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3권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3권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3
차우렌즈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3권
차례
Chapter 01. 조선의 끝자락
Chapter 02. 정변의 씨앗
Chapter 03. 원당산 전투
Chapter 04. 혈연의 균열
Chapter 05. 이노우에 가오루
300만 너튜버 in 구한말 03권
Chapter 01. 조선의 끝자락
임금이 바뀌지는 않았다.
아무리 대원군이라 해도 아들인 고종을 직접 왕위에서 끌어 내리는 건 무리가 있겠지.
그렇게까진 하지 않으리라―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자를 올린다고 하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하니까.
대신 대대적인 내각 관료들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진행되었다.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를 아우르는 육조판서 전원이 교체되는 것은 물론, 그 아래 참판을 포함한 종4품까지의 모든 인원들이 교체되었다.
내가 역사 전공자도 아니니 누가 누군지 알 수는 없었다.
중전은 당장 폐위 결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지내고 있는 충주에 유폐시켜 두기로 결정이 된 모양이었다.
대원군은 눈엣가시인 중전을 죽이고 싶겠지만 고종이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
어쨌든 중전을 폐위하거나 죽이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니 대원군도 일단 유폐 정도로 일단락 지어두려는 모양새였다.
“그럼 아저씨는요? 다른 분들은―”
“모두 무사합니다. 관직도 받았고요. 하지만 모두 도련님의 부관직입니다. 당상관 자리에 오른 것은 도련님뿐입죠.”
“아이고, 그래요? 제가 어떻게―”
“대원군 어르신의 눈에 드신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신황이 말을 이었다.
“아마 내일 상참 때 주상전하께서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실 것이옵니다.”
상참? 상참? 상참이 뭐였지?
아. 조정에서 하는 아침 회의인가 보다.
“공식적으로 병조참판직에 오르시게 되어 군기시를 관리하시게 되면 궁궐 대장간을 자유로이 이용하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도련님의 그 영특한 재주를 더욱 발휘할 수 있게 되시겠지요.”
그거 하나는 좋네.
근데 부담이 되긴 했다.
내가 원래 있던 시대에서도 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그런 위치에서 물건을 만들게 생겼으니.
뭐, 고부 마을이나 화전 마을에서 겪었던 대장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좋지 않을까.
물건도 그냥 내가 ‘가져오너라’ 하면 가져오고 그러는 거 아냐.
뭔가 만들 환경 자체는 굉장히 좋아지겠네.
“이제 슬슬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신황이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말했다.
“갑자기요? 무슨 시간이요?”
“광교산에 갔던 이들이 슬슬 돌아올 시간입니다.”
신황은 그 말을 한 뒤, 대문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득, 소요 사태가 진정된 한양의 풍경이 어떤지 궁금해졌다.
“저도, 저도 같이 가요!”
나는 신황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 * *
도시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빌딩도, 복층 구조의 가옥도 없어 낮게 깔린 듯한 건물들 위로 쾌청한 하늘이 높게 펼쳐졌고, 건물 주변과 골목골목에는 부상당한 사람들이나 평범한 백성들이 주저앉아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는 불에 타 형체를 잃은 집들도 보였다.
“아이고― 아이고―”
어디선가 곡소리도 들리는 것이 사망자도 제법 있는 듯했다.
아니지.
관군 사망자도 이 한양 근처에 사는 누군가의 남편이나 자식이었을 수 있긴 하지.
그런 생각을 하니 이번 전투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전투로 닥쳐올 근현대사의 숱한 비극들을 막았다고 가정한다면 이 희생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 것이었다.
그래.
이런 식으로 다 합리화를 하는 거지.
지금까지 역사로 배웠던 모든 반역과 혁명.
커다란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정치적 사건들.
이 모든 게 다 그런 명분으로 벌어진 거 아니겠어?
다각― 다각― 다각― 다각―
그때 광화문 방향으로 난 넓은 길로 기다란 행렬이 늘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맨 앞에는 해주와 철봉이 말을 타고 앞장서고 있었고, 그 뒤로는 포졸들이, 그 뒤로는 청나라 포로들과 탐관오리들이 굴비처럼 엮여 있었다.
