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는 천재 창잡이 7
§ 차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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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3장
4장
5장
1장
해가 지며 어둠이 찾아왔고, 또다시 날이 밝았다.
그렇게 며칠 동안.
자리에 앉은 데미안은 꿈쩍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마력을 운용하며 마력 연공법을 이어 나갔다.
수아아아아아악!
데미안의 몸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던 마력이 어느덧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일렁이는 마력이 요동치다 이윽고 잔잔하게 그의 몸을 감쌌고, 또다시 태풍처럼 강하게 움직이길 반복했다.
“……이러다가 큰일이라도 생기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데미안을 보고 있던 빌립트가 말했다.
옆에 있던 하이넬은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심각한 표정으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벌써 일주일째.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마력 연공법을 하고 있는 그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마력으로 신체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마력 연공법을 하는 것은 위험했다.
걱정스럽게 데미안을 바라보는 빌립트의 시선에.
“오늘 안에 일어나지 않으면 내가 강제로라도 깨울 테니 걱정 말게.”
“……예.”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데미안의 모습을 하루하루 지켜보았다.
그 때문일까?
이제는 그에게 감정 이입이 상당히 되어 버린 빌립트였다.
지금 이 순간, 그가 얼마나 고뇌하며 고통스러워할지 너무나 알 수 있었다.
빌립트 역시 과거 좌절했던 경험이 있으니까.
‘오러는…… 극소수의 선택받은 천재들만이 이룩할 수 있는 경지.’
그 선택을 받기 위해선 그야말로 뼈를 깎아 내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거기에 재능과 운까지 있어야 인간을 뛰어넘는 초월적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데미안은 그 문턱에서 발악하듯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비록 가만히 앉아 마력 연공법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그의 정신과 몸 안은 엉망이 되었을 것이다.
그 증거로 그가 앉아 있는 엉덩이 주변으로 흥건하게 물이 고여 있었다.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기에 저 지경까지 갔단 말인가.
빌립트의 걱정은 계속 깊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수아아아아아악.
요동치다가 잔잔해졌다가.
데미안의 몸 주변으로 움직이던 마력이 그의 머리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묘하게 뭉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스르륵.
두 눈을 뜬 데미안.
볼이 쏙 들어가며 창백한 안색과는 달리 그의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밝은 빛을 띠고 있었다.
데미안이 이윽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틀.
일주일간의 고된 여정에 기력이 떨어진 것일까.
데미안이 몸을 크게 비틀거리자, 빌립트가 다급히 다가가 그의 팔을 잡았다.
“괜찮으십니까?”
“……하하, 빌립트 님.”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지만, 데미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천진난만한 듯한 미소에 빌립트가 움찔하며 그를 보았다.
“호, 혹시…….”
끄덕.
빌립트의 물음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실마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빌립트가 함께 미소지었다. 하지만…….
“우선은 쉬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제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데미안은 저택으로 들어가는 그 짧은 사이 몇 번이나 휘청거렸다.
그렇게 이내 저택 안으로 들어간 데미안을 보며.
“……후후.”
하이넬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하며 충분히 영양을 섭취한 데미안은 확실히 이전보다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후우…….”
잠에서 깬 데미안이 가볍게 팔과 허리를 돌리며 몸을 깨웠다.
아직까지 기력이 떨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컨디션은 된 것 같았다.
“아직 무리이지 않겠나?”
방에서 나온 데미안을 보며 하이넬이 물었다. 그에 데미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테스트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가.”
그러자 하이넬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말이다.
하긴 겨우 실마리를 잡았는데 계속 누워 있을 수만은 없겠지.
하이넬도 보지 않았던가.
그가 연공법을 끝낼 무렵 마력이 뭉쳐지는 그 현상을 말이다.
‘정말로 깨우쳤다는 말인가?’
설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대감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었다.
이어서 데미안과 함께 밖으로 나간 하이넬은 검을 뽑으며 그에게 겨누었다.
“뭐든지 다 받아 줄 테니 전력으로 쏟아 보게나.”
일주일 동안의 마력 연공.
동시에 함께했었던 명상으로 인해 그가 무엇을 얻었을지.
물론 겉으로만 봤을 때는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분위기는 약간 달라져 있었다.
이전보다 확실히 차분해진 듯한 마력의 움직임.
마력 연공법을 할 때처럼 마구잡이로 날뛰던 마력의 움직임은 완전히 사라졌다.
묵직하게 가라앉은 마력은 기존에 가진 그 특질마저 바꿔 버린 듯했다.
그리고 그런 하이넬의 시선 속에.
스윽.
데미안이 창을 들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끄덕.
하이넬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 순간.
쿠궁!
데미안의 몸 주변으로 강렬한 투기가 터져 나오며 주변의 바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 고요함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마치 누군가 어깨 위로 올라가 짓누르고 있는 듯한 압박이 느껴진다랄까?
하이넬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것이…… 네가 찾은 마력의 성향이라는 것인가?’
느껴지는 기운만으로도 어떤 모습이 발현될지 기대감이 커지는 듯했다.
이렇게 무거운 마력의 기세라니.
날카롭거나 강렬함보다는 눈앞에 거대한 벽이 선 것만큼 갑갑한 느낌이었다.
“후우우우우우…….”
데미안은 가볍게 숨을 토했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들이켜며, 마력 연공법을 할 때의 느낌을 찾아갔다.
‘조금 더 단단하게…….’
야생마 같은 거침이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우직함.
데미안은 오랜 교감 끝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마력이 가지고 있는 진짜 모습을 말이다.
그것은 마치 바위와 같이 우직하며 화려함이 없는 투박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마력의 진짜 모습을 그리고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은 바로…….
‘이거다.’
쿠르르르르르르릉!
강렬한 굉음과 함께 주변의 마력이 크게 진동하며 떨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데미안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거센 폭풍과 함께 그 형상을 갖춰 가고 있었고.
푸아아아아아아악!
태풍처럼 몰아치는 기류와 함께 서서히 그 모습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하이넬은 침을 꿀꺽 삼키며 데미안이 만들어 낸 그것을 바라보았다.
설마설마했는데…….
“……하하, 이것 참.”
하이넬 역시 간절하게 바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눈앞에서 실제로 보게 되자, 황당함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15살이라고 했던가.”
역사상 단 한 번이라도 이런 적이 있었던가?
10대에 오러를 만들어 낸 괴물을 말이다.
하이넬은 데미안의 머리 위로 형성된 거대한 ‘그것’을 보았다.
이것이 바로 데미안의 오러.
“……뼛속까지 장수라는 건가.”
데미안이 만들어 낸 오러.
그것은 커다란 창을 쥐고 말에 오른 데미안의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하이넬이 알고 있는 오러 마스터들의 오러는 몬스터, 혹은 자연계의 속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처럼 뇌전이거나 제국의 오러 마스터 칼론처럼 불꽃의 형상을 띠고 있거나.
칼베론은 거대한 뱀의 형상을 지닌 오러를 사용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장수라니.
그것도 말을 타고 창을 든 장수라.
“크크크크크크크크큭.”
하이넬이 웃음을 터트리며 데미안을 보았다. 그리고 어느덧 하이넬의 몸 주변으로 거친 뇌전이 번뜩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