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표국-死別後愛 06권
자운표국-死別後愛 06권
자운표국-死別後愛
06
자운
자운표국-死別後愛 06권
차례
제26장.
제27장.
제28장.
제29장.
제30장.
자운표국-死別後愛 06권
제26장.
그렇게 돌고 돌아서 그들의 몫으로 떨어진 객잔의 객방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애초에 이런 방을 가지고 손님을 받아서 돈을 벌 생각을 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처음부터 크지 않은 방의 중간에 판자로 벽을 세워 억지로 갈라서 여러 개의 방으로 만들고 돈을 받았다.
방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태도 처참했다.
창문은 제대로 되어있지도 않아서 찬 바람이 직통으로 들어왔다.
무풍대원들은 자기들이 운현에게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운현이 자기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차렸다.
무풍대주는 그곳을 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건방진 놈.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놈. 언제까지 그러는지 보겠다.”
그는 결국 그 소리를 육성으로 내버렸다.
그 자리에는 자신의 수하들 뿐이라는 생각으로 그랬다.
그의 수하들도 그 말에 동조했다.
“출신도 확실치 않은 놈이 아무것도 모르고 날뛰는데 언제까지 그럴 것인지 저도 한번 두고 볼 것입니다.”
“척 시랑에게 대접을 받으니 제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모양이지요. 그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고만장하게 굴다가 목이 떨어진 놈들이 하나둘이 아닌데 그자도 곧 그리되겠지요.”
무풍대원들도 모두 화를 삭이지 못한 채 말했다.
“어서들 쉬거라. 수고했다.”
파진산은 겨우 그런 말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했다.
“고기와 술을 시키고 오너라. 방에서 먹자꾸나.”
파진산이 수하에게 전낭 하나를 주며 말하자 수하가 머뭇거렸다.
임무를 나올 때마다 문주에게서 직접 묵직한 전낭을 받아서 나왔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 사실을 무풍대원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것은 대주의 사비라는 것인데 이렇게 신세를 져도 되는 건가 했다.
무풍대는 사자문 내에서 지위가 높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었다.
“가지 않겠다면 내가 가마.”
파진산이 직접 일어서려 하자 수하들이 깜짝 놀라서 손을 저으며 그를 말렸다. 그러고는 자기들이 달려나갔다.
대주에게 맡기면 정말 많이 사올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한몫했다.
상단 하나를 도륙하고 왔으면서 자기들끼리는 정이 넘치는 무풍대였다.
운현은 무풍대를 심란하게 하고, 사자문에서 데려온 수하들 중 허울 좋은 사람들 몇을 수행원 삼아 척규원의 장원에 찾아갔다.
백운상단의 혈겁이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다음 작전으로 돌입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자기가 직접 나서서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척규원이 맛보게 해준 것들이 생각나 기쁘게 그리로 향했다.
척규원은 운현이 그곳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직접 찾아온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바라는 것이 너무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운현을 냉대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척규원은 이미 자신의 사람들을 시켜 백운상단에서 벌어진 일을 파악해두고 있었다. 운현에게 경고를 받아둔 것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두 손을 놓고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혈겁은 생각보다 더 잔인하게 벌어졌고 척규원은 사람들을 시켜 바쁘게 움직였다.
어디에 사람을 보내야 하는지, 누구의 감정을 자극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이제부터 세세하게 조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던 차에 운현이 직접 나타나자 별수 없이 그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운현은 척규원이 이미 아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았다.
자기가 그곳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고 급할 것이 없는 것처럼 굴었다.
척규원은 운현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자를 보내려면 돈을 다시 쥐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그리 많이 주는 것이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만 냥만 줘도 놀라며 감격하고 척규원이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운현은 오만 냥을 손에 쥐고서 그게 왜 십만 냥이 아닌지 아쉬워하는 자였다.
결국 그날 척규원의 장원을 나서면서 운현은 제 손에 만 냥짜리 전표 다섯 장을 다시 쥐고 나갔다.
척규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 * *
운현과 파진산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 않았다면 균열은 처음부터 생겨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운현이 괜히 파진산과 무풍대를 길들이려 해서 생긴 일이었다.
