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그 남자의 법칙 2권
끌리는 그 남자의 법칙 2권
끌리는 그 남자의 법칙
2권
끌리는 그 남자의 법칙 2권
차 례
9
10
11
12
13
14
15
16
에필로그
끌리는 그 남자의 법칙 2권
9
월요일 아침부터 도희의 휴대 전화가 미친 듯이 울렸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그녀는 전화기 전원을 꺼버렸다.
감히 이틀 동안이나 내 전화를 무시했겠다? 똑같이 당해 봐라. 그녀는 휴대 전화를 향해 혀를 쏙 내밀었다.
전화기를 가방에 넣고 모니터로 시선을 옮기는데, 회사 전화기가 울렸다.
“네, 트리셀 기획전략1팀 차도희 대리입니다.”
-남궁현 이사입니다.
깜짝 놀란 도희는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주변을 살폈다. 휴대 전화를 꺼버렸다고 회사 전화를 이용할 줄이야.
-왜 내 전화 안 받습니까? 내가 전화 안 받는 거 싫어한다고 했을 텐데요?
“사돈 남 말……!”
목소리를 높여 뭐라 한마디 쏘아붙이려던 도희는 말을 삼켰다. 사무실 안에서 이런 대화를 나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옆에 앉은 소민이 잠시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신가요?”
-오늘 하기로 했던 인터뷰, 지금 합시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요. 이따 점심시간 끝나고 하겠습니다.”
-차 대리님, 내 말은…….
“이따 뵙겠습니다.”
도희는 전화를 딱 끊어버렸다.
어디서 대충 불러서 넘어가려고? 그녀는 순순히 그의 방에 들어가 변명을 들어줄 생각 따위 없었다. 주말 내내 분하고 화내고 애가 탔던 마음 고대로 그에게 갚아줄 생각이었다. 최소한 오늘 하루 동안은.
그래서 일부러 출근할 때도 밝게 인사하던 현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무시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주말 내내 걱정했건만, 평소보다 더 건강하고 밝은 얼굴로 멀쩡히 사무실에 들어오는 모습에 얼마나 화가 나던지.
지금쯤 팀장실 안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고 있을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녀는 입가에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반면, 팀장실 안에서는 도희의 생각과 달리 현은 끊어진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신이 난 얼굴을 했다.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만족스러워하며 손가락으로 턱을 문질렀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귀엽네.
그는 책상 서랍에서 진통제를 꺼내 입에 넣고 아작 씹었다.
“뭐, 원한다면 도전을 받아들이지.”
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저벅저벅 걸어 팀장실 밖으로 나갔다. 팀원들이 있는 곳과 팀장실 앞 복도를 나눠놓은 칸막이 뒤에서 열심히 일하는 팀원들을 바라봤다. 특히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컴퓨터를 바라보는 도희를.
“차 대리님?”
현의 부름에 도희를 포함해서 팀원들이 전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잠깐 저 좀 봅시다.”
당황하는 도희에게 세상 환한 웃음을 짓고 팀장실로 다시 들어갔다. 그는 문 옆 벽에 등을 기대서서 그녀가 들어오기만 숨죽여 기다렸다.
또각또각하는 구둣발 소리가 들리고, 짧은 한숨과 함께 문이 열리며 익숙한 향기를 풍기는 도희가 들어섰다. 그녀가 문을 닫고 비어있는 현의 자리에 당황하는 순간, 그가 그녀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꺄…… 읍!”
동공의 확장, 맥박 수 증가. 사람의 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처음은 놀라서, 나중은 키스의 감미로움 때문에 점점 빨리 뛰는 맥박 수가 손목에서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걸 음미했다.
몰캉하고 촉촉한 그녀의 입술은 맞댈 때마다 귀여운 촉감으로 그를 자극했다.
퍽!
“윽!”
걷어차인 정강이를 부여잡은 현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도희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센 킥이었다.
“제가.”
씩씩거리며 도희가 입을 손등으로 닦았다.
“분명히 회사에서는 이러지 말라고 말씀드렸죠?”
“나도 보고 싶었습니다.”
“뭐라고요?”
현이 몸을 일으키며 멋쩍게 웃었다.
“보고 싶었다고요.”
“전 별로 안 보고 싶었거든요?”
“그럴 리가. 그만큼 전화를 걸어놓고 안 보고 싶었다고 하면 믿겠습니까?”
“전화가 온 건 알고 계시네요? 아, 맞다. 직접 거절까지 하셨죠?”
도희는 화가 단단히 나서 비꼬았다. 막무가내로 팀장실로 부른 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하고서 보고 싶었다니.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지.
“급한 일이라고 얘기했고, 회의 중이라고도 했었는데 대답이 안 됐습니까?”
“먼저 캠핑 이야기를 꺼낸 건 팀장님이에요. 제가 아니라요. 그래놓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겼고요. 전화기도 꺼놔서 연락도 안 됐고…….”
“런던에 갔습니다, 주말 동안.”
“런던…… 이요?”
