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입니다만 검도 조금 9
§ contents §
전쟁터에서의 활약
늦은 밤, 소리 없이 도둑이 찾아오는 것처럼 전쟁도 그리 온다
본질에 대한 깨달음
전쟁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고, 그 성숙함은 내면을 강하게 만든다
엘프들의 성지 엘바프
전쟁터에서의 활약
“살레오스가 소멸된 것 같다고?”
“그렇습니다. 살레오스 님께서 돌아오지 않아 현장으로 사람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죽어 있는 신족과 놈들을 따르는 루치펠의 신도들을 보았다고 하였는데 그 수가 상당하였다고 합니다.”
“살레오스와 함께 간 자들은?”
“일족의 아이들과 흑마법사들은 사원 안쪽에서 죽어 있었고, 살레오스 님께서는 흔적이 묘연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묘연해?”
“해서, 제가 직접 찾아가 확인해 보았는데 저의 생각으로는 마력기관이 뜯겨 나가면서 육신이 소멸된 것 같았습니다.”
“뭐라, 마력기관이 뜯겨 나갔다고?”
“살레오스 님께서는 고요한 사원에서 신족들을 만난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보고를 듣고 있는 파이몬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살레오스 님께서는 신족들과 싸우면서 그놈들을 어느 정도 소멸시켰지만 놈들의 수가 더 많았지 않았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결국 수의 우위를 극복하지 못하고 신족에게 패하여 그놈들에게 마력기관을 빼앗긴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신족에게 마력기관을 빼앗겼다는 말에 인상을 쓰는 파이몬이었다.
마도공학의 집약체라 불리며 괴물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이족보행의 병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거신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력기관이 필요하긴 하지.”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놈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뜻이겠군.”
“하여, 수하들을 풀어 놈들이 거신병을 만드는 제작 장소를 찾으라고 명령을 내려 놓았습니다.”
“잘했다. 거신병이 제작되면 우리도 피곤해지니 만들기 전에 부수는 게 좋아. 그 일을 아이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너희들도 움직여서 찾아봐.”
“일족에게 투마왕의 명령을 전달하겠습니다.”
파이몬은 살레오스의 소멸이 아쉽기는 해도 그로 인해서 신족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대비책을 세운다면 그의 죽음이 그리 헛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 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아이들이 루치펠의 신도들과 협상을 하여 영역을 나누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저도 그렇게 들었지만 딱히 신경 쓸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신족들도 살레오스 님을 공격하여 소멸시킨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럼 협상은 없던 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되는 건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굳이 우리가 아이들의 사정에 맞춰 움직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신족의 수를 한 놈이라도 더 줄이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니 상황에 맞게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증거인멸을 하면 그놈들은 우리에게 소멸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옳다 생각하여 되물었다.
“그건 신족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고요한 사원으로 신족들이 찾아온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럼 타우티란의 독과 거미줄, 트리오 레드 미노타우로스의 뿔과 눈 모두 확보하지 못하고 신족들에게 빼앗겼다는 말이군.”
“죄송합니다.”
“바르바토스. 우리가 잠들어 있는 동안 인간들에게 물이 많이 들었어.”
“네에…….”
“이런저런 변명을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한 모양이군.”
그 말에 바르바토스가 흠칫하고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용서하십시오.”
“내가 처음 이곳에 올라왔을 땐 말이지.”
파이몬이 ‘나 때는…….’을 시전하며 한 시간을 넘게 잔소리하자, 바르바토스는 귀에서 피가 흘러나올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게 인간들이 말하는 꼰대인가?’
파이몬의 잔소리를 듣고 있는 바르바토스는 견딜 수가 없었지만 파이몬은 자신이 어떻게 해 볼 상대가 아니었기에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어야 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용서하십시오. 다음부터는 이러한 일은 생기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지. 똑같은 일이 벌어지면 내가 직접 너의 마력기관을 빼어서 신족에게 던져 줄 테니까.”
“놈들의 거신병 제작소를 찾게 되면 곧장 부숴 버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믿어 보지. 그리고 대륙에 뿌려진 신기를 최대한 빨리 회수해야 한다.”
“백방으로 수소문 중입니다. 신기를 회수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대륙으로 보냈습니다.”
“특히 뇌신의 눈물은 반드시 찾아 회수해야 한다.”
“심려 놓으십시오. 반드시 찾아 마계와 연결하는 차원의 문을 열겠습니다.”
*
“이제야 왔는가?”
그의 목소리에 아르테미우스는 넓은 밭에서 홀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노인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로드.”
노인은 몸을 돌려 아르테미우스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날의 모습보다 더 보기 좋군.”
“살이 조금 빠졌을 뿐입니다.”
“허허, 어찌 되었건 지금이 더 건강하게 보이는 건 사실이야. 그래, 그동안 어찌 지냈는지 이야기를 좀 해 줄 수 있겠나?”
드래곤의 로드이자 골드 드래곤의 수장인 아티란스가 바로 이 노인이었다.
“물론입니다.”
“가세. 내가 농사를 지어 잘 말린 찻잎이 있네. 이걸 우려내면 정말 맛있다네.”
아티란스는 아르테미우스를 데리고 그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작은 움막이 그의 집이었고, 가구는 단출했다.
드래곤의 수장인 아티란스의 레어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평범했다.
아티란스가 아르테미우스를 위해서 차를 직접 끓여 내주었고, 아르테미우스는 차의 향과 맛을 음미하며 한 모금 마셨다.
“어떤가?”