파진산과 무풍대는 일에 빈틈을 보이는 이들이 아니었지만 운현의 행태를 보고 있자니 자기들이 뼈를 갈아 뭘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지금은 그들이 할 일은 끝났고 나머지는 척규원의 일이기는 했다. 그래도 원래대로였다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스스로 움직여 확인하고 알아보았을 것이다. 결국 그리하지 않았고 백운상단에서 도망친 자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방향을 선회해서 금린상단으로 간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것은 정말 희한한 일이었고 그들 중 아무리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자가 있었다고 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상해보라. 상단에 혈겁이 벌어지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불귀의 객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살아남은 것이다. 그날의 혈겁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스무 명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천운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백운상단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서 말을 달려가던 중이었다.
그 상태에서 자신의 앞날을 생각하고 앞으로의 일과 흉수의 계획까지 떠올리며 금린상단으로 갈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런데 그 일이 벌어졌다.
백운상단의 미곡 행수 임성은은 일을 벌인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그 일을 벌였는지 거의 정확하게 꿰뚫었고 백운상단을 공격한 것이 만전상단일 거라는 것까지 추측했다. 그리고 앞으로 금린상단이 흉수의 배후로 지목되고 다른 상단들이 그들을 공격할 거라는 것도 짐작했다.
혹시 그렇게 된 일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 정도이기는 했지만 그 자신이 백운상단에 오래 몸담아오면서 돌아가는 생리를 제법 잘 알았기에 내릴 수 있던 결론이었다.
그는 자신의 동료들이 얼마나 비참하고 참혹하게 죽었는지 모두 보았고 그들의 비명이 지금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사람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꼭 해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임성은은 갖은 고생을 다 해서 금린상단에 이르렀다.
금린상단에 이르렀을 때 임성은의 꼴은 정말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꼴이 어떤지 살필 겨를도 없이 말을 타고 달렸지만 이제는 자신의 모습이 남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알 수 있었다.
피가 튄 옷을 입고 봉두난발한 채로 말에서 내린 그는, 서 있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에서 비틀거리며 대문을 향해 다가갔다.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주시오. 단주님을 뵈어야 하오.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말이오.”
그러나 임성은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그런 자를 안으로 들여보내줄 수는 없었다. 사람들이 그 앞을 막아서고 사납게 몰아내려고까지 했다.
임성은은 비틀거리며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기 직전이었다. 이대로 쓰러지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를 붙잡아준 사람이 있었다. 그때도 임성은은 자기를 도와준 사람을 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문지기에게 자기를 들여보내달라고 다시 애원했다.
그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인지 웬만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문지기는 자기에게 그런 권한이 없고 일이 잘못될 때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어 버틴 것뿐이었다.
임성은은 문지기들의 눈빛이 달라진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도와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데 그를 붙잡은 이가 말했다.
“데려가주겠소.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오.”
임성은은 그게 정말인가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기를 붙잡아준 사람이 금린상단의 단주라고 생각했다. 그는 백운상단의 단주를 모시고 여러 행사에 참석했고 멀리서 금린상단의 단주를 본 적이 있었다.
“단주님!”
임성은이 온갖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육근중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기가 단주와 쌍둥이라는 사실을 그곳에 오가는 사람들에게 전부 알릴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육근중은 아무 말 없이 임성은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임성은을 봤을 때는, 일단 단주를 보기만 하면 할 말을 급히 다 쏟아낼 것 같았는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자기가 할 말이 얼마나 중대한지 알고 있어서 조용한 자리로 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육근중은 임성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곧장 단주전으로 향했다.
임성은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그러나 임성은보다 육근중과 금린상단에 더 큰 행운이었을 것이다. 만약 임성은이 그 자리에 왔을 때 육근중이 외부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면 임성은은 사람들에게 쫓겨나 돌아갈 수밖에 없었으리라.
육근중이 웬 수상한 사람과 함께 오는 것을 보고 다른 이들이 의혹 어린 시선을 보냈다.
단주전을 지키던 무인의 수장이 육근중에게 다가왔다.
