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12
§ 차례 §
1장
2장
3장
4장
5장
1장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거칠게 달리는 마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성벽 위에서 감시를 하고 있던 병사가 소리쳤다.
“데미안 공작님께서 돌아오십니다!”
“데미안 님께서 돌아오신다. 성문을 열어라!”
끼이이이이이익!
성문이 열리자 데미안을 태운 마차가 그대로 바이레온 영지 안으로 진입했다.
그와 함께 데미안을 기다리고 있던 이들은 서둘러 성문 쪽으로 이동하며 그를 맞이했다.
“데미안 님!”
“공작님!”
“오셨습니까, 공작님!”
영주민들을 비롯한 카이온 부대원들이 데미안을 보며 외쳤다.
데미안은 그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아 주고는 중심에 있는 디아날을 보았다.
“준비는 되었나?”
“언제든 출격할 수 있도록 준비가 끝났습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 현재 아즈라단으로 군대가 집결하고 있다고?”
“예.”
이곳에 오면서 이니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분명 이 시기쯤, 사막의 몬스터들을 거의 멸종 직전으로 궤멸시킨 키앤트가 대륙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상황에…….’
군대가 사막과 붙어 있는 아즈라단으로 이동한다면.
‘녀석들의 먹잇감이 되겠다 자처하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분명 군대를 일으켜 전쟁을 한다면 키앤트에게도 큰 피해를 입힐 수 있겠지만.
하지만 그들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병사들을 수급할 수 있는 속도의 차이였다.
죽은 병사들은 되살릴 수는 없다.
그리고 죽은 병사들만큼의 인원을 채우는 것도 힘들다.
이미 제국과의 전쟁으로 엄청나게 많은 희생을 감수한 왕국이지 않은가.
현재 병사들의 수를 전성기 때와 비교한다면 1/3가량 줄어든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키앤트는 거의 쏟아지듯 병사들을 생산할 수 있었는데.
―명심해. 왕이 나오기 전에 녀석들은 최소 30만 마리 이상 병사들을 부화시킬 거야.
‘30만 마리…….’
대륙 전체의 왕국들이 병력을 합쳐야 겨우 상대해 볼 수 있는 숫자다.
물론 지금이야 그렇게 숫자가 많지 않겠지만, 점점 진화한다는 녀석들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초기에 어떻게 대응하냐가 가장 중요했다.
데미안이 디아날에게 물었다.
“왕국에선 어떻게 조치했지?”
“키아렌 님께서 사령관으로 아즈라단으로 갔습니다.”
“키아렌 님이…….”
그나마 최악 대신 차악이라 할 수 있다.
키아렌이라면 무조건 싸우는 것보단 상황을 보면서 발을 뺄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파병된 지금의 상황이 좋을 순 없다.
우선은…….
“디아날, 곧장 부대원들을 집결시켜라. 곧바로 출진한다.”
“알겠습니다!”
디아날이 큰 대답과 함께 서둘러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데미안은.
―후우, 답답하군.
“이니엘.”
“바로 출발할 거야?”
저택으로 들어오자마자 품속에 있던 펜리르가 튀어나왔고, 이니엘이 모습을 드러내며 물었다.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르지 않으면 희생자가 늘어날 거야.”
“이미 녀석들은 인간의 군대를 훌쩍 뛰어넘었을 가능성이 커. 그리고…… 명심해야 해. 네가 그들과 접촉하는 그때가 바로 왕이 탄생하는 시기라는 것을.”
가지 않으면 아군 병사들이 죽고.
‘내가 가면…….’
재앙이라 할 수 있는 녀석이 깨어난다라.
하지만 이미 결정은 내렸다.
그러기 위해서 핀두리아스 숲에 갔었던 것이니까.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피하지 않는다.
이윽고 데미안은 갑옷을 챙겨 저택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죽여라! 놈들을 모두 죽여!”
“왼쪽이 뚫린다! 방패병들은 저 괴물들을 밀어내라! 더 바짝 몸을 붙여 방어해라!”
부관급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다급함이 묻어 있는 명령과 함께 병사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수, 숫자가 너무 많아…….’
