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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벙커 마스터 7권
지은이 : 느린생각
펴낸이 : 김기철
펴낸곳 : (주)텐북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디지털2로 143 가산어반워크 2차 1705호
전화 : 070-8823-8681
FAX : 02-6344-5574
출판등록 : 제 2021-000015호
전자우편 : tenbook@tenbook.co.kr
홈페이지 : www.tenbook.co.kr
ⓒ느린생각, 2025
※ ISBN : 979-11-7408-315-9
※ 가격 : 3,200원
※ 발행일 : 2025년 7월 25일
※ 저작권자의 승인 없는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7권
쉬린은 두 사람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두 사람에게 각성자 부대가 전멸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품에서 담배를 꺼내든 쉬린.
“재미있네. 사과하지. 아무리 약소국이라고 하더라도 한 나라를 장악한 집단인데 내가 너무 무시했어.”
구 팀장과 유림은 깜짝 놀랐다.
쉬린이 한국인처럼 능숙하게 한국말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놀랄 것 없어. 당의 고위직으로 가기 위해선 이런 언어 정도는 기본이니까.”
“당? 역시 중국이었나?”
“알고서 죽인 거 아니었나?”
두 사람이 각성자 부대를 조용히 제압만 하고 죽이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쉬린이었다.
애초에 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게 더 힘이 들었다.
“글쎄.”
“…….”
대답을 돌리는 구 팀장.
“우리를 쫓는 이유가 뭐지? 녀석들은 이유를 모르더라고.”
“운영자를 찾기 위해서.”
그녀는 너무 쉽게 답을 내어 주었다.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던져 본 질문이었지만 쉬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답을 툭 던졌다.
마치 알려 줘도 상관없다는 듯이.
철컥.
구 팀장이 기습적으로 소총을 들어 올렸다.
타다다당?!!
총구가 올라감과 동시에 쏘아진 탄환.
그러나 쉬린은 피하지 않았다.
솟아오르는 얼음벽.
마치 빙판에 미끄러지듯 탄환은 얼음을 뚫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얼음 능력!’
물이 없는 곳에서도 순식간에 얼음을 만들어낼 정도로 강한 각성자였다.
철컥!
재빨리 탄창을 분리해 바닥에 던졌고 마석탄으로 교체했다.
각성자를 상대하기에 마석탄만큼 좋은 건 없었다.
타다다당-!!
다시 쏘아지는 탄환.
이번에도 얼음을 만들어내 막아내려던 쉬린은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재빨리 몸을 날렸다.
바닥이 얼며 순식간에 쭉 멀어지는 그녀.
그와 동시에 마력으로 만들어진 얼음이 마석탄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졌다.
‘마석탄에 대해 알고 있나? 아니, 저건 경험에서 나온 행동이다!’
쉬린은 구 팀장이 탄창을 교체하는 모습을 보고선 몸을 피한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쉬린의 두 눈이 웃고 있었다.
“다 쓰지도 않은 탄창을 버리는 이유야 뻔하지 않아? 특수 총알이겠지.”
쉬린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넌 어설퍼.”
쩌어엉!
뒤에서 소리 없이 달려들던 유림이 솟아오른 얼음에 막혔다.
이어 만들어지는 얼음.
맹수의 송곳니 같은 모습의 얼음이 유림의 몸을 그대로 물어뜯었다.
우득!
강력한 유림의 신체가 얼음과 부딪치며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 힘을 다해 얼음을 부숴 버리려 했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강자다!’
구 팀장은 쉬린이 평범한 여성이 아님을 눈치챘다.
유림의 파워는 강철도 뚫을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저런 얼음 하나를 빠져나오지 못할 힘은 아니었지만, 얼음 조각들이 미묘하게 움직이며 유림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구 팀장은 등에 멘 유탄 발사기를 꺼내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퉁!
긴 머리를 흩날리며 다시 미끄러지듯 몸을 피하는 쉬린.
유탄 정도는 얼음 장벽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특수 탄을 대비해 혹시 몰라 몸을 피한 것이었다.
유탄의 폭발이 가시기도 전에 구 팀장은 연이어 방아쇠를 당겼다.
