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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게임 속 악역의 시한부 딸입니다 7권
 
지은이 : 김촉촉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 김촉촉, 2025
※ ISBN : 979-11-7408-076-9
※ 가격 : 3,000원
※ 발행일 : 2025년 05월 29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용봉지회
 
 
지옥의 온천 장원 훈련소에 머무르기를 약 보름.
놀랍게도 나는 보법 세 개와 나려타곤 등 실전 무술 두어 개를 마스터했다.
축시(새벽 4시)부터 해시(밤 12시)까지 밥 먹는 시간, 측간 가는 시간까지 아껴 가며 훈련에만 매진한 결과였다.
전쟁터에서 경지를 서너 단계나 뛰어넘고 화경에 올랐다더니.
아버지의 훈련 강도는 거의 전쟁터 수준이었다.
아니 정말 숨 돌릴 틈도 없이 공격이 몰아치는데, 이러다 용봉지회 문턱에도 가 보지 못하고 과로사 할 것 같았다.
‘적들은 네가 호흡을 고르고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데 뭘 어쩌겠어.
죽을 것 같아도 일단 굴러 봐야지.
어쨌든 그 결과, 나는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친 지금, 용봉지회의 예선전 첫 경기에서부터 예상외의 난관과 맞닥뜨렸다.
“……그, 비무에서 정말 진검 써도 되는 거 맞아요?”
“그렇소.”
“정말로요? 정말 괜찮다고요?”
상대가 열 살짜리 어린애인데?
“흥! 걱정 마십시오. 그대의 검이 아무리 날카로운들, 내게는 결코 닿을 수 없을 테니까.”
아니 제갈가는 이런 애들을 뭐 공장 같은 데서 뽑아내는 거야?
어떻게 이렇게 하나같이 깜찍 발칙한 거지?
오래전 제갈세가 천재 도련님과 영재 대결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녀석, 그리 똘똘하게 굴더니 기어이 국자감에 들어갔다지.’
다만 뛰는 개구리 위에 나는 새가 있듯 국자감에는 녀석보다 더한 천재들이 많아서 영 기를 못 펴고 있다고 들었다.
이 넓은 중원 땅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모으고 모았는데 당연한 일이려나.
어쨌거나 뛰어난 인재를 국가에 빼앗기고 만 제갈가에서는 또 다른 천재를 육성하려 심혈을 기울였나 보다.
단, 이번에는 무학에 재능을 가진 친구로 말이지.
뭐, 기대를 할 만하긴 했다.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꼬맹이가 발육은 어찌나 좋은지 나와 키가 엇비슷할 정도니까.
타고난 무골, 그 외에는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을 만큼 대단한 성장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야, 열 살짜리를 진검을 쓰는 비무대에 올리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
이러다가 얘가 크게 다치기라도 해 봐. 나만 어린애 괴롭힌 나쁜 X 되는 거라고!
“치졸하다, 정말 치졸해. 어떻게 이런 수를 쓰냐…….”
용봉지회에서 우승하며 강호 동도들의 지지를 얻어 내려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이어서야 그를 위한 첫 단추부터 완전 어그러지게 생겼다.
‘검을 뽑는 건 일단 무리다. 아무리 쟤 덩치가 나랑 비슷해도 내가 진검을 뽑는 순간, 나는 열 살짜리에게 죽자고 달려든 양심 없는 계집애가 되는 거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2주간의 특별 훈련 동안 배운 새로운 잡기 중에 무기를 쓰지 않는 무공이 하나 있었다는 점이다.
검수가 아니면 무인 취급을 하지 않는 남궁세가에서 홀로 맨손 무공만을 고집한 괴짜 할아버지가 창안한 ‘청풍권법’.
사실 이건 권법……이라기보다는 장법에 조금 더 가까운 무공이다. 제대로 된 무공이라기보다는 잡기에 더 가까운 것이기도 하고.
오죽하면 내게 이걸 익히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무력당주인 고모할머니가 피를 토하시기까지 했을까…….
하지만 별수 있나요? 급한데 쓸 수 있는 건 전부 써 봐야지.
나는 요대에 검을 단단히 묶은 다음 양손을 가볍게 그러쥐며 청풍권법의 기수식을 취했다.
그러자 제갈가의 어린 무인, 제갈봉효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 여기기라도 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발끈 성을 내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내 나이가 어리다고, 내겐 검을 뽑을 가치조차 없다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나는 지금 우리 대 남궁세가의 뛰어난 권사셨던 창천권 어르신의 신공절학, ‘청풍신권’을 선보이려는 것뿐인걸요.”
저 멀리서 할아버지와 함께 고모할머니가 두 눈을 부릅뜨는 게 보였지만…… 다른 방도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열 살짜리한테 날 시퍼렇게 선 진검을 휘두를 수도 없고!
‘이게 다 가문의 평판을 위한 일이에요. 남궁세가의 직계 자손인데 어린애를 상대로도 옹졸하게 군다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잖아요?’
나는 그들의 불같은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다시금 단단히 자세를 잡았다.
가문 내에서도 권법이라고 폄하받는 무공을 신공이라 포장했으니, 그에 합당한 초식을 보여 줘야 할 거 아닌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자신을 상대로 무려 신공절학을 쓰겠다는 말에 제갈세가 꼬마 무인의 화가 조금 풀렸다는 것.
그는 처음 비무대에 올랐을 때처럼 오만한 표정을 지으며 진검을 꺼내 들었다.
“흥! 남궁세가에 제왕검형 말고도 신공절학이 또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 보지만…… 뭐,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 꺾어 드리지요!”
“……여섯 초식. 무학에 입문한 시기에 차가 있으니, 딱 여섯 초식 물러 드리겠습니다.”
“흥! 나중 가서 후회하지나 마십시오!”
제갈봉효가 이를 까득 갈며 외쳤다.
그 모습이 어째 어린 시절의 제갈 도령과도 제법 닮아 보였다.
‘열 초식 정도 적당히 받아 준 뒤 장외 패 시키면 그래도 매정하다 소리는 듣지 않겠지.’
적어도 강호 초출을 상대로 지나치게 일방적인 경기를 보였다는 평가는 듣지 않으리라.
 