‘무슨 몬스터가 이렇게 지능적으로 싸우는 거야!’
마치 힘이 엄청나게 센 정예 병사들과 싸우는 느낌이었다.
그저 본능대로 들이박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템포 조절을 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취약점을 집중 공략했었다.
그리고…….
“키에에에에에에에엑!
콰앙!
“끄아아아아아악!”
“노, 놈들이 밀고 들어온다!”
“왼쪽이 뚫렸다! 병력을 이동시켜! 놈들을 막아야 한다!”
키앤트의 괴성과 함께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그곳으로 수십 마리의 키앤트 병사들이 황소처럼 들어오더니,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 병사들을 때리며 긴 턱으로 그들을 물어뜯었다.
콰직! 콰드득!
“크아아아아아악! 내 파아아알!”
“알스으으은!”
순식간에 무너진 진형과 함께 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눈앞에서 전우가 죽는 모습에 분노하며 창을 휘두르는 병사들.
몇몇은 끔찍한 광경에 정신을 놓은 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뿌우우우우우우! 뿌우우우! 뿌우우우!
후방에서 들려오는 퇴각 나팔.
그 소리에 부관들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후퇴하라! 후퇴하라!”
“진영을 유지한 채 뒤로 빠진다!”
“부상자를 챙기고 빠르게 퇴각하라!”
“기사단은 쫓아오는 적들을 도륙한다! 이곳에서 마력을 모조리 사용하도록!”
부관급 지휘관들과 기사단장.
그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전쟁을 치러 냈다.
비록 그것이 패배로 인한 후퇴일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키아렌의 후퇴 명령에 몇몇 부관들은 이견을 던졌다.
“사령관님, 몬스터들을 상대로 후퇴라니요!”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키아렌은 부관들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후퇴한다. 아즈라단을 놈들에게 내주고 우린 뒤쪽으로 병력을 물린다.”
“사령관님!”
“네놈들 눈에는 죽어 가는 병사들이 보이지 않느냐!”
같은 숫자가 죽는다고 해서 비등한 싸움이 아니다.
저들이 나타난 시기와 지금 현재의 숫자를 생각한다면…….
‘오크 이상으로 말도 안 되는 번식력을 지니고 있다.’
만약 이 싸움이 끝난 이후, 한 달만 지나도 저 개미 놈들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수로 나타날 터.
그에 비해…….
“더 이상의 이견은 기각한다. 병사들을 후퇴시켜라.”
퇴각하는 병사들을 보며 키아렌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금은…… 그가 필요하다.
* * *
“……데스베일리 사막에서?”
“예, 그것 때문에 지금 바로크 왕국에 난리가 난 것 같습니다.”
바로크 왕국의 서쪽에 붙어 있는 아르티안 왕국.
헨리는 갑작스레 올라온 보고 내용에 미간을 찌푸렸다.
“엄청나게 수를 번식하는 개미형 몬스터라. 그런데…… 이건 잘못된 보고 아닙니까?”
헨리는 보고서에 써진 내용을 보며 앞에 있는 캄마 수석 서기를 보았다.
무슨 몬스터가 상급 마력 유저와 비등한 수준으로 싸운단 말인가.
“심지어 단일 개체도 아니고 무리를 짓는 몬스터들, 이들이 전부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까?”
“현재…… 보고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그것 때문에 바로크 왕국에서 대대적으로 대규모 파병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흐음…….”
바로크 왕국에는 키아렌 솔리티드 후작이 있다.
그녀라면 이 험난한 상황을 잘 헤쳐 나갈 거라 생각하지만.
‘만약 이 보고가 진짜라면 바로크 왕국만의 힘으로는 상당히 버거울 수 있다.’
첫 전투에 완전히 뿌리를 뽑지 못한다면 그 이후, 역공을 크게 당할 수 있을 테니까.
‘하나…….’
타국의 일에 나서서 관여를 할 수는 없는 법.
헨리는 작게 숨을 토하며 쥐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우선은 지켜보도록 하죠. 혹여라도 다른 상황이 생긴다면 즉각 보고를…… 아니, 바로크 왕국 쪽으로 사람을 보내 이 일에 대해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