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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신교의 양치기 바보는 IQ 199 8권
지은이 : 신조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신조, 2025
※ ISBN : 979-11-7408-325-8
※ 가격 : 3,200원
※ 발행일 : 2025년 7월 25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8권
무림맹과 정사평화협정 13일 전.
“그렇지! 그렇게 절벽을 때려라!”
“잘한다, 우리 막내! 절벽을 때려!”
나는 극진붕만신공을 열나게 수련 중이다.
근데 이 무식한 두 형들이 가르쳐 주는 극진붕만신공의 수련법이란 게,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일단 시키는 대로 하긴 하는데, 내가 갑자기 바보가 된 것 같다.
도저히 이 수련 방법이 맞는 건지, 왜 이렇게 수련을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
“내공을 쓰면 안 돼!”
“그래! 맨주먹으로, 그렇게 계속 쳐!”
“저… 형님들?”
“멈추면 안 된다, 막내야! 치고, 치고, 또 치고! 계속 쳐야 한다!”
“절벽이 무너져야 극진붕만신공의 일 성 단계에 오르는 거다. 아직 멀었어! 멈추지 말고 계속 쳐라, 동생아!”
“저… 형님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핑계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네가 극진붕만신공을 대성할 때까지, 우리도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거다!”
“아니요. 드릴 말씀이 있다고요.”
“그래! 나도 술 마시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너의 극진붕만신공 대성을 위해 큰형님과 나도 계속 금주할 거다!”
이 두 형들이 말이다.
과거에도 나에게 진심이었다.
현재도 나를 끔찍이 아낀다.
그건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일이다.
안다.
이들이 나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래서 그런 거다.
마음으로 이들을 진짜 형이라 받아들였음에도, 끝내 주저했던 사실.
나의 진짜 정체.
그것을 말하려고 한다.
“막내야? 많이 아프니?”
“그게 아니라, 형님들. 진짜로 진지하게 할 말이 있어요.”
“음… 많이 아프고 힘들었구나. 그래, 그럼 술 한잔하자.”
하아!
사실 가끔, 아주 가끔은 이렇게 복장이 터질 것 같을 때가 있다.
이 형들을 진짜 몇 대만 쥐어패고 싶은 심정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단 말이지.
결국 불산 중턱의 거대한 연무장에 황제조차 부럽지 않은 술상이 차려졌다.
이 인간들, 내 수련을 돌봐 주느라 삼 일 만에 마시는 술이다.
술상이 차려지자마자 술을 병째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내 수련 돕는다고 둘이 고생이 많다.
“캬아! 술이 마시고 싶었던 건 아니고. 하하. 그냥 목이 많이 말랐나 보다. 이렇게 술이 다냐?”
“그러게요, 형님. 우리가 너무 막내한테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나 봐요. 술이 술술 넘어가네요. 하하하!”
“형님들…”
“아! 맞다. 무슨 할 말이 있다고 했지? 안다. 네가 무슨 말을 할지.”
안다고?
설마 내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원래 극진붕만신공의 수련법이 좀 무식하다. 힘들고, 고통스럽고. 하지만 고통도 나누면 줄어든다고… 맞나? 아무튼, 막내 너의 고통과 아픔은 우리 두 형이 함께 나눌 테니, 그러면 좀 안 아프려나?”
그럼 그렇지.
혹시나 한 내가 멍청했다.
“수련과 상관없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의 말에.
평소보다 좀 더 진지한 나의 분위기에.
그제야 왕거세와 항방우도 이젠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의 진짜 신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금룡복면?”
“알… 알고 있었어요?”
“알다마다. 말했잖아. 우리 사파가 정보력 하나는 개방 못지않다고. 기루, 시정잡배, 염탐꾼, 매화자, 사기꾼, 보부상, 강도, 도둑 등등. 우리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이 없어. 동생도 잘 알잖아? 하오문이 우리에게 얼마나 충성인지.”
“아… 그렇죠.”
“그 얘기 하려던 거였어? 난 또 뭐라고? 하하. 살짝 긴장했었잖…”
“천마신교에서 왔습니다.”
“누가?”
“제가요.”
“유람 갔었어?”
“천마신교로 유람 가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그럼 왜 갔는데? 여자? 설마, 사랑하는 여자가 마교도야?”
왕거세의 표정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반대로 항방우는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응원한다는, 그런 눈빛인 거 같다.
아무리 내 형들이라지만, 확실히 둘 다 바보 맞다.
“제가 마교도입니다.”
곧!
내가 마교도라는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 변… 변해야 하는데, 왜 안 변하지?
“그래서? 마교의 누굴 좋아하게 된 건데?”
“비밀로 해 줄 테니까, 우리 형들한테만 말해 봐.”
“그래. 우리끼리는 그런 거 다 솔직히 털어놓는 거야.”
“예뻐?”
“몇 살이야?”
“예뻐?”
때릴까?
진짜로 때릴까?
원래 형제들은 치고받고 싸우면서 큰다고 하니까, 몇 대 때려도 괜찮겠지?
“그래서, 동생. 예뻐?”
“마음이 착한지가 더 중요하긴 해. 그래서, 예뻐?”
“형님들. 잘 들으세요. 제가 천마신교의 소교주입니다.”
“흐음…”
“술 그만 마시고, 수련하러 가자.”
“막내야. 아무리 수련하기 싫어도 그렇지. 그건 좀 그렇다.”
“그만 마시고 일어나자고요, 큰형님.”
“그래. 술보다 막내 수련이 더 중요하지. 얼른 다시 수련하러 가자, 막내야.”
“제가! 제가 진짜로 천마신교의 소교주입니다, 형님들.”
“….”
“….”
이번엔 진짜로 놀란 얼굴이다.
여전히 100% 믿는 눈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50% 이상은 믿는 눈치다.
그만큼 놀랐다.
내가 말을 이었다.
“태천마존 길태마 교주님께서 저의 외조부님이십니다. 정마대전 당시 유일한 혈육이었던 딸이 이십여 년 전, 돌아가시기 전에 저를 낳았습니다.”
나는 너무 놀라 얼음이 되어 있는 왕거세를 향해 좀 더 힘을 주어 말했다.
“외조부께서 살아 계십니다. 몇 년 전 교로 돌아오셨고, 정마대전 당시 반역을 통해 교를 장악했던 흑혈마제 조화신과 그 역적의 무리를 모두 처단하시고, 다시금 스스로 교주의 위에 오르셨습니다.”
왕거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교주가… 살아 있어?”
“네. 강녕하십니… 형님? 괜찮으세요?”
처음이다.
왕거세에게서 공포와 두려움이란 감정을 조금 전, 아주 찰나지만, 나는 분명하게 읽었다.
태천마존 길태마.
외조부가 살아 있다는 말만으로도 천하의 극진대제 왕거세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정말 찰나의 순간에 불과했다.
왕거세는 두려움 대신, 조금은 씁쓸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그럴 줄 알았지.”
“네? 뭐가요?”
“마교주. 아니, 이제 동생의 외조부라고 하니, 마교주라고 하면 안 되나?”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럴 줄 알았다니.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태천마존 그 양반 말이야. 살아 있을 줄 알았다고.”
“…정말요?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던데요?”
“아니. 다들 알고 있어. 그 자리에 있던 모두 알고 있었어. 다만 말하지 않을 뿐이야.”
“…?”
“두려웠거든. 진짜로 살아 있을까 봐.”
“….”
뭘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할아버지가 대단한 건 알았다.
하지만 지금 왕거세의 표정과 분위기에서 내가 보고 느끼는 감정은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한, 어쩌면 감히 닿지 못할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