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에게서 살아남는 법 17권
악당에게서 살아남는 법 17권
악당에게서 살아남는 법
17
강성현
악당에게서 살아남는 법 17권
차례
Chapter 01. 에인 트리어는 어떻습니까?
Chapter 02. 확실히 악당 맞다니까
Chapter 03. 재화 창고
Chapter 04. 축제 때 뵙겠습니다
Chapter 05. 정신이 든 겁니까?
Chapter 06. 정보가 필요하다
Chapter 07. 검의 목소리
Chapter 08. 네 번째 검은 별
Chapter 09. 레루즈
Chapter 10. 산 자가 없는 새로운 세상
Chapter 11. 흑기사
Chapter 12. 작전
Chapter 13. 불꽃놀이
Chapter 14. 강림
Chapter 15. 곧 검은 별이 될 존재다
Chapter 16. 새로운 세상
Chapter 17. 해양 도시 클레이튼
Chapter 18. 피(Blood)
Chapter 19. 왕의 귀환
Chapter 20. 환영식
Chapter 21. 하나가 될 겁니다 - 1
악당에게서 살아남는 법 17권
Chapter 01. 에인 트리어는 어떻습니까?
단 하루.
1호 재화 창고부터 25호 재화 창고까지 털리는 데에 드는 시간이었다.
“…말도 안 돼.”
1호는 넋이 나간 듯 테이블 위에 올려진 서신들을 바라봤다.
모두 창고지기들이 긴급으로 보내온 것이었고, 하나 같이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습격. 습격. 습격 또 습격.
모든 재화 창고가 습격당했다는 보고였다.
마치 지독한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블랙 마켓의 마스터를 꿈꾸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는데, 그 미래가 한여름 밤의 꿈처럼 무너져 버렸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는 이 사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창고들의 존재와 위치를 알고 있는 인물은 단 두 명, 마스터와 자신뿐이었으니까.
‘아니, 한 명 더. 아서도 알고 있긴 하지만…….’
다만, 아서가 알고 있는 창고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게다가 단 하룻밤 사이에 관리하던 모든 창고가 털렸다. 이건 창고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대는 창고들의 위치도, 보완 상태도 모조리 알고 있었다.
즉, 이를 모두 아는 인물이 정보를 발설했다는 건데….
‘난 아니란 말이지.’
자신이 아니면 마스터뿐이다.
결국, 마스터가 창고 정보를 누군가에게 공개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설마 납치를 당한 건가?”
가능성이 있었다.
마스터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했고, 정보를 강제적으로 발설했다면 모든 게 설명이 된다.
순간, VIP 저택에서 아서가 흘렸던 말이 떠올렸다.
[혹시 모르죠. 전(前)대 간부가 죽기 전, 발악의 의미로 마스터의 정체를 다른 이들에게 흘렸을지.]
마스터의 정체는 절대 드러나선 안 된다.
‘마스터를 죽인 자는 마스터가 될 수도 있으니까.’
점조직의 숙명이었다.
그건 납치한 후, 마스터의 정보를 빼낸다는 가정 하에도 가능한 일이었다.
“이쪽에 확실히 무게가 실린단 말이지.”
마스터의 오래된 연락 두절도, 재화 창고들의 습격도.
납치와 연결되니 딱 맞는 퍼즐처럼 상황이 이해됐다.
‘먼저 움직여야 해.’
블랙 마켓의 재화가 모조리 털렸다는 정보는 현재 자신만 알고 있는 상태.
이 사실이 다른 간부들의 귀에 들어가면 자신에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모든 재화가 사라진 상황이라면, 난 간부로서 전혀 쓸모가 없으니까.’
미친 마녀의 손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은 4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현재 4호는 간부들 사이에 발언권이 없다시피 했다.
만약 4호에게 신명 정보 목록과 노예 사냥꾼들의 인프라마저 없었다면 그는 간부에서 완전히 배제됐을 것이다.
이젠 남 일이 아니다.
1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는 눈앞의 서신들부터 정리했다. 큰 통 안에 서신들을 욱여넣고 모조리 태워 버렸다.
화르르륵―
검게 타오르는 불꽃을 응시하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잿가루를 짓밟아 잔불을 끈 그는 방을 나섰다.
