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닥터 이진우 05권
일타 닥터 이진우 05권
일타 닥터 이진우
05
걸리버W
일타 닥터 이진우 05권
차례
Chapter 01. 전공의 연수 강좌 - 2
Chapter 02. 이제는 의국장
Chapter 03. 부산행
Chapter 04. 다시 서울로
Chapter 05. 전문의 시험
Chapter 06. 지방 의료를 위해서
Chapter 07. 내가 바라던 병원
일타 닥터 이진우 05권
Chapter 01. 전공의 연수 강좌 - 2
분명히 내과와 외과는 다르다.
특히, 대학병원 중에 내과와 외과의 사이가 안 좋은 곳도 종종 있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내과 의사 이강인의 눈을 날카로워져 있었다.
“응급 환자의 분류법을 뭐라고 하죠?”
“트리아지입니다.”
내과 의사 이강인의 질문에 진우가 곧바로 대답했다.
응급 환자 분류법인 트리아지는 2명 이상의 환자가 실려 왔을 경우,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처치 기준이라 할 수 있었다.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트리아지에 입각해 수많은 외상환자를 살렸을 텐데, 심장과 관련된 평가는 제대로 했나요?”
내과 의사 이강인이 신중한 얼굴로 말했다.
이강인은 심장 내과 전문의로서 내과 과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항상 응급 수술 전 환자 평가 즉, pre―operation 절차 때 수많은 서전들에게 도움을 준 기억이 있었다.
“외상에 의한 내출혈로 인해 사정없이 뇌압이 올라가거나, 복막염이 퍼지고 있는 환자에게 일일이 내과적인 평가를 수술 전에 하지는 못했습니다.”
진우는 낮은 목소리로 솔직하게 털어놨다.
권역외상센터라는 곳이 워낙 촌각을 다투는 곳이 아니던가.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환자를 잃을 수도 있지. 내과적으로 초음파 검사하고, 일일이 모든 혈액 검사랑 CT까지 찍으면 환자가 이미 죽는다고!]
노상범이 진우의 머릿속에서 열불을 토해냈다.
실제로 이강인과 마주 있었다면 강한 어조로 말싸움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진우는 아직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신분으로서,
병원장까지 역임했던 이강인과 정면으로 맞서기에는 쉽지 않았다.
“뭐……. 골든타임을 놓치면 환자의 죽음 또는 치명적인 후유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인정하는데…….”
“수술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소한의 손상만 주면서 동시에 출혈도 조절하고 깔끔하게 수술했습니다. 정작 내과적인 평가 검사를 다 하고 수술까지 잘 됐는데, 정작 환자가 죽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만큼 공허한 일도 없긴 하지…….”
“짧은 수술 영상 보여드리겠습니다.”
복부 수술 중 진우가 복강을 벌리자, 내부에 쌓여 있던 핏덩이가 왈칵 쏟아져 나오는 화면이 보였다.
양이 꽤 많았기에 일부는 바닥에까지 흘러내릴 지경이었는데,
진우는 번거즈를 피가 나는 부위에 쑤셔 넣고, 상처면을 보비로 지지고, 괴사된 조직을 절개해나가는 모습이다.
“음.”
이강인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내과 의사였지만, 내과적으로는 높은 경지에 올라서 수술에도 관심이 컸던 그였다.
“기가 막히네…….”
“와…….”
외과의들은 수술 속 진우의 모습이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보인 건지 척 보면 알 터였다.
이강인 또한 그랬다.
좌중의 반응에 진우의 묘한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똑 부러지는 진우의 대답에 이강인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과연 타과 전공의들 앞에서 강의할 만하네.’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이강인이다.
“이어서 응급의학과 과 특성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응급의학과는 응급실에서 항상 정신없는 모습만 보여드린 것 같습니다. 때로는 주취자 환자분들에게 밀쳐지고, 동시에 여러 환자분들 진료를 맡으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죠.”
진우가 응급실에서의 근무를 떠올리며 발표를 이었다.
일부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는 밀려드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병상을 지정해주고,
또 일부는 아주 기본적인 응급처치만 진행한다.
내과, 외과를 가리지 않고 모든 포괄적인 응급처치를 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
“저희 천하대병원 응급의학과는 외상 분야에 특화되어 여러 내과, 외과적인 응급처치를 깔끔하게 해내기로 유명합니다.”
진우의 말에, 천하대병원 소속 외과의, 내과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급의학과의 콜을 받고 환자를 보러 왔을 때.
생각보다 후속 조치를 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김명재 과장을 필두로,
응급의학과 의국장인 진우가 시스템을 잘 구축했던 덕분이었다.
“이게 다 우리 이진우 선생님 덕분입니다!!”
“우와!!!!”
맨 뒤에서 <이진우 팬클럽> 소속 레지던트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하하하, 부끄러움은 저의 몫이네요. 아무튼, 저희 천하대병원 응급의학과는 뛰어난 숙련도와 노하우를 선배 교수님들이나 전공의 선생님들이 전해주십니다. 이러한 실전 팁을 다른 병원 전공의 선생님들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우가 예리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자 일제히 청중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진우의 얼굴에 한 줄기 미소가 스쳤다.
