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입니다만 검도 조금 6
§ contents §
스콜리든 공국으로
천재들의 모임 프리덤
스콜린드 공국의 위기
불타는 일리야 백작 가문
일리야 백작 가문의 새로운 가주
스콜리든 공국으로
피란체바의 일행은 아르테미우스를 타고 디폴스 백작령을 향해 움직였다.
아르테미우스는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고 있지만 피란체바가 실드 마법을 사용해 맞바람을 막아 주고 있으니 타고 있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그 속도를 체감할 수가 없어 편하게 디폴스 백작령으로 올 수 있었다.
하늘 높이 비행을 하다 인적이 드문 해안가를 발견하고 사람의 눈을 피해서 그곳으로 내려앉았다.
모두가 아르테미우스에서 내리자, 아르테미우스는 다시 비상하여 하늘로 올라갔다.
“이제 어떻게 하지?”
페이라레가 물었다.
“배를 이용해서 스콜리든 공국으로 빼돌린다고 했으니 일단 항구로 가서 생각해 봐요.”
“그렇게 해. 함께 다니는 것보다 엘리나는 용병단을 데리고 움직여. 난 체플린이랑 움직일 테니까.”
“알았어.”
“그러고 넌 합법적으로 무역이나 여객 수송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스콜리든 공국을 오가는 상선을 알아봐. 난 밀수를 비롯하여 인신매매와 같은 불법으로 스콜리든 공국을 다니는 선박을 알아볼 테니까.”
“그런데 아이들을 납치했는데 정기선을 이용할까?”
불법을 저지르면서 정기선을 이용할까 싶어 물었지만 피란체바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답했다.
“그렇긴 한데 아이들은 통제하기 어려워. 그러니 수면제로 아이들을 재워 물건과 함께 보낼 수도 있으니까. 일단 한 번 알아봐.”
피란체바와 엘리나 용병단은 분업을 하여 빠르게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 위해서 움직였다.
엘리나 용병단과 헤어진 피란체바는 불법으로 바다를 누비고 다니는 선박을 찾기 위해서 디폴스 백작령의 도둑 길드를 찾아갔다.
술집이 몰려 있는 상가 지구에서 피란체바는 술집 간판에서 도둑 길드가 운영하는 술집이라는 표식을 찾았다.
“도련님, 저기 있습니다.”
체플린이 먼저 도둑 길드가 운영하는 술집을 찾아 피란체바에게 알렸다.
“가 보자.”
피란체바가 술집에 들어서자, 몇몇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피란체바는 자신에게 시선을 옮기는 이들을 보며 이들 중 누가 진짜 손님이고 위장한 가짜 손님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는데 손님이라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들 중 진짜 손님은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피란체바는 기다란 바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아직 앳돼 보이는데 술을 마실 줄 아는지 모르겠군.”
바텐더의 말을 듣고 피란체바는 진열된 술들을 쭉 둘러보더니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말포이 블랙 64년산으로 두 잔.”
“오호, 어디서 술 이름은 들어 본 모양이구나. 저 술은 매우 비싼 술이란다.”
피란체바가 금전과 보석이 든 주머니를 꺼내 바 위에 부었다.
주머니에서 쏟아지는 금전과 보석을 본 바텐더의 눈빛이 빛났다.
체플린은 왜 도둑들이 득실거리는 도둑 길드의 술집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뭔가 생각이 있겠지 하곤 조금은 긴장한 상태로 도둑들의 행동을 살폈다.
테이블에서 삼삼오오 앉아 술을 먹던 이들도 바 위에 쏟아진 금전과 보석을 보곤 낮은 목소리로 그들끼리 소곤거렸다.
“이걸로도 부족하려나?”
어리다고 약을 올리던 바텐더의 표정이 바뀌면서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는 피란체바가 선택한 말포이 블랙 64년산 술병을 꺼내 두 잔을 채워 피란체바와 체플린에게 건네주었다.
“술이 아주 독합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마실 테니 걱정 말고.”
그때 한 사내가 피란체바에게도 접근하여 말했다.
“이 구역에 새로 온 소매치기 같은데 어디서 놀다 굴러들어온 놈이야?”
피란체바가 꺼낸 금전과 보석들을 보고 욕심이 생긴 사내가 시비를 걸었다.
“체플린.”
“네.”
“치워.”
그 순간 마법이 허공에 생성되더니 사내의 가슴을 때려 뒤로 날려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술집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일어났고, 일부 사내들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빼 들었다.
“도둑 길드가 이리 어설픈데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 몰라.”
피란체바의 말에 이들은 흠칫하는 표정과 함께 주변에 있는 동료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도련님, 발레포르 백작의 일로 본가에서 도둑 길드들을 공격하여 능력 있는 놈들을 다 죽인 적이 있었습니다.”
“나도 알아. 나도 몇 군데 날려 버렸으니까.”
“아마도 그때의 후유증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놈들이라면 내가 술집으로 들어섰을 때 내가 누구인지 알았을 거 아니야.”
“그야 그렇지만 이제 정비를 하는 놈들인지라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지 못한 모양입니다.”
피란체바는 둘러싼 도둑 길드의 길드원들을 보며 체플린에게 말했다.
“이들은 우리가 하는 일에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그럼…?”
“여긴 백작령이니 다른 도둑 길드도 있겠지?”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잠… 잠깐!”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바텐더가 급하게 잠깐을 외치며 피란체바에게 물었다.
“일리야 백작 가문의 분들이십니까?”
두 사람의 대화가 일리야 백작 가문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물었다.
“이분이 일리야 백작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신 피란체바 도련님이시다.”
