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땅마법사, 요리를 곁들인 0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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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땅마법사, 요리를 곁들인
04
퇴직연금술
중세 땅마법사, 요리를 곁들인 04권
차례
Chapter 01. 브라이던 요새화 - 2
Chapter 02. 드래곤의 빈 자리
Chapter 03. 암흑시대
Chapter 04. 백작령의 수호자
Chapter 05. 후라이드 치킨
Chapter 06. 빛과 어둠의 전쟁
Chapter 07. 암흑성 지하 던전 - 1
중세 땅마법사, 요리를 곁들인 04권
Chapter 01. 브라이던 요새화 - 2
“귀스카드 백작은 집요한 사람이오. 조심하시오.”
레지널드 경은 떠나기 전 진심 어린 충고를 했다.
그는 잠시나마 루시안을 공격하려던 것에도 사과했다.
레지널드 경과 수행기사들이 떠나자 루시안은 라인홀트를 불렀다.
“자네는 레지널드 경을 감당할 수 있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1대1로는 많이 힘듭니다. 드워프제 강철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있어 소드오러를 한두 번은 막겠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그런가? 그의 검술 수준은 어땠나?”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검술도 저보다 한참 경지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했던 병력의 약점이 확인되었다.
장비와 훈련을 통해 그의 사병들 평균 실력은 상당이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병사들에게 강철쇠뇌와 사슬갑옷을 제공한다고 해서 대마법사와 소드마스터를 잡을 순 없다.
전쟁과 수성전에서는 루시안의 군대가 강할 수 있지만, 초인급 1대1 레벨에서는 약한 것이다.
루시안이 직접 나서서 3원소 지팡이로 드래곤 숨결과 번개검 마법을 활용하면 소드마스터에게도 타격을 입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주인 그가 직접 나가서 싸우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소드마스터급 전투력을 영입할 순 없나?”
“소드마스터는 제가 기사 아카데미에 있을 때도 학장님 단 한 명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 자네와 도시기사단이 협공하면 레지널드 경 1명을 상대할 수 있을까?”
“음…. 레지널드 경과 제대로 대련해보지 않아 실력을 가늠하기 쉽진 않지만, 플레이트 갑옷을 착용한 3명이 더 있으면 해볼 만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저와 로이가 협공해도 막아낼 수는 있을 듯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정답은 협공이었다.
루시안은 간부들의 실력을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냉병기 싸움에서 강함이란 실력을 의미한다.
무기를 다루는 실력. 상대와 싸우는 실력.
하지만 이 실력을 키우려면 충분한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고수가 탄생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당장 할 수 있는 훈련법은 힘과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다.
일단 피지컬이 받쳐주면 기술의 갭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 괜히 히딩크 감독님이 체력을 강조하신 게 아니다.
루시안은 서로 다른 조직의 간부들을 불러 체계적인 합동 훈련 프로그램을 짜도록 지시했다.
“선임병이상 급은 같이 훈련을 실시해라.”
루시안의 명령 아래 브라이던의 정예병들이 하나로 뭉쳤다.
태릉 선수촌처럼 다른 부대 소속들이 같이 훈련을 받으면 서로 라이벌 관계가 생겨 긍정적인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 믿었다.
산악구보, 밧줄 타기, 통나무 끌기 등 기초 체력 훈련은 레인저의 매버릭이 교관을 맡았다.
라인홀트와 마샬은 스파링과 레슬링, 검술 등의 대인전투 훈련 과정을 진행하여 실전용 머슬 메모리가 자리 잡도록 했다.
루시안은 병사들의 원초적인 근력을 키우기 위해 바위를 깎아 운동기구를 만들었다.
원형 돌판 2개를 만들어 그 중심에 구멍을 뚫고 강철봉을 끼웠다. 중세식 바벨이 완성되었다.
루시안의 병사들은 3대 운동부터 시작해서 어깨, 허리, 하체를 위주로 근력 강화 트레이닝을 돌입했다.
벌크업에는 오크의 피로 만든 근육 포션이 효과가 좋지만, 구하기가 흔치 않았다.
목숨을 걸고 오크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 사냥을 해야 하는데, 어지간한 모험가 길드가 아니면 시도하기 어렵다.
대신 루시안은 회복 포션을 적극 활용했다.
병사들이 근력운동을 빡세게 해서 몸을 극한으로 혹사시킨 다음 회복 포션으로 빠른 근육 회복을 도왔다.
고기와 계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도 아낌없이 제공했다.
