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2권
명인 대장장이가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법 02권
Chapter 01. 플라잉 로드
* * *
낚시의 채비는 공략하고자 하는 대상 어종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낚싯대, 릴, 찌, 낚싯줄, 바늘 그리고 미끼의 종류를 바꿔가며 낚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니트 월드 바닷가에서 봤던 채비는 아주 간단했다.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와 그 끝에 달린 낚싯줄 그리고 그 줄 끝에 달린 낚싯바늘이 끝이었다.
이런 채비는 장대 낚시라는 장르와 유사하다.
장대 낚시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고 쉽고 빠르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대신 바로 앞에 있는 물고기만 낚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유니트 월드 사람들은 다 같은 방식으로 낚시를 즐겼다.
‘저렇게밖에 못 하나?’
왜 다들 장대 낚시채비만 하는 건지 아니라면 왜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 건지 그게 궁금했다.
그래서 장대 낚시의 단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그 답은 바로 장타다.
장타 즉, 채비를 멀리 보낸다는 건 더 깊은 수심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 깊은 수심을 노린다는 건 더 다양한 어종과 대물을 낚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장타를 날리기 위해 던질 찌라는 걸 제작할 생각이다.
바닷가에서 낚시를 구경했을 때 신기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낚싯줄 길이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게임 회사에서 릴이라는 개념 대신 만든 시스템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는 그 시스템을 이용해 멀리 던져 낚시하는 원투낚시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원투낚시는 원거리 투척 낚시의 줄임말이다.
던질 찌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철을 달걀 모양으로 만들고 나일론 줄을 묶을 수 있는 고리만 만들면 된다.
던질 찌를 만들기 위해 인벤토리에서 철판을 꺼냈다.
철판을 용광로 안에 집어넣었다.
대장간 주인에게 흙과 접착제를 받아와 섞었다.
내가 가진 대장장이 라이센스 하나면 뭐든 빌리고 사용할 수 있었다.
흙과 접착제가 섞이면 벽돌로 쓸 만큼 단단해진다.
나는 이것을 유니트 월드 속 시멘트라 부르기로 했다.
시멘트를 만든 이유는 거푸집을 만들기 위해서다.
거푸집은 하나만 만들어 놓으면 원하는 모형의 금속을 원하는 만큼 찍어낼 수 있다.
거푸집으로 낚싯바늘과 던질 찌를 한 번에 만들 생각이다.
시멘트를 두껍게 펴준 다음 달걀 모양으로 파주었다.
달걀 구멍 양옆으로 둥근 원을 그려준 다음 거푸집을 굳혔다.
다음으로 용광로 속 철판이 녹아 있는 걸 확인하고 호퍼를 사용해 퍼냈다.
퍼낸 철을 거푸집에 부었다.
철이 굳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낚싯바늘 거푸집을 만들기로 했다.
낚싯바늘은 갈고리 모양으로 파주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여러 군데에 만들었다.
금방 굳어 버린 낚싯바늘 거푸집에도 철을 부었다.
미리 부어놨던 던질 찌를 확인하기 위해 거푸집을 해체했다.
벌써 철이 굳어 울퉁불퉁한 달걀 모양이 되어있었다.
양옆에 만들어 놓은 반지 같은 고리는 낚싯줄을 묶는 곳이다.
대장간 사포를 빌려와 울퉁불퉁한 달걀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양옆에 고리도 사포질해서 꺼칠꺼칠한 부분을 제거했다.
완성 시키기 위해 제작 목록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제작 목록’을 사용했습니다.]
제작 목록을 아무리 뒤져봐도 던질 찌라는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 처음 낫을 제작했던 것처럼 게임이 알아서 분류해 줄 거라고 믿고 완성 시켜봤다.
‘완성.’
띠링!―
[스킬 ‘세공’을 습득했습니다.]
[스킬 ‘세공 목록’을 습득했습니다.]
[스킬 ‘세공’을 성공했습니다.]
[제작한 장신구 아이템의 이름을 정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아니요.’
[반지 ‘철제 반지(고급)’를 제작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헐, 이게 반지가 된다고?”
거푸집을 이용한 탓일까? 반지의 등급은 낮았다.
신기하게도 유니트 월드 시스템은 던질 찌를 반지로 인식했다.
“웬 떡이냐?”
다음으로 낚싯바늘 거푸집을 해체했다.
갈고리 모형으로 굳은 철을 하나하나씩 빼낸 뒤 연마했다.
특히 휘어진 갈고리 끝부분은 물고기가 잘 걸릴 수 있도록 뾰족하게 연마했다.
[스킬 ‘제작 목록’을 사용했습니다.]
