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7권
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7권
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7
수집가
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7권
차례
Chapter 01. 아스트라 - 2
Chapter 02. 엘프 사냥꾼, 에르윈
Chapter 03. 엘프 스토리
Chapter 04. 엘프 용병단
Chapter 05. 천년 전쟁 디펜스
Chapter 06. 명예의 전당
Chapter 07. 엘프의 장갑
Chapter 08. 십자가 펜던트
Chapter 09. 용족 광신도
Chapter 10. 다크 드레이코 토벌대 - 1
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7권
Chapter 01. 아스트라 - 2
* * *
맑았던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가본 적은 없지만, 우주의 작은 행성에서 하늘을 본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수많은 별이 스타라이트 고원을 환하게 비췄다.
빛나는 별들 사이로 아스트라가 천천히 내려왔다.
무지개색 오라가 그녀의 몸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은빛 장발은 공중에 흩날렸고, 보라색 로브는 마치 우주의 일부처럼 흐르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여섯 개의 속성 구슬이 마치 작은 행성들처럼 회전하며 궤도를 그렸다.
아스트라는 소환 버튼 위로 나비처럼 사뿐히 내려섰다.
보랏빛 눈동자로 우리를 천천히 훑으며 관찰했다.
맨 앞에 있던 탱커가 외쳤다.
“목표물 지정 중.”
탱커의 말처럼, 아스트라의 첫 패턴은 목표물로 지정한 다섯 명에게 무작위 스킬을 날리는 것이다.
파티장인 원준이 크게 외쳤다.
“첫 패턴! 준비!”
이미 포지션을 잡고 있었기에 파티원들은 이동하지 않았고, 탱커와 힐러들만 방어 스킬을 사용했다.
탱커의 반투명한 방패 형상이 전방을 막았고, 힐러의 반구형 보호막이 사방을 감쌌다.
띠링!―
[보스 몬스터 ‘아스트라’가 스킬 ‘원소 낙인’을 사용했습니다.]
[‘원소 낙인’으로 파티원 5명의 속성이 반전됩니다.]
알림을 확인한 원준이 재빠르게 외쳤다.
“낙인 확인!”
낙인이 찍히지 않은 사람들은 방어 스킬에서 빠져나왔다.
방어 스킬이라고 완전한 무적을 보장하지는 않았기에, 모두 빠르게 움직였다.
나 역시 방어 스킬을 벗어나 아스트라의 스킬을 지켜보았다.
아스트라의 첫 번째 스킬은 ‘댄싱 블라스트’다.
아스트라가 두 팔을 펼치자, 허리춤에서 회전하던 빨간색 구슬에서 유도성 화염구 다섯 개가 날아갔다.
슝 슝 슝 슝 슝―
화염구들은 춤을 추듯 여러 궤적을 그리며 원소 낙인이 찍힌 파티원을 향했다.
어차피 한곳에 모여 있는 방어 스킬에 순서대로 부딪히며 폭발했다.
쾅! 쾅! 쾅! 쾅! 쾅!―
연쇄 폭파로 인해 방어 스킬들이 깨지며 먼지가 피어올랐고, 돌 파편이 여기저기 튀었다.
연이어 파란색 구슬에서 빛나기 시작했다.
아스트라가 ‘워터 페스티벌’ 스킬을 준비 중이었다.
그녀는 양손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고, 거대한 슬라임 형태의 물 덩어리가 생겨났다.
물 덩어리 속에는 한 사람이 갇혀 있었다.
실제로 갇힌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곧 그와 닮은 파티원을 목표로 삼는다는 의미였다.
파티원들은 이를 확인하자 일제히 소리쳤다.
“10번!!!!!”
먼지 속에서 소리를 들은 10번 딜러는 재빨리 반응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헤이스트.”
이동속도가 빨라진 10번 딜러는 최대한 잡히지 않으며 구석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노란색 구슬이 빛나며 세 번째 스킬, ‘체인 라이트닝’이 발동되었다.
치지직―
길쭉하고 날카로운 전류가 원소 낙인이 찍힌 파티원들 사이를 오가며 연쇄했다.
힐러들은 곧바로 전체 힐을 사용해 대처했다.
그러나 구석으로 달리던 10번 딜러가 체인 라이트닝에 맞고 마비 상태에 빠지며 멈춰섰다.
“으갸갸갸.”
물 덩어리는 그를 향해 날아갔고, 결구 폭발했다.
첨벙―
물에 젖은 생쥐처럼 된 10번 딜러의 발밑으로 진흙탕이 되어버렸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푹푹 빠지는 진흙이 이동속도를 크게 늦췄다.
그는 생명력 물약을 마시며 진흙탕을 천천히 빠져나왔다.
다음으로 연두색 구슬이 빛났다.