이야, 철봉하고 해주도 옷을 깔끔하게 입혀놓으니까 때깔이 다르네.
그래도 오늘 아침에 상황이 정리되고 거의 한나절만에 이렇게 정리가 되어가는 건가.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 빠르긴 하구나.
“빨리빨리 가!”
그때 관군 중 한 명이 김병장과 조빈만의 등을 쿡쿡 찌르며 소리쳤다.
“네 이놈!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김병장이 관군을 휙 돌아보며 따졌다.
“그럼 네놈은 내가 누군지는 아느냐?”
관군은 어이없다는 듯 받아쳤다.
내가 볼 때 저 관군은 김병장이 누군지 진짜 모르는 눈치다.
하기야, 한양에서 포졸을 하고 있는 자가 전라도 정읍 인근의 지주 얼굴과 이름을 알 턱이 없지.
안동 김씨라면 알고 있을지 몰라도.
“도련님!”
뒤에서 예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굉장히 고운 한복을 입은 예진의 모습이 보였다.
우와―
단아하다.
그녀를 보자마자 든 첫 번째 생각이었다.
근대 서양식 의복을 입었을 때는 약간 도도하고 섹시한 느낌이 들었다면 지금은 굉장히 아름다운 양반집 규수 같은 느낌이었다.
진짜 여자는 꾸미기 나름인 것 같다.
“아씨?”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되묻자 그녀가 생긋 웃어 보였다.
“어때요? 방금 장에서 장만해봤는데.”
“예, 예뻐요.”
“그래요? 좀 반할 것 같아요?”
예진이 살짝 치마를 잡고 물었다.
뭐 질문이 저래?
대놓고 끼를 부리네?
그것도 초딩 잼민이한테.
“어어! 아씨!”
그때 말 위에 있는 해주가 예진을 발견하고는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예진도 해주를 보며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입으시니 너무 아름답습니다요. 헤헤.”
해주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럴 때 보면 진짜 힘만 세고 조금 모자란 친구 같아 보인다니까.
“얼른 가거라.”
그러자 신황이 해주가 탄 말의 목을 톡 치며 말했다.
말이 앞으로 나가자 해주는 아쉬운 듯 연신 예진을 돌아보았다.
“해주 아저씨. 암만 봐도 아씨한테 반한 것 같죠?”
내가 신황에게 물었다.
신황은 대답하지 않고 피식 웃기만 했다.
예진 역시도 별생각 없다는 듯 도도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해주의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둘이 러브라인이 생겨도 재밌을 거 같긴 한데.
근데 해외물 먹은 예진이 해주를 좋아하려나.
뭐.
남녀관계는 알 수 없는 거니까.
“아무튼 저희도 나왔는데 장터에서 요기나 하고 들어갈까요?”
신황이 예진과 날 번갈아 보며 물었다.
아, 나는 배가 아직 안 꺼졌는데.
그런데 여기 장터는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기는 하다.
그런 거 있잖아.
시골 장터 국밥.
막 이런 거 팔고 그럴 거 아니야.
나는 호기심에 신황의 뒤를 따라 장터로 향했다.
그리고 겪어본 장터의 음식들.
평상에 앉아 작은 밥상에 놓인 음식들 맛을 보았다.
음. 모든 게 내가 아는 맛이 아니다.
비주얼도 내가 아는 비주얼이 아니고.
전의 식감은 바삭하지만 이상하게 부스러지는 느낌이고, 국밥 누린내는 엄청 심했다.
집에서 먹었던 누린내는 정말 양호한 거였구나.
나는 국물 한 입을 떠먹자마자 미간을 찌푸리며 수저를 내려놓았다.
“귀하신 양반집 자제라 그런지 이런 길거리 국밥은 입에 안 맞으시나 봐요.”
예진이 말했다.
나는 손사래를 쳤다.
“아뇨. 아까 밥을 먹어서 배불러서 그래요. 좀 전에 먹었거든요.”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때였다.
“여어. 혹시 민겸호 대감의 아들 아니신가?”
그때 험상궂게 생긴 남자 셋이 우리가 앉은 평상 쪽으로 터덜터덜 다가왔다.
“아이고. 민겸호 대감의 아들이 어찌 이리 누추한 곳에 다 오셨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