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그녀, 그와 사귀기 시작하다.''''''“그래서? 데이트를 하긴 한 거야?”'책방으로 찾아온 서희가 그간의 사정 얘기를 듣고는 대뜸 물었다. 차란은 민수의 입에 묻은 요구르트를 닦아주며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왜? 사귀자고 했다면서. 남녀가 사귀는 게 별거니? 데이트하면서 친해지는 거지.”'물론 이론적으로는 서희의 말이 백번 옳았고 차란의 희망사항이기도 하지만 하늘을 봐야 별을 따든지 심던지 할 게 아닌가.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차란의 한숨에 서희의 미간이 좁혀졌다.'“무슨 말이야, 그게? 그새 싸웠니? 냉전중이라 안 만나?”'“냉전은 무슨. 만나야 싸우든 화해하든 하지. 그 남자 그림자로 못 봤다. 새로 게임 회사를 만들고 있는데, 정신없이 바쁜가봐.”'“다행히 능력은 있나보네. 언제쯤 한가해지는데? 자꾸 시간만 보내면 안 되잖아. 엄마한테 써준 각서 잊었어?”'“휴.”'차란의 입에서 저절로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덕훈이 사귀자고 선언한 그 날부터 그는 하루에 한 번씩 잊지 않고 전화를 걸어왔다. 약속을 잘 지키는 학생처럼 매일 전화를 걸어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바쁘다는데 만나자고 보챌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차란은 그가 한가해질 때만 기다리는 중이었다.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민수를 쳐다보던 차란의 시선이 서희에게로 돌려졌다.'“너는 어때? 진도 좀 나갔어?”'“바쁜 사람 천지다. 그 남자도 바쁘대. 오늘에서야 겨우 시간이 난다고 이따가 여덟시에 만나자더라.”'“잘 됐다. 오늘부터 정식으로 사귀는 거네?”'“응.”'사랑하는 남자를 만날 기대감에 부풀어 환하게 웃는 서희를 보니 부러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사실 서희가 까다롭게 굴어서 그렇지 남자 운은 엄청 많았다. 아무리 쌀쌀맞게 굴고 관심을 보이지 않아도 남자들은 서희를 좋아했다. 제발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말아달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계속 구애를 해 지친 서희가 심한 모욕을 주었지만 그래도 사랑한다면서 매달리는 남자들도 많았다. 그런 서희가 처음으로 짝사랑을 하고, 혼자만 마음으로 좋아했던 그 남자와 이제 본격적으로 사귀게 되었단다.''''''12. 그녀와 그, 욕실에서 만나 비명을 지르다.'13. 그녀, 그의 입술에 도장을 찍다.'14. 그, 그녀와 함께 물 위의 집에 가다.'15. 그녀, 그와 함께 방에 갇히다.'16. 그녀와 그, 신비한 인체탐험에 몰입하다.'17. 그, 그녀에게 태클을 당하다.'18. 그, 오해의 늪에 빠지다.'19. 그녀, 기꺼이 그를 위해 부처님 손바닥이 되다.'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