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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순정만화 여주인공이다 2권
지은이│소르베
발행처│꼬제(COZE)
투고 및 문의│cozenovel@coze.town
ⓒ 소르베,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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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리암 선배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인 거예요?”
“그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의도를 파악하려 리암을 빤히 쳐다봤으나 딱히 읽히는 바가 없었다.
이것은 에이든만 칭찬한 데 대한 반감인가.
언니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지만 본인 역시 궁금한지 리암을 말리려 하지 않았다.
나는 조심히 말을 골랐다.
대충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 주면 좋겠지만 그랬다간 지난번에 말한 이상형에 리암이 속한다고 인정해 버리는 꼴이 될 것 같았다.
얼굴과 재력, 인성까지 완벽하게 갖춰야 객관적인 이상형에 해당한다고 말했었으니까.
“아주….”
“아주?”
기대 어린 표정을 보니 긍정적인 대답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이 느껴졌다.
“특별하신 분이죠.”
뜻밖의 말에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듯 리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니 역시 내 말속에 숨겨진 함의를 읽지 못한 듯했다.
“황태자시잖아요.”
“그건 당연한 사실이잖아. 그런 것 말고 콩콩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하란 거다.”
나는 다시 턱을 괴고 생각에 빠졌다.
리암에 대해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고민 끝에 나는 꾸밈없이 솔직해지기로 했다.
“…너무한 사람?”
“뭐? 왜?”
“절 콩콩이라고 부르시니까요.”
“그게 왜 너무하단 거야?”
“잘못된 단어 선택이었나요? 그럼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대답이 이어질수록 리암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긍정적으로 말하려고 해도 이미 점수가 깎인 사람이다 보니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언니와의 관계를 우정으로 정립해 버린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고작 콩콩이라고 부르는 것 때문에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야?”
“고작이라뇨. 아주 큰 요소죠.”
언니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와 리암을 번갈아 보았다.
리암은 대놓고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라는 사람이 콩콩 네게는 황태자란 걸 빼면 에이든보다도 못한 사람이다 이건가?”
어라?
목소리가 기운이 축 빠진 게 어쩐지 상처를 받은 것 같았다.
내가 알기로는 고작 이런 말에 상처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뭐 꼭 못하다기보다는 저를 부르는 호칭만 고쳐 주신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분이라고 할까요?”
사실 그냥 마음에 안 든다는 쪽에 가까웠지만, 그대로 말해 버렸다간 리암이 꽤 충격을 받을 듯해서 나도 모르게 돌려서 말하고 말았다.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던 리암은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콩콩이란 호칭은 그만두지 않을 거다.”
“굳이 어려운 길을 가시는군요.”
“네게 좋은 사람으로 끝나기보다는 차라리 안 좋은 의미로라도 인상이 강렬한 선배로 남고 싶으니까. 에이든보다야 내가 만나는 횟수가 더 많으니 솔직히 에이든이 나보다 더 좋은 사람 취급을 받는 게 억울하긴 하지만 내 힘으로 네가 날 다시 보게 만들겠어.”
뭔가 이해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의지를 다진 듯했다.
결국 ‘콩콩’이라는 호칭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거지?
쓸데없는 다짐이라 생각하며 나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래, 넌 좀 노력해야겠다. 리암.”
웬일로 언니가 리암에 대해선 도끼눈을 뜨지 않고 그대로 인정해 주었다.
가장 친한 친구라서 그런 것일까?
적어도 리암과 내가 친하게 지내길 바라는 모양이었다.
“앞으로 콩콩 네게 인정받도록 노력할 테니 각오해라.”
뭘 인정받는단 말인가?
설마… 형부 후보로 다시 입후보하고 싶다는 말인가?
이전까지 언니와 친구라고 선을 그어 놓고는 갑자기 나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는 게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리암은 이미 황태자라는 이유와 인성 문제로 제외된 터.
다시 후보로 오르기에는 엄청난 만회가 필요했다.
“앞으로 잘 두고 볼게요.”
만일 정말로 리암이 내 안에서 본인의 하락한 점수를 만회한다고 한다면 다시 후보에 엔트리 정도는 시켜 줄 수 있었다.
물론 루카스라는 안정적이고도 단단한 벽을 허물어야 하겠지만.
“그래, 네 안에서 에이든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겠어.”
리암이 경쟁할 대상은 에이든이 아니라 루카스였다.
그렇다고 언니 앞에서 대놓고 이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으므로 적당히 고개만 끄덕였다.
원하는 대로 앞으로 형부 후보로서 다시 자격을 얻을 수 있는지 지켜보도록 하겠어.
“가는 길에 간식이라도 사 먹을까?”
