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사인 심바 4
§ 차례 §
파리가 너무 많아
기술 절취
뭐야?
틀어진 계획
강제 구인?
날파리들이 꼬이다
원더우먼?
청계천?
깨어난 또 다른 장영훈
다소 복잡한 수습
한국 조폭의 정점
불가능해?
나라를 팔아먹을 수 있으면 팔아먹어라
단군왕검의 직계 자손
내가 사고 치지 말라고 했지
유배 아닌 유배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
소인배는 너무 위험해
강가에서의 혈투
까불면 D져
추격전? 좋지. 그리 나쁘지 않아
전투에서는 지나, 죽일 수는 있다
저격수 VS 저격수
롱퍼드 필드
몽골 초원의 쓰싼
파리가 너무 많아
경차의 운전석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내렸다.
탁.
차 문을 닫은 그녀는 곧장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 * *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이른 그녀가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아이스크림 가게 출입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사이.
그녀는 안쪽에 있는 다른 출입문으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문 앞에 이르러 선 그녀가 문 오른쪽 중단에 달린 디지털 도어록 버튼을 몇 눌렀다.
꾸, 꾸, 꾹.
그러자 멜로디와 함께 문이 열렸다.
띠리리리링…… 철컥.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쥐고 오른쪽으로 돌렸다.
스읏.
이어 앞으로 문을 밀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녀가 바로 문을 닫았다.
탁.
* * *
몇 초 후.
두 남자가 문을 열고 아이스크림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아이스크림은 전혀 둘러보지 않았다.
곧바로 안쪽에 있는 문으로 걸어가 서더니 도어록을 바라보았다.
“이런 망할.”
“어때? 번호 알 수 있겠어?”
“지금 당장은 어려워. 장비가 있어야 해.”
“젠장맞을.”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일단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잖아. 니미.”
짜증을 내며 한 남자가 뒤돌아섰다.
그러자 다른 한 남자가 아쉬운 기색을 지으며 디지털 도어록을 힐금거리더니 뒤돌아섰다.
저벅저벅.
그는 앞서 출입문으로 걸어가는 동료를 뒤따랐다.
* * *
모니터를 통해 두 남자를 지켜보았다.
“혹시나 했더니…….”
왼쪽을 돌아보았다.
작은 원탁에 앉아 캔 커피를 마시는 이해인.
“감찰 쪽 애들일 거야. 이게 다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그녀가 손에 쥔 캔을 원탁에 내려놓았다.
“이리 와서 앉아.”
눈짓으로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모니터 앞에 있는 의자에서 일어나 원탁으로 돌아섰다.
* * *
맞은편 의자에 앉자마자 이해인이 물었다.
“홍콩과 타이베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말해 봐.”
“별일 없었는데요.”
“죽을래?”
이해인이 인상 썼다.
“쩝.”
입맛을 다시며 홍콩과 타이베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말하기 시작했다.
* * *
이해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야아. 굳이 73명이나 죽일 필요는 없었잖아.”
“리우 첸의 위장 업체인 동방 부동산 컨설팅사에 설마 73명이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
“그리고 그들을 처리하지 않고서는 리우 첸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었을뿐더러 절 공격하려고 하는데 어쩌라고요.”
“…….”
“그냥 거기서 죽어요?”
이해인에게 반문했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상대는 날 죽이려고 달려드는데.
두 손 놓고, 그래, 날 죽여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 동방 부동산 컨설팅 건은 어쩔 수 없었다고 쳐.”
“…….”
“그런데 타이베이에서 애는 왜 죽였어?”
이해인이 험악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을 지으며 날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엄청 화난 눈치다.
한숨을 쉬며.
“휴우우.”
맞은편에 앉은 이해인을 바라보았다.
내 계획.
애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계획의 완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독하게 마음먹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다.
그 건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조아리듯이 깊이 숙였다.
* * *
이해인은 머리를 숙인 박민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가슴이 서늘해진다.
사이코패스.
NIS가 생긴 이래, 애를 죽인 요원은 지금까지 단 1명도 없었다.
박민우가 유일무이하다.
새삼 권장덕의 말이 생각난다.
[놔두면 범죄자가 돼. 하지만 국익을 위해 잘만 쓰인다면 애국자가 된다.]
쓰임새에 따라 결과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청방 방주 쟈오리징을 포함하여 삼합회와 흑사회의 이들 거의 대부분이 장례식장 폭파로 죽었다.
NIS 요원을 죽인 확실한 보복을 한 셈이다.
이해인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너 때문에.”
NIS 내부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한동안 자숙해. 다음 임무 부여 전까지 사고 치지 말고.”
“네.”
대답하며 머리를 들었다.
“아, 그리고.”
앉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 * *
탁.
원탁에 쇼핑백을 내려놓았다.
맞은편에 앉은 이해인이 날 올려다보았다.
“뭐야?”
“동방 부동산 컨설팅에서 가져온 겁니다. 리우 첸의 개인 금고 안에…….”
내 말에 이해인이 앉은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서둘러 쇼핑백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국내 몇몇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송금한 내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