세공 스킬을 배워서인지 제작 목록에 무기, 방어구, 생활 옆으로 장신구가 적혀있었다.
생활을 선택하고 낚시 분류에서 낚싯바늘을 선택했다.
‘완성.’
띠링!―
[스킬 ‘제작’을 성공했습니다.]
[제작한 생활 아이템의 이름을 정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아니요.’
[생활 아이템 ‘철제 낚싯바늘’을 제작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낚싯바늘 제작을 반복했다.
거푸집 덕분에 낚싯바늘 10개를 순식간에 제작했다.
낚싯바늘과 던질 찌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대나무를 꺼냈다.
이제부터 낚싯대를 만들어 줄 차례다.
가상 현실 속 낚싯대에 백만 골드 이상을 태울 줄은 몰랐다.
현실에서는 이미 고가의 낚싯대를 구매한 적이 있다.
그 덕분에 아내한테 많이 혼나긴 했지만, 유니트 월드에서는 뭐라고 할 사람이 없으니 너무 행복했다.
내가 가진 가장 고가의 아이템, 광산 미노타우로스의 뿔.
광산 미노타우로스의 뿔 사용법은 아주 간단했다.
하르만이 말하길, 뿔을 가루로 만들어 아이템에 바르면 질긴 연질성의 아이템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광산 미노타우로스의 뿔 하나를 꺼냈다.
빻기 편하게 도끼로 토막을 냈다.
큰 막자와 막자사발을 빌려온 다음 토막 난 뿔을 집어넣었다.
부드러운 가루가 될 때까지 빻았다.
어느덧 검은 가루가 막자사발 안에 가득 채워졌다.
나는 대나무에 바르기 쉽게 물을 약간 부어주었다.
점성이 생긴 검은 가루를 손에 묻힌 뒤 대나무에 발랐다.
검은 가루가 점점 대나무에 스며들었다.
초록색에 가까웠던 대나무가 검게 변했고, 마치 코팅이라도 된 듯 외관상 반짝이고 부드러워졌다.
오염 및 스크래치 방지, 그리고 광택까지 생긴 셈이다.
검은 대나무의 연질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양 끝을 잡았다.
양 끝이 닿을 때까지 있는 힘껏 접었다.
양 끝이 맞닿고 보름달처럼 둥글게 휘어졌다.
“말도 안 돼. 괜히 비싼 낚싯대를 쓰는 게 아니라니까. 진짜.”
아무리 비싼 낚싯대라고 할지언정 이 정도 휘면 100퍼센트 부러지기 마련이다.
광산 미노타우로스의 뿔에 뛰어난 효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대박이다. 대박이야.”
대나무 한쪽을 놓았다.
그 순간 다시 돌아오는 복원력 역시 대단했다.
“백만 골드 이상 값어치는 하겠지?”
테스트가 끝나고 인벤토리에서 나일론 줄을 꺼냈다.
나일론 줄을 대나무 끄트머리에 풀리지 않도록 매듭지었다.
던질 찌를 꺼내어 한쪽 고리에 나일론 줄을 매듭지었다.
반대편 귀에는 다른 나일론 줄을 꺼내어 매듭짓고 낚싯바늘까지 매듭지었다.
이렇게 해서 대나무 대, 나일론 줄, 던질 찌, 나일론 줄, 낚싯바늘 순으로 채비가 완성되었다.
[스킬 ‘제작 목록’을 사용했습니다.]
생활 목록에 들어가 낚싯대를 찾아 선택했다.
‘완성.’
띠링!―
[제작 스킬 ‘제작’을 성공했습니다.]
[제작한 생활 아이템의 이름을 정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이름이라’
낚싯대 제작에 들어간 돈만 해도 백만 골드 이상이다.
그래서 이 낚싯대는 평범한 낚싯대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예.’
[제작한 아이템의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제작한 낚싯대에 신의 이름을 넣어 신기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낚싯대에 가장 적합한 신은 물의 신 넵튠이라고 생각했다.
‘좀 멋있는 작명이 없을까? 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역사상 가장 비싼 낚싯대의 이름 중 플라잉 로드라는 낚싯대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 낚싯대가 그만한 가치를 해줄 것이라 믿고 입력했다.
[넵튠의 플라잉 로드]
이름 그대로, 멀리 날아가 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제작한 생활 아이템의 이름이 ‘넵튠의 플라잉 로드’가 맞습니까? (예/아니요)]
‘예.’
[대성공! 생활 아이템 ‘영롱한 넵튠의 플라잉 로드(전설)’를 제작했습니다.]
[아이템 제작, 대성공으로 손재주 1 증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