회복 포션은 비싼 소모품이다.
보통 일반 병사들 1년 치 봉급에 맞먹는 고가라서 정말 위급한 순간에만 쓰인다.
그런데 루시안의 파격적인 지원 아래 정예병들은 단순 훈련 과정에 회복 포션을 들이부었다.
물론 약빨의 효과는 굉장했지만,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훈련법이었다.
이를 가능케 한 배경에는 루시안의 마법이 있었다.
원래 회복 포션의 주재료는 블러드 맨드레이크라는 희귀 약초가 포함된다.
자연에서도 구하기 힘든 작물인데, 루시안은 운 좋게 랭스브룩 근처 호수에서 모종과 씨앗을 구했다.
이것들을 그의 성안의 땅에 텃밭을 만들고 옮겨 심었다.
블러드 맨드레이크의 농장을 구축한 셈.
이뿐만이 아니다.
루시안은 블러드 맨드레이크와 노엘의 정원에서 가져온 각종 허브와 약초에 그린썸의 마법을 주입했다.
식물의 급속 성장을 부르는 마법이다.
그 결과 불과 1, 2주 간격으로 다 자란 블러디 맨드레이크를 수확할 수 있었다.
루시안은 이사벨라의 도움으로 매주 수십 병의 회복 포션을 양산해 낼 수 있었다.
이사벨라는 이제 거의 브라이던에 소속된 영지 마법사처럼 무보수로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사벨라. 병사들의 갑주와 무기에 인챈트 마법을 넣어줄 수 있어?”
“내가 못할 건 없는데, 재료가 필요해.”
“재료라면 마석 같은 건가?”
“그렇지. 원소가 깃든 마석을 구하기 어려우면 일반 괴수나 고블린, 오크의 마석이라도 있어야 인챈트를 할 수 있어.”
인챈트는 유용하고 강력한 비술이지만, 비싼 재료가 필요했다.
그때 루시안의 고민을 덜어줄 사람이 나타났다.
“성주님. 첫 원정을 마치고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아레나 챔피언 엑셀리온이 이끄는 소드실드 모험 길드였다.
이들은 원정 모험의 전리품인 마석과 오크의 피를 가져왔다.
루시안은 이들을 지원하는 스폰서쉽 계약을 맺은 대신 마석 등 전리품을 우선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거래할 권리를 가진다.
아쉽게도 기사 포션의 재료가 되는 오크 리더의 마석은 구하지 못했으나, 루시안은 일단 마석 소득이 있다는 사실을 크게 평가했다.
“마침 잘 왔군. 브라이던에서 푹 쉬며 재정비하게.”
“예. 도시에 못 보던 건물들이 많아졌군요?”
엑셀리온은 새로 생긴 성벽과 저택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5년, 10년은 넘게 걸릴 것 같은 큰 공사를 불과 6개월 남짓한 시간에 끝낸 기적이었다.
“앞으로 브라이던에는 더 성장할 것이네.”
“그렇군요. 이곳에 길드 지부를 세워야겠습니다.”
“내가 건설을 직접 도와주지. 비용은 할부로 갚게.”
“감사합니다, 성주님.”
루시안은 다시 건설을 시작했다.
원래도 고급 주택 단지를 건설 중에 있었지만,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건물들을 먼저 짓기로 했다.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젝트는 소드실드 길드의 본사 건물과, 호텔 및 식당, 그리고 지하 대피시설 3개였다.
소드실드 본사는 개인방과 공동 회의장, 식당, 창고, 마구간이 포함된 5층 빌딩형 석조 건물로 만들었다.
최근에 새로 받은 난민들을 1년 용역 계약에 따라 고용했기 때문에 저비용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빵과 맥주를 챙겨주는 것으로 일당을 대신했다.
이들은 비용은 저렴하면서도 성벽과 저택 건설에 종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름 숙련된 고급 인력이었다.
덕분에 스톤 마스터 루시안의 마법과 맞물려 건설은 놀라운 속도의 진척률을 보였다.
이외에도 거대한 호텔 겸 식당을 지었다.
이는 여관업을 하여 돈을 벌기보다, 모험가나 상급 용병, 방랑 기사, 방랑 마법사 등 고급 인재들을 도시로 유치하기 위한 것이었다.
루시안의 궁극적인 목표는 브라이던만의 모험가 협회와 용병 협회, 마법 협회를 만들어서 의뢰를 그의 입맛대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번 소드실드 길드를 간접 운영하면서 모험가 길드의 유용성을 새삼 깨달은 루시안이었다.