얕은수를 쓰는군.
“플러스 점수예요.”
쉽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맞다.
리암은 거보라는 듯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설사 형부 후보에서 제외되었다 하더라도, 노아와의 심화 수업 시간을 놓쳐 버리기는 아까웠다.
마법을 제대로 쓸 수 있기만 하더라도 내가 괜히 쓸모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다른 건 열심히 시간을 들여 공부하면 좀 나아질 수 있겠다 싶었지만, 마법은 재능의 영역이라서 쉽게 깨우치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내게 희망이란 게 있어 다행이었다.
이번엔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지난번처럼 2학년 건물 뒤뜰에서 연습을 하기로 했다.
자연스레 옷을 갈아입고 노아와 함께 2학년 건물 쪽으로 향했다.
“오늘도 새로운 들꽃을 발견하지는 못했네.”
“위대한 발견이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는 않으니까.”
“리암 선배가 새 들꽃인 줄 알고 지난주에 캔 들꽃을 가져온 건 웃겼는데.”
나는 작게 킥킥거렸다.
리암 앞에서는 절대 못 할 행동이었다.
“그 녀석은 하여간 동아리 활동을 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제대로 보는 눈이 없어.”
신랄한 노아의 평가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아리 활동 시간도 지나서 그런지 뒤뜰에 사람이 많이 없었다.
딱 마법 연습하기 좋은 시간이구먼.
도착하자마자 노아는 나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일단 알지?”
“뭘?”
“마법의 근간은 체력에서 나오는 정신력. 일단 뛰어.”
뭐라고 반박해 보려 했지만, 무료로 귀중한 시간까지 내주는 스승님께 반발할 수는 없었다.
눈물을 머금으며 나는 뒤뜰을 커다랗게 한 바퀴 돌았다.
“허억, 헉. 됐어?”
“그래. 앞으로는 꼭 먼저 뛰고 시작하도록 하자.”
이 짓을 계속해야 한단 말인가?
안 그래도 모자란 체력을 쓰고 시작해야 한다는 말에 절망했지만 억지로 웃으며 티를 내지는 않았다.
“이제 구체 띄우기에는 성공했으니 그걸 움직여 보는 걸 해 보자.”
수업 시간에도 끊임없는 노력을 한 덕분에 난 완벽한 원 형태의 빛 구체를 만들 수 있었다.
현란한 빛이 눈을 괴롭게 했지만 몇 번 보다 보니 밝기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이게 다 노아 덕분이었다.
나는 시킨 대로 손쉽게 손바닥 위에 작은 구체를 만들어 보였다.
“자, 움직여 봐.”
그러나 노아가 말한다 한들 쉽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손바닥을 움직이면 구체가 따라올 뿐이었다.
“구체에 의지를 넣고 스스로 움직이도록 해야지. 폭탄을 네 손에 쥐기만 하고 던지진 못하면 어떻게 해.”
하나같이 맞는 말이었다.
나는 끄응끄응 거리며 어떻게든 구체를 움직여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다고 쉽게 구체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노아는 그런 나를 지켜보더니 또 손목 위에 제 손을 올려 주었다.
“이 감각을 기억해.”
온몸으로 몇 번이고 느꼈던 노아의 상쾌한 마력이 흘러 들어왔다.
노아가 마력을 움직이면 막힌 혈관이 뚫리는 듯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 마력은 손바닥에 이어 손끝을 타고 돌아 구체를 더 위로 뜨게 만들었다.
그러곤 앞뒤 좌우 위아래로 자연스럽게 원을 그리며 도는 것이었다.
“이제 알겠어?”
“으음.”
한번 알려 준 것만으로 깨우친다면 내가 천재라는 증거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나는 주인공들이 아니라 타고난 천재가 아니므로 수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몇 번이고 노아가 방법을 가르쳐 준 후에야 나의 구체가 미세하게 반응을 보였다.
“어? 지금 움직였어.”
“그래, 조금 더 해 봐.”
노아처럼 가만히 있는 채로 마력을 움직이는 건 어려워서 손끝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마력이 바깥으로 빠져나오도록 유도했다.
실선처럼 뿜어져 나온 마력이 거미줄처럼 구체를 감싸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의지대로 점점 움직이는 것이었다.
손가락을 움찔댈 때마다 구체 역시 움찔거리며 조종하는 방향으로 자리를 옮겼다.
“된 거야?”
“흠, 신기하네. 온전히 내가 가르쳐 준 방법이 아닌데도 어떻게든 해 냈네.”
“우와아!”
어찌 되었든 이번 수업은 성공이었다.
밝게 웃으며 구체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는 나를 노아는 뿌듯한 얼굴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