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천재 암흑 기사의 스트리밍 8권
갈드 게임 판타지 소설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1
Chapter 1
그림우드.
그곳에 설치된 엘프들의 마법진을 뚫고 엘프 마을로 진입하기 위해, 혹은 그들의 환심을 사거나 인정을 받아 카루타처럼 마을로 초대받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네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한동안 제법 많은 플레이어들이 도전했으나, 이제는 많이 시들해져 그곳을 찾는 이가 꽤나 드문 상태였다.
그러던 차에 카루타의 방송 때문에 갑자기 많은 이들이 몰릴 뻔했다. 드워프들의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어서, 엘프 마을로 들어가는 정확한 위치를 찾고 싶어서, 혹은 은신 따위의 수작을 통해 몰래 잠입해 볼 요량이거나 기습을 노려 보려고.
제각각의 이유로 많은 이들이 그림우드를 향하려 한 것이다.
“10대 길드의 명성이 높긴 한가 봅니다.”
그러나, 그 시도는 생각에서 그쳤다.
그림우드의 경계에 선 이들만 조금 있을 뿐, 정작 카루타가 수레를 끌고 도착했을 때 그림우드 내부에는 단 한 명의 플레이어도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10대 길드 중 하나인 불멸 길드가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귀족들의 경고에 다른 대형, 거대 길드들이 움직이지 않은 까닭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뭔가를 시도해 보려는 움직인마저 없는 이유는 그들이 힘과 권위로 찍어 누른 탓이었다.
은밀히 이동할 것을 이야기했으나 방송으로 모두 송출되어 버리는 바람에 카루타의 행보가 공개적인 것이 되자, 불멸 길드에서 공식적으로 누구든 카루타가 엘프 마을로 향하는 것을 방해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단지 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유망주 수준이 아닌, 정예급의 플레이어들까지 보내 멀리서 호위하고 미리 그림우드 근처에 대기, 진입 인원을 통제하며 카루타와 드워프들이 무사 입성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다른 누구도 아닌 10대 길드급의 세력이 공식적으로 움직인 것이기에, 전쟁을 치르려는 것이 아닌 이상 플레이어 중에는 함부로 수작을 부릴 자가 없었다.
“습격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는데.”
그런 것이 가능하려면 플레이어가 아닌 NPC를 움직여야 할 텐데, 귀족들이 지금껏 엘프 마을의 존재에 대해 보고받고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고, 드워프에 혹한다 해도 일단 그들의 존재부터 믿게 만들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어 줄 절대적인 신뢰 관계가 아닌 이상 오랜 세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드워프들의 등장 소식을 NPC들이 믿고 나서거나 습격 따위를 할 리 없었기에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다.
“불멸 분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편하게 왔네요.”
요청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호의에 카루타도 감사를 표하기는 했으나 기실 그것은 카루타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엘프 마을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기기도 했지만 제이브를 통해 이미 괜찮게 형성된 카루타와의 관계를 다지고, 차후 엘프나 드워프를 통해 얻을지도 모를 이득의 콩고물이라도 나눠 먹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당장 경쟁이 치열한 최상위 플레이어 간의 경쟁에서 세계수의 부산물이나 엘프들의 지원, 아이템, 축복 혹은 드워프제 맞춤 장비 중 무엇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카루타도 당연히 그런 속내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으나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판매든 중개든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도 많을 테고, 이왕이면 자신에게 호의적이고 협력적인 이들이 무력적으로나 세력적으로나 강해지는 편이 나았기에 반드시 보답한다는 생각 따위는 없더라도 기억해 둘 만은 한 것이다.
“그럼, 가 보죠.”
그렇게 홀로 수레를 이끌고 그림우드로 진입한 카루타는 기억을 더듬어 엘프들의 마을로 향했다.
정확히는 결계가 있는 장소로.
“자네로군. 또 욕심만 그득한 놈팽이들이 찾아왔나 싶었더니.”
그러자 이번엔 결계가 저절로 열렸다.
짙은 생명의 기운이 몸을 감싸며 일전에 보았던 에르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팽이 ㄷㄷㄷ
-여기 왔던 스트리머들 죄다 놈팽이행 ㅋㅋ
-뭐 주워 먹을 거 없나 어슬렁댄 건 사실이지 ㅎ
-기본 시각이 저런데 대체 얘네랑 어떻게 친해져야 하는 거냐;;
-응, 처음부터 우호 찍으면 돼~.
-꼬우면 맞장 떠서 인정받든가 ㅋㅋ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그새 정신과 기운과 육체의 조화를 이룬 건가? 대단하군.”