퉁퉁퉁퉁!
6발짜리 실린더가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고 강력한 폭발이 쉬린을 쫓았다.
그녀가 움직이는 경로를 예측해 탄환을 날린 덕분인지 화염 속에 휩싸인 쉬린.
그러나 구 팀장은 그녀가 죽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정도로 죽을 녀석이었다면 처음 방아쇠를 당겼을 때 죽었을 테니까.
탄이 빈 유탄 발사기를 버리는 그때 화염이 갈라지며 쉬린이 튀어나왔다.
마치 보호막처럼 둘러싸인 새하얀 막이 화염을 막아 주었는지 그녀는 유탄의 화염 속에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튀어나와 구 팀장에게 손을 뻗었다.
대기마저 새하얗게 얼어붙는 극한의 냉기.
저 손에 잡힌다면 배틀 슈트를 입고 있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얼어붙을 것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순간.
덥석!
일반인이었다면 잡을 엄두도 내질 못할 쉬린의 손을 붙잡는 새하얀 손.
구 팀장이 쏜 유탄 덕분에 얼음 속에서 빠져나온 유림이었다.
“어딜 가?”
도발하는 유림.
도발인 걸 알면서도 쉬린은 자존심 때문인지 오히려 유림의 손을 마주 잡으며 능력을 끌어올렸다.
한쪽은 신체 강화.
다른 한쪽은 얼음 능력자.
두 능력이 서로를 이기기 위해 진심으로 발휘되고 있었다.
강화된 유림의 손을 얼려 버리기 위해 쉬린의 능력이 움직이는 순간, 유림 역시 마력을 끌어 올리며 추위에 대항했다.
온몸이 떨릴 정도로 강렬한 추위였지만 그녀의 몸은 얼어붙지 않고 있었다.
“넌….”
그 순간을 구 팀장이 놓칠 리가 없었다.
단순히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얼어붙을 엄청난 냉기였지만 배틀 슈트를 믿고 몸을 날린 구 팀장.
총알은 녀석의 얼음벽을 뚫지 못한다.
그렇다면 직접 베어낼 뿐.
그의 마석 나이프가 휘둘러지며 쉬린의 목을 노렸다.
쩌엉!
하지만 얼음으로 뒤덮인 손을 내밀어 칼날을 막아내는 쉬린.
순식간에 구 팀장의 배틀 슈트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어떠한 극한의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게 제작된 옷이었지만 각성자의 능력은 버틸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유림의 두 눈이 떨렸다.
눈앞에서 자신의 오빠가 얼어붙는 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오빠!”
“오빠였나?”
연이어 휘둘러지는 쉬린의 공격.
유림이 얼지 않는다는 것을 안 쉬린은 능력을 거두고 육탄전으로 들어갔다.
날카롭게 만든 얼음덩어리들을 휘두르는 쉬린.
친위대 출신인 그녀였기에 근접전 역시 베테랑이었다.
초인적인 반사신경으로 쉬린의 공격을 피하고는 있었지만, 주변에 널린 냉기 때문인지 몸이 점점 둔해지는 게 느껴졌다.
서걱!
날카로운 얼음 창이 유림의 팔을 스치고 지나가자, 그 단단한 피부가 찢기며 피가 튀었다.
하지만 흐르지는 않았다.
극한의 냉기 때문에 흐르지도 못하고 피가 얼어붙었다.
상처가 쌓였지만, 유림은 움직임을 멈출 수 없었다.
숨 쉴 틈도 없이 휘몰아치는 공격에 점점 수세에 밀리는 그때 들려오는 소리.
삑!
기묘한 신호음.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고 후폭풍이 두 사람을 덮쳤다.
그 순간!
오싹!
본능이 피하라고 소리쳤지만, 상대가 조금 더 빨랐다.
폭발 속에서 튀어나온 구 팀장이 내지른 마석 칼날이 쉬린의 등을 꿰뚫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컥!”
폐가 뚫리며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그녀.
“오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지 못한 것은 유림뿐이었다.
“괜찮아?”
“아직 안 끝났어. 긴장 풀지 마.”
쉬린은 몸을 관통한 구 팀장의 무기를 잡고 버티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