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6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6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6
드렁큰댕댕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6권
차례
Chapter 01.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도용한다
Chapter 02. 회사에 도둑놈이 있군
Chapter 03. 드디어 앞 두 글자가 바뀌겠군
Chapter 04. 어? 어떻게 알았지?
Chapter 05. 노선의 이름은 기호지세(騎虎之勢)
Chapter 06. 면상에 대놓고 찬물부터 뿌리기
Chapter 07. 이제 좀 정신이 드십니까
Chapter 08. 승리라는 잔에 미꾸라지 몇 마리가
Chapter 09. 사랑도 PT도 밀당이 필요한 법
Chapter 10. 추어탕은 가을에 먹어야 제맛이니까
Chapter 11. 미친 신입 놈을 모델로 쓰면 되겠네
Chapter 12. 산에 그가 있으니까
Chapter 13. 에베레스트에 비하면 동네 뒷산
Chapter 14. 아버지가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Chapter 15. 내려가지 말고 올라가시죠
Chapter 16. 난 산악인이라고! 시킬 걸 시켜야지!
Chapter 17. 두 개의 산, 정상에 오르는 순간
Chapter 18. 까짓거 나도 한번 미쳐보죠
Chapter 19. 지옥으로 가는 비행기, 이륙했거든
Chapter 20. 증거 왔습니다!!
Chapter 21. 운명을 정하기 위해 온 것
Chapter 22. 반걸음 정도 가까워졌군요
Chapter 23. 안 봐도 비디오 아닐까?
Chapter 24. 올해의 일등 기획인
Chapter 25. 첫눈에 난 내 상인 걸 알았죠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6권
Chapter 01.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도용한다
‘…….’
정혁훈이 나간 뒤.
멍하니 중회의실에 앉아 있는 김명구.
5분쯤 지났을까.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화장실로 가 세수를 했다.
그제야 정신이 조금 돌아온 기분.
페이퍼 타올로 적당히 물기를 닦아내고 전무실로 돌아왔다.
그를 본 미모의 비서가 일어났지만.
생각하느라 보지 못하고 자리로 가 앉았다.
‘……도대체… 어떻게 안거지…?’
일등 기획에 공채로 들어온 지 20년.
거의 인생의 절반을 이곳에서 보냈다.
이젠,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르는 게 없을 정도.
그는 관리팀 수장이었으니까.
입사했을 땐 관리팀보단 매체나, 인사팀에 가고 싶었지만.
일하다 보니 보람을 느꼈다.
대리를 달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을까.
아무래도.
돈을 다루는 관리팀이다 보니 수많은 유혹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일등 기획 책상 하나를 바꾼다고 치자.
개당 5만 원씩, 300개를 바꾸면 1,500만 원.
적은 돈이 아니다.
회사에서 쓰는 물건이 오죽 많겠는가.
뭐하나 바꾸고 새로 들일 때마다 수백 수천.
많게는 수억이 나간다.
그래서 관리팀에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았다.
사무용품 업체부터.
가구 업체.
용역 업체.
보안 업체까지.
돈 나가는 것은 대부분 관리팀에서 관리하니 그럴 수밖에.
접대부터 시작해.
누군가는 봉투를 내밀었고
리베이트 제의까지 있었지만.
수많은 유혹을 다 거절했었다.
대기업을 다니던 아버지가 어떻게 몰락하는지 두 눈으로 목격했었으니까.
김명구가 어릴 적.
그의 집은 유복한 편이었다.
마당 있는 집에 큰 개들도 키우며 즐겁게 살았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더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빚쟁이들과 차압 딱지뿐.
어머니는 외국으로 파견을 나갔다고 말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수가 없었지.
아버지는 횡령으로 감옥에 들어갔다는 것을.
부유하던 집은 몰락했고.
대학에 갈 무렵, 등록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해졌다.
김명구는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다짐했었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으리라.
정직한 사람이 되리라.
그 마음을 가지고 사회에 발을 내디딘 그는 정직하게 대리까지 진급했다.
그가 변하기 시작한 건.
고작, 밥 한 끼였었다.
평소에 맛집 탐방을 즐기던 그에게.
어느 날 관리 팀장이 회사 전체 회식 장소를 알아보라는 특명을 내렸다.
200명이 넘는 사람이 들어갈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일주일 넘게 발품을 팔았고 그는 회사에서 걸어서 5분 거리, 고깃집을 예약.
직원들은 모두 만족했다.
서비스도 잘 나왔고 고기 육질이 끝내줬으니까.
한 달 뒤.
전체회식을 했던 고깃집에서 동기들과 술 한잔 걸친 김명구.
기분 좋게 마시고 카운터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를 알아본 사장님.
너무 감사하다고.
회식 한날 이후로 일등 기획에서 자주 찾아온다고.
꼭 보답하고 싶다고.
돈을 받지 않으려 했었다.
그럼에도 지갑을 꺼냈지만.
사장님은 계속 손사래를 치며 거절.
5분 넘게 실랑이한 끝에.
밖에서 기다리던 동기들의 눈치가 보여 마지못해 그냥 나왔다.
5만 원이었으니까.
그땐 생각했었다.
그래.
너무 거절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더 자주 가서 많이 팔아 드리면 되겠지.
그도 처음부터 딴 지갑을 찬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무의식은.
그의 발걸음은.
월말이 되면, 지갑이 가벼워지면.
회식했던 고깃집으로 향하곤 했었다.
식사하고 계산대에 지갑을 꺼내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을 꺼내면서.
‘오늘도… 돈을 받지 않을까?’
사장님은 그날도 감사하다며 지갑을 꺼내지 못하게 했다.
밥 한 끼.
처음엔 고작 밥 한 끼였다.
그러나.
한 끼가 두 끼가 되고.
5만 원은 어느새 50만 원이 되었다.
한번이 어렵지.
두 번, 열 번…… 백 번은 쉬웠다.
유혹에 빠질 때마다 생각했었다.
뭐…….
내가 하는 일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건 아니니까.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항상 결정했고 거래처도 만족했으니까.
‘이런 것이 진정한 윈윈이겠지.’
김명구는 단언 할 수 있었다.
한 번도.
내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기 위해 거래한 적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