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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포수가 160km를 던짐 4권
-백건우 대 남궁민 2
[1회 선두 타자 홈런을 맞았던 에릭이 호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남궁민을 두 번째로 만나는데요.]
[퓨마스 1 대 2 원더스]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남궁민을 상대했다. 
나는 바깥쪽으로 빠져 앉았다.
[3볼! 노골적으로 남궁민을 피하는 원더스 배터리.]
 L 백건우 저놈. 나쁜 것만 배웠네. ㅋㅋ
 L 포수가 결정했겠냐? 감독이 지시했겠지.
“너네 감독이 거르라고 시키던?”
“아뇨. 제가 결정한 건데요.”
결국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 나가게 된 남궁민이 묻길래 진실을 알려줬다.
째릿- 
남궁민은 나를 노려보며 1루로 나갔다.
“우우우우!”
[재밌는 상황이네요. 퓨마스 응원단이 포수 백건우에게 야유를 보냅니다.]
 L 자동 고의사구 안 쓴 게 어디냐! ㅎ
 
남궁민은 1루에서 리드 폭을 크게 잡았다.
에릭은 나를 믿고 타자에만 집중했다. 
[에릭이 초구를 던집니다! 아! 이건!?]
파앗- 
나는 피치아웃으로 공을 잡아 1루로 냅다 쏘았다. 
뻐어어엉- !
[남궁민! 슬라이딩~~~ 세이프! 위험했어요! 백건우의 총알 송구가 꽂힙니다.]
1루수 에드가의 글러브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가까스로 귀루한 남궁민이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털었다.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결국 뛰겠군.’ 
나는 남궁민의 표정에서 생각을 읽어냈다. 
그리고. 
[에릭이 3구를 던집니다! 아! 1루 주자 뜁니다!]
2볼 1스트라이크에서 남궁민이 2루 도루를 시도했다.
[백건우가 잡아서 그대로 앉아쏴!!]
쒜에에엑- 뻐어엉- !
“아웃!”
앉아 쏜 송구가 레이저처럼 날아가 유격수 글러브에 바운드로 들어갔다.
송구 구속은 160.3km 
남궁민이 필사적으로 몸을 던졌지만 심판은 아웃을 선언했다.
[퓨마스 김승규 감독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합니다.]
감독 나름대로 남궁민의 기를 살려주려고 시도한 모양인데 모양새가 영 좋지 않았다.
남궁민이 2루에서 비디오판독 결과를 기다리는데 퓨마스 응원단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걸 왜 뛰냐?”
“남궁민인데 당연히 뛰어야지.”
“상대가 백건우잖아. 도루 저지율 100%인데 완전 자살행위잖아.”
“우리 민이가 백건우 눈치를 봐야 한다는 뜻이야?”
“팀 대 팀의 경기잖아. 저렇게 개인플레이를 하면 안 되지. 혹시 백건우한테 자격지심 있나?”
“뭔 소리야!? 우리 민이가 왜 저딴 신인한테 자격지심을 가져!?”
팬들이 남궁민의 도루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비디오판독 결과 남궁민의 아웃이 확정되었습니다. 3아웃 공수교대!]
비디오판독으로 확인 사살까지 당한 남궁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
[3회말. 원더스 공격. 백건우가 첫 타자로 나옵니다.]
오늘 제구력이 들쑥날쑥한 로페즈는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위태로운 투구를 이어갔다.
[볼! 백건우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 나갑니다. 이번에는 원더스 팬들이 로페즈에게 야유를 보내네요.]
[오늘 야구가 참 재밌습니다.]
퓨마스도 자존심 때문인지 자동 고의사구는 쓰지 않았다.
내가 1루에서 리드 폭을 넓히자 로페즈가 견제구를 던졌다.
좌투수라서 나와 계속 눈이 마주쳤다.
[2볼! 로페즈의 제구가 계속 흔들립니다. 주자보다는 타자에게 신경을 써야 할 텐데요.]
나는 로페즈가 흔들리는 걸 느끼고 리드 폭을 좁혔다.
그다음 뛰었다.
 
[로페즈 3구! 이번에는 백건우가 도루를 시도합니다! 포수가 잡아서 2루로 송구~~~~]
“세이프!”
나는 가볍게 도루를 성공하고 2루에서 포효했다.
[시즌 10번째 도루를 성공한 백건우입니다. 현재 홈런과 도루가 19-10인데요. 아직 시즌 초반인 걸 생각하면 올 시즌 30-30은 기본이고 40-40까지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제가 김진석 감독이라면 도루는 금지할 겁니다. 지금 원더스에서 백건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거든요. 도루하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정말 곤란합니다.]
