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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사거리 무한으로 탑 공략 3권
지은이 : 4R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4R, 2025
※ ISBN : 979-11-7408-470-5
※ 가격 : 3,200원
※ 발행일 : 2025년 8월 29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도플갱어 로드
몇 분 후.
도플갱어 로드는 원래의 검은 실루엣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주억거렸다.
“죄송합니다… I’m sorry… 부활하세요… Thanks…”
본질이 도플갱어라 그런가.
지능이 있어도, 다른 누군가가 했던 말을 빌려 말할 수밖에 없는 모양.
심지어 방금 전 프레이와 세레나의 말도 차용했다.
“Forgive me… 성자님, 존안… 잘생기고, 훌륭한,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심장이 떨리는, 완벽함 그 자체인 조각 같은 미소…”
“거기까지. 뒤의 말은 필요 없어요.”
듣기만해도 온몸이 오그라드는 외모 칭송따위.
성찬은 곧장 제지했다.
반면 보스들은 도플갱어 로드를 지그시 내려다 보았다.
“하는 짓을 보니 은인의 은총을 티끌만큼은 깨달은 모양이군.”
“이것이 계몽과 설득의 힘입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죠?”
“걱정 마십시욧, 마스터. 요 새카만 놈의 삐뚤어진 정신 상태는 완전히 개조되었습니댯.”
“어쩐지 위험하게 들리긴 하는데… 아무튼 다행이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마와 프레이, 세레나의 공증이라면 믿을만하니까.
성찬은 다시 도플갱어 로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쨌든, 부활을 한 이상 우린 한 배를 탄 겁니다. 이해했어요?”
“Understand… 記憶… わかりました.”
“알겠다고 합니댜, 마스터!”
“세레나, 저도 그 정도는 알아들어요…”
성찬은 세레나를 힐끔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앞으로도 도플갱어 로드로 부를 순 없으니 이름이 필요한데… 도플갱어니까, 줄여서 도갱이로 하죠. 어때요, 괜찮죠?”
“본좌는 노코멘트하겠다.”
“성자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데, 그지깽깽이도 감사해야 마땅합니다!”
“저 저… 프레이 저뇸, 아주 간신배가 따로 없댜. 세련되게 Slave 혹은 노예라고 부르면 어떻습니꺗?”
보스들은 몇 가지 이름을 제안했지만 기각됐다.
옆에서 듣고 있던 알렉산더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제 생각엔, 썽촨 님이 말씀하신 도갱이가 가장 나은 이름 같습니다.”
“도갱이, GOOD!”
보스들도 알렉산더도 심지어 본인까지 동의했으니, 이걸로 결정.
그때 멘드러큐 박사가 도갱이의 목에 무언가를 채웠다.
철컥-
“?”
“박사님, 그게 뭐예요?”
“울프 목에 걸린 대 마수 통제용 체인 목걸이 있지큐? 그거 완성하기 전에 만든 시험용 아이템이다큐. 출력이 과해서 문제긴 한데 큰 문제는 아니지큐?”
“Big problem… 큰 문제… 도움…”
도갱이는 최대한 처량한 눈으로 성찬을 올려다봤다.
“계몽이니 뭐니 해도, 혹시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면 곤란하니까요. 일단 두고 보죠.”
“사람, 다치면, 곤란… 알아들어요… Understand.”
다행히 도갱이도 수긍한 모양.
오히려 너무 고분고분해서 살짝 미안해질 정도였다.
‘어쩔 수 없어. 탑 안에서야 우리끼리 있으니 상관없지만, 탑 밖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
혹시 모를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현실.
성찬은 굳게 마음을 다잡았다.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요?”
“좋습니다, 오늘은 이 프레이가 식사 당번이니 기대해 주십시오!”
“하아, 저 무례한 치의 꿀꿀이죽을 또 먹어야 하는 건가욧…”
“보기엔 그래도 맛은 좋잖아요. 위생도 문제없고.”
