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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1장


본디 암살자들이란 고문과 밀접한 존재다. 그게 당하는 것이든 행하는 것이든.
하여 빈센트가 고문에 일가견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평소에는 동네 아저씨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였지만 그전에 그는 살왕이라 불리는 존재였다.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강자이며, 최흉 최악의 암살 집단을 이끄는 자.
“잘 봐 둬.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빈센트가 의자에 묶인 세 사람에게 다가섰다.
고문에 세 사람이나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아직 세 사람이 모두 살아 있는 것은 서로로 하여금 공포의 대상으로 삼기 위함이었으며, 실토할 정보를 교차 검증하기 위함이었다.
빈센트는 이번 기회에 고문에 대한 기초를 가르쳐 줄 요량이었다. 고문은 적을 사로잡았을 때 가장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툭.
가벼운 손으로 귀 뒤쪽을 건드렸다. 실로 간결한 움직임이었지만 그 반향은 작지 않았다.
“끄아아아아악!!”
마력이 담긴 손짓이었다.
마력이 머릿속을 헤집으며 고통을 주는 방법이었다. 그 고통은 뇌에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과 같을 터.
“끄으으으읍.”
눈을 까뒤집으며 눈물을 질질 흘렸다.
입은 벌어져 이빨이 드러난 상태였고 혀가 안으로 말려 들어가려 했다.
그때쯤이 되어서야 빈센트는 툭, 다시 한번 머리를 가볍게 건드렸다.
“자. 봤지? 이렇게 하면 돼. 한번 해 봐.”
그리 말하는 빈센트는 마치 제자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선생 같았다.
남은 두 사람은 그 모습과, 실성한 듯 입을 벌리고 넋이 나간 제 동료를 바라보고 악을 질렀다.
“제토!!”
“이 악마 같은 자식들!”
그들을 바라보며 빈센트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자신들이 저지른 짓은 생각도 안 한 채 저따위 말을 내뱉는 게 어이가 없었다.
“조절을 못해 죽으면 어떡하죠?”
“뭔 상관이야. 그래도 두 사람이 남잖아.”
그제야 아이즈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가운데 묶여 있는 이가 제 차례임을 직감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의자에 묶인 채로 어떡해서든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이렇게였던가.”
마력 자체를 넣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히 인지하고 조절하는 것.
가운데 묶인 남자의 머리에 손을 올린 채 빈센트가 보여 준 모습을 상기했다.
그가 보여 준 마력 흐름은 분명…….
‘이런 식으로.’
손끝을 통해 마력이 빠져나갔다.
그리 빠져나간 마력은 곧장 연결된 머리로 이어지고,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으으.”
“어.”
그러나 마력의 세기가 너무 강했음일까.
곧이어 남자의 눈에서 피가 흘렀다. 피가 흐르는 곳은 눈만이 아니었다. 귀, 입, 코.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망했네.”
마력을 너무 많이 주입했다.
다음번엔 조금 더 조심히, 세밀하게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크와아아아아!
생각지도 못했던 이변은 그때 일어났다.
얼굴의 칠공에서 피를 뿜으며 의식을 잃는 듯 보였던 남자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화했다.
처음에는 그림자가 그를 잡아먹은 듯 보였다.
빈센트가 술수를 부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 그를 집어삼켰다.
그러나 그게 빈센트의 것이 아님을 파악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온통 검정으로 물든 남자의 신체가 크게 자라고 손은 갈고리 같이 변했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곳은 얼굴이었다. 형태를 알 수 없이 일렁이는 얼굴은 가시처럼 솟아난 돌기로 가득했다.
“이건 또 뭐냐.”
몬스터가 아닐까 싶은 외양.
그러나 분명 이전까지는 사람이었던 것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녀석들’이 갖은 술수를 부린다는 건 알고 있다. 이미 목격한 바도 적지 않다. 일전에 불타오른 습격자들도 그러한 것의 일종이었다.
하지만 이런 형태는 처음이었다.
인간이 괴물이 되다니.
“끄아아아! 살려 줘!”
의식이 있던 포로가 엎어진 채로 기어 괴물의 곁에서 벗어났다.
태도를 보아하니 그 또한 이 일이 벌어진 이유는 모르는 게 분명했다.
“크르르르.”
“의식은 없는 듯 보입니다.”
괴물로 변하는 일련의 광경을 지켜보며 아이즈가 판단을 내렸다. 괴물은 오로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래선 정보는커녕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게 됐다.
