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크리처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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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물샘
발행처 : 도서출판 윤송 / 도서출판 윤송
등록일 : 2016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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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7258-363-7
정 가 2,600원
7권 - 2부
수호 정령.
바이러스.
무사시.
제왕의 몰락.
수호 정령.
“앞차 왜 저런대?”
트럭의 가다 서다의 반복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민준 씨가 운전하고 있지? 저러면 안 되는데, 재훈 씨 몸이 성한 데가 없는데….”
미진은 아직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재훈이 걱정스러웠다.
“일부러 그러는 거 같은데?”
“진짜 너무하네? 아픈 사람 데려다 일 시키는 것도 조금 그랬는데, 저런 장난까지 치냐?”
“걱정되지?”
“당연히 걱정되지.”
“의사로서?”
형선의 질문에는 뼈가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의사가 환자를 걱정하는 마음이냐고 묻는 거야.”
형선이 뼈 있는 질문과 더불어 흘기는 눈으로 재차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
“아무 생각도 안 하는데? 너는 의사로서 재훈 씨를 걱정하는 거잖아.”
“그렇다고.”
“나는 식구로서 걱정되는데….”
“야, 그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너 솔직히 얘기해 봐!”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는 건데?”
“아니다. 뒤에 주선이 있어서 안 되겠다.”
“누나 왜요? 제가 들으면 안 되는 거예요?”
뒷자리에서 열심히 귀 기울이고 있던 주선은 다음 얘기가 무척 궁금하기만 했다.
평소 낮잠이 별로 없는 재필은 여정이 무척 피곤했던 탓에 점심 식사 후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팅팅팅!
얼마나 잤을까. 누군가 병원 침대 프레임을 두드렸지만 천근만근 상태의 눈은 떠지지 않았다.
“아연아, 왜?”
이내 눈을 감은 채 물었다.
팅!
하지만 대답은 없었고, 타격음만이 청각을 자극했다.
싸한 느낌과 함께 눈이 번쩍 떠졌다.
“아주 상팔자 시구만?”
다시는 보기도, 듣기도 싫었던 차중만의 면상과 간사한 그의 목소리였다.
“우리 재필이 대단한데? 어떻게 그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거참 신기하단 말이야.”
기어코 아지트를 찾아내다니…. 언젠가는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마주하니 당황스러움에 몸서리가 쳐졌다.
“혀, 형님!”
“그런데 다들 어디 가셨나? 혼자인 거 보니 왕따를 당하시나 본데?”
혼자라는 말에 안도감이 들었다. 아직 아연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일 테니까.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어쩐 일이냐고? 그렇게 말하면 내가 무척 섭섭하지. 우리 재필이 보러 왔는데.”
“왜 저를….”
“내 성격 잘 알잖아.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고, 한번 걸리면 죽을 때까지 쫓는다는 걸.”
“그 정도면 복수는 충분했다고 생각되시지 않습니까?”
“그건 네 생각이고, 복수를 충분히 했는지 못 했는지는 복수를 다짐한 사람이 정할 문제인 거야.”
“형님, 부탁드립니다. 저 이렇게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병원 침대에 누워서 장애인처럼 지내고 있어요. 저 하나 죽인들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런 몸 상태로는 제가 형님을 어찌하지도 못해요.”
“난, 단지 기분이 나쁠 뿐이야. 그런 그 기분이 나를 막 짜증 나게 만들거든.”
“…….”
“너 다음은 그 꼬마 년이고, 그다음은 알지?”
“모두 착하고 좋은 사람들입니다.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
“천사가 있는 곳에는 악마도 존재하는 법. 착한 이들은 악마를 시기하게 만드는 존재들이니까.”
중만이 주머니에서 캔 커피를 꺼내 뚜껑을 땄다.
틱!
“죽을 때 죽더라도 커피 한잔은 괜찮잖아?”
캔 커피를 하나 더 꺼냈다.
틱!
“우리 예전에 이 커피 마시면서 참 재미있게 지냈었는데….”
중만이 커피를 재필에게 건네며 말했다.
