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크리처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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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물샘
발행처 : 도서출판 윤송 / 도서출판 윤송
등록일 : 2016년 6월 30일
투고처 : webnovel@youns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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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7258-358-3
정 가 2,600원
2권 - 1부
오재필.
나쁜 놈 그리고 나쁜 놈.
똘마니들.
미끼.
오재필.
재필은 하는 수 없이 다시 아연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왔다.
“아연아, 지금 문이 안 열려서 나갈 수가 없을 거 같아. 날이 밝으면 열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조금 곤란해. 그러니까 우리 방에 가서 숨어 있다가 날이 밝으면 탈출하자.”
아연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떡이고는 깨진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연아, 가지 마! 유리 때문에 다칠 수 있어.”
하지만 아연은 유리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재훈을 찾기 위함이었지만 그곳에 재훈은 없었다.
아연이 낙담한 표정을 짓자 재필이 쌍안경을 아연에게 건넸다.
“아연아, 너와 같이 있던 아저씨가 탈출한 거 같아. 만일 탈출하지 못했으면 시신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없잖아.”
재필도 재훈의 생사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안전한 곳으로 탈출했을 거야.”
그렇게 애써 아연을 위로했다.
“아연아, 우리 날이 밝을 때까지 저 방 안에 들어가 있자.”
그렇게 말하고는 사장실로 보이는 방 안에 들어가 시신을 밖으로 치워버리고는 물티슈를 이용해서 살상의 흔적을 정성껏 지웠다.
“다 됐다. 들어가자! 소파가 있으니까 거기 누워서 잠을 좀 자.”
그러나 잠이 올 리 없다.
아연이 무서워할 것 같아서 등까지 켜 놓은 탓에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아연아, 그런데 왜 호루라기를 분 거야?”
재필은 아연이 호루라기를 분 이유가 자신들을 향한 복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게요….”
“말해. 괜찮으니까.”
“재훈이 아저씨가 위험한 거 같아서요.”
“재훈이 아저씨? 아! 저기 밑에 묶여 있던 아저씨?”
“네.”
“그런데 호루라기를 불면 너도 위험해지잖아. 그거 생각 못 한 거야?”
“생각했어요. 하지만 재훈이 아저씨가 더 위험해서요.”
상상도 못 했다. 어린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아연이는 참 착한 아이구나? 아저씨는 매우 나쁜 아저씬데….”
“아니에요. 아저씨도 착해요. 아저씨 써야 하는 마스크를 저한테 씌워 주셨잖아요.”
재필의 눈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아저씨, 울어요?”
“아, 아니. 하품이 나와서. 잠을 못 잤잖아.”
감동했다. 아연을 위해 자기가 희생한 사실을 아연이도 알고 고마워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너한테만 살짝 고백하는 거지만, 아저씨가 성인이 된 후에 착한 일을 한 건 사실 아까 그 일이 거의 처음이야. 그냥 네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왜요? 저를 잘 모르잖아요.”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그러고 싶었어. 그리고 아저씨는 감동했다? 아연이가 아저씨 몸에 향수 뿌려줘서.”
“주머니에 있어서 뿌려준 건데요?”
“아저씨가 아연이 잡아 온 거잖아. 그런 나쁜 사람한테 그 누가 향수를 뿌려주겠냐? 아마도 아연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일 거야. 아! 맞다. 아마도 내가 처음으로 착한 일을 한 건, 네가 천사이기 때문에 그랬던 거 같다.”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네가 천사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쁜 아저씨도 아연이를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거야.”
그럴지도 모른다. 피도 눈물도 없는 폭도 생활, 물론 재앙 이전에도 나쁜 짓을 골라 했던 재필이었다. 그러한 재필이 아연이를 위해서 희생을 했다.
“천사를 만나게 되니 아저씨 안에 있는 아주 작지만 착한 부분이 밖으로 나온 거 같아. 아마도 하나님이 나에게 천사를 보내서 새로운 삶을 살라고 하는 걸지도 몰라.”
재필은 주저리주저리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평소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고 나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그렇게 재필은 마치 간증을 하는 마음으로 아연에게 자기 고백을 하고 있었다.
“아연아, 괜찮으면 당분간 아저씨와 함께 지낼래?”
“…재훈이 아저씨는요?”
아연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아! 재훈이 아저씨가 있었지. 그럼 이렇게 하자 재훈이 아저씨를 만날 때까지만 아저씨와 지내자! 지금은 재훈이 아저씨가 없으니까 아연이 혼자 지내면 위험할 거 같아서 그래. 그러니까 재훈이 아저씨 만날 때까지만….”
“아저씨!”
“응?”
“저랑 같이 있으면 아저씨도 위험해질 수 있어요.”
뜻밖의 말이었다.
“그, 그게….”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기에 재필은 한참을 생각했다.
“어차피 혼자 있어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야. 그리고 아저씨가 아연이를 보니까. 어른 보다 더 용기가 있는 거 같아. 혹시 알아? 아저씨가 아연이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지?”
“도움이 필요하면 저도 아저씨 도와드릴게요.”
재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고맙다. 아연이가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호루라기만 안 불면….”
그 말에 아연이 웃었다. 웃는 모습이 참 천사 같은데 극한의 상황이 아연의 미소를 많이 빼앗아가 버렸다.
아연도 재필이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비록 어제만 해도 자신과 재훈을 가두었던 사람이지만 말에서 진심이 묻어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날이 밝자마자 민준과 아연은 재훈이 묶인 가로등을 찾았다.
“거봐! 핏자국 같은 것도 없잖아. 수갑이 걸려 있지 않은 거 보니까 아마 재훈이 아저씨는 스스로 안전한 곳에 숨었을 거야.”
