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사에게 투표하세요! 1권
지은이 : 허니슈
펴낸곳 : 필연매니지먼트
E-mail : feelyeon2015@gmail.com
정가 : 3,000원
ISBN : 979-11-7294-6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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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사에게 투표하세요!
1권
허니슈
목차
프롤로그
Chapter1.
Chapter2.
Chapter3.
Chapter4.
프롤로그
모든 기사의 꿈!
제국 최정예 기사단, 디 에퀘스가 되는 공개 경연!
카르타멘!
“천한 신분이라도, 검을 들 줄 아는 자에게 카르타멘은 평생의 꿈입니다. 이번 생에 이룰 수 없다면, 살 가치가 없습니다.”
“가족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도 할 수 있다는 걸. 저도 꿈꿀 수 있다는 걸.”
“주인님께서 말씀하셨죠. 검을 쥔 순간 봐야 할 곳은 카르타멘이라고. 저의 최종 꿈도 이곳입니다.”
다양한 경연을 두고 펼쳐지는 경쟁.
100여 명의 참가자 중, 디 에퀘스가 될 수 있는 기사는 오직 5명뿐.
그리고 그 기사를 뽑는 건, 바로 당신입니다.
“‘제국의 기사단장님, 당신의 기사를 뽑아주세요!’”
Chapter1.
“사랑하는 우리 딸아.”
나의 아버지, 쉬노디아 제국의 황제 카를루스 라파예트가 다정하게 물었다.
“제정신이냐?”
믿기지 않는다는 투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얘가 미쳤나?’
……라는 말을 꾹꾹 삼키고 있는 얼굴이었다.
난 방금 했던 말을 곱씹어보았다.
“경쟁을 통해 ‘제국 기사단’을 뽑는 거예요. 선택은 백성들의 투표로 하고요.”
으음, 역시 좀 파격적인가?
아버지 뒤에 선 황제의 보좌관도 귀를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우리 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 아버지는 이해할 수가 없구나.”
아버지가 애써 부드럽게 말했다.
“어떤 부분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우신가요? ‘투표’를 하자는 것이? 아니면 기사 경연을 열자는 부분이요?”
아버지가 ‘모든 게 다.’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기사를 뽑는단 핑계로 단 한 사람만 남을 때까지 혈투를 벌이게 한 건, 우리 손으로 끌어내린 폭군 보부아르가 하던 짓이다. 혁명에 공을 세운 우리 딸도 알고 있을 텐데.”
역시 ‘투표’보다 ‘기사 경연’ 쪽이 역린이군.
‘아버지께서 크게 오해하시는 모양이네.’
아버지 말씀대로 나는 겨우 열여섯 살, 어린 나이에 폭군을 몰아내는 데 공을 세운 천재였다.
정확히 말하면 천재 연금술사.
‘내가 만든 각종 마도구 덕분에 혁명군이 승리할 수 있었지.’
그래서 폭군은 나더러 ‘악마의 재능’을 가졌다고 욕했다.
악마가 아니라면 어린 나이에 연금술 능력이 이렇게 뛰어날 리 없다고 말이다.
그거 오히려 칭찬 아냐?
‘전생의 기억이 있어서 배움이 빨랐을 뿐인데 말이야.’
물론 전생의 나는 연금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았다.
난 대한민국의 PD였다.
죽기 직전, 그해 가장 성공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그런데 방송대상 시상식 가는 길에 트럭에 치였지.’
내 상을 받으러 간 건 아니었다.
‘원래 내 몫이어야 할 상이긴 했지만…….’
“유진아, 이번 기획 너무 좋다. 이거 기획부터 편집 아이디어까지 내 이름으로 나가자.”
“네?”
“자랑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가 손봤다고 해야 사람들이 흥미 가질 거 아냐.”
“…….”
“걱정하지 마. 너도 보조 PD로 이름은 올려줄게. 설마 내가 너 버리겠니?”
버렸다.
스타 PD가 내 아이디어와 공을 독차지했다.
억울하고 속이 타 잠도 자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다음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견뎠다.