“…….”
“너, 이 커피를 가장 좋아했었잖아. 재필이 너는 죽이기 아까울 정도로 유능하고 충성스러웠지. 그따위 측은지심이 뭐라고….”
“저, 이 커피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 말에 중만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새 입맛이 고급으로 바뀐 건가?”
“아니요. 예전부터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형님이 좋아하시는 커피여서 예의상 함께 마셔드렸을 뿐입니다.”
“내가 꼰대였나 보네.”
“아닙니다. 그것 또한 제 선택이었습니다. 그때는 형님이 좋아서 형님이 하는 것 모두를 따라 하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좋아하지 않으니까, 억지로 마실 이유가 없다?”
“비열함에 정나미가 떨어지니, 그 커피 또한 비열하고 더럽게 보이네요.”
재필은 받은 커피를 협탁 위로 던지듯 놓았다.
“비열하고 더러운 커피라… 이거 만든 사람이 참 서운하겠다.”
“죽이려면 저만 죽이시고, 나머지 사람들은 살려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신다면 비열하다는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나름 자존심 강한 중만의 성향을 알고 있는 재필의 의도 섞인 언행이었다.
“결국, 박애주의로 생을 마감할 생각이신가? 그런다고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
“나도 곧 갈 테니까 지옥에서 터나 제대로 닦아 놔라!”
“재훈이가 여기 없다는 걸 알고 오신 겁니까?”
아무리 차중만이라 해도 재훈이 있었다면 문밖에도 서 있지도 못했을 터였다.
“내가 그렇게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아니야. 미치지 않고서야 재훈이가 있는데 쳐들어 왔을까?”
“그럼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마을 어귀에는 커다란 참나무 하나가 있었지.”
재필은 이처럼 중만의 뜬금없고 서술적인 투머치 스타일의 언어 패턴이 짜증 났다.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면, 그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달아 주시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그냥 들어, 새끼야!”
“…….”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자 다른 승객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어. 왜냐하면 참나무에 수백 개의 노란 손수건이 달려있었거든.”
“그 노란 손수건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요!”
“너희 아지트 주차장에도 커다란 나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그 나무에 노란 손수건이 달려있다.”
재필은 중만이 자신을 농락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장난하십니까? 그게 왜 거기에 걸려 있는데요?”
“왜 걸려 있긴, 내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으니까.”
“그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그걸 누구에게 시킵니까?”
“내가 심어 놓은 프락치.”
프락치라는 말에 재필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를 이간질까지 시킬 작정이십니까?”
“어차피 죽일 텐데, 뭐 하러 이간질을 하겠냐?”
“그럼, 그게 누굽니까?”
질문하는 재필의 목소리가 살포시 떨렸다.
“대신 본인하고 수빈이는 살려 달라는 조건이었지.”
본인이라면 주선을 말하는 듯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중만과 생활했다지만 잠시뿐이었고, 배신할 하등의 이유도 없었다. 물론 차중만의 존재가 두려워서 일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는 방어할 능력이 충분한 모임이었다. 하지만 주선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커피 다 드셨으면, 이제 빨리 끝내십시오.”
“아니, 빨리 끝내버리면 재미가 없잖아.”
그 순간.
퍽!
중만이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로 재필의 한쪽 다리를 힘 있게 내리쳤다.
“으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아… 하아… 하아….”
“네 다리는 주인을 잘 못 만나 참 고생한다. 그치?”
“하아… 하아… 하아…. 뭐하십니까? 끝낼 거면 빨리 끝내세요.”
“아니야. 아직 한 쪽이 남았잖아. 으짜!”
퍽!
다시금 방망이를 힘차게 내리쳤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씨발, 아아아아아악!”
재필은 고통을 못 이겨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씨발, 내 손바닥이 다 아프네. 야구 선수 안 하길 잘 했지. 자! 그럼 마무리를 지어볼까? 이번에는 대가리다.”
그러고는 방망이로 재필의 머리를 겨냥하고는 번쩍 들어 올렸다.
“잘 가라!”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