숙소 접대실로 이동하니, 간부들이 1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급한 일이 터졌다며 한동안 자리를 비운 소식이 궁금했는지, 1호가 모습을 드러내자 간부 하나가 물었다.
“급한 소식이라며 들어가더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창고 몇 군데가 더 털린 것 같습니다.”
“…창고가 더?”
1호는 모든 창고가 아닌 일부 창고가 털렸다고 거짓말했다.
추가로 창고가 털렸다는 소식에 간부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1호는 간부들의 반응을 살피곤 2호에게 물었다.
“11호 창고와 12호 창고에 남겨진 흔적은 추적해 봤습니까?”
“중간에서 흔적을 놓쳤습니다. 흔적을 지우는 데 이골난 놈들이 붙은 것 같은데, 이 흔적만으로 범인들을 찾아내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추가로 습격당한 창고들의 위치를 알려드리죠. 그곳의 흔적도 살펴본다면 뭔가 나올 겁니다.”
1호는 이 주변 창고 세 곳의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했다.
“그들이 털어간 물자는 보통 양이 아닙니다. 막대한 물량이죠.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양이니 물자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수색하면 분명 범인을 색출할 수 있을 겁니다.”
“알아보겠습니다.”
2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웠다.
긴급 상황인 만큼 바로 움직여야 했기에, 1호는 남은 간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범인의 정보가 가장 중요한 만큼 지금부터 블랙 마켓은 2호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겁니다.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당장은 그게 좋겠군요.”
“그럼 2호에게 지원 요청이 오면 바로 움직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1호의 제안에 3호와 4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간부들은 1호의 건물을 임시 본부로 정하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재화 창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다.
사흘이 흘렀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각지로 흩어졌던 간부들이 약속한 장소에 다시 모였다.
한데 모인 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표정에 슬슬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았다.
쾅!
“빌어먹을! 대체 어떤 놈들이지?”
2호는 지금껏 정보를 관리하면서 이처럼 무력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수백 개의 점조직을 움직여 범인의 흔적을 쫓고 있지만, 범인의 정체는커녕, 훔친 물자들의 위치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1호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털린 재화 창고가 무려 열 곳.
그 정도 양이면 작은 도시 하나쯤은 통째로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라고 했다.
그 엄청난 재화가 헬 그라임 어딘 가에서 돌고 있을 텐데, 그 재화들의 존재는 마치 땅으로 푹 꺼진 듯 잡히지 않고 있었다.
1호가 조심스레 물었다.
“정보 인프라 쪽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닙니까?”
“제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전 그저 작은 단서조차 찾지 못한 것이 걸려서….”
“지원을 그리해놓고 제 탓만 하는 겁니까?”
“…….”
2호가 발끈하자, 간부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1호는 2호가 요청한 자금을, 3호는 2호의 병력 지원 요청에 제대로 된 전력을 보내주지 못했다.
“대체 추가 자금은 언제 들어오는 겁니까? 돈도 안 주고 일을 시키는 데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창고 습격으로 자금이 돌지 않는 상황입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설마 돈이 없는 거 아닙니까?”
“말조심하십시오.”
1호는 표정을 굳히곤 2호를 바라봤다.
“그대가 아는 창고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2호는 표정을 찡그릴 뿐 더는 자금에 대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지켜보던 3호가 말했다.
“저희 쪽 전력은 1년 동안 발이 묶인 상태입니다.”
“연합군과의 교섭 때문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번 교섭으로 정예 병력에 대한 통솔권을 연합군에게 1년간 양도한 상태입니다. 그들의 빈자리가 큰 만큼 당장 많은 전력을 지원해주는 건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노예 사냥꾼들을 추가 지원으로 붙이는 건 어떻습니까? 그들도 추적에는 나름 베테랑들입니다.”
3호의 답에 4호가 헛웃음을 흘렸다.
“금은보화를 찾는 일에 노예 사냥꾼들을 쓰자고요? 고양이 앞에 생선을 바치는 꼴입니다. 그들을 절대 믿어선 안 됩니다.”
“그럼 결국 제자리군요.”
“…….”
사흘 동안 바쁘게 움직였지만, 알아낸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습격당하는 창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1호가 전달했기에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장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눈치를 보던 1호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슬슬 생각해둔 말을 꺼낼 타이밍이 찾아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