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5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5권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5
드렁큰댕댕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5권
차례
Chapter 01. 진정한 해적을 만난 게 얼마 만인가
Chapter 02. 허세인지 실세인지 곧 느끼게 될 테니까
Chapter 03. 미친 자들을 위해 축배를
Chapter 04. 바쁜 거 같으니까 60초만 시간을 더 쓰라고
Chapter 05.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거 같아
Chapter 06. 노는 게 제일 좋으니까
Chapter 07. 사과 따기 참 좋은 날씨야
Chapter 08. 스티븐 좁스. 적어도 당신만큼은요
Chapter 09. Think Different
Chapter 10. 광고계의 밥 딜런 그 자체네
Chapter 11. 지옥으로 가는 퍼스트클래스 티켓을
Chapter 12.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Chapter 13. 어떻게 그런 마법을 쓸 수 있지
Chapter 14. 카피라이터는 세상을 바꾸는 사람
Chapter 15. 돌아왔지, 지옥으로 보낼 저승사자가
Chapter 16. 노잣돈으로 머리카락을 쓸 거니까
Chapter 17. 저 타잔입니다, 당연 빤스 아닙니까
Chapter 18. 지옥으로 가는 길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Chapter 19. 인생은 등가 교환의 법칙
Chapter 20. 호랑이 손을 빌려드리겠습니다
Chapter 21. 냄새나는 이빨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Chapter 22. 작은 생채기 하나에 죽을 수 있다는 것을
Chapter 23. 당신 뚜껑부터 열게 생겼네
Chapter 24.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했거든요
Chapter 25. 미친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신입사원이 미쳐 날뜀 05권
Chapter 01. 진정한 해적을 만난 게 얼마 만인가
오늘도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있던 스티븐 좁스.
앱플에 복귀한 지도 어느덧 2년.
단 하루도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들어간 적 없는 그였다.
문득 옛 생각이 났다.
내가 곧 앱플이고.
앱플이 곧 나였던 시절.
내 모든 열정과 노력의 결정체.
앱플은 승승장구했고 나는 명성과 부를 얻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쫓겨났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니 또 열이 받는군.
멍청이들 같으니라고.
내가 없어도 잘될 거란 생각을 하다니.
그때 다짐했었다.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또 다른 성공으로.
다짐과는 달리.
앱플을 나온 후 처음 만든 낙스트는 잘되지 않았었다.
기술은 좋았지만, 벤처기업의 한계를 느꼈으니까.
실패는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과연 컴퓨터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나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인수해서 키운 게 팍사.
내가 팍사를 나스닥에 상장한다고 말하자 세상이 비웃었었지.
하지만 난 확신했다.
3D 애니메이션 토이즈 스토리즈는 무조건 성공할 거라고.
결과는 말 그대로 대박.
개봉 일주일 후 나스닥 상장을 진행.
나의 팍사 지분은 순식간에 10억 달러가 넘게 되었으니까.
앱플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다시 나를 증명해 냈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 한구석엔 앱플이 숨 쉬고 있었다.
쫓겨났을 땐 원망도 많이 했지만.
안타까웠다.
앱플은 죽어 가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아주 고통스럽게.
혁신의 상징이었던 앱플은 따분해졌고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었다.
사내 분위기도 개판.
대부분 이런 생각을 갖고 회사에 다녔다고 했다.
‘우리가 뭘 하는 거지?’
‘왜 이래야 하지?’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것이 CEO가 중요한 이유다.
CEO는 단순히 기업과 직원에게 돈을 벌어 다 주는 사람이 아니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선장처럼 꿈과 비전을 벌어 다 줘야 하는 사람이다.
CEO가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빙하에 부딪쳐 난파한 타이타닉 꼴을 벗어날 수 없다.
내가 다시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기 시작하자.
앱플은 본격적으로 몰락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회사를 도대체 어떻게 운영했길래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내가 계속 있었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제 나는 앱플이 아니었고.
앱플도 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앱플은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첫사랑은 절대 잊지 못하는 법.
나는 팍사라는 혁신적인 영화 제작사를 경영 중이었지만.
간곡한 요청에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복귀한 나에게 세상이 질문했다.
당신이 돌아왔으니 이제 마이크론소프트를 이길 수 있냐고.
나는 이렇게 답했지.
“앱플이 재건하기 위해선 마이크론소프트를 눌러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나는 마이크론소프트사를 이기기 위해 발 게이츠와 손잡았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오랜 적이자 경쟁자였던 발 게이츠.
역시 돈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은근히 개코란 말이야.
그는 앱플에 1억 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격언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결과.
앱플은 한숨을 돌렸다.
1998년 발표한 아이막 3가 효자 노릇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겨우 사과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기 시작한 거나 마찬가지.
아이막 3을 넘어.
이젠 세상에 없던 뭔가를 내놓을 차례.
나는 단순하다.
뭐가 옳은지에는 관심이 없다.
내게 중요한 건 오직 하나.
성공.
6개월 내내 성공을 위해 직원들과 회의하고.
머리를 쥐어짜 봤지만, 영감이 떠오르질 않는다.
다음 제품은 도대체 뭘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을 하자.
지긋지긋한 두통이 또 찾아왔다.
휴…….
머리를 식힐 겸 창문을 열자.
시원한 공기가 들어왔다.
산책이나 가볼까.
그래.
지금까지 내가 세상을 놀라게 한 혁신 제품은 모두 길에서 탄생했지.
걷다 보면 뭔가 또 좋은 것을 발견할지도 몰라.
회사에서 나와 스탠퍼드로 향했다.
오늘도 맨발로 흙을 거닐었다.
산책은 신이 중 최고의 선물 중 하나.
지면에 발바닥이 닿을 때마다 머리가 조금씩 맑아지는 기분.
역시, 이 산책 코스는 사람이 없어서 좋다니까.
시원한 바람.
풀벌레 소리.
아직 잠에 들지 못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전부인 곳이었으니까.
오길 잘했네.
30분쯤 걷다 항상 쉬어가는 벤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