아무리 총수라고 해도 그때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단주님을 찾는군. 함께 얘기를 들어봐야겠네. 내가 책임지지.”
육근중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무인도 더 이상 막지 못하고 길을 터주었다.
임성은은 이 사람이 단주가 아닌가 했지만 점점 지쳐서 걸음을 옮기는 것에만 집중했다.
육근중이 그를 부축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임성은은 단주 집무실에 있는 단주를 보고 두 사람이 쌍둥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그러고는 그때부터 백운상단에 벌어진 일을 말했다.
이제는 힘이 다해서,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자기가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했다.
그를 데리고 올 때부터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설마 백운상단이 혈겁을 당했다는 말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육근중은 놀라는 와중에 단주를 바라보았다.
“석 소국주에게 당장 이 일을 알려야 할 듯합니다, 형님.”
단주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석지환이 이 일을 알지 않으면 자기들만으로는 타개해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곧 육근중이 밖으로 나갔다.
임성은도 그들이 말하는 석 소국주가 석지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석지환을 얼마나 신임하는지 알아차렸다.
임성은도 석지환을 믿고 싶었다. 두 사람은 석지환이 이 일을 알기만 하면 더 이상 걱정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싸우다가 아버지에게 이르기만 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단주는 알고 싶은 게 많았겠지만 임성은이 휴식을 취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 듯 사람을 불러 그를 치료해주었다.
* * *
임성은은 그 처사가 말할 수 없이 고마웠다. 실제로 그는 더 이상 조금도 버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믿기 힘든 정신력이 그를 그곳까지 이르게 했고, 치료를 받던 도중 임성은은 결국 숨을 거두었다.
단주는 그를 다그쳐 정보를 좀 더 얻어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저 고맙고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하늘이 임성은을 보내준 것 같아서 그를 위해서라도 백운상단의 복수를 해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 * *
석지환에게 소식을 전한 것은 전서구였다.
자그마치 다섯 마리의 전서구가 순차적으로 날아들었다. 모든 전서구가 전한 소식이 백운상단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 전서구를 다섯 마리나 보낸 것은 혹시라도 전서구가 가다가 격추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금린상단이 석지환과 함께 거래를 시작한 후에 집중한 일 중 한 가지는 금린상단과 자운표국 감숙지부 사이에 전서길을 만드는 거였다.
원래 전서길이 없던 곳에 전서길을 새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도 않고 하루 이틀 사이에 되지도 않았다.
비둘기를 길들여 그 길 사이를 날아가서 되돌아오게 해야 했는데 금린상단에서는 대단한 집념으로 전서구를 훈련시켰다.
그러고는 그중 몇 마리를 석지환에게 선물했다.
덕분에 석지환도 금린상단에 소식을 전할 일이 생길 때마다 잘 이용해오고 있었는데 그 전서구들이 빛을 발한 것이다.
석지환은 첫 번째 전서구가 날아들고 전서의 내용을 확인한 직후 곧바로 수뇌부를 소집했다.
평범한 표국 사람처럼 자기들의 신분을 위장하고 있던 십살의 살주 사마영과 살수들이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그들도 이것이 누구를 노리고 벌어진 일인지 금세 눈치를 챘던 것이다.
사마영은 계속해서 거대상단들을 조사해왔기에 만전상단의 뒤에 엄청난 권력자가 있다는 것까지 알아낸 상태였다. 그자가 호부시랑이라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게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일을 이해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금린상단을 먼저 노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자운표국을 노릴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마영이 묻자 석지환이 고개를 저었다.
“그자들의 의도는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그자들이 깔아놓은 판 위로 올라갈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새롭게 판을 깔고 그곳으로 끌어들이면 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아내야 하는 것은 그자들이 될 겁니다.”
사마영이 석지환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껏 석지환이 해온 많은 싸움들이 그랬던 것 같았다.
“사부님, 사부님은 곧바로 강동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사람들은 그 말에 다시 한번 놀랐다.
흉수의 정체를 알 수도 없고 그 배후에 얼마나 거대한 세력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번 일에 사자문이 가담하지 않았다는 보장도 없고 이번에야말로 자운표국이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