‘다음에는 반드시 내 이름으로…….’
그 생각을 하며 걷던 중, 사고가 났다.
콰앙!
트럭에 치인 것이다.
정신을 차리니 이곳이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낯선 세계에서, 갓난아이 몸으로 깨어났으니까.
게다가 어머니는 나를 낳다가 돌아가시고, 눈앞에 보이는 건 아버지 하나였다.
‘뭐지? 온갖 재롱을 떨어서 사랑받아야 하는 육아물인가?’
나 애교엔 자신 없는데.
이렇게 생각할 즈음, 몸이 붕 떴다.
“사랑하는 우리 딸! 이 아버지가 목숨을 바쳐 에디트, 너를 지켜줄 거다! 우리 딸은 건강하게 잘 자라기만 하면 된단다!”
아버지가 작은 나를 품에 꼭 안으며 울먹였다.
내게 물려준 그의 금빛 머리가 뺨을 간질였다.
‘재롱부릴 필요는 없겠네.’
담담히 생각했지만, 실은 뭉클했다.
물론 아버지가 폭군의 견제를 받는 황족이라는 사실을 안 후로는 생존 서바이벌이 시작됐지만.
폭군은 우리 아버지만 괴롭힌 게 아니었다.
백성을 수탈하고, 재미로 사람을 죽였다.
그 결과 민심은 흉흉해지고, 제국은 분열되었다.
폭군이 벌인 만행 중 하나가 바로 ‘기사 혈투’였다.
각 지역의 실력자들을 강제로 끌고 와, 단 한 사람만 남을 때까지 싸우게 한 것이다.
그리고 최종 우승자가 정해지면.
‘황제의 기사가 될 수 있는 특권을 준다고 했지.’
하지만 우승자들은 모두 폭군의 개가 되길 거부하고 자결했다.
명예를 택한 것이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많은 기사들이 죽어나간 끝에.
제국은 더 이상 황제의 폭정을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아버지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혁명을 일으켜 폭군을 끌어내렸다.
어렵게 되찾은 평화였다.
그래서 이해되었다.
아버지의 조심스러움이.
“하지만 아버지, 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아요.”
나는 한숨을 쉬며 텅 빈 회의실을 바라보았다.
“전 혈투를 하자고 한 적 없어요.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기사단을 뽑자고 한 거예요.”
“그게 무슨…….”
“제국민이 화합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귀족 회의를 소집하신 거잖아요.”
“…….”
“아무도 안 왔지만.”
내 말에 아버지와 보좌관은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는 오늘, 귀족 회의를 소집했다.
분열된 민심을 수습할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단 한 명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혁명에 참여했던 귀족들조차.
이유는 뻔했다.
‘아버지가 혁명 공신들에게 백성을 수탈하면 엄벌하겠다고 선언하셨거든.’
그 순간 그들은 돌변했다.
대의를 가지고 혁명에 뛰어든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간신들이 누리던 호사가 부러워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던 거야.’
그런데 아버지께서 딱 잘라 선을 그으니, 반기를 들고자 다 같이 짜고 회의에 불참한 것이다.
엄청난 배신감이 느껴졌다.
지금은 즉위 초반.
신하들의 지지가 가장 필요한 시기였다.
‘이러면 새 황제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게 돼.’
아버지는 참담한 표정으로 텅 빈 회의실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아팠다.
목숨을 건 혁명의 대가가 겨우 이것이라니.
‘아버지를 도와드려야 해.’
“기사단과 화합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 아버지는 잘 모르겠구나. 오히려 결투를 벌이면 민심이 더 분열되지 않겠니?”
물론 아버지는 이런 내 효심을 몰라주고 계시지만 말이다.
“이건 폭군이 했던 짓과는 전혀 달라요. 오직 공정한 대결로 제국과 백성을 지킬 기사단을 만드는 거예요. 초대 황제 폐하께서 그랬듯이요.”
“초대 황제라면 설마……!”
아버지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기사 경연, ‘카르타멘’을 열자고 제안하는 거예요.”
카르타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