아스트라가 네 번째 스킬, ‘윈드 커터’를 발동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급히 영롱한 보레아스의 애각을 꺼내 들었다.
윈드 커터는 바람을 가르는 스킬이며, 보레아스의 애각도 윈드 커터를 사용할 수 있다.
같은 스킬로 아스트라의 기술을 상쇄해 보려고 했다.
어차피 성공 못해도 각자 공략대로 방어할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스트라는 양손 지팡이를 휘두르며 횡으로 베는 순간, 나 역시 보레아스의 애각을 휘둘렀다.
띠링!―
[스킬 ‘윈드 커터’를 사용했습니다.]
내가 사용한 초승달 모양의 윈드 커터와 아스트라의 윈드 커터가 부딪히는 순간, 두 기술은 서로 갈라지더니 그대로 소멸했다.
“오! 된다. 돼!”
나는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며 다시 자세를 가다듬었다.
파티원들 역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여기저기서 반응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뭐지? 버근가?”
“윈드 커터가 사라졌어!”
곧이어 또다시 윈드 커터가 날아왔고, 같은 타이밍에 윈드 커터를 날렸다.
다시 한번 두 기술이 부딪히며 다시 소멸했다.
“이거 버그가 아니잖아? 방금 누가 스킬 쓴 거죠?”
“뭐야. 이런 공략도 있었어?”
세 번째로 날아온 윈드 커터도 소멸시키자, 이제는 파티원들은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 옆에 있던 3번 딜러인 제수씨가 물었다.
“오빠, 방금 그 스킬 어떻게 사용하신 거예요?”
네 번째 윈드 커터가 날아들었고, 나는 보레아스의 애각을 휘두르며 대답했다.
“왜? 대장장이는 스킬 쓰면 안 돼?”
“아니, 그게 아니라 대장장이가 어떻게 윈드 커터를 쓰냐고요.”
이번에는 4번 딜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니, 그보다 윈드 커터는 원래 아스트라만 쓰는 스킬 아닌가요?”
제수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에이, 그럼 윈드 커터가 아니었나 보죠. 도대체 무슨 스킬이에요. 오빠?”
나는 마지막으로 날아온 윈드 커터를 소멸시키며 대답했다.
“무, 무슨 스킬?”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윽고 소리쳤다.
파티원들이 다 들을 수 있게 말이다.
“바, 바람 가르기라고 있어! 지금 대화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레이드에 집중해!”
숙련된 파티가 아니었기에 잡담이 길어지면 레이드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파티원들이 마지막 다섯 번째의 스킬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아스트라의 초록색 구슬이 빛나며 그녀는 양손 지팡이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선과 선이 맞닿는 순간, 차원의 문이 열렸다.
점점 커지는 차원의 문은 다크니콘이 오가는 차원의 문보다도 5배는 커 보였다.
푸다다다다다닥―
어디선가 헬리콥터 소리가 나더니, 차원의 문에서 거대한 장수풍뎅이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크기는 24톤 덤프트럭만 했고, 검은색 윤기 나는 딱지날개를 펼쳤다.
반투명한 날개가 사정없이 흔들리며 괴상한 소음을 냈다.
‘잠깐 벌레? 벌레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지?’
머릿속을 스치는 의문.
내 모스키토 슬레이어 칭호가 떠올랐다.
이전에도 벌레가 내 눈앞에 나타난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때가 아마 ‘갓 오브 워’ 였을 것이다.
풀 속성 무명인들 중 내가 고로를 소환하는 것처럼 테이밍한 벌레를 직접 소환할 수 있었다.
아스트라도 테이밍한 장수풍뎅이를 소환한 것 같았다.
땅으로 내려온 장수풍뎅이의 이름은 헤라클래스.
단단한 검은 껍질은 광택이 띠며, 머리 앞으로 뻗은 긴 뿔은 아래로 가슴 앞으로 뻗은 긴 뿔은 위로 향해서 집게처럼 보였다.
6개의 육중한 다리 중 앞다리는 톱니 모양 돌기가 있었고, 각 다리 끝에는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다.
‘헤라클래스 소환’을 사용한 아스트라는 손을 뻗어 공격을 명령했다.
헤라클래스는 원소 낙인이 찍힌 파티원에게 돌진하기 시작했지만, 갑자기 멈춰 섰다.
아스트라는 답답한 표정으로 계속 명령을 내렸지만, 헤라클래스는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랑 똑같잖아?’
헤라클래스가 나를 본 것이다.
아니면, 내 모스키토 슬레이어 칭호를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갓 오브 워 때와 똑같이 꺼지라는 눈빛과 손짓을 보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꺼… 져.”
그러자 헤라클래스는 스스로 차원의 문을 열고 도망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