* * *
 
남궁영과 제갈가의 어린 검수가 마주 섰다.
진법술로 유명한 제갈가는 검을 들었는데, 검법으로 유명한 남궁가는 맨주먹으로 나서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경기의 흐름에 관중들이 목을 쭉 빼며 수군거렸다.
개중에서도 한때 남궁명과 경쟁의식을 불태웠던 대화산파의 일대 제자 조운은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눈을 빛냈다.
“저 소저가 전 창룡대 대주 강동제일검의 여식인가?”
“예, 그렇습니다. 구음절맥으로 고통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설마 용봉지회에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아아, 그 소식은 나도 들었지. 그래도 꽤 오래 버티는군. 8년 전만 해도 곧 초상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거라는 소문이 많았었는데 말이야.”
“얼핏 듣기로 초절정의 경지를 이룩했다고 했습니다. 내력으로 명줄을 늘리고 있는 것이 아닐지요.”
“벌써 초절정이라고? 아비를 닮아 무학에 재능이 있던 모양이군. 구음절맥만 아니었어도 펄펄 날아다녔을 텐데……. 쯧쯧, 안타깝게 되었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면 뭐 하나. 절맥증, 그것도 살아서 스물을 넘기는 자가 거의 없다는 구음절맥에 걸린 시한부 환자인 것을.
아직 앳된 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남궁영은 자신의 막내 제자와도 비슷한 또래로 보였기에 조운은 남몰래 혀를 찼다.
“그나저나 남궁세가에서 권법이라니. 검왕께서 섭섭해하시진 않을까 걱정이군요.”
“글쎄…… 그래도 나름대로 신공절학이라고 하지 않느냐. 어디 얼마나 고절한 초식인지 한 번 견식해 보자꾸나.”
검에 미친 자들만 모인 남궁세가이니만큼 권법 자체에는 큰 기대가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픈 몸으로 여기까지 온 노력이 가상하질 않나.
조금 애틋한 마음으로 조운이 경기 관람에 집중했다.
그리고 직후, 제갈세가의 어린 소협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이야아압!”
제갈봉효의 기합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그가 야심 차게 내지른 첫 초식은 놀라우리만큼 허무하게 무로 돌아갔다.
‘저게 뭐지?’
조운은 물 흐르듯 부드럽게 제갈봉효의 공격을 피하는 남궁영을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제가 헛것을 본 것이 아니라면 남궁가의 어린 소저는 그저 슬쩍 발을 한 번 옮기는 것만으로 제갈봉효의 공격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단순히 피하는 것이 아니다. 그 한 번의 움직임으로 그 뒤에 이어질 수가 적어도 대여섯 개는 파훼되었다.
바둑으로 친다면 단 한 번의 착수로 한 집을 따내는 수준의 절묘한 수인 것이다.
무언가 대단한 보법이라도 썼다면 또 모를까. 그녀가 선보인 것은 기초 중의 기초라 부를 수 있는 삼재보법이었다.
‘삼재보법에 저런 묘리가 숨어 있었다니. 아니, 내 착각인가?’
이 모든 건 그저 우연이 빚어낸 신의 수일까.
그리 의심하는 사이, 제갈봉효의 두 번째 공격과 세 번째 공격이 또다시 파훼되었다.
처음은 운이라고 쳐도, 세 번이나 반복되면 그건 실력.
조운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초절정의 실력이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내공이 심후하지도, 그렇다고 강한 투기를 풍기는 것도 아닌 여리여리한 소녀였다.
그 나이는 고작 열여섯. 심지어는 구음절맥을 앓고 있는 시한부 환자.
당장 제 목숨 건사하기도 어려울 아이가 어찌 벌써 저런 무리(武理)를 구사한단 말인가.
“허어. 10년만 더 주어졌어도 감히 천하제일인을 노릴 만한 재능이거늘. 안타깝구나. 참으로 안타까워……!”
하늘은 어쩌자고 아이에게 저리 빛나는 재능을 선물해 놓고 스무 해도 넘기지 못하는 운명을 점지했단 말인가.
조운은 오래전 정사대전에서 함께 싸웠던 전우의 얼굴을 떠올렸다.
오랜만에 그에게 술이라도 한잔 사 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는 한편, 가벼운 발걸음만으로 제갈봉효의 매서운 공격을 모조리 파훼하고 있던 남궁영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창백해져 갔다.
제갈봉효의 공격이 생각보다 더 날카로웠기 때문은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제 목숨을 노리는 천무단의 존재가 신경 쓰여서도 아니었다.
그녀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어느샌가 허공을 정신없이 떠다니는 노트들과 익숙한 푸른 창.
‘시스템은 미타의, 어머니의 안배라며! 환골탈태를 하면 사라진다며! 맞는 게 하나도 없잖아, 그 용가리!’
환골탈태, 그리고 어머니와의 작별과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시스템이 다시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메인퀘스트] ‘마존을 소멸시켜라’ 발생!
천인 나타의 몸을 잠식하고 있는 ???을 몰아내 세계의 멸망을 막아 내시오.
실패 시, ???에 의한 중원의 멸망.
남은 기간 : 1년 0개월 0일
 
1년 안에 마존을 쓰러뜨리라는 말도 안 되는 퀘스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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