁민이 초구를 쳤습니다! 우측에 큽니다~~~ 우측 담장 넘어가는 홈런! 선두 타자 초구 홈런을 날리는 남궁민! 플레이오프 마수걸이 홈런포가 터집니다!]
[퓨마스 1 대 0 원더스]
‘망할 인간….’
나는 포수 마스크를 쓰고 서서 남궁민이 그라운드를 도는 동안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노려보았다.
오늘의 선발 투수는 바로.
[이치용 선수가 마운드에서 웃네요. “짜식. 제법인데?” 이런 표정입니다. 한국시리즈 진출이 걸린 경기인데요. 큰 부담감은 없는 모양입니다.]
[제가 이치용 선수를 잘 아는데요. 단연코 없습니다.]
 L 아… 돌아이 답다. 진짜…
 L 저것도 어찌보면 능력이야.
이치용은 오늘도 “내 마음을 맞춰봐.” 놀이를 하고 있었다.
삐삐- 삐삐- 
‘바깥쪽 커브.’
스윽- 
삐삐-
‘몸쪽 투심.’
끄덕-
피치컴을 나에게 떠맡기고 자기 마음에 드는 사인이 나올 때까지 계속 고개를 저었다.
정말 열받는 포인트는.
따아악- !
[페르난도가 쳤습니다! 3루수 땅볼! 고해민이 잡아서 1루로 송구~~ 아웃!]
이치용의 도발적인 볼 배합이 제법 통한다는 사실이다.
조심해야 할 타자에게도 도발하다가 장타를 맞기도 했지만.
따아아악- !
[김수빈의 타구가 좌측에 큽니다! 좌측 담장~~~~ 아! 담장을 뛰어올라 잡았어요! 배기성의 슈퍼 캐치가 1회부터 나옵니다! 공수교대!]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내려오는 이치용에게 한마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