호텔은 크게 3구역으로 나눠 각각 본건물과 마구간을 따로 지었다.
1동은 모험가와 용병.
2동은 마법사와 귀족, 대형 상단 간부.
3동은 나머지 상인 및 일반인.
이렇게 고객을 구분하여 받기로 했다.
1동에서는 기본적인 숙식 제공 외에도 용병, 모험가들에게 적합한 의뢰를 배분, 관리하는 업무를 추가한다. 또한, 전리품을 돈으로 처분할 수 있는 창구와 전당포도 만들 예정이다.
2동은 상류층 인사들이 방문하는 것을 고려하여 서비스와 음식의 질을 최대한 신경 쓰기로 했다. 방도 가장 넓게 설계하고 인테리어도 고급진 가구로 채울 것이다.
3동은 값싼 가성비 식사와 숙박을 제공할 것이다. 넓은 방에 2층 침대를 빼곡히 설치한 호스텔식 서비스를 계획했다.
루시안은 이 3동의 호텔 이름을 ‘황금 들판’으로 정했다.
황금 들판 호텔은 앞으로 브라이던에 방문하는 모든 여행객과 방문객이 머무는 도시의 얼굴이 될 것이다.
실력있는 모험가 길드들이 브라이던에 자리를 잡는 것은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다.
루시안이 생각하는 인챈트 무구로 떡칠한 정예군은 정기적인 마석의 공급이 있어야 가능하다.
루시안은 이번에 소드실드 길드에게 구매한 마석을 이사벨라에게 주었다. 그녀는 교수 그렛카와 함께 병사들의 장비에 인챈트 마법진을 새겨 넣었다.
우선 확보한 마석이 얼마 되지 않아 라인홀트의 전신 판금갑옷에 몰아주기로 했다.
이들이 인챈트한 마법은 매직 아머, 스트렝스, 헤이스트이다.
매직 아머는 루시안도 프리실라에게 주문서를 받아 익힌 마법인데, 마법 대미지로부터 보호해 주는 방어 주문이다.
이 마법을 쓰면 소드마스터의 소드오러에도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다고 했다. 레지널드 경 수준의 상대를 만나면 소드오러를 5번까지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꽤 유용한 기능이다.
스트렝스는 갑옷을 입은 자의 힘을, 헤이스트는 스피드를 올려주는 마법인데, 이 둘을 활용하면 초인적인 능력을 내게 해 준다.
그래도 소드마스터 급의 퍼포먼스는 무리였다.
인챈트 장비를 사용하는 자가 마법사가 아니기에 주문의 효과는 일반 마법사 인챈트보다 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워낙 라인홀트가 타고난 힘이 세고 훈련으로 더욱 근력을 키웠기에 스트렝스를 더한 파워 하나는 소드마스터와 비등하다는 의견이다.
루시안은 제자 아렌에게 소드실드 길드 본사와 황금 벌판 호텔의 공사 재료 수급을 맡기고, 자신은 직접 대피소 건설에 집중했다.
대피소는 지하 12층까지 뚫는 대규모 토목공사 프로젝트다.
주민의 반 이상이 성벽 밖 농가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이기에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 안은 이들이 지낼 곳이 없다.
혹시라도 영지전이 벌어진다면 수성 전 동안 주민들을 수용할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다른 영지들은 성벽 밖 농민들을 위한 보호시설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유사시에 그들을 미끼 겸 방어선으로 쓴다.
하지만 루시안은 주민들을 자기 자식처럼 소중히 여겼다.
그는 전시에도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퇴로를 만들고 브라이던 성벽 안에 최고 3만 명을 수용 가능한 거대 대피소를 만들기로 했다.
이것 역시 수십 년이 걸릴 만한 거대 토목 프로젝트지만, 루시안에게는 하루에도 지하 100m를 뚫을 수 있는 디그 마법이 있었다. 마법으로 기초 굴착을 순식간에 끝내고 미리 준비 해둔 나무 기둥과 벽돌 타일로 내부 마감만 하면 원초적인 대피소는 완성된다.
‘역시 대지 마법은 사기였어.’
루시안은 대지 마법을 익히던 초반에 변변찮은 공격 마법 하나 없다고 불평하며 다른 원소 마법과 비교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영지를 운영하는데 대지 마법만 한 마법이 없다.
한창 영지 일에 바쁘던 루시안에게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발렌티노! 오랜만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