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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포수가 160km를 던짐 2권
-오키나와 쇼크  
“다음 상대는 요미우리 자이언츠다.”
오키나와에서 2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끝마칠 무렵.
이번 캠프의 하이라이트 요미우리와의 3연전이 잡혔다.
“어렵게 잡은 시합이니까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김진석 감독이 생색을 낼 만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어떤 팀인가?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 팀이다.
김진석 감독은 명투수 출신으로 은퇴 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다.
그 인연으로 연습경기를 잡을 수 있었다.
“1차전 포수는 함민수, 2차전은 송민재 그리고 3차전은 백건우가 포수 마스크를 쓴다.”
‘!’
김진석 감독의 말에 세 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3연전을 보고 올 시즌 주전 포수를 결정하겠다는 뜻이었다.
3번 포수였던 우형식은 이미 1차 캠프가 끝나고 제주도 2군 캠프로 쫓겨났다.
내가 1차 캠프에서 보여준 압도적 실력 때문에 우형식의 1군 자리가 없어졌다.
지금까지 나는 공수에서 함민수와 송민재도 압도했다.
캠프 연습경기 기록만 보면 내가 1번 포수가 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신인 포수에게 시즌 전체를 맡기는 건 위험부담이 컸다.
김진석 감독도 그걸 알기에 함민수와 송민재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다.
*** 
[원더스TV에서 생중계해 드리는 오키나와 연습경기! 서울 원더스 대 요미우리 자이언츠 1차전입니다.]
 L 진짜 안 어울린다. 게비오 최고 약팀과 일본 최고 명문 팀의 대결이라니.
 L 왕자와 거지네. ㅎㅎ
 L 나라 망신시키지 마라. 제발.
 L 관리자 양반! 타이탄스 스파이 놈들 강퇴시켜요! 
오키나와 나하 스타디움.
원더스 선수들은 일본 최고 명문 팀과 경기를 한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선발로 누가 나올까? 스가노? 스즈키? 다카하시?”
“준호야. 이번 3연전에서 잘해라. 누가 또 아냐? 나중에 요미우리로 이적하게 될지? 눈도장을 쾅! 찍는 거야.”
“에드가! 너도 잘해. 일본 가서 돈 많이 벌어야지. 재팬 빅머니! 오케이?”
최재환 주장부터 유안진, 선준호, 함민수 등 원더스 고인물 선수들이 껄렁한 팀 분위기를 주도했다.
반면 이번 시즌 다른 팀에서 온 노장 선수들은 구석에 조용히 있었다.
지명타자 유승우는 마린스에서 방출된 선수였고 좌익수 장진영과 3루수 고해민도 여러 팀을 전전하다가 흘러들어온 30대 중반의 선수들이었다.
원더스는 지금까지 기량이 뛰어난 핵심 선수들을 가장 비쌀 때 팔아먹는 수법으로 팀을 운영해 왔다.
즉 지금 원더스에 남아있는 고인물들은 어디 팔기도 애매한 선수라는 뜻이다.
주장 중견수 최재환, 2루수 유안진, 유격수 선준호는 매 시즌 2할대 중반 타율과 10개 내외의 홈런을 기록했다.
수비도 딱 적당한 수준.
상위권 팀에 있었으면 뛰어난 후배들에게 밀려날 수도 있겠지만 원더스이기에 쭉 철밥통 주전을 이어갔다.
2루수 유안진
유격수 선준호
포수 함민수
중견수 최재환 (주장)
원더스 팬들은 네 선수를 양키스 코어4에 빗대어 고인물4라고 불렀고 팀을 망치고 있는 원흉으로 지목했다.
확고하던 고인물4에 백건우가 균열을 일으켰다.
1차 캠프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며 함민수의 1번 포수 자리를 위협했다.
“민수야. 오늘 경기가 중요한 거 알지?”
“당연하지. 나도 순순히 자리 뺏길 생각 없어. 건우 녀석이 잘하고 있는 건 인정해. 하지만 아직 혼자서 9회를 다 소화한 적은 없잖아.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야.”
김진석 감독은 지금까지 백건우에게 전 경기를 맡기지 않았다.
매번 3~5이닝만 뛰게 했다.
포수로 9이닝 전부를 소화하는 건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원더스 선수들이 다들 의욕을 보였는데.
야구장으로 들어오는 요미우리 선수단을 보고 얼굴이 구겨졌다.
“어라. 이 선수들은….”
“얼굴을 아는 선수가 하나도 없잖아. 스가노, 오타, 코바야시… 이런 선수들은 안 왔어?”
“설마….”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지만 전부 처음 보는 선수들이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2군과 3군 선수들로 구성된 2.5군이었다.
김진석 감독도 사태를 깨닫고 요미우리 측에 항의했다.
그러자.
요미우리 관계자들은 “1군 선수들의 갑작스러운 컨디션 저하로 어쩔 수 없이 후보들로 팀을 꾸렸다. 내년에 1군에서 뛸 선수들이다.”라며 변명했다.
이렇게 떨떠름한 상황에서 1차전이 벌어졌다. 
 L 아~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 ㅎ
 L 거지구단이 요미우리랑 경기한다고 인스타에서 설레발 칠 때부터 알아봤지. ㅋㅋ
 L 요미우리 3군 대 서울 거지스 1군. 이 절묘한 밸런스 무엇?
