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사인 심바 6
§ 차례 §
명연기
용담호혈
대사관 침투
리미트 30분
온 더 스카이
엎친 데 덮침
골칫거리
특사 리펑
살인의 충동
너, 뭐야?
메타 휴먼 캠
미지의 힘
혹시 단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못 찾겠다, 꾀꼬리
특사 리펑의 죽음
고리키
KTX
어라, 납치?
무기한 잠수
한석범 1차장
심란한 마음
만반의 준비
남장 여자
김제덕 사망
치미는 분노
명연기
이해인을 바라보았다.
조태흥 국정원장의 눈동자에서 착잡한 빛이 넘실거렸다.
설마, 감격?
조태흥 국정원장이 가만히 서 있는 이해인을 바라보았다.
“이해인 관리관.”
“네.”
“원장으로서 자네에게 정말 미안하고 고맙네. 이건 내 진심이네.”
조태흥 국정원장의 말에 이해인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입을 꾹 다물었다.
조태흥 국정원장이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내게 주어진 권한으로…….”
만에 하나의 경우,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한 조치.
더불어 이해인이 원하고 요구한 CIA에 대한 보복 조치에 대한 묵인.
조태흥 국정원장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황필수 1차장, 양종섭 2차장, 박두호 처장, 박재학 감찰실장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동기 권장덕과 그의 팀원들의 복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려는 관리관 이해인이었다.
여느 사람이 할 수 없는 결심을 한 이해인이다.
그런 그녀에게 감찰실 요원 2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분위기였다.
* * *
으득.
이해인은 입을 꾹 다물고 어금니를 악물었다.
‘섞을.’
상황이 김승준이 예상한 그대로다.
‘빌어먹을’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 방법이 아니면 조태흥 국정원장의 묵인을 받아 낼 수 없다.
김승준이야 작정하면 굳이 조태흥 국정원장의 묵인 따위야 필요 없지만 이해인은 다르다.
관리관.
NIS에 매인 몸이고 중간 실무자이다. 그 점을 감안하여 방금 전에 한바탕 명연기를 펼쳤다.
다행히 그 명연기가 조태흥 국정원장에게 먹혔다.
‘정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속으로 매우 불편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이해인이었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을 견고히 유지했다.
그런 한편으로 툴툴댔다.
‘지금 이게 다 뭐 하는 짓인지. 휴우우.’
답답해 한숨을 쉬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조치였다. 하지만 마음에 몹시 들지 않는 이해인이었다.
굳이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지. 정말이지.
이유는 안다.
김승준이 하려는 터무니없는, 제정신이 아닌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이자 작전.
그것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팔자에도 없는 명연기를 펼친 이해인.
궁금해진다.
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 걸까?
* * *
다음 날.
포항 죽도 시장 한편에 있는 가판에 앉아 칼국수를 먹으며 왼쪽에 앉은 진성이 형과 대화했다.
진성이 형이 입안의 깍두기를 씹으며 날 돌아보았다.
“드디어 네가 미쳤구나. 그런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짓을 하려고 하다니.”
어이가 없다는 감정을 매우 진하게 내색하는 진성이 형이었다.
입안에서 씹던 면발을 꿀꺽 삼켰다.
“좀 도와줘, 형.”
진성이 형이 깍두기를 꿀꺽 목으로 넘겼다.
“내가 어쩌다가 네게 목덜미가 잡힌 건지 모르겠다. 응.”
“……형.”
“됐고. 인마, 얼른 원하는 거나 빨리 말해.”
진성이 형이 시선을 바로 하며 오른손에 쥔 젓가락으로 칼국수 면발을 끌어 올렸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 앉은 이들은 나와 진성이 형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 다들 각자의 일로 분주했다.
혹, 누가 나와 진성이 형을 지켜보며 도, 감청을 하거나 사진을 찍지 않을까?
속으로 염려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이들 중에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오른손에 쥔 젓가락으로 면발을 끌어 올린 채 진성이 형을 힐금거렸다.
“……내부 구조를 알아야겠어. 최대한 빨리.”
내 말이 끝나자마자 진성이 형이 하던 동작을 멈추더니 가만히 앞을 바라보았다.
옆에서 보기에 멍한 모습이었다.
느긋하게.
진성이 형이 날 돌아보며 젓가락을 칼국수 그릇에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손을 들어 밑도 끝도 없이 내 이마를 짚었다.
“형. 갑자기 왜 이래?”
어안이 벙벙해 진성이 형에게 물었다.
그러자 진성이 형이 내 이마에서 손을 뗐다.
“네가 하도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기에 어디 열이라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말이다.”
어이가 없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밝히는 진성이 형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진성이 형에게 말했다.
“형. 내가 달리 부탁할 사람이 없어서 그래. 그러니깐 응? 좀 도와줘.”
진성이 형이 날 돌아보았다.
“야아. 너, NIS 요원이잖아. NIS에 말해. 그럼 그 녀석들이 100%는 아니더라도 한 70%의…….”
틀린 말은 아니다.
* * *
주한 미 대사관은 현지인을 고용한다. 운전기사, 정원사, 청소하는 아주머니 등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하는 한국인들이 있다.
그들 모두 고용 시 이중 삼중으로 체크를 당한다. 남몰래 고용하는 이들에 대한 신원 조사를 진행한다.
이는 고용하는 이들 중에 필히 NIS 요원이 있기 때문이다.
비단 주한 미 대사관만이 아니다. 전 세계 각국 대사관이 공히 공유하는 정설이다.
베이징에 있는 주중 한국 대사관에도 피고용인으로 위장한 MSS 요원이 있다.
진성이 형은 주한 미 대사관의 피고용인으로 위장한 NIS 요원이 수집한 정보를 언급했다.
NIS 도움을 받으면 내가 필요로 하는 해당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하지만…….
* * *
진성이 형에게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간략하게 말해 주었다.
그러자 진성이 형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미친 사람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날 보았다.
“너, 지금 제정신이냐? 거기가 어디라고?”
대답했다.
“안 나오는데 별수 있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갈밖에.”
“미쳐도 단단히 미친 놈 같으니라고.”
“형, 좀 도와줘. 형 말대로 NIS에 말해서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면 100% 날 제지하거나 제약하려고 들 거야.”
“그게 당연한 거야, 인마.”
진성이 형이 조금 언성을 높였다.
“형.”
진성이 형이 시선을 바로 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살다, 살다 그런 미친 짓은…….”
진성이 형을 설득하려 하였다.
“형. 장덕 삼촌이 죽었어.”
복수.
진성이 형이 멈칫하더니 앉아 있는 가판이 꺼져라 근심 가득한 한숨을 길게 쉬었다.
“휴우우우.”
진성이 형을 바라보았다.
“형.”
진성이 형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식욕이 뚝 떨어졌는지 앞에 있는 칼국수를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조금 숙여 앞을 바라보았다.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