“잊었나 본데, 나 사업하는 사람입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런던에 가느라 길게 설명할 시간도 없었어요.”
“윽…….”
할 말을 잃어버린 도희는 분해서 이를 악물었다.
“그보다 어지간히 캠핑을 기대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화났을 정도라면.”
“그런 거 아니거든요?”
“새벽 시간까지 전화했던 걸 생각하면 나를 꽤 보고 싶어 하기도 했고요.”
“그냥 바람맞은 게 화가 났을 뿐이에요.”
“괜찮습니다. 화가 나는 것도, 내가 보고 싶은 것도 당연해요. 걱정도 조금은 됐을 테고요.”
도희는 본심을 들킨 탓에 점점 얼굴이 새빨개졌다. 현은 도희에게 천연덕스러운 웃음을 짓고 책상으로 돌아가 앉았다.
“인터뷰는 준비됐습니까?”
“아직요. 점심시간 직후에 해도 되겠냐고 여쭤보러 들어온 거였어요.”
“그러죠, 그럼.”
분한 마음을 삭이지 못한 도희는 잠시 제자리에서 현을 노려봤다.
“뭐 해요, 근무 시간인데? 나가 봐요.”
그는 피식 웃으며 턱짓으로 나가라는 표시를 했다.
뒤돌아서서 나가려던 도희는 다시 그를 향해 돌아섰다.
“지금 저 부르신 거요. 일부러 그러신 거예요? 인터뷰 의사는 처음부터 없었던 거죠?”
“네.”
“설마 키스하고 싶어서 부르신 건 아니겠죠?”
“맞습니다만?”
어이가 없어서 도희는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못 했다.
“왜요? 제대로 한번 할래요?”
“아니요, 됐습니다.”
손을 내저으며 도희는 팀장실에서 뛰쳐나왔다.
저 남자에게는 항상 졌다. 항상 머리 꼭대기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비웃는 것 같았다.
네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아. 네가 무슨 행동을 할지 알고. 그는 그런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방금도 싸움이라면 첫 싸움인데, 그대로 져버린 게 억울하고 분했다.
“뭐 하세요, 대리님? 또 싸우셨어요?”
화장실에 다녀오던 길인지 수호가 복도에 덩그러니 선 도희에게 말을 걸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팍 불꽃이 튀었다.
“이 주임, 이따 점심 먹고 뭐 해?”
“일…… 하죠?”
본능적으로 불안한 기운을 느꼈는지 수호가 말끝을 흐렸다.
“급한 일 없지?”
“네.”
“그럼 점심 먹고 팀장님 인터뷰할 때 따라 들어와.”
“네?”
“소민 씨도 오라고 해. 배워야지, 일.”
“아, 네…….”
이상하다는 눈으로 대답한 수호는 자리로 돌아갔다. 도희는 수호를 신경 쓰지 않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후에도 분명 둘이 마주 앉아 이상한 소리나 하려고 했을 현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주리라 확신하면서.
* * *
“어……, 음…….”
인터뷰 장소로 꼽은 직원 휴게실 안으로, 도희만이 아니라 수호와 소민까지 들어오는 모습에 현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 현을 보며 도희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왜요, 팀장님?”
“원래 팀원들 전체가 인터뷰에 참여합니까?”
“아니요.”
“그럼 왜……?”
“소민 씨도 배워야죠. 인터뷰부터 편집까지, 이번 기회에 한 번에 교육하려고요.”
“그럼 이 주임은 왜?”
“사진이요. 제가 사진을 잘 못 찍어서요.”
수호는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멋쩍게 웃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민만 방긋방긋 웃으며 신나 했다.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뚱한 자세로 질문에 대답하던 현은 인터뷰가 중반으로 넘어가자 활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친절하고 자세하게 도희의 질문에 답했다.
“소민 씨, 내가 질문 몇 개 준비하라고 했는데. 준비됐어요?”
인터뷰를 마칠 때쯤 도희가 소민에게 물었다. 가만히 앉아서 이것저것 업무 노트에 필기하던 소민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 준비해왔죠.”
소민은 자신 있게 노트를 넘겨 준비해온 질문을 읽었다.
“이사님께서는 런던에서 광고 회사를 운영 중이신데요, 지금은 이곳 한국에 계시죠. 여기서 그곳 직원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시나요?”
“H&A는 나와 알렉스 캐럿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없어도 알렉스가 잘 운영하고 있죠. 특히, 직원들과의 소통은 유머러스한 알렉스가 전담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 걱정하지 않습니다.”
“직원분들과 관계가 좋으신가 봐요.”
“이곳에 있는 제 팬클럽만 봐도 아실 텐데요?”
그의 반문에 도희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영국은 한국 사회와 조금 다른 면이 있어요. 위계질서가 그렇게 빡빡하지도 않고요. 되도록 친밀하게 지내는 게 소규모 회사에서는 더 좋기도 해요.”
“소규모라고 하기에는 H&A는 꽤 큰 기업 아닌가요?”
“하하, 그런가요?”
현은 귓불을 문지르며 수줍어했다.
“그럼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