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땅마법사, 요리를 곁들인 05권
중세 땅마법사, 요리를 곁들인 05권
중세 땅마법사, 요리를 곁들인
05
퇴직연금술
중세 땅마법사, 요리를 곁들인 05권
차례
Chapter 01. 암흑성 지하 던전 - 2
Chapter 02. 왕국 수도에서 생긴 일
Chapter 03. 남대륙 탐험대
중세 땅마법사, 요리를 곁들인 05권
Chapter 01. 암흑성 지하 던전 - 2
루시안은 부하들을 살폈다.
라인홀트와 로이는 멀쩡하게 회복했다.
둘 다 재생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갑옷도 품질이 좋아 심하게 훼손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부상 수준이 어떤가?”
“다행히 포션으로 회복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손뼈가 으스러진 매버릭은 트롤 피로 만든 재생 포션을 한 모금 마시고 회복했다.
비요른은 지방이 많은 곰의 상태에서 부상을 입었기에 생각보다 그 정도가 나쁘지 않았다. 회복 포션 한 병으로 컨디션이 돌아왔다.
엑셀리온은 아예 생채기조차 없었다.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 않군.”
루시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루시안이 마법을 쓰기 위한 준비시간이 필요해서, 이들의 희생은 불가피했다.
원래는 부하의 실력을 완벽히 믿고 있었지만, 이번 흡혈귀 던전에서는 생각보다 적이 강력했다.
부하들도 초인의 전사들이지만 타우렌이나 악마 석상 같은 놈들은 규격 외의 괴물이었다.
‘돌아가면 부하들 장비를 조금 더 신경 써야겠어.’
루시안은 복귀하면 돈을 투자해서 전원 마법 장비로 맞추기로 했다. 실력을 단시간에 확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게 베스트였다.
원래라면 든든한 골렘을 앞세우고 부하는 호위나 보조만 맡겼다. 그런데 이런 던전 안에서는 골렘이 소환이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부하들이 골렘 대신 가디언 역할을 해야 했다.
루시안 대신 앞서서 공격을 받아내야 하는 것이 부하들의 역할이었지만, 고기 방패로 부리고 이들의 생사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도 마력의 80%는 충전했다.’
흡혈귀를 죽여 흡수한 피로 지팡이의 마력을 대폭 충전했다.
이번에 처치한 놈은 수준이 높은 흡혈귀인 듯했다.
또한 녀석의 마석을 챙길 수 있었는데,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루시안 일행을 고전시켰던 타우렌의 마석보다도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다만 루시안은 강력한 흡혈귀의 마석에는 저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저주를 제거하지 않고 그냥 사용하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기에 그냥 챙기기만 했다.
타우렌은 강하긴 했지만, 단순한 무투파였기에 그의 마석은 저주에 대한 염려 없이 바로 사용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 처치한 귀족 흡혈귀는 꽤 수준 높은 흑마법사였기에 저주 해제가 필수다.
‘흑마법과 언데드를 상대로 미카엘의 신성력이 사기긴 해.’
미카엘의 신성력이 아니었다면, 흡혈귀를 상대하는 데 이렇게 쉽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루시안이 스톤 마스터라고 해도 20개나 되는 악마 석상을 단숨에 소멸시키고, 흡혈귀 본인에게도 강력한 제압 공격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르긴 해도 신성력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의 파티에서 사망자가 나왔을 수도 있다.
강력한 흡혈귀조차 손쉽게 제압하고 죽일 수 있는 신성력 버프 덕분에 강적을 쉽게 이길 수 있었다.
‘하긴 신성력을 따로 챙길 수 없었다면 내 부하들만 데리고 위험한 던전에 오지 않았겠지.’
위험하긴 했어도 루시안과 그의 부하들만 던전을 공략한 것에는 장점도 있었다.
던전에서 나온 전리품들은 고스란히 루시안 차지인 것이다.
흡혈귀의 마법서와 마석은 고급 재료다.
루시안의 힘을 한 단계 키워줄 재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던전 탐사와 흡혈귀 토벌을 성공리에 마치면 그 전공도 전부 루시안이 독점할 것이다.
프리실라와 결혼도 계획했으니 왕세자의 인정을 받아 백작령의 영주 자리를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번 던전 탐사는 위험하기는 했어도 그만큼 소득이 있었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하자.”
루시안은 방금 처치한 흡혈귀가 이 던전에서 수준이 가장 높은 흡혈귀라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적들은 비교적 쉬운 상대일 것이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 겸 조금 여유롭게 휴식을 해도 될 것 같았다.
회복 포션을 마시던 비요른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보존식량을 꺼냈다.
“그거 말고 제대로 해 먹자. 냄비를 꺼내 봐”
“네, 알겠습니다!”
비요른이 싱글벙글 웃으며 가방에서 철 냄비를 꺼냈다.
다른 멤버들도 냄비라는 말에 관심을 가졌다.
루시안은 간단한 스튜를 할 생각이었다.
보존식량은 아직 넉넉했지만, 벌써 3일째 보존식량만 먹고 있었다. 배고프진 않아도 즐거운 식사는 아니었다.
“던전에서 해 먹으려고 준비해 왔지.”
루시안은 모험가 협회에서 비싸게 주고 산 고체 연료를 꺼냈다. 연탄과 양초를 반반 섞어놓은 듯한 물건이다. 불을 붙이면 2시간은 지속되는 연료였다.