“스스로요? 그런데 저를 왜 구하러 오지 않았을까요?”
“아! 그러니까… 아마도 돌연변이들이 우리가 있던 곳으로 몰려들어서 섣불리 구하러 올 수 없었을 거야.”
“그럼 재훈이 아저씨는 이제 어떻게 만나요?”
“아! 그러니까 어떻게 만나지?”
그때 재필의 머릿속에서 묘수가 떠올랐다.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 우리가 갈 곳 주소를 적어서 여기 붙여 놓는 거야. 어때, 좋은 방법이지?”
“재훈이 아저씨가 여기로 다시 올까요?”
“올 거야. 너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이곳을 찾게 될 거야. 다시 찾아온다면 주소를 보고 찾아오겠지. 어때, 아저씨 천재 같지?”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안 돼요?”
그 말에 재필은 어쩔 수 없이 오후가 될 때까지 가로등 주변에서 재훈을 기다렸다. 하지만 재훈은 오지 않았다.
“아연아, 이러다가 다시 해가 지겠다. 그리고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아저씨들이 머물렀던 곳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먹을 게 많아.”
재필은 건물에서 나오면서 소총들과 탄알을 잔뜩 챙겨서 큰 가방에 담았다. 살기 위해서 총은 필수였다.
물론 돌연변이를 대비함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자신들과 같은 폭도들이나 괴한들을 방어할 무기가 필요했다.
자신이 머물렀던 아지트로 이동하기 위해 타고 왔던 차량으로 갔지만 차량이 두 대뿐이었다. 원래 세 대가 있어야 정상이다.
없어진 차는 하필 차중만이 타던 차였다.
“어? 왜 차 한 대가 없지?”
재필은 차중만이 탈출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 시체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차마 동료들의 주검을 쳐다볼 수 없었기에 누가 죽고 누가 살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런데 문제는 없어진 차의 열쇠를 차중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랬기에 어쩔 수 없이 원래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재훈은 아연이 잡혀갔던 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빌딩으로 올라가 미친 듯이 시신을 뒤졌지만 아연이 있을 리 없다.
“재훈아, 없어. 없다는 건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건물 안에서 죽은 이들은 모두 백골이 되어 있었지만, 어린아이의 시신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재훈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혹시 돌연변이가 아연이를 끌고 간 건 아닐까요?”
불안했다.
“내가 모든 걸 지켜봤다고 했잖아. 무언가를 가지고 나오는 돌연변이는 보지 못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형님, 무기들도 없어요.”
“무기? 무슨 무기.”
“그놈들이 총으로 무장하고 있었거든요. 다 죽었다면 여기에 무기가 남아있어야 하는데, 무기가 전혀 없어요. 누군가 가지고 간 거 같은데?”
“낮에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가져갔겠지. 그렇게 소란스러웠으니까 근처에 사람이 있었다면 와서 가져갔을 거야.”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혹시 이곳에 온 누군가가 아연이도 데려간 게 아닐까요?”
그때 민준이 마스크를 집어 들었다.
“여기 마스크 두 개가 놓여 있잖아.”
분명 그 마스크는 재훈이 가지고 있던 마스크가 확실했다.
“어! 그거 제건데.”
“재훈아, 봐봐! 이거 누가 쓰고 있었어.”
마스크는 침 때문에 매우 축축한 상태였다.
“이거 아연이와 제가 집을 탈출하면서 썼던 거예요. 어?”
“왜?”
“잠깐만요. 제가 아연이 씌어 준 마스크는 아연이 머리가 작아서 줄을 아주 짧게 당겨놨어요.”
“그래서 여기 줄을 짧게 당긴 마스크가 있잖아.”
“아니요. 제가 아연이에게 씌운 마스크는 이게 아니에요. 줄이 줄어든 거는 제가 쓰던 마스크에요.”
“그럼 뭐야? 아연이가 네가 쓰던 마스크를 썼다는 거야?”
“그런 거 같아요. 그러지 않고서는 제가 쓰던 게 이렇게 줄이 짧아지고, 아연이가 쓰던 게 길어질 리 없어요.”
“어두워서 착각한 거 아니야?”
“아니에요. 이거 보세요. 여기 앞쪽에 긁힌 자국. 이거 제가 탈출하다가 벽에 긁은 거예요. 이거 제가 쓰던 게 확실해요.”
“그렇다면….”
“맞아요. 아연이가 호루라기를 분 후에 마스크를 썼을 거예요.”
“그러면 자기가 쓰던 걸 쓰지 왜 힘들게 네 거를 쓰겠냐?”
“이거 애들 힘으로 못 줄여요. 분명 누가 씌워 준 거예요.”
산업용 방진 마스크의 고무로 된 줄은 7살짜리 어린 아이의 힘으로 줄이기에는 불가능했다.
재훈은 아연이 살아 있을 것이라는 안도감에 한숨을 덜어냈다.
“재훈아, 누가 구해줬을까? 나중에 찾아간 사람들이 아니라면 폭도들 중 한 명일까?”
“글쎄요? 혹시 아연이 말고 잡혀 있던 또 다른 사람이지 않을까요?”
빌딩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재훈은 제3의 사람이 붙잡혀 있다가 아연을 구했을지도 모른다는 추론도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다행이다. 이렇게 아연에게 마스크를 씌워 줄 정도면 나쁜 사람은 아닌 듯싶어.”
“좋은 사람과 같이 지내고 있으면 좋겠어요. 아연이 반드시 찾을 거예요. 찾아서 제가 반드시 안전하게 지켜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