“너도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시청자들은 에르힌이 나타나자마자 내뱉은 말에 반응했지만 카루타는 녀석 자체에 집중했다.
외견상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이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도가 이전과 달리 제법 사납고 날이 서 있는 것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네 덕분이지. 우리가 그동안 너무 안일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나뿐만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제법 강해졌으니 기대해도 좋다. 아니면, 한번 상대해 볼 텐가?”
아마도 카루타와의 전투 경험으로 실전과 같은 훈련을 쌓은 모양이었다.
레벨도 레벨이지만 전투 방식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테니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게 맞겠지.
그래서인지 에르힌은 자신을 내비쳤다.
자신이 아니라 처음 카루타와 겨루어 본 적 있는 어른 엘프와 붙어 볼 것을 권할 정도로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 어린 엘프 역시 한 발 앞으로 나오며 기도를 뿜어냈다.
이번에는 지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거 좋지. 하지만 그 전에, 양해를 구해야 할 것이 좀 있는데.”
“양해라……. 그 뒤의 수레에 탄 이들 말인가?”
걸어오는 싸움은 마다하지 않는다.
녀석들이 강해졌다 한들 자신 또한 놀고 있던 것이 아니니 충분히 할 만하다 생각했고, 그 대상은 어린 엘프 따위가 아닌 에르힌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지만 그보다 앞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 점을 먼저 짚자 데슬론처럼 에르힌도 드워프들의 기운을 읽어 낸 듯 대수롭지 않게 수레를 가리켰다.
“맞아. 드워프들이지. 암흑 교단의 거점에 갇혀 있던 것을 구해 내긴 했는데 당장 갈 데가 없어서 말이야. 괜찮다면 한동안이라도 이곳에 머무를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
“그런 것 같더군. 땅과 불의 기운, 그리고 쇠 냄새가 강하게 났으니까. 드워프라면 우리도 본 지가 오래됐는데 용케 발견했군. 이곳에 머물게 해 달라라……. 그건 한번 내부에서 논의를 해 봐야 할 것 같군. 일단 내 권한으로 잠시 우리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은 허락하겠다. 들어와라.”
“으하하! 귀쟁…… 아니, 엘프 친구가 호탕하구만! 그래, 엘프들이 까탈스럽기는 해도 그렇게 매몰찬 친구들은 아니지!”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임시로 결계 안쪽 엘프들의 영역에 머무르는 것은 허락했다.
그러자 드워프들이 수레의 모포를 걷어 내며 호탕하게 웃었고, 뛰어내렸다.
더 이상 모습을 감출 필요가 없다는 듯,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놀리는 건지 감사하는 건지 모를 말들을 뱉으며 뒤뚱뒤뚱 영역 안으로 들어섰다.
파츠츠츳-.
그와 함께 결계가 다시 닫혔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플레이어의 난입을 막았고, 에르힌이 조금은 아쉬운 듯 운을 띄웠다.
“자네와 다시 겨루어 보지 못한 것은 나도 좀 아쉽군. 하지만 그보다는 저들의 처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또 어머니의 뜻을 전하는 것이 먼저겠지. 따라들 와라, 절대 다른 주변의 것들에 손대지 말고.”
그 역시 카루타와의 재대결을 기대했던 모양이지만, 다른 더 중요한 사안들이 있었기에 제 욕심을 챙기진 못했다.
‘아, 부탁이 있다고 했지.’
그런 그의 뒤를 따르며 카루타도 아쉬움을 드러냈으나, 곧 새로운 것을 떠올렸다.
일전에 통신을 통해 어머니가, 즉 세계수가 자신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 말했다는 것을 들은 것이다.
어쩌면 그런 까닭에 자신이 드워프들을 데려온 것에 불쾌해하지 않고, 제법 반겨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계수는 엘프들의 신과도 같은 존재라 했으니 말이다.
그런 존재가 부탁할 것이 있다면, 당연히 극진하게 모셔야 할 손님으로 대접해야 하겠지.
“논의가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도록. 카루타, 너는 나와 함께 가자.”
“다녀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편하게 다녀오게! 얼마든지 기다리지!”
그렇게 카루타는 에르힌의 뒤를 따랐고, 드워프들은 잠시 남아 대기했다.
그사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자기들도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으니 괜찮겠지.
그렇게 엘프들의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엘프 마을의 공개는 최초였기에 이미 카루타의 방송에는 20만 명에 이르는 인원들이 모여든 상태였다.
“양식이 특이하네요.”
-인위적인 건축, 제작이 없어서 그럼.
