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5권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5권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5
흑푸우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5권
차례
Chapter 01. 여자.
Chapter 02. 붕어빵.
Chapter 03. 민들레.
Chapter 04. 매진.
Chapter 05. 빅토리아.
Chapter 06. 은신.
Chapter 07. 변호사.
Chapter 08. 차별.
Chapter 09. 액션.
Chapter 10. 기대.
Chapter 11. 결심.
Chapter 12. 고모.
Chapter 13. 선물.
Chapter 14. 허락.
Chapter 15. 사과.
Chapter 16. 임의 동행.
Chapter 17. 제안.
Chapter 18. 보상.
Chapter 19. 분배.
Chapter 20. 출가.
Chapter 21. 신입 사원.
Chapter 22. 경력 사원.
Chapter 23. 보도 자료.
Chapter 24. 파장.
Chapter 25. 반격.
재벌집 사생아로 사는 법 05권
Chapter 01. 여자.
수정이가 울자 조 비서가 급하게 사장실로 들어왔다.
내 책상으로 다가와 나와 울고 있는 수정이를 번갈아 보더니 내게 눈을 부라리고는 수정이의 어깨를 감싸듯 안으며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뭐냐?
여자는 요상한 동물이다.
도전적이고 적극적으로 물어보더니 답을 해 주니 운다.
단순히 답만 말해 준 것도 아니다.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지금 어떤 사정이고 그래서 안 되고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데 그래도 선택하라면 너다.
여자를 ―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하룻밤 여자이건 사귀던 여자이건 ― 만날 때 이렇게 설명해 주는 스타일도 아닌데 설명해 주었건만.
이전 삶의 나는 뭐…….
여자를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집에 와서 딱히 설명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두 번의 삶을 살면서 전혀 하지 않던 짓을 해 가며 답을 해 주었는데 왜 울어?
황당하기 그지없다.
조 비서도 그래.
들어오자마자 상황이 어려운 건 알겠는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잘 모르면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 거 아닌가?
눈을 부라려?
그것도 상사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면서.
여자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정확히는 알고 싶지 않다.
지금은 다 귀찮다.
할 일이 있으니 방해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화장실이라도 다녀왔는지 물기 어린 얼굴로 수정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조 비서와 함께.
들어온 조 비서는 아까 한 행동에 사과는 어디 가고 대뜸 따지듯 묻는다.
“사장님, 저녁 먹으실 거죠?”
“그래야죠.”
“오늘 수정 씨랑 같이 드시죠. 장소는 제가 예약하겠습니다.”
“잠깐만, 조 비서. 난 오늘 할 일이 있어요. 오후 일정 비워서 내일은 회의가 연속이라고. 오늘 해야 하는 일이…….”
“수정 씨는 중요한 회의 중에 비행을 하시고 지금 상당히 피곤한 상황입니다. 사장님께서 근사한 저녁을 사 주셔야 합니다.”
조 비서는 마치 예정된 일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내가 왜?
누가 오라고 했어?
나 할 일 있다고.
말을 하지 못한다.
조 비서의 눈이 평소와 다르다.
수정이는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어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조 비서와 미리 말을 나누고 들어왔기에 이 상황이 수정이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어차피 식사하실 생각이셨잖아요?”
이상하게 질문이 따지는 거같이 들리는 건 기분 탓인가?
“간단히 먹으려고 했죠. 소파에서 도시락 같은 것으로 때우고 일 마무리하려고요.”
“어제도 그러셨습니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오늘은 안 됩니다.”
왜 네가 결정하는데?
목소리가 목구멍 앞까지 튀어나온다.
“일은 나중에 하십시오. 오늘 안 하면 하늘이 무너지나요?”
고개를 가로젓는다.
라엠 회사 일이 하루 안 한다고 하늘이 무너질 일은 아니다.
나라는 물론이고, 서울뿐만 아니라 이 건물이 있는 동네 언저리를 어찌하지도 못할 일이긴 하다.
“그러면 같이 식사하시죠. 오늘 일은 나중에 생각하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의아해하고 있는 내게 조 비서가 말을 얹는다.
“어쩌면 평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오늘 저녁 3시간도 안 되는 시간은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수정이를 바라본다.
내가 여자랑 단둘이 식사를 한 게 언제였었지?
이전 삶에서는 25년이 넘었고, 한 사장은 5년이 넘었다.
오늘 하고자 했던 일은 미래를 위한 준비.
수정이와 식사를 하는 행위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그래, 같이 식사하지 뭐.
고개를 끄덕이자.
“와인도 같이 하세요.”
평소와 다르게 강압적인 명령조다.
조 비서, 오늘 미치셨어요?
* * *
조 비서가 예약한 식당은 최근 뜨고 있는 호텔의 프라이빗한 공간이었다.
선전이나 엘오 계열 호텔이 아니라는 소리다.
아무래도 젊은 엘오의 막내와 선전의 혼외자 조합이다 보니 말이 나올 수 있어 선정한 곳이었으리라.
와인까지 예약해 두었는지 테이스팅하려고 웨이터가 왔는데 수정이에게 맡겼다.
“이런 건 남자가 하는 거야.”
귀엽게 투정을 부리더니.
“좋네요. 이걸로 해 주세요.”
테이스팅, 한준수 사장의 기억이 있으니 못 할 것도 없으나 귀찮다.
어쩌면 이 자리에 끌려온 것 같은 느낌에 소극적인 반항이었는지 모르겠다.
수정이는 아까 사장실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더니 식당에 와서는 계속 재잘거린다.
“아까 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주지 않을 것같이 굴어서 서운했어. 나는 오빠 보려고 비행기를 타고 16시간을 왔는데 고작 3시간을 못 내주나 생각했거든.”
누가 오라고 했냐고.
“오빠랑 이렇게 식사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5년 전이다.
수정이와 함께 마지막으로 식사한 게.
아니, 한준수 사장 기준 여자랑 단둘이 식사를 한 것이.
“여기 분위기 좋네.”
좋기는 하다.
그래, 어차피 오늘은 오랜만에 수정이와 식사를 하는 거에 의미를 두자.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자.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편해진다.
“좋네, 음악도 마음에 들고.”
“그렇지? 요즈음 식당에서 재즈 틀어 주는 곳이 드문데. 마니아층이 좋아하는 음악이 아니니까.”
“뉴욕의 식당에서는 어떤 음악을 틀어 줘?”
“대중없지. 각국의 음식이 있다 보니 자국의 음악을 틀어 주는 곳이 있기도 하고, 보편적으로 클래식을 많이 틀어 주기는 해. 참, K―pop의 영향력이 대단해서 퓨전 식당의 경우 pop을 틀어 주는 곳이 있는데 K―pop을 틀어 줄 때도 있지.”
그러고 보니 수정이에 관해 아는 상식이 너무 없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가 최애 영화인지, 타국에서의 생활은 견딜 만한지.
가장 궁금한 걸 물어본다.
“타국에서 지내기는 어때? 가끔 외로울 때도 있을 거 아니야? 외국에 오래 있어 본 경험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수정이가 놀라서 한동안 말이 없다.
“왜? 질문이 이상해?”
“응.”
뭐가 이상하지?
“오빠가 나에 관해서 물어본 거 처음이거든. 대체로 내가 물어봤지. 라엠 사장이 되었을 때도 내가 많이 물어봤어.”
그때의 한 사장은 이제 막 일어서려는 단계였으니까.
수정이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단순히 같이 자라왔던 친근함으로 도와주었다고 생각했으니까.
“대답하기 곤란하면 안 해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