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5권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5권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5
차우렌즈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5권
차례
Chapter 01. 외교전
Chapter 02. 상트페테르부르크 열차 테러 사건
Chapter 03.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Chapter 04. 간도전쟁 - 1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5권
Chapter 01. 외교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불행’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배정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은 길게 할 필요가 없었다.
육조거리 외곽에 있는 빈집에 지내게 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큰 사달이 나고 말았다.
배정자가 사망한 것이었다.
소식을 들은 나와 대판, 전봉식, 신황, 해주는 허겁지겁 그녀의 집으로 가보았다.
눈에 붕대를 감은 배정자의 모친은 거적에 말려 있는 배정자의 시신 옆에서 오열하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근대식 복장을 한 포졸들이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하며 현장을 수습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내가 포졸에게 다가가 물었다.
“윤철구 대감 집에 몰래 들어가 도둑질하다 붙잡혀 매질을 당했습니다. 어린 것이 겁도 없이 거길 들어가다니.”
포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윤철구 대감?”
“네. 저 골목 너머에 윤철구 대감의 별채가 있는데 거기 몰래 들어가서 도둑질하다가 걸린 것이죠.”
그는 육조거리 너머를 가리켰다.
윤철구라.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인데.
내가 대판을 보자 그가 속삭여 말했다.
“윤철구 대감은 군란이 있기 전까지 조정에서 활동하던 관료입니다. 가선대부 의정부참찬을 지냈던 분이시죠.”
“그래요? 전 처음 듣는데.”
“그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들이 태어난 후로 대외 활동을 크게 줄였거든요.”
“그래요? 아들이 뭐 대단한가 봐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핸드폰을 들어 ‘윤철구’를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결과를 보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윤철구의 네 아들 중 삼남 이름이 ‘윤덕영’이었기 때문이었다.
경술국치.
한일합병을 막으려 옥새를 들고 도망치던 순정효황후를 붙잡았던 극강의 친일파.
일본으로부터 이완용보다 더 큰 보상을 받았던 최강의 친일파.
그 부친이었던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네.
미래 친일파가 미래 친일파의 집을 털다가 걸려서 매질 당하다 죽다니.
“정자야― 정자야― 아이고― 아이고―”
장님인 모친은 혼절할 듯 드러누워 오열을 이어갔다.
그걸 보자 참 오묘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제아무리 미래 친일파다 하더라도 결국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거니까.
심지어 아직 친일을 하지도 않은 상태기도 하고.
“배정자의 모친을 극진히 대접하고 무사히 상을 치를 수 있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마세요.”
내가 나지막이 말한 후 돌아섰다.
“여봐라. 상두꾼을 불러 장례를 준비토록 하여라.”
신황은 내 명령을 듣자마자 바로 명령을 내렸다.
* * *
나는 배정자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부모보다 먼저 죽은 딸의 장례를 거하게 치르고 여기에 국가 대신들이 참석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광무제가 백성들을 보살피고 있다는 증거로 데리고 왔던 아이가 도둑질하다 죽었으니 정치적인 차원에서라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아무튼―
영정사진도 없는 장례식.
새삼 역사가 바뀌고 있다는 걸 체감했다.
친일파 배정자는 이제 이 역사에서는 없어진 것이었다.
어린 모습을 보았다는 사사로운 감정을 모두 배제하고 본다면, 어찌 되었든 역사적으로 통쾌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장례를 마친 후, 윤철구를 살인과 반역죄로 처벌하고 재산을 몰수했다.
그에 따라 그의 아들들 역시 지방으로 쫓겨나야 했다.
극도의 친일 행위를 하며 천수를 누리다가 사망할 윤덕영의 미래도 미리 막아버린 것이었다.
이건 역사적인 통쾌함을 떠나 현 정치적으로도 필요한 조치였다.
광무제가 백성들을 보살핀다는 액션을 보여주려 데려온 아이를 때려죽이다니.
이건 황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광무제가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여 백성들의 반발도 잠재울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굿 아이디어였어.
아주 공교로운 타이밍에 우연이 겹친 덕분이지, 뭘.
하지만 시청자들 생각은 조금 다른 듯했다.