-원래 엘프들은 나무에게 부탁해서 형태를 변형시켜 집을 짓고 사는 걸로 유명하지.
-니들도 처음 보는 거면서 아는 척 ㄴㄴ해.
-위엣놈들 드워프랑 사이 안 좋다고 한 놈들 아니냐? ㅋㅋ
-그냥 닥치고 봐. ㄹㅇㅋㅋ만 치라고 ㅎ
-ㄹㅇㅋㅋ
-ㄹㅇㅋㅋ
엘프들의 건축 양식은 카루타의 기준에서 무척 특이했다.
판타지적 지식이 풍부한 일부 시청자들의 말처럼 따로 나무를 베고 쌓아 만든 것이 아니라, 나무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그 빈 공간을 집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척이나 비효율적으로 보였지만, 자신들이 불편하지 않다면 된 것이겠지.
몸이든 마음이든 말이다.
하나 그것 이외에는 인간의 마을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집들이 모여 있었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물건을 나누며 꽤나 화목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가 한 가족처럼 살아가기에 따로 상점 같은 것이 없다는 정도랄까.
그 외에 권위를 상징하듯 더 높은 건물들도 있었고, 어른과 아이라는 것 이외에 약간의 계급 같은 것도 존재하는 듯 보였다.
당장 순찰대장의 직책을 가진 에르힌에게 묵례하듯 살짝 고개를 숙이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인원도 많고, 꽤 강한데요?”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것도 비슷했다.
인간을 처음 보거나 아주 오랜만에 보는 엘프들이 슬쩍 얼굴을 비치며 카루타를 훑어보는 엘프들이 제법 되는 것이다.
그 시선들이 기분 나쁠 수 있었지만 카루타는 개의치 않았다.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그들을 신기해하듯 그들 역시 자신을 신기해할 수 있었으니까.
대신 자신 역시 그들을 살폈다.
관조까지 사용해 훑자 그들의 수준이 눈에 보였다.
어린아이 같은 엘프들조차 100레벨대 후반에서 200레벨 초반은 되었다.
성인으로 보이는 이들은 200레벨 중반에서 후반, 심지어 300레벨이 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당장 전투 인원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 같음에도 그러한 것이다.
-400레벨대도 여럿 있는 거 아님?
-장로급은 최소 300레벨대 후반쯤 될 것 같은데?
-하이 엘프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지.
-게다가 세계수도 있다며? 그 힘을 끌어다 쓰든, 버프를 받든 하는 게 가능한 거면 10대 길드도 못 비빌 듯.
-10대 길드 여럿이 연합하면 어떨까?
-좀비런 하면 모르겠는데 쉽진 않겠지. 말이 좀비런이지, 죽을 때마다 1레벨씩 다운되는 걸 생각하면 그 짓을 할 초고렙들이 얼마나 있을까?
이렇게 되니 에르힌이 약한 것인지, 저들이 강한 것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확실히 이 정도라면, 진짜 강한 엘프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음을 생각한다면 어지간한 세력이나 플레이어 길드도 쉽게 건드리지 못할 수준이었다.
플레이어들과 달리 이들은 한 번 죽으면 끝인, 부활이 불가능한 약점을 가졌다지만 그게 약점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수준이 높았다.
또한 레벨을 레벨로, 곧이곧대로 보아선 안 될 만큼 레벨 이상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종족값, 혹은 종족 특성이라 불리는 힘들을 추가로 지니고 있었으니 말이다.
같은 레벨이라도 가진 바 능력치가 다르고, 스킬이 다르고, 사용할 수 있는 마나량이 다른 것이다.
“그럼 높으신 분들에게 가는 건가? 드워프들의 문제부터 해결했으면 하는데.”
“그건 이미 바람의 정령들을 통해 전해 두었다. 지금쯤 논의 중이시겠지. 어느 정도까지 포용할 것인가는 장로님들이 그들을 만나 보신 뒤 결정하실 수도 있지만, 머무르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을 거다. 그들의 문화와 행동 양식이 우리의 것과 차이를 보인다지만 그들이 가진 땅과 불의 기운은 어머니께도 도움이 되는 것일 테니까.”
그만큼 드워프들에게도 확실한 방파제가 되어 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묻자 놀랍게도 이미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령들을 이용해 소식을 알렸다는 것이다.
또한, 다행히도 그들을 받아들이는 데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긍정적인 예상도 함께였다.
드워프들이 가진 기운이 세계수에게도 일부 도움이 되는 모양이었다.
세계수씩이나 되는 존재가 고작 드워프 열다섯의 기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겠느냐마는,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정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