따아아악- !
[에드가가 쳤습니다! 좌측 담장~~~ 넘어가는 홈런! 투런 홈런을 터트리는 에드가! 오랜만에 제 몫을 하네요!]
[퓨마스 1 대 4 원더스]
나에게 멘탈을 털린 로페즈가 한가운데 실투를 던졌고 에드가는 놓치지 않았다.
에드가는 지난 휴식일에 삼겹살 파티가 좋았는지 자기 집에서 또 하자고 난리였다. 
“쏘맥! 삼겹살! 최고야!”
에드가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하며 소리쳤다.
공갈포 에드가가 오랜만에 영양 만점 홈런을 때려준 덕분에 에릭의 첫 승리 확률이 올라갔다.
그런데. 
[5회초. 4대1로 앞선 원더스가 위기에 빠집니다.]
잘 던지던 에릭이 5회 하위 타선에 연속 안타를 맞았다.
1사 2, 3루에서 9번 타자 유경석을 상대했다.
다음 타자는 남궁민.
[에릭처럼 구속이 느린 투수는 타순이 돌면 얻어맞게 되어있어요. 타자들 눈에 익숙해지거든요. 요즘 야구에서 제구와 볼 배합만으로 버티기는 힘듭니다.]
슬쩍- 
나는 대기타석에 있는 남궁민을 살폈다. 
마운드 위 에릭을 잡아먹을 듯 보고 있었다.
잘근잘근 씹어먹겠다는 눈빛.
그런데.
퍼억-!
[이게 무슨 일입니까! 에릭이 타자를 맞췄습니다! 이제 1사 만루가 됩니다.]
 L 이 정도면 에릭한테 무승 귀신이 붙은 거 아닐까?ㅎ
 L 어떻게 이렇게 안 풀리냐…
 L 홈런 한 방이면 역전이네. 
 L 다음 타자 남궁민! ㅋㅋ
좌타자 유경석은 에릭의 실투를 피하지 않고 몸을 돌려서 맞고 나갔다.
에릭의 공을 타자들이 무서워하지 않았다.
“타임!”
나는 즉시 마운드로 올라갔다.
“에릭. 괜찮아?”
“괜찮아. 그냥 커브가 손에서 빠졌어.”
“다음 타자 남궁민을 너무 의식한 거 아니야?”
“….”
“아니면 요즘 썸타는 여자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나?”
“뭔 소리야. 건우. 그럴 리가 없잖아.”
“긴장 풀라고 한 소리야. 에릭. 다들 너한테 귀신이 붙었다고 난리인 건 알아?”
“귀신? 나한테?”
“무승 귀신.”
“말도 안 돼. 그런 귀신이 어디 있어. 그것도 한국식 표현이야?”
“너의 말이 맞아. 말도 안 되는 얘기니까 신경 쓰지 마. 그나저나 다음 휴식일에는 친구들 데리고 이태원에 놀러 가자. 텍사스 바비큐 또 먹고 싶어.”
“나야 좋지. 그 집 진짜 제대로야.”
“2차는 노래방을 가자. 큰 룸을 빌려서 신나게 놀자구.”
“노래방 좋지!”
우리는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한참 야구와 상관없는 수다를 떨었다. 
주심이 시간 지났다고 타박할 때까지 나불대다가 엉덩이 한번 두들겨주고 홈으로 돌아갔다.
째릿- 
타석에서 한참을 기다린 남궁민이 나를 째려봤다.
사실 나는 에릭 때문이 아니라 남궁민의 집중력을 흩어놓으려고 지금 타이밍에 타임을 부르고 마운드에 올라가 시간을 끈 거다.
[스트라이크! 초구로 커브가 들어왔습니다. 판정에 고개를 갸웃하는 남궁민.]
에릭의 커브가 ABS 존을 절묘하게 걸치며 들어왔다.
남궁민이 좌타석에서 분통을 터트렸다.
조바심 내는 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2구! 또 커브예요! 남궁민 헛스윙!]
파앗- !
커브를 더 낮게 떨어트렸다.
내가 가까스로 블로킹했을 정도로 잘 떨어졌다.
남궁민이 대기타석에서 그렸던 타격 이미지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러나. 
따아아악- !
[남궁민이 쳤습니다! 우측에 큽니다! 우측 폴대~~~ 벗어나는 파울!]
여기서 서둘면 당한다.
남궁민은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니까. 
숨통을 끊는 마지막 순간까지 주의해야 했다. 
[볼! 철저하게 바깥쪽 유인구를 던지는 에릭. 투 앤 투에서 이제 6구를 던집니다! 아!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