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놓아주고 싶지 않으니까! 넌 영원히 내 거니까!”'“훗, 내가 당신 인형인 줄 아나 본데, 착각하지 마! 난 당신이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인형도 아니고 소유물도 아니야! 분명히 이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당신이 백만 번을 다시 태어나 사랑이란 이름으로 나를 흔들어도 난 절대 안 흔들려!” '치밀어 오르던 눈물이 사라져 버리고 어느새 냉정한 이성만 남았다. 윤정은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태현에게 똑똑히 인식을 시켜 주었다. 더 이상 이렇게 어리석은 짓 하지 말라고.'“그 자식이 널 얼마나 사랑한다고 내게 이렇게 지껄이는 거냐! 응!”'다시 한 번 윤정의 턱을 거칠게 움켜쥔 그는 그녀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까만큼 두렵지도, 떨리지도 않았다. 윤정은 비릿한 조소를 머금고 분명하게 내뱉었다.'“당신의 사랑이 나를 조금씩 죽여 가는 질소 같은 사랑이라면, 그 사람의 사랑은 나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산소 같은 사랑이지. 당신이 우물 같은 넓이로 나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바다 같은 넓이로 나를 사랑해. 당신의 사랑이 세월이 지나면 썩어 버리는 웅덩이에 고인 물이라면, 그 사람의 사랑은 한결같이 맑게 솟구쳐 흐르는 깊디깊은 샘물이야! 이제 알겠어? 누구의 사랑이 더 크고, 넓고, 깊은지!”'“훗, 그래! 좋아! 그 자식의 사랑이 네 말대로 그렇게 대단하고 위대한지, 어디 한번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실성한 사람처럼 광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중얼거리던 태현이 별안간 윤정의 가방을 홱 낚아채듯 빼앗아 가더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악! 뭐 하는 거야!”'윤정은 폰을 붙잡으려고 팔을 뻗으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가만있어!”'태현이 휴대폰을 쥔 손을 멀리 뻗치고 다른 한손으론 윤정이 앉아 있는 조수석 의자를 느닷없이 뒤로 확 밀어젖혔다. 털썩! 윤정의 몸이 뒤로 나자빠지듯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태현이 그녀의 몸 위로 올라왔다.'“악! 이러지 마!”'그는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리는 그녀를 완력으로 찍어 누르며 통화 기록을 확인하더니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윤정은 그가 누구에게 전화를 거는 건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안 돼! 하지 마! 제발!”'그녀는 그를 밀쳐 내며 폰을 붙잡으려고 힘껏 발버둥 쳤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거친 숨을 내뿜으며 태현이 그런 윤정의 윗옷을 찢어발기듯 풀어헤쳤다. 대번에 블라우스의 단추가 후드득 떨어져 나갔다. '“이 미친 인간! 하지 마!”'“가만있어!”'“안 돼! 제발!”'윤정은 소리를 지르며 어떻게든 그에게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위에서 찍어 누르고 있는 남자를 물리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태현이 브래지어를 밀치고 한 손으로 고통스러울 만큼 거칠게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악!”'“넌 이렇게 내 밑에서 날 사랑한다고 속삭였어. 네 입으로! 근데 이제 와서 딴 놈을 사랑한다고! 그놈이 더 널 사랑한다고? 나보다도! 그래.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 봐야겠어! 네가 죽고 못 사는 그놈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넓고, 깊은지를!”'“안 돼! 하지 마! 하지 마! 태현 씨! 당신, 이렇게까지 잔인한 사람 아니잖아!”'“네 말대로 그 자식의 사랑이 그렇게 위대하면 이렇게 떨며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태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짧은 통화 연결음이 울리더니 윤정의 귀에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윤정아.]'반가움을 담뿍 담은 건욱의 목소리를 듣자 윤정은 인두로 지져 놓은 듯 가슴이 따끔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