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11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11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11
드렁큰댕댕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11권
차례
Chapter 01. 산산조각 낼 일만 남았군
Chapter 02. 이제부터 쇼가 시작될 거야
Chapter 03. 전설을 시작합시다
Chapter 04. 최후의 전쟁, 첫 전투
Chapter 05. 예상했던 그림이 아닌데
Chapter 06. 1차 PT가 끝났다
Chapter 07.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Chapter 08.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
Chapter 09. 판돈을 제대로 걸었군
Chapter 10. 폭풍이 불면 뱀도 날 수 있다
Chapter 11. 여러분의 피로 쓰겠습니다
Chapter 12. 나는 믿는다, 내 사람들을
Chapter 13. 고맙습니다, 박 팀장님
Chapter 14. 또 하나의 가족
Chapter 15. 최종 PT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Chapter 16. 또 하나의 가족이 되었는지도
Chapter 17.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Chapter 18.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
Chapter 19. 숫자의 먹잇감이었나
Chapter 20. 깨지는 건 회장님이 될 겁니다
Chapter 21. 마지막을 결정짓는 건 나일 테니
Chapter 22. 회장님을 흔들러 가볼까
Chapter 23. 이제 세계를 바꿀 차례
Chapter 24. 세계의 중심에서 광폭 기획을
Chapter 25. 세상을 바꾼 건, 사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11권
Chapter 01. 산산조각 낼 일만 남았군
고요했다.
너무 고요해서 짜증이 났다.
“광고…… 하고 싶다.”
중년의 남성이 천천히 손끝을 움직였다.
책상 위에는 수백 개의 광고 시안이 놓여 있었다.
한 장의 종이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미완성인 것도, 완벽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세상에 나올 수 없는 광고들.
그가 머무는 이곳.
맨해튼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급 레지던스 호텔 펜트하우스.
그러나―
“젠장, 왜 이렇게 조용한 거야.”
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봤다.
이곳에 머무른 지 3개월째.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았고, 그가 누구를 찾을 이유도 없었다.
생활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공간.
늘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
먼지 한 톨 없는 바닥.
모든 것이 미니멀하게 유지된 채, 냉정한 고립 속에서 살고 있었다.
소파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수백억짜리 광고를 단 한 줄의 카피로 완성할 수 있는 천재.
그러나, 이제는 부르는 광고주 하나 없는 불운의 사내.
띠링―
장식품처럼 놓여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무심코 손을 뻗어 화면을 확인했다.
“…… 하?”
인상을 찌푸리는 브레이크 모건.
대한민국?
일등 기획 이웅인 대표?
이 자식이 내 번호는 어떻게 안거지.
그리고.
거기서 나한테 왜 연락을?
문자를 좀 더 확인하자.
“하하, 용병을 뛰어달라고? 촌뜨기들이 내 몸값이 얼마인지 알고 하는 소리인가?”
그의 입가에 조소가 번졌다.
“대한민국 대기업 팀장 연봉이 얼마더라?”
그는 노트북으로 기사 몇 개를 검색하다 경악했다.
“고작 몇천만 원? 나는 계약 한 번에 그 열 배를 받았다.”
어떤 조건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라.
“그 말…… 후회할 텐데.”
띠링―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 또 뭐야? 음…… 대표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저 먼 곳에서 오다니, 추진력은 있군.”
마침 심심했는데 잘됐어.
일단 얼마나 간절한지 시험부터 해봐야겠군.
자리에서 일어나며 옷걸이에 걸린 재킷을 집어 든 그.
“대한민국이라…… 재미있을까?”
마지막으로 호텔 룸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의 생활도 슬슬 지겨워질 무렵.
“…… 갈아탈 때가 된 건가.”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다시 확인한 그.
[지금 뉴욕으로 가고 있다. ―이웅인]
그는 피식 웃으며 독백했다.
“이 녀석은 참을성이 얼마나 있는지 한번 봐야겠군.”
* * *
뉴욕 국제공항, 입국 심사대.
“방문 목적이 뭡니까?”
“비즈니스.”
이미 수십 번을 오갔던 뉴욕이지만, 오늘만큼은 기분이 달랐다.
심사관은 무표정한 얼굴로 여권을 확인하더니 도장을 찍었다.
“환영합니다. 뉴욕에 오신걸.”
여권을 집어 들고 걸음을 옮기는 이웅인.
뉴욕까지 직접 와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브레이크 모건 같은 인물은, 직접 찾아가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유비는 제갈량을 군사로 만들기 위해 세 번이나 찾아갔다고 했던가.
그거에 비하면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지.
그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계약서 한 장이 아니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판'을 만들어야 했다.
잠시 후, 뉴욕 맨해튼 호텔.
이웅인은 호텔 리셉션 앞에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직원에게 물었다.
“체크아웃하지 않았다고?”
“네, 손님께서 체크아웃 절차를 밟지 않으셨습니다.”
호텔 직원이 난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확인해 본 결과, 객실에서 아무런 활동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룸서비스 요청도 없었고요.”
이웅인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웅인은 휴대폰을 들어 브레이크 모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문자를 보내는 그.
[브레이크 모건, 어디야. 말도 없이 사라지는 건가?]
이를 악문 이웅인.
이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 자식이 오늘 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
“날 시험하려는 건가?”
호텔 로비의 대리석 바닥을 천천히 걸으며, 이웅인은 생각을 정리했다.
브레이크 모건은 계약을 원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략일까.
“일단 찾는 게 우선이겠군.”
그는 즉시 뉴욕의 광고업계 인맥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 브레이크 모건? 요즘 행방이 묘하긴 해.
“어디 있는지 아나?”
―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며칠 전까진 맨해튼에 있는 호텔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지금 거기에 없더라고.”
― 음… 그럼 워낙 까다로운 친구라, 최고급 호텔 위주로 찾아봐.
이웅인은 다리를 꼬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비서를 불렀다.
“최고급 호텔이 있을 거다. 몇 군데 안 되니 찾아보면 나오겠지.”
메모하는 비서.
“고급 호텔 목록을 뽑아. 광고업계 VIP들 자주 묵는 곳을 우선순위로.”
비서는 빠르게 노트북을 켜고 검색을 시작했다.
“대표님, 리스트를 뽑았습니다. 가장 유력한 곳은…….”
호텔 몇 곳을 나열하는 비서.
그리고 가장 유력해 보이는 후보를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