윤철구의 처벌이 결정된 날 밤.
방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며 배정자와 윤덕영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당연히 첫 반응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 이야. 반민특위도 못한 걸 너튜버가 하네.
― 짱짱짱
― ㅅㅂ 속이 다 시원하다.
― 이 채널 정체성이 뭔지 알겠넼ㅋㅋㅋㅋㅋ
― ㅈㄴ 재밌다 상상만 해도 짜릿해
― 맞아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 같음.
이런 채팅들이 올라오는 와중에 날 비난하는 유저들의 모습도 보였다.
― 아직 죄지은 것도 없는 애가 죽었는데 통쾌해하는 게 맞나.
― 세상이 다 미쳐가고 있는 것 같음.
― 친일을 하지 않게 잘 보듬어줄 생각부터 해야 하는 게 인간적인 거 아닌가.
― 구취합니다. 실망이네요.
― 저건 좀 아닌 듯. 지금으로 치면 이제 초4, 초5 정도 되는 애가 죽은 건데.
내가 고민하고 걱정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배정자 스스로 도둑질을 하다 죽은 거잖아.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는 사건이었다.
― 배정자와 윤덕영은 지독한 친일을 하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잘 먹고 잘 살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차피 대체역사 콘텐츠라면 굳이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봉식이 우연히 데리고 온 것이 배정자 모녀고, 배정자가 우연히 털려고 한 집이 윤덕영의 집인 걸 뭐 어떡합니까. 과몰입 X선비질 하지 말고 그냥 콘텐츠 자체를 즐기면 될 것 같습니다.
그때 구독자 중 한 명이 길게 글을 남겨주었다.
그래, 이런 사람들 때문에 힘을 얻어서 계속 방송하다 보면 그렇게 채널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는 거야.
물론 지훈테크를 처음 만들고 확장시켜 나갈 땐 뭔가 근자감으로 똘똘 뭉쳐 있긴 했던 것 같지만.
뭐랄까.
내가 하는데 늬들이 안 볼 거야?
천재인 내가 방송을 하는데?
이런 느낌이었달까.
그때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참 많이 겸손해졌다는 게 체감된다.
최호영한테 뒤통수를 세게 맞아서 그런가.
조선시대로 온 다음부터였나.
뭐가 되었든 이런 기분도 나쁘진 않네.
나는 ‘미래’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오늘도 하루를 마무리했다.
* * *
며칠 후.
새해를 맞이해서 궁궐에서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그리고 궁내부를 중심으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근대화를 꿈꾸면서 제국주의 반열에 발을 담갔지만 그래도 전통적으로 해오던 제사를 무시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난 후.
일본에 갔던 철봉이 복귀했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나와 신황, 예진, 김옥균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둘둘 말린 문서를 하나 꺼내 보였다.
그 문서에 피가 묻어 있는 걸로 봐선― 얌전하게 훔쳐 온 것 같지는 않았다.
“무슨 내용인가.”
신황이 문서를 슥 펼치며 물었다.
“총리대신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양이들에 맞서 이 주변 지역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다.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에 맞서 아시아 국가들을 하나로 묶겠다는 의도.
그리고 그 중심에 본인들이 있겠다는 이야기지.
“이건 정확히 어디서 얻은 겁니까?”
예진이 물었다.
“육군성에서 획득했습니다.”
철봉이 대답했다.
그 대답에 나를 제외한 모두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육군성에서 획득했다는 건, 이것이 ‘군사기밀’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
다시 말해 군사 작전을 감안하고 작성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철봉은 신황의 손에 들린 문서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 문서를 보면 향후 계획에 대해 개괄적으로 적어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신황은 심각한 표정으로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일본어와 한자를 모르는 신황은 제대로 이해가 안 되는지 예진에게 넘겼다.
“뭐. 일단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뺏어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독점한 다음, 만주를 넘어 청나라와 아라사로 넘어가겠다는 내용이겠죠.”
나는 턱을 괴고 말했다.
일본이 이 당시부터 어떤 식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는지 잘 아는 입장에서는 뻔한 내용이었다.
“맞습니다. 정말 정확히 맞히셨네요?”
문서를 슥 훑어본 예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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