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9
§ 차례 §
1장
2장
3장
4장
5장
1장
바로크 왕국의 동부, 바이레온.
주변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당히 넓은 대지를 가지고 있다.
도시의 거리는 넓었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제법 많았다.
바이레온에 도착한 카이온 부대원들은 높게 솟은 성벽을 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여기가…… 부대장님이 하사받은 곳이라고?”
“이제 여기서 우리가 사는 거야?”
바이레온 안으로 들어간 카이온 부대는 포장되어 있는 길을 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여기가…….”
데미안 역시 놀랍기는 매한가지였다.
작위를 받았지만, 아직까지도 그 호칭에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데미안 백작님.”
“흐흐흐, 백작님. 여기가 데미안 백작님의 영지입니다.”
카일이 옆으로 다가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디아날이 검집 채로 녀석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빠악!
“캭!”
“정중하게 말해라, 카일. 네놈 말대로 이제 백작님이시다. 귀족 모독죄가 얼마나 중죄인지는 잘 알고 있을 텐데.”
“그, 그냥 기분 좀 내려고 장난친 겁니다!”
카일은 디아날에게 얻어맞은 부위를 벅벅 문지르며 소리쳤다.
그 모습에 데미안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디아날, 애들 너무 잡지 마라. 그리고 평소처럼 해, 평소처럼. 왜 이렇게 얼굴에 힘이 들어가 있어?”
누가 보면 디아날이 귀족이 된 줄 알겠다.
데미안의 말에 다른 부대원들이 디아날을 보며 낄낄거렸다.
그 모습에 데미안과 함께 바이레온으로 온 디엘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다들 너무 좋은 분들이군요. 자기 일처럼 즐거워해 주고 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복이죠.”
데미안이 디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같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일을 처리하는 건 제가 제격이니까요. 우선 말씀해 주신 대로 부대원들이 머무를 곳은 마련을 해 뒀어요. 그런데 여기가 잘 관리된 것과는 달리 사람이 많이 없어서…… 앞으로 만들어야 할 것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리 손으로 하나씩 해 나갈 수 있으면 더 좋죠.”
데미안은 바이레온을 보았다.
이제 이곳이 내가 있을 곳.
‘내…… 영지라.’
아직까지 백작이라는 호칭이 상당히 부담스럽긴 했지만, 차차 익숙해질 것이다.
벌써부터 귀족들의 예법을 배워야 한다며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데미안은 그런 것들은 무시했다.
‘지금은…….’
먼저 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예법이니 뭐니.
그런 것들은 이후에 천천히 해도 전혀 늦지 않는다.
데미안은 떠들썩거리는 부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자, 다들 장난 그만 치고 디엘 님이 알려 준 곳으로 이동해라.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거야.”
“알겠습니다.”
“예, 백작님!”
카이온 부대는 디엘이 미리 봐 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당분간은 그곳에 머무르면서, 그들의 가족들을 모두 이곳으로 이주시킬 생각이었다.
‘녀석들이 살 집도 필요할 것 같고…… 이곳에 있던 사람들도 만나 봐야겠지.’
바이레온은 주변에 있는 물자를 비롯하여 비옥한 땅에 비해 사람과 설비가 굉장히 부족했다.
하지만 다행이라는 점은 제법 넓은 크기의 영지였기에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다는 것이다.
“토르엘에게도 연락해야겠지.”
이왕 영지까지 얻었으니, 디엘과 잘 상의하여 제대로 키울 생각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전쟁 준비도 잘해야겠지.’
데미안은 걸음을 옮겨 영주성으로 향했다.
이미 청소를 해 두었는지 영주성은 굉장히 깔끔했다.
다만…….
“너무 크네.”
아직 가정조차 이루지 못한 데미안이 혼자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큰 감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원활한 훈련이 가능하게끔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바이레온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처음 왔을 때보다는 이것저것 변한 것이 많았다.
게다가 그동안, 바이레온을 방문한 이도 많았다.
“호오, 여기가 바이레온이군. 직접 방문한 건 처음인데.”