고체 연료에 부싯돌로 불을 붙이고, 퓨어 워터로 정수한 물을 넣었다.
그 안에는 피클로 만든 채소들을 넣었다.
유리병에 깨끗한 물과 식초, 소금, 채소들을 넣고 공기가 안 통하게 밀봉한 것이다.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3년도 넘게 보존할 수 있다.
스튜에는 고기가 빠질 수 없는 법.
루시안은 특별히 챙겨온 염장 소고기도 넣었다.
던전에서 여유 있게 휴식할 때를 대비해 챙겨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으깬 보리를 넣고 국자로 잘 휘저었다.
거창한 요리는 아니었다.
끓는 물에 채소, 고기, 보리만 넣었다.
하지만 지하 던전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주기에는 충분했다.
염장 고기와 피클 채소에 이미 염분이 포함되어있어 추가 소금은 넣지 않고 곱게 간 후추만 조금 넣었다.
플로렌이 무너지고 무역로가 막혀서 매우 귀한 향신료다.
하지만 루시안은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듬뿍 넣었다.
“오오…!”
로이를 비롯하여 파티 멤버들이 냄새를 맡고 냄비 가까이 몰렸다.
한참 스튜가 보글보글 끓자 제법 고소한 소고기 냄새가 났다.
일행은 저절로 입안에 침이 돌았다.
“다 됐다.”
루시안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스튜를 넉넉하게 두 국자씩 퍼 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다들 조용히 식사에 집중했다.
던전에서 오랜만에 먹는 따뜻한 국물 요리는 이들에게 엄청난 만족감을 주었다.
“양이 많지 않으니 보존식이랑 같이 먹어.”
이들은 루시안을 따라했다.
기름에 굳힌 보존식을 뜨끈한 고기 국물에 넣고 살살 저으면 조금씩 돼지기름과 고기, 견과류, 꿀 등이 녹아 스튜와 하나가 되었다.
그냥 스튜만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든든하고 맛도 풍부했다.
“진짜 맛있습니다. 부대에서 먹던 막수프보다 훨씬 낫습니다.”
로이가 흥분하며 스튜를 허겁지겁 퍼먹었다.
다른 이들도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하고 먹어서 그런지 스튜는 꿀맛이었다.
던전 탐사단 멤버들은 모두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한 그릇만.”
루시안은 자연스럽게 스튜를 요청하는 소녀에게 생각 없이 한 그릇을 퍼 주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깨달았다.
그녀는 바로 석관에 죽은 듯 쓰러져있던 창백한 미소녀였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태도에 미처 그녀가 무리에 낀 것을 아무 눈치채지 못했다.
“뭐냐!?”
루시한은 황급히 일어나 지팡이를 겨눴다.
미소녀는 스튜를 우물거리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나는 이르메나라고 해. 그런데 이거 맛있네?”
“…….”
그제야 다른 파티 멤버들도 수저를 놓고 무기를 집어 들었다.
“흡혈귀냐?”
“흡혈귀라고 하니까 내가 괴물 같잖아. 나도 사람이었던 기억이 있거든! 그리고 나 한 그릇 더 먹는다?”
루시안은 이르메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흡혈귀 같으면서도 적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었다고? 언제?”
“음…. 글쎄…. 1,000년은 넘었을걸?”
루시안은 1,000살 넘은 미소녀 흡혈귀의 해맑은 웃음을 보며 멍해졌다.
저게 가능한 수치인가?
그는 눈앞의 존재가 신화에 가깝다는 것을 인지했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고대의 흡혈귀군.”
루시안은 고민했다.
지금 적대감을 보이지 않는 저 고대의 흡혈귀와 당장 전투을 벌일지 말지 생각했다.
겉보기에는 엄청 순수하고 아름다운 미소녀 같아도 인류에게 대단한 해악이 되는 뱀파이어일지도 모른다.
한 자기 염려되는 점은 루시안의 신성력 버프는 이제 끝났고, 원소 융합 마법도 아직 완전히 충전이 되지 않았다는 것.
루시안은 시간을 끌 겸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고대의 존재가 왜 이곳 지하 던전 석관에 있던 거지?”
“흐…음…. 너가 노스페린을 죽였구나?”
이르메나는 루시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 했다.
루시안은 직감적으로 노스페린이라는 자가 자신이 처치한 귀족 흡혈귀였음을 눈치챘다.
“뭐, 어쩔 수 없지. 노스페린은 못된 짓을 많이 했으니 벌 받은 거야. 이젠 내 손을 떠났어.”
“노스페린이 이곳을 차지한 흡혈귀 마스터인가?”
“이 성은 원래 옛날부터 내 전남편의 소유였어. 흡혈귀가 차지했다고 하면 조금 억울한데. 원래 우리 것이었으니까.”
“전남편?”
“응. 뱀파이어 로드 드라큘란. 최초의 진혈 뱀파이어였지.”
“잠깐. 드라큘란은 뭐고 노스페린은 또 뭐야?”
“말했잖아. 드라큘란이 모든 뱀파이어의 아버지이자 왕이었어. 나를 뱀파이어로 만든 장본인이고, 또 내 전남편이었지. 노스페린은 내 피로 만든 자식이야.”
“그러면 드라큘란은 지금 어딨는데?”
루시안은 긴장하며 물었다.
강적이라고 생각했던 노스페린을 처치했는데, 고대 흡혈귀의 왕이 아직 남아있다면 상황은 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