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 - 좀비 면역자 04권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4권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4
흙과불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4권
차례
Chapter 01. 재보급.
Chapter 02. 좀비 웨이브.
Chapter 03. 빈집.
Chapter 04. 검은 사신.
Chapter 05. 회색.
Chapter 06. 고척돔. - 1
서울행 - 좀비 면역자 04권
Chapter 01. 재보급.
뿌듯한 마음을 담고 호기롭게 동탄을 떠났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순환 고속을 타고 죽죽 나아가나 싶었는데.
장애물뿐 아니라 아예 도로가 박살이 난 곳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나아갔다.
울퉁불퉁한 도로 위에선 차를 달래듯 조심스레 운전했고, 저속으로 나아가다 김태훈의 육감이 적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내려 좀비들을 처리했다.
그렇게 느리지만 진득하게 계속 나아갔는데.
화성을 지나서부터는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징그럽다, 아조. 서울 가기가 졸라리 징그러워.”
도로를 떡하니 막은 건 거대하고 시커먼 트럭이었다.
기름탱크가 폭발이라도 했는지 사방이 불에 탄 흔적이 역력했고, 인간인지 좀비인지 모를 타버린 시체들과 자동차 파편, 콘크리트 파편들이 즐비했다.
“걸을 수밖에 없겠네요. 다행히 근처에 좀비는 안 느껴져요.”
김태훈이 조수석 문을 열면서 말했다.
시간은 오후 4시 45분. 오늘은 날씨가 맑다.
평소라면 이따금 불어오는 선선한 10월의 바람이 반가웠겠지만, 주변이 온통 불에 탄 곳이니 고약한 탄내가 코를 괴롭힌다.
원탁도 마지못해 내리며 인상을 찌푸리고 주변을 크게 둘러본다.
“좀비가 있는 게 이상할 것 같네요, 형님. 뭔 개 박살이 났네, 도로가. 그나저나… 걸어가는 거야 가는 건데. 사장님. 우리 어디에요? 아까 화성 지났으면… 이제 다 온 거 아닌가?”
“어디 한번 보자. 주변 살피고 있어들 봐.”
가장 늦게 내린 마철용. 그는 이때다 싶어 담배를 입에 문 뒤 점차 주름이 진해진 지도를 보닛 위에 활짝 펼쳐 보였다.
그런 뒤 주변을 스윽, 훑더니 어김없이 중지를 펼쳐 포인트를 찾아 짚는다.
“우리~ 가아~”
흥얼거리며 위치를 찾는 마철용.
이제는 길 막히는 거야 한두 번도 아니니 그러려니 하는 그다.
처음 걱정했던 김태훈도 선 김에 다리를 접었다 펴며 몸을 풀고, 원탁도 시골이를 바닥에 내려준 뒤 기지개를 켠다.
시골이는 주변에서 탄내가 진해서인지 연신 코를 풀어내며 고개를 흔들어댔다.
그 모습이 또 귀여워 쓰다듬는 원탁이다.
“흐음….”
마철용은 현 위치를 대략 찾았다. 앞으로 갈 길과 혹 묵어야 할 곳이 마땅한지 천천히 짚어본다.
몸을 풀던 원탁이 다가와 말했다.
“좀 어때요? 많이 남았어요?”
“여기 보니께 봉담지하차도 건너서 몇백 미터 가면 톨게이트 나온다. 봉담 톨게이트.”
“톨게이트면… 확 트였을 텐데.”
“그렇지. 문제는 톨게이트 넘어서부터여. 천천, 호매실… 요쪽은 좀 번화가라 슬슬 본격적일 거 같다.”
“서울이 가까워지니까요. 동탄에서 벗어나서 여기까지 온 것도 운이 좋았습니다.”
슬그머니 다가온 김태훈이 말했다.
지하차도 옆으로도 아파트들이 꽤 많이 보인다. 하지만 거리가 적당히 떨어져 있고 나무숲에 가려져 있어 시끄럽게만 하지 않으면 큰 위협은 없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건 아니고 그저 도심에 비해 조금 나은 수준이라는 것뿐이다.
원탁은 쓰게 웃었고 마철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피워댔다.
“곧 해가 질 것 같은데. 어디서 자는 게 좋을까요?”
“보자… 톨게이트 넘고 조금만 가면 초등학교에 아파트 단지에 줄줄이 나오니까. 아싸리 차를 구해서 죽죽 지나버리든, 아니면 그 전에 묵을 곳을 찾는 게 맞겠는데?”
“어차피 여기는 뭐가 없으니. 일단 가보죠.”
김태훈이 결정을 내렸다. 마철용은 담배를 입에 문 채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접는다.
“또 걸어야겠네. 시골아, 이리 와.”
식량과 무기가 가득이다. 한데도 원탁은 시골이를 가방에 담으려 한다.
“좀 걷게 두지 왜.”
“바닥 시커멓잖아요. 유리 파편 같은 거 있을지도 모르고. 깨끗한 도로 나오면 그때 걷게 하려고요.”