소문 듣고 찾아온 타 팀 팬들이 원더스 응원 창에서 온갖 비웃음을 쏟아냈다.
덕분에 접속자는 평소보다 3배나 많았다. 
358명.
[9회. 경기 끝났습니다. 원더스가 요미우리에 14대3으로 패배했습니다.] 
 L 누가 밸런스 좋다고 했어? 요미우리가 원더스에 큰 실례를 했네. 4군을 내보냈어야 했는데. ㅋㅋ 
원더스는 1차전에서 참패했다. 
경기 전 항의가 머쓱해질 정도로 창피한 경기 내용이었다.
1선발 후보 챈들러는 요미우리 2.5군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하며 4이닝 7실점 했다.
용병 타자 에드가는 일본 투수들의 스플리터와 날카로운 제구력에 헛스윙을 연발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일본 야구는 확실히 강하구나.”
동료들은 분통을 터트렸는데 나는 담담했다.
일본식 야구에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요미우리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보며 3차전을 준비했다.
[원더스. 연습경기 2차전에서도 요미우리 2.5군에 10대1 대패.]
다음 날 2차전 선발은 이치용.
5이닝 2실점으로 나름 한국인 에이스의 역할을 해줬지만 6회부터 불펜 투수들이 방화를 저질렀다.
지난 시즌 필승조였던 최귀영 ? 설형욱 ? 김영이 난타당하며 대량 실점을 허용했다.
타선은 더 끔찍했다.
요미우리 3군 소속 무명의 언더핸드 투수에게 1회부터 농락당하다가 8회에 에드가가 뜬금 홈런을 터트리며 영패를 겨우 면했다. 
2차전까지 참패하자 포털 야구 뉴스에 [원더스 오키나와 쇼크]라는 비판 기사까지 올라왔다.
원더스는 오프시즌부터 이상한 이유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원더스TV에서 생중계해 드리는 오키나와 연습경기! 오늘은 요미우리와의 마지막 3차전입니다! 오늘 라이브 접속자 수가 드디어 1,000명을 넘었습니다! 와우!]
 L 원더스 홍보 직원 싸패냐? 왜 신났는데? ㅎ  
 L 담당자 양반~ 그거 대부분 원더스 팬 아니야. 나처럼 불난 집 구경 온 거야~ ㅋㅋ
 L 구단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라도 중계를 끊어야 하는 거 아니냐? 
 L 원더스가 보호할 이미지가 뭔데? 
 L 음… 거지구단, 꼴찌스, 텅 빈 관중석… 그만하자.
원더스 선수단 분위기는 최악.
나름 애리조나와 오키나와를 거치며 “이번에는 다르다! 할 수 있어!” 좋았던 팀 분위기가 다 망가질 위기였다.
3차전은 어떻게든 잡아야 했다.
“3번 타자 포수 백건우.”
‘!’
김진석 감독은 나의 타순을 3번으로 앞당겼다.
8번에서 시작했던 나의 타순이 점점 내려와서 마침내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를 상징하는 3번에 도달했다.
“최재환, 중견수, 6번.”
지난 몇 년간 붙박이로 3번을 치던 최재환은 밀려났다.
백건우한테 주전 포수 뺏기는 거 아니냐고 함민수를 약 올리던 최재환이 이번에는 본인 표정 관리가 안 됐다.
[1회초. 원더스의 선공으로 시작됩니다. 요미우리의 선발은 다나카 다이스케. 2군 소속으로 1군 경험은 아직 없지만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투수라고 합니다. 아. 그리고 원더스는 타순에 변화가 있네요. 애리조나 캠프에서 맹타를 휘두른 슈퍼 루키 포수 백건우가 3번에 전진 배치되었습니다.]
 L 오! 최재환 철밥통 깨지나요?
 L 속이 다 시원하네. ㅎㅎ
 L 야. 저 어린놈이 재환햄 만큼 해준다는 보장 있냐? 설레발은…
 
나는 대기 타석에서 마운드에 선 투수를 빤히 보았다.
2군과 3군을 오가는 젊은 투수라고 하는데 구속이 장난 아니었다.
“이게 한국과 일본 프로리그의 수준 차이인가….”
다나카는 1회부터 150km 중반 속구를 뿌리며 원더스 타자들을 농락했다.
제구도 안정적이고 승부처에는 날카로운 스플리터를 던졌다.
[헛스윙! 삼진 아웃! 1번 타자 유안진! 1아웃.]
 L 오늘도 원더스러운 스타트~ 
 L 그래도 투구수 늘렸잖아~ 한잔 해~ 
2번 선준호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타석에 들어갔다.
나는 옆에 있던 4번 에드가에게 영어로 말했다.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스플리터를 던지니까. 당하지 않으려면 초구를 공략해야 해.”
“건우. 일본 투수들 상대하기 어려워. 초구도 아슬아슬한 코스에만 던진다구.”
“이제는 그걸 알았으니까 대처하면 되잖아.”
“뭐?”
나는 에드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눈으로는 다나카의 피칭을 관찰했다.
선준호도 스플리터의 먹이가 되고 2아웃.
내가 우타석에 들어섰다.
척- 
마운드에서 다나카가 일본 투수 특유의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초구를 던졌다.
‘바깥쪽?’
따아아악- !
바깥쪽 낮게 꽂히는 속구를 밀어쳤다. 
구속은 15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