물론 짐작 가는 이유는 있다지만.
“아쉽게 됐군. 그래도 남은 녀석들이 있으니. 빨리 처리하지.”
“죽음에 이르게 되면 트리거가 발동하는 모습인 것 같군요.”
“누가 이런 술수를 부린 거지?”
사람을 몬스터로 만드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힘을 가진 이들은 이미 추살된 지 오래였고, 그들의 학문 또한 사장된 걸로 알고 있었다.
“일단 정리하죠. 호리오 님에게 피해를 끼칠 수는 없으니.”
현재 있는 이곳은 바스테트가 별장의 지하였다. 지난 날 있었던 미궁에서의 사건을 설명하고 범인을 잡아 온 그들에게 호리오가 기꺼이 내준 공간이었다.
“크와아아아!”
흑색 거인이 크게 팔을 휘두르자 지면이 갈리며 파편이 비산했다.
뒤로 물러서며 일차 공격을 피해 낸 뒤, 파편들을 회피하며 거인에 다가선 아이즈가 거인의 발목을 노렸다. 혹시 모를 도주에 대비해 기동력부터 빼앗을 생각이었다.
스걱!
마력으로 강화된 수도가 발목을 갈라 냈다. 한순간에 중심을 잃은 거인이 기우뚱하더니 쓰러졌다.
“크르르.”
콰직. 콰득. 콰드득.
제 발목이 잘린 걸 인지한 거인이 엎어진 채로 주변을 훑었다.
먹을 거. 먹을 거!
괴물은 제 본능이 말하는 대로 먹잇감을 찾았다. 마침 곁에 손쉬운 먹잇감이 있었다.
어어- 하며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목덜미를 잡힌 세 번째 포로가 쩍 벌어진 괴물의 입으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잃은 채던 고문의 교보재가 잡아먹혔다.
그러자 잘린 거인의 발목에서 발이 돋아났다.
“재생을 한다고?”
‘포식 행위’를 바탕으로 ‘재생’을 한다.
마치 아이즈가 가진 특성과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아이즈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들에게 이런 트리거를 심어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흥미가 동했다.
“빠르게 처리하죠.”
재생하는 몬스터를 처리하는 법은 간단하다.
한순간에 재생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을 몰아치면 된다. 아니면 재생할 엄두조차 못 내게 반토막을 내 버리던가.
아이즈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검처럼 솟아난 마력이 거인을 싹둑, 잘라 버렸다.
“너무 간단한데?”
재생 능력을 보유한 것치고는 이상하리만큼 쉬운 사냥이었다.
물론 아이즈와 빈센트가 이런 괴물 한두 마리로는 어쩔 수 없는 강자인 것도 있다.
아이즈는 빈센트가 갖는 의문에 대한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녀석. 생물을 먹음으로 회복하는 타입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재생 타입과는 다르다.
아이즈 본인 또한 그런 힘을 사용하기에 알 수 있었다.
반토막 난 거인의 시체에 다가선 아이즈가 시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강하게 상상했다. 녀석을 먹어치우는 자신의 모습을.
‘탐식.’
몸속에 활력이 차오르고 소모됐던 마력이 충전됐다.
여태까지 입과 소화 기관을 통해 이루어졌던 ‘탐식’과는 다른 ‘탐식’이었다.
강하게 상상하고 열망하는 것만으로 신체 접촉을 통해 이뤄지는 탐식.
‘엄청나.’
게다가 효율도 좋아졌다. 차오르는 활력이나 마력의 양이 남달랐다.
‘미궁마다 그런 보상이 있다면.’
지금 보인 새로운 타입의 탐식은 지난 미궁을 탐색하고 얻은 상자에서 나온 환단을 먹고 난 뒤 생긴 변화였다.
미궁을 탐사해야 할 목적이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응?”
“왜 그러지?”
“아닙니다.”
한참 탐식의 능력으로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을 때였다.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외부에서 느껴진 게 아닌, 내부의 무언가였다.
‘이건…… 선기?’
분명했다. 낯설지만, 느껴 본 적 있는 기운.
제대로 다룰 수는 없지만 제 몸에 있는 기운과 유사한 그것은 선기였다.
‘이젠 선기까지 흡수할 수 있게 된 건가. 아니면 이 괴물이 특별해서?’
능력이 강화됐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람이 괴물로 변한 녀석을 처리해서인지.
그 이유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몬스터를 상대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터.
그보다 급한 건 지금 얻은 선기를 잘 갈무리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