“키아렌 군단장님!”
데미안은 갑작스레 바이레온으로 찾아온 키아렌을 보며 한걸음에 성문까지 달려갔다.
뒤이어 카이온 부대원들의 간부들이 따라붙으며 키아렌을 보며 경례했다.
“왕국에 영광을!”
“왕국에 영광을!”
그들의 경례에 키아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이레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런데…… 아직 갖춰진 것이 없어 보여 드릴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아니, 뭘 보고자 온 건 아니니까. 그저 데미안 백작의 영지가 어떤 곳인지 궁금했을 뿐이야.”
키아렌은 자연스럽게 데미안을 백작이라 불렀다.
이제는 자신의 휘하에 있는 부하가 아닌, 제대로 된 귀족임을 인정해 주는 것이었다.
그에 데미안이 머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때.
“나도 함께 왔는데 혹시 반겨 줄 수 있나?”
갑자기 키아렌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데미안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
데미안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하이넬 프레문트 공작이었기 때문이다.
하이넬 공작이 여긴 어떻게…….
키아렌을 봤을 때보다 더욱 큰 혼란이 생겼다.
다른 녀석들도 키아렌을 봤을 때보다 더욱 바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반갑지 않은 모양이군.”
“설마 그럴 리 있겠습니까. 바이레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이넬 공작님.”
데미안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에 하이넬이 말했다.
“후후, 그럼 안으로 들어가겠는가? 자네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는데.”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안으로 가시죠.”
데미안은 키아렌과 하이넬과 함께 영주성으로 향했다.
그동안 디엘의 도움으로 영주성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고용되어 있었다.
키아렌과 하이넬은 정리된 데미안의 영주성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하군.”
“괜찮구먼.”
사치스러운 이었다면 너무 휑하다며 잔뜩 훈수를 두었겠지만, 두 사람 모두 귀족치고는 굉장히 검소한 삶을 사는 이들이었다.
그저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이어 그들은 데미안과 함께 영접실로 향했다.
이윽고 영주성에 있던 하녀가 차를 내어 오자 데미안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갑자기 이리 오시니 민망하네요.”
“후후, 민망할 게 있나, 우리 사이에.”
누가 들으면 오해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그 대상이 키아렌이라면 상관없었다.
불경스러운 말을 했다간 그대로 목이 떨어질 수도 있을 테니.
그리고 이내 차를 마시던 하이넬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네에게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왔네.”
“말씀하십시오.”
데미안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그에 하이넬이 말했다.
“내가 바이레온으로 들어올까 하는데,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예?”
이건 무슨 말이지?
하이넬 공작이 바이레온으로 들어온다니.
그 말에 데미안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키아렌이 말했다.
어느덧 키아렌의 표정은 상당히 진지해져 있었다.
“내가 하이넬 공작님을 찾아가서 요청을 했다.”
“……예?”
데미안이 고개를 갸웃하며 하이넬을 보았다. 그러자 그가 물었다.
“현재 몸은 좀 어떤가. 듣자 하니 에버블레이드에서 또다시 마력 폭주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아…… 그거라면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아직까지 마력을 사용하는데 조금 무리가 있긴 하지만요.”
사실 이 부분으로 인해 데미안도 조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빨리 몸이 회복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할 텐데, 걸리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 안에 깃든 이 마력들의 정체는…… 아직까지 파악을 못 하고 있고.’
이번 마력 폭주 이후 데미안은 몸 안에 자신의 마력을 제외한 다른 성질을 지닌 마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성질을 지닌 두 개의 마력이 있었는데, 이것들은 융합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빠져나오지도 않고 마치 관망하듯 마력홀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하이넬이 말했다.
“그 때문에 이곳에 오길 바라는 걸세.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나와 함께 내가 머무는 곳으로 가는 것이지만…… 이제 갓 백작으로 취임한 자네가 오랫동안 영지를 비우는 것은 안 될 테니까.”
“혹시…….”
순간 데미안의 두 눈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