“염병한다. 짐승 발이 무슨 애기 발도 아니고.”
“알면서 그러신다.”
“뭘?”
“저 개 빠인거.”
“썩을 놈.”
두 사람은 티격거리면서도 짐 챙기는 걸 서둘렀다.
김태훈은 둘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이미 준비를 마쳤다.
가슴엔 소총 탄알집이 4개 든 전투 조끼.
허리의 권총 홀더엔 9mm 권총이.
3일 치 식량과 물, 우비가 담긴 배낭과 멜빵을 사선으로 맨 k2 소총.
왼손엔 폴리카보네이트 방패가, 오른손엔 이제는 한 몸과도 같은 소방 도끼가 들려있다.
뒤따르는 원탁과 마철용도 각자의 스타일대로 식량과 무기를 두둑이 챙겨 준비를 마쳤다.
“천천히 따라오세요. 먼저 갑니다.”
시작을 알리듯 무전을 날리는 김태훈이다.
―오케이, 아버님.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마철용의 대답을 들으며 김태훈이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
.
.
지하차도를 지나는 길이다.
콰직! 쩌억! 쩍!
김태훈의 도끼는 꺼내진 지 얼마 안 돼 제 할 일을 시작했다.
역시나 좀비가 아예 없을 리가 있나.
다행히 숫자는 세 마리뿐.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빤히 보이는데도 도로 위 폭발의 흔적 덕분에 이만큼만 있는 거겠지.
“세 마리 처리하고 갑니다.”
―접수했네.
대략 100미터 정도 뒤에선 두 사람이 따라오는 중.
김태훈은 다시 출발했다.
“……네 마리?”
몇 발자국 걷지 않고도 느껴지는 기운은 4마리였다.
한데 느낌상 거리가 20미터는 훨씬 넘을 것 같은데.
김태훈은 지하차도를 지나 시야를 가리는 부서진 차량의 옆으로 비켜섰다.
“네 마리… 있네.”
저 앞에 4마리가 보인다. 다만 거리는 20미터는 훌쩍 넘는 것 같다.
“30… 40?”
김태훈은 보폭을 점검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대략 한 걸음당 1미터로 잡고 서른 걸음, 서른다섯 걸음 정도 만에 4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르르르….
불에 그슬린 자국이 선명한 좀비가 4마리다.
불에 피부가 녹은 녀석, 시커먼 연기를 뒤집어썼는지 뻘건 피부와 흰 막의 눈이 유난히 진하게 보이는 녀석까지.
외부 환경에 의해 생김새가 조금 달라졌을 뿐 변종이 아닌 일반적인 좀비였다.
‘거리가 늘어났네.’
동탄에서부터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기는 했다.
인제 보니 30미터는 당연히 넘고, 어쩌면 40미터도 넘게 있는 좀비들을 감지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흡!”
부웅! 콰직!
첫 번째 놈의 머리통을 쪼갰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잘됐다. 서울에 들어가면 진짜 요긴하겠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들, 포화 된 인구.
그만큼 좀비들 역시 포화일 서울.
30에서 40미터 내의 좀비를 느낄 수 있는 이 육감은 저뿐 아니라 동료, 그리고 아이들을 찾고 난 후에도 생존을 위해 엄청난 도움이 되겠지.
‘잠깐. 너무 많으면… 부작용이 오거나 그렇진 않나?’
쩌어억!
네 번째 좀비의 머리통을 쪼개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놈이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걸 인지한 김태훈은 도끼의 이물을 털며 다시 움직였다.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복기하기 바쁘다.
과연 제 능력이 언제까지 유지가 될는지.
혹 수평적인 레이더만 되는 건지. 건물의 지하라든지 높은 고층에 있는 녀석도 느낄 수 있는 건지.
규모가 수십, 수백을 넘어가면 그것도 세세히 느낄 수가 있는 건지.
그런 생각들은 김태훈을 첫날의 그때로 자연스레 끌고 갔다.
‘해남 교도소 지하 공동구.’
그곳에서 처음 나가기 전 느꼈었다.
머리 위 천장에서 한 마리가 지날 때 느꼈고, 나중에 밖에 나와선 사방에서 놈들이 느껴져 코가 아리면서 두통이 밀려왔었다.
“정해진… 양이 있는 건가?”
마치 게임의 쿨타임이 돌 듯, 마나를 소비하듯.
얼마만큼의 좀비들을 감지하면 그 피로도로 인해서 기절하는 게 아닐까.
고심하던 김태훈은 그런 답에 이르게 되었다.
압도적으로 좀비들이 많을 서울.
그렇다면 그 전에 기절하게 되는 경우를 알아내야 미리 대비하거나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내 몸을 알아야 해.”
조금씩 변화해가는 중이다. 하니 더 늦기 전에 알아봐야 한다.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언제 기절하게 되는지.
그냥 우연한 것인지. 어떠한 양을 달성했을 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