“마스터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묜야. 이 밤의 여왕도 말씀하신 맛을 느낄 수 있게 노력해 보겠습니댯!”
맛이 노력한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던가.
성찬은 짧은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관심을 거뒀다.
“그럼, 돌아갈까요?”
[탑 60층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클리어등급: SSS)]
…
[탑을 퇴장합니다.]
성찬이 60층 클리어하고 얼마 후.
전세계 플레이어 커뮤니티에 큰 파장이 일어났다.
└ 60층 도플갱어 로드 아니었냐? 여기 왜 엉뚱한 보스 몬스터가 와있음?
└ 응 주작~
└ 진짜라고 시발. 아아, 넌 저층부 플레이어라 60층 못 들어가지? 응, 수고~
└ 방금 60층 가봤는데 사실임. 곧 기사 뜰듯
전 세계 플레이어들 중, 60층 이상 탑을 공략한 플레이는 10% 미만.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몇 없었으니까.
며칠 후, 국제 탑 연맹은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에따라 각국 언론들은 관련 기사를 연이어 쏟아냈다.
(속보) 국제 탑 연맹, 탑 60층 보스 교체 확인. 도플갱어 로드→몰락한 왕의 거울
늘어가는 탑 몬스터 변경 사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한국 A급 플레이어 김여울, 몰락한 왕의 거울 첫 공략 영상 공개
…
같은 시각.
성찬은 부지런히 탑을 오르며 시간을 보냈다.
편의점 알바도 그만뒀겠다.
할 일도 크게 없던 탓이다.
[임무: 스톤 트롤 처치 (30/30)]
[탑 62층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클리어등급: SSS)]
…
[임무: 포이즌 트롤 처치 (30/30)]
[탑 63층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클리어등급: SSS)]
…
[임무: 자이언트 트롤 처치 (30/30)]
[탑 64층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클리어등급: SSS)]
…
다음 층인 65층은 보스존.
‘설냥과 만나는 마지막 층이네.’
보스 몬스터도 5층마다 등장.
마찬가지로 보너스 상점도 5층 단위로 변경됐다.
탑의 층 구성은 대체로 이런 식.
76층부터는 중간 보스가 추가로 등장하긴 했지만.
대체로 일정한 규칙을 유지하는 느낌이랄까.
‘그나저나 냥족 축제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돼가고 있는 거지?’
냥족 축제는 냥족 외에는 갈 수 없다. 그것이 규칙.
냥족으로 외형을 속일 수 있는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멘드러큐 박사는 자기 연구 외에는 상당히 무관심한 성격이다.
애초에 연구실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도갱이가 조수로 간 뒤로는 더 안 나오는 느낌이랄까…’
어쩌면 연구가 잘 되고 있단 신호일지도.
성찬은 멘드러큐 박사의 연구실이 있는 지하실로 향했다.
보글- 보글-
무언가 항상 끓고 있는 멘드러큐 박사의 연구실.
공기 중에도 뭔가 뿌연 연기들이 연구실을 꽉 메우고 있다.
환기 시스템이 잘 갖춰진 집이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진즉 산소 부족으로 쓰러졌을지도.
성찬은 수북하게 쌓인 아이템 더미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정리 못 하는 건 여전하네…’
연구실 안쪽으로 향하자, 하얀 가운을 입은 도갱이가 고개를 숙였다.
“은인… 성자님… 마스터… Welcome.”
“아, 도갱이. 조수 생활은 할 만해요?”
“에… Saw… Es…”
도갱이는 주걱으로 솥의 내용물을 끊임없이 저으며 몸을 비틀거렸다.
“에 쏘우 에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다시 한번 말해볼래요?”
여러 나라의 언어를 섞어 써서 그런가.
도갱이의 말은 못 알아들을 때가 왕왕 있었다.
성찬은 도갱이에게 귀를 가까이 가져갔다.
‘응? 이건…’
도갱이 몸에 연결된 투명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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