‘천하대병원 응급의학과를 세계적인 의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연수 강좌를 자주 개최해야겠어.’
진우가 차분하게 포괄적인 응급처치에 대해 교육했다.
클램프를 이용해 시야를 벌리고, 절개하고, 상처를 벌리고, 다친 부위를 확인하고, 그 부위를 다시 집어내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직접 구연 발표를 하면 보여주었다.
구연 발표 시 필요한 장비는 이보원이 옆에서 지원해주었다.
[이보원이가 준비 많이 했구먼.]
‘응급의학과의 하드 트레이닝을 견뎌온 정신력 덕분이죠.’
노상범의 평가에 진우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내 준비 상태 어때?”
“굿.”
진우가 이보원에게 엄지를 세웠다.
근무하면서도 발표 준비를 뒤로 빼지 않은 모습에 진우의 표정이 점점 부드러워졌다.
“발목 안 잡으려고 내가 얼마나 노력했다고!”
“좋아.”
진우는 Head trauma(두부 손상)이 의심되는 intracranial hemorrhage(두부 내 출혈)이 두드러진 케이스에 대해서도 구연 발표를 진행했다.
의식 레벨까지 떨어지는 중증 환자 케이스였는데, 신경외과적으로 CT 촬영 후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강지율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손을 들어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제가 두부 손상 환자 수처 타이 하는 법 좀 더 알려드릴게요! 지혈제부터 먼저 투여하고, 정맥이 파열되지 않게 신중하게 살피면서 봉합해야 합니다!”
강지율이 대강당 앞으로 나와 시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보원이 준비한 모형 더미를 앞에 둔 강지율의 모의 수술은 그야말로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절제를 위해 깔끔하게 주변 조직을 묶어내는 강지율의 모습이다.
절개를 하고 들어가서, 공간이 좁은데도, 몇 번 움직이는 기색도 없이 매듭이 지어지고 있었고, 신경외과적 봉합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천하대병원. 신경외과도 대박이네…….”
“캬아.”
오성병원 등 타 병원 신경외과 전공의들의 눈이 커졌다.
강지율의 쐐기 절제술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일부는 박수를 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의 침음이 어느새 감탄으로 바뀌어 가기도 했다.
[강지율 저 친구도 이제 곧 신경외과 전문의 따기 직전이라 그런지 상당하구먼.]
‘거의 전문의라고 보면 되죠, 뭐.’
진우가 멋쩍은 웃음을 살짝 보였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네요. 그렇죠, 이진우 선생님?”
강지율이 진우를 돌아보며 활짝 웃었다.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구연 발표였는데,
강지율의 탄탄한 내공 덕분에 아주 깔끔하게 끝났다.
그렇게 진우와 강지율, 이보원의 술기가 차례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넋을 잃고 이들의 술기를 쳐다봤다.
그때!
내과 의사 이강인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갈비뼈가 부러지진 않았지만, 내과적으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는 외상센터에서 어떻게 처치하죠?”
“만약 선홍색 피가 흐르는 객혈을 기침과 함께 보인다면, 바로 수술해야 합니다. 방금 말씀해주신 경우와 비슷한 케이스가 제가 준비한 자료에 있습니다. 전공의 선생님들께서도 환자 진료 볼 때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우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한 후, 이보원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관련된 논문과 함께 피피티 하나가 띄워졌다.
“오…….”
“준비가 철저하네.”
[무식한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입히니, 공부만이 살길이긴 하지.]
“수술 전 코데인(기침 억제제)은 드리나요?”
이강인이 재차 질문했다.
“네, 물론입니다. 진통제와 함께 코데인을 투여하고, 배액관을 준비해 선홍색 핏빛 객혈을 빨아들입니다.”
“썩션 팁으로 말이지요?”
“넵. 물론, 썩션 하는 와중에 환자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엄청난 괴로움을 호소하긴 합니다.”
진우가 싱긋 미소 지었다.
공포 가득한 얼굴로 울상을 짓던 환자가 술기가 깔끔하게 진행된 후 감사 인사를 연일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물론, 객혈 썩션 후 대부분의 환자는 얼마나 아팠는지 다신 경험하기 싫단 표정을 지었더랬다.
하지만, 진우는 항상 환자 앞에서 따뜻한 모습으로 치료를 해주었기에 환자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감사하곤 했다.
“이진우 선생님 강의를 듣고 있자니, 저도 다시 응급실 내과 환자 진료 보러 가고 싶은걸요? 허허허.”
내과 의사 이강인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내과 의사로서 최정점에 서본 후, 지금은 정치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나.
“영광입니다, 이강인 원장님.”
진우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전직 병원장이긴 했지만, 한번 원장 자리에 오른 교수에게는 원장이라는 칭호를 영원히 달아주는 게 관례였다.
“허허허. 아까 30분 만에 어려운 수술을 끝내버린 동영상은 아주 인상 깊었소. 봉합 실력도 상당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