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10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10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10
드렁큰댕댕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10권
차례
Chapter 01. 하늘은 땅 위에서 무너질 것이다
Chapter 02. 붕어처럼 말이다
Chapter 03. 전쟁처럼 시작되었다
Chapter 04. 테러리스트들이나 던질 법한
Chapter 05. 세상에 흔적을 남길 것
Chapter 06. 평화라는 폭탄
Chapter 07. 세상 곳곳에서 터지고 있었다
Chapter 08.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군
Chapter 09. 사냥이 시작되었다
Chapter 10. 광고 예산만 1조 원이 넘어요
Chapter 11. 드디어, 타잔이 온다
Chapter 12. 무려 50년이 걸렸다
Chapter 13. 판을 바꾸는 회사
Chapter 14. 털린 건 오히려 그들
Chapter 15. 먼지 안 나올 겁니다
Chapter 16. 복날은 한참 지났지만
Chapter 17. 너의 무덤이 될 것이다
Chapter 18. 나는 꺾이지 않는다
Chapter 19.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Chapter 20. 결국 그는 뛰고 있었다
Chapter 21. 자신의 선택
Chapter 22. 거기 있을 때 재미있었냐
Chapter 23. 술 한잔하시겠습니까
Chapter 24. 한 손으로 술잔을 부딪쳤다
Chapter 25. 최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10권
Chapter 01. 하늘은 땅 위에서 무너질 것이다
다섯 개의 PT가 열리는 날.
일등 기획 대표실.
책상 앞에 앉은 이웅인.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잔을 들었다.
오늘, 모든 것이 결정되겠군.
네놈들의 몸부림도 여기까지다.
그는 천천히 커피를 마시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광폭 기획과의 경쟁은 이미 승패가 결정됐다고 확신했다.
“세상은 숫자로 움직인다. 그걸 부정하는 자들은 도태될 뿐.”
시간이 흐르고, 대표실에 차례대로 제작 CD와 기획 팀장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흥분한 얼굴로 손에 들린 PT 결과물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이웅인이 손을 살짝 들어 올리자, 기다렸다는 듯 보고 하는 팀장들.
“대표님, 이번 PT는 성공 그 자체였습니다! 광고주들이 프레젠테이션 중간에 손뼉을 치고 환호하더군요.”
“광고주 대표가 발표가 끝나자마자 계약서를 쓰자고 하더군요.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은 처음입니다!”
“저도 15년 광고 일을 하면서 이런 건 처음 봤습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보고가 이어질수록 대표실은 점점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성취감과 자부심이 묻어났다.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난 이웅인.
“다들 수고했네.”
짧은 한마디.
그러나 그의 말은 사람들의 가슴에 강렬하게 와닿았다.
지난 한 달간.
회사에서 먹고 자며 프로젝트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날들.
밤늦게까지 기획서를 수정하고.
새벽에는 프레젠테이션을 연습하며.
피로에 찌든 얼굴로 버텼던 하루하루.
이웅인의 짧은 한마디는 그 모든 고생을 보상해 주었다.
그들은 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는 신하처럼 벅찬 가슴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때.
손을 들어 기획 1팀장 양복선을 부르는 이웅인.
“금일봉이네.”
양복선은 봉투를 받으며 상체를 거의 바닥에 닿을 듯 숙였다.
“대표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표의 칭찬과 금일봉.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자신이 이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순간이었다.
양복선은 느꼈다.
자신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기사라고 말이다.
다른 기획 팀장들과 CD들에게도 금일봉이 돌아갔다.
그들의 얼굴에 새겨지는 감격과 충성심.
이웅인이 축객령을 내리자, 사람들은 방을 나갔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서 있는 양복선.
이웅인이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연 그.
“광고주에게 들은 얘기인데… 광폭 기획이 PT에서 드랍했다고 합니다.”
순간 흔들리는 이웅인의 눈빛.
그러나 그는 곧 평정을 되찾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가 보게.”
양복선이 나간 뒤 시가를 입에 문 이웅인.
― 후우.
그래.
자신 없었겠지.
이빨이 다 뽑힌 개새끼가 뭘 할 수 있겠나.
짖는 것도 사치일 뿐.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책상 위에 놓인 노트를 집어 든 이웅인.
“운이 없어 두 개 차이로 지고 있었지.”
그는 펜을 들어 천천히 숫자를 적었다.
“이제 다섯 개를 따냈군.”
숫자 두 개가 적힌 노트를 바라보며.
이웅인은 느릿하게 미소 지었다.
결국 모든 것은 숫자로 증명된다.
준비하지 못한 자는 패배할 뿐.
의자에 몸을 기대며 생각에 잠긴 그.
이제.
PT에서 따낸 광고들이 차례로 온에어 될 때마다.
정혁훈의 숨통을 조이는 목줄이 될 것이다.
이웅인이 펜을 내려놓고 입꼬리를 올렸다.
결국,
네놈들은 숫자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영원히.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처럼.
몸부림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겠지.
* * *
다섯 개의 PT가 끝난 지 일주일.
일등 기획 사옥은 활기로 가득 찼다.
복도 곳곳에 모여 웃음을 나누는 직원들.
“우리 회사 진짜 대단하지 않아? 하루 만에 5연승이라니.”
“대표님이 직접 진두지휘하니까 역시 결과가 확실히 다르네.”
“맞아. 이번 PT 때 광고주들이 손뼉 치며 환호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1시간 뒤.
전 직원이 대강당에 모였다.
대표 취임식 이후에 이웅인이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다들 수고했다. 이번 PT는 일등 기획의 저력을 보여준 결과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간단한 멘트였지만.
분위기는 순식간에 들떴다.
뒷줄에 앉아 있던 한 직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속삭였다.
“대표님이 직접 칭찬하신 건 처음 듣는 거 같아.”
“그러니까, 우리 진짜 대단한 일을 해낸 거지?”
“그럼. 올해 목표 매출 1조 5천억도 가능하지 않을까?”
자리로 돌아와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직원들.
“올해 초 회사에서 내걸었던 인센티브랑 승진, 유효한 거겠지?”
“당연하지, 대표님은 약속 잘 지키기로 유명하잖아.”
“난 올해 꼭 팀장 승진해야지. 이 기회 놓치면 바보잖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듣던 양복선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다들 열심히 해서 이번에 나도 이사로 올라가자고.”
“맞습니다. 역시 대표님이 다르긴 다릅니다. 이번 PT로 일등 기획 입지가 확 올라갔잖아요.”
“그래, 그냥 승리가 아니라 광고계의 새 역사를 쓴 거지.”
이번 성과는 회사 창립 이래 전례 없는 기록.
사람들의 대화는 모두.
성과, 보상, 승진, 그리고 대표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