“아주 좋습니다. 500년 동안 언데드로 살다가 이리 차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이제야 제가 정말 살아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고생했네.”
“그런데 로드께서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로드께서 미래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무려 500년이 넘는 긴 세월인데….”
아티란스가 미소를 지었다.
“사실 나도 몰랐다네. 내가 500년 후의 미래를 알았다면 그 당시 걱정도 안 했겠지.”
“네에? 그럼 왜 저를…….”
“모험이었네.”
아르테미우스는 모험이었다는 말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확신도 없었네. 하지만 나는 당시 일족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했네. 그리고 훗날을 대비해야 했네.”
아르테미우스는 로드인 아티란스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래서 난 나의 목숨을 걸고 창조주를 만났고, 창조주께서는 나에게 하나의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셨네.”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 말입니까?”
“그렇다네. 난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1,000년 전 프리덤이라는 다른 세상을 만들었다네. 그리고 자네와 내기를 했지.”
“그 모험에 저를 끌어들이신 것이군요.”
“그렇다네. 이 대륙을 구하기 위해서 대륙 전쟁을 끝내 줄 이가 필요했고, 혹여 내가 실패를 하더라도 언데드가 된 자네가 나의 뜻을 이어받아 계속해서 프리덤이란 세상을 통해 인재를 구하고 이 대륙으로 소환해 줄 거라 생각했지.”
“하지만 전 피란체바를 만나지 못했다면 영혼은 소멸되었고, 자아를 가지지 못했을 겁니다.”
“그건 나의 힘으로도 가능하다네.”
“그러면 왜 저를 그동안 그냥 두셨습니까?”
아르테미우스의 입장에서 지금 아티란스의 말이 너무나 섭섭하게 들렸다.
“자네를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 게 최소한의 기준이었다네.”
“네에?”
“내가 소환한 자들 중에서 자네를 만나고 자네의 영혼과 자아를 찾아 줄 인재가 이 대륙을 구할 최소한의 인재로 난 생각을 했다네.”
“만약 다른 인간이 제가 아닌 다른 곳에서 능력을 얻어 대륙을 구했다면…….”
“그럼 자네는 언데드로 살아가겠지. 물론 내가 자네의 영혼과 자아는 찾아 줬을 거라네.”
“하… 하하…….”
아티란스의 말에 아르테미우스는 기가 차는지 헛웃음이 나왔다.
“자네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아르테미우스는 아티란스의 질문에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해 줬다.
“재미없는 삶이었구먼.”
“지독시리 재미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피란체바를 만나 그동안의 무료함을 보상받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새로운 무공도 배우면서 나름 재미있고, 즐거운 유희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그렇습니다.”
“자네, 오래전에 내가 한 말을 기억하나?”
“제가 로드를 찾아오는 날 로드께서는 저에게 자신의 자리를 맡길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그리 말했네. 이렇게 나를 찾아왔으니 이제 자네가 나의 자리를 물려받을 준비를 해야겠지?”
“저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언데드인 제가 로드가 된다면 다른 드래곤들이 반발할 겁니다.”
“그 드래곤들이 대륙 전쟁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음…….”
“지금 당장 로드의 자리를 물려받으라는 건 아니네. 대륙 전쟁이 끝나는 날까지는 내가 이 자리를 지킬 거라네. 그리고 자네는 대륙 전쟁으로 인해서 황폐화된 이 대륙을 되살리는 데 힘을 써 주면 된다네.”
“우리가 이길 것이라 확신하고 계신 듯합니다.”
“그렇다네.”
확고한 믿음에서 나오는 대답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봐도 됩니까?”
“자네가 깨어나지 않았나?”
“저는 고위 마족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제가 마족, 신족들과의 싸움에서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그들을 멸할 수 있는 힘은 없습니다.”
“하하하하.”
아티란스가 소리 내어 웃었다.
“나는 자네보고 이 대륙을 구하라고 한 적이 없네.”
“그럼…….”
“자네를 깨워 준 이가 있지 않나.”
아르테미우스는 피란체바를 떠올렸다.
“그러니 걱정 말게. 그를 믿고 그와 함께하는 동안 내가 왜 이리 확신하는지 알게 될 것이니 그냥 믿음을 가지게.”
*
피란체바는 이드센 백작이 제공해 주는 마차를 타고 매코드 강으로 향했다.
매코드 강은 프라라스 공국의 젖줄이라 불리는 강으로 이 강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사람들이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영지가 만들어지고, 영지들은 강물을 이용한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며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프라라스 공국의 젖줄이라 불리는 매코드 강은 프라라스 공국과 로마리 족의 전쟁으로 인해서 피로 오염되고, 시체가 강을 따라 흐르며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매코드 강을 중심으로 삶을 영위하는 영지민들은 프라라스 공국과 로마리 족의 싸움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이 싸움이 하루빨리 끝나기만을 원했다.
피란체바와 엘리나는 매코드 강의 전선에 당도했을 때, 전선 자체가 매우 혼란스러웠다.
“마법사님, 이쪽으로.”
피란체바와 엘리나를 이곳까지 데리고 온 부관이 전선의 총책임자를 만나기 위해서 두 사람을 그에게 데리고 갔다.
“아킬레드 후작님의 성격은 호탕하지만 조금은 권위 의식을 가지고 계신 분이십니다.”
“그럼 주변에 아부를 하는 자들이 많이 있겠군요.”
“어, 어… 많이는 아니고 조금 있긴 합니다.”
그때, 피란체바의 마나필링에 이질적인 기운이 감지되었다.
“여기 흑마법사들이 있습니까?”
“네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흑마법사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