“피란체바…….”
제국에서 제법 유명세를 얻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정말 피란체바 도련님이십니까?”
“왜, 아닐 것 같아?”
“아니, 아닙니다. 알아보지 못해 무례를 범했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술집 안으로 들어왔는데 술집 안에 서 있던 사내들이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다들 왜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 누가 쳐들어온 거야.”
술집으로 들어온 사내가 바에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 두 사내를 보며 말했다.
“저놈들이야?”
“지부장님. 일리야 백작 가문의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일리야 백작 가문이라는 말이 나오자, 지부장이란 사내가 황급하게 달려와 두 사람에게 허리를 숙였다.
“선샤인 길드의 지부장인 도리슨입니다.”
그는 인사를 하며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허어억!”
그는 피란체바를 보자 더 놀라 얼굴로 숙인 허리를 더 숙이며 말했다.
“피란체바 도련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아부를 하는 모습이었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제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그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고, 또 흑마법사들과의 싸움에서 그의 활약이 암암리에 조금씩 전해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서 다음 세대의 제국 최고의 실세가 될 것이라고 귀족들은 입을 모아 말하는 걸 몇 번이나 들었다.
물론 시기와 질투를 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황제의 관심이 집중된 피란체바에게 직접적으로 해코지할 귀족은 현재까지는 없었다.
“도리슨 지부장님.”
“말씀하십시오, 피란체바 님.”
“허리 펴고 옆에 앉으세요.”
그제야 숙인 허리를 편 후 피란체바를 보고 활짝 웃으며 조심스럽게 옆자리에 앉는 도리슨이었다.
“디폴스 백작령에는 도둑 길드가 몇 개나 있죠?”
“세 개가 있습니다.”
“그들과 경쟁 관계인가요?”
“아닙니다. 협력관계입니다. 지난날 악독했던 흑마법사 발레포르 백작의 간악한 술수에 걸려 그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시절에 일리야 백작 가문의 은혜로 그놈의 술수에서 벗어난 이후, 함께 협력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중입니다.”
“그래요. 그리 생각하니 제가 부탁 하나만 할게요.”
“말씀하십시오.”
“지금 세 개의 도둑 길드 지부장들을 이곳으로 부르세요.”
“저희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일입니까?”
“그건 아닌데 같이 성장하고 있다면서요. 그러니 이번에 같이 도움을 주고 제국으로부터 약간의 보상을 받으세요.”
“아…, 알겠습니다. 곧 그들을 불러오겠습니다. 피란체바 님의 넓으신 마음에 깊이 감복하며 은혜를 입었으니 길드원들의 전심을 다하여 맡기신 일을 완수하겠습니다.”
지부장의 말에 길드원들이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보았다.
“빨리 데리고 오기나 해요.”
*
피란체바와 엘리나 일행은 늦은 밤에 항구 근처에 있는 여관에 방을 얻은 후에 데미야스 백작령에서 출발한 하늘의 신전 사람들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들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아직 그들은 디폴스 백작령에 도착하지 않았고, 하루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말을 듣고 항구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용병 생활은 좀 어때?”
피란체바는 엘리나와 함께 식당에서 술을 한잔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아. 지금 나의 용병단은 한시적으로 모인 용병단이라 제약도 조금 있어.”
“그래?”
“우리 용병단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페이라레 선배는 곧 가문으로 돌아가야 해. 그럼 활동이 더 위축될 거야.”
“메인 탱커가 없으니 그렇게 되겠네.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하는데 페이라레 선배가 없으면 조금 위험한 의뢰는 엄두를 못 내. 그래서 페이라레 선배가 집으로 돌아갈 때 단원들을 본가로 보낼 생각이야.”
“로렌스 후작 가문으로? 너희 가문의 기사로 쓰게?”
“백작, 자작의 기사보다는 대우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본가에서 기사로 활동했다는 것만으로 그들은 큰 인연을 만드는 것이고, 또 자신들의 가문에 문제가 생길 때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나쁜 건 아니니까.”
피란체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 아니, 네 생각이 맞을 것 같아. 그들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너를 따라나섰을 테니까.”
엘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용병단이 해체되면 혼자 다닐 거야?”
“아니, 그 시점에 나도 가문으로 돌아가 용병 생활 하면서 얻은 걸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거야. 그리고 네가 오두막에서 나오면 그때 너와 함께 다니면 되지 않을까?”
피란체바는 괜찮은 생각이라 여기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난 한 일 년 정도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오두막에 대해서 배울 것이 너무 많아. 그리고 이런 임무도 많고.”
“그렇게 해. 1년 정도면 나도 생각을 정리하고 크로우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되니까.”
“기사들이 아니고?”
“이미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서 기사들과의 훈련은 큰 도움이 안 돼. 크로우의 기술들을 익혀 나에게 맞게 변형하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검에 대해서는 엘리나가 자신보다 더 뛰어나니 알아서 잘할 것이라 생각했다.
“알았어. 그렇게 해. 내가 오두막에서 나오면 로렌스 후작 가문으로 너를 데리러 갈게.”
“알았어. 그런데 넌 어떻게 프리덤에서 그렇게 빨리 강해질 수가 있었어?”
“무식하게 프리덤만 했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퀘스트를 하고, 많이 죽고, 죽이면서.”
“하긴, 넌 프리덤 할 때 악명을 떨쳤지.”
“그걸 악명이라고 말하면 안 되지. 난 나의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어. 그렇게 노력해서 얻은 명성이지. 그걸 악명이라고 말하면 조금 섭섭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프리덤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하며 지난 세월들을 회상했다.
“그때가 좋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