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천재 암흑 기사의 스트리밍 7권
갈드 게임 판타지 소설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1
Chapter 1
포톤 영주의 지도 대련은 지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무자비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시청자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지독하고 지옥 같은 대련 와중에도 카루타가 사망하는 일은 없었다.
그가 잘 버텼기 때문일까? 아니면 포톤 영주가 생각보다 강하지 못해서일까?
모두 아니다. 그저 그가 딱 죽기 직전까지만 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발자크의 심상세계에서 그러했듯, 죽이지는 않는다는 안도감 따위를 가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카루타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더 굴욕적이었다.
자신을 조롱하듯 가지고 노는 그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 큰 투지를 일으키고, 기어서라도 접근하며 검을 휘둘렀고 주먹과 발을 떨쳐 냈다.
하나 그 어떤 변수도, 변칙적인 공격도 번번이 통하지 않았다. 간단히 무력화될 뿐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이 반복될수록, 놀랍게도 포톤 영주의 말처럼 카루타의 실력이 쑥쑥 늘어갔다.
“젠장……!”
그게 더 분통이 터진다.
카루타가 지금껏 마음대로, 있는 힘껏 대검을 떨치고 싸워 본 게 몇 번이나 있던가.
당장 가까운 과거에 있었던 쟈글론 킹과의 대결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웠나 하면 자신하기 어려웠다.
그랬던 것도 같지만, 광폭화가 일어나며 여유가 생긴 이후로는 글쎄.
그런 의미에서 한편으로는 속 시원한 느낌도 있었지만, 제법 비벼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에르힌과의 대결과는 전혀 다르게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전력을 다하고도 수십, 수백 번을 패배하니 열불이 나는 것이다.
포톤 영주가 아닌 자신에게.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았던가?
그런 주제에 그렇게 자신하고 날뛰어 댄 건가?
별도의 스펙 업 따위가 없이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던 것을 지금껏 안주하며 자만해 왔던 것인가?
속에 천불이 났다.
하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온 힘을 다해 부딪치고 발악하는 것밖에 없었다.
실력이 늘어남에 따라 그 격차가 조금은 메워질 만도 했지만, 상태가 호전되기는 포톤 영주 역시 마찬가지다.
광증을 앓으며 쇠약해졌던 그가 기운을 차리며 좁혀지는 것 이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이 늘어감에 따라 마치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성장하고 발악해도 그에게는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일섬!”
“흠, 이건 좀 위험하군. 내가 아닌 자네에게 말이야.”
까앙-!
답답한 마음에 일섬까지 펼쳐 보지만 그 역시 막혔다.
설령 오러 사용자라 할지라도 감히 정면에서 받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자칫 삐끗한다면 그 누구라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으리라 자신했던 기술이지만 포톤 영주가 자세를 고쳐 잡자 어렵지 않게 막혀 버린 것이다.
심지어 그에게 지도를 빙자한 구타를 당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해진 일섬이었음에도 말이다.
빠득!
그렇기에 카루타는 더 열심히, 열과 성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정말 죽일 기세로 온 힘을 다해 그와 부딪쳤고, 대련이 끝나면 쉬는 시간 따위도 없이 개인 수련을 이어 갔다.
처음에는 흥미롭게 지켜보고, 좀처럼 보기 힘든 카루타가 일방적으로 털리는 모습을 낄낄 대며 놀려 대던 이들조차 반복되는 수련과 대련에 지겨웠는지 이제는 방송을 켜도 실시간 시청자 수가 5천이 채 되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시청자들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강해지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카루타는 무려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잠도 줄여 가며 악착같이 검을 휘둘렀다.
틈이 나는 대로 대련을 하고, 마스터리 스킬 레벨을 올린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상급 투 핸드 소드 마스터리 Lv. Max가 고급 투 핸드 소드 마스터리 Lv 1로 진화합니다.]
[상급 격투술 마스터리 Lv. Max가 고급 격투술 마스터리 Lv 1로 진화합니다.]
[상급 메이스 마스터리 Lv. Max가 고급 메이스 마스터리 Lv 1로 진화합니다.]
먼저, 상급 중반에 머무르던 웨펀 마스터리 스킬들이 모두 고급으로 진화했다.
[고급 투 핸드 소드 마스터리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쌓아올려 가장 숙련도가 높은 투 핸드 소드 마스터리가 8레벨에 이르렀다.
까아앙!
그 순간, 카루타의 검격이 이전과 달라졌다.
고작 마스터리 레벨이 하나 올랐을 뿐인데, 단순히 공격력의 상승만이 아닌 검의 기세나 예기, 파괴력 모두가 상승한 것이다.
“달라졌군. 벌써 해낸 건가?”
그것을 상대인 포톤 영주 뿐 아니라 카루타도 느꼈다.
전신을 찌릿하게 관통하는 어떤 힘을 느낀 것이다.
‘이건……!’
그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전과 전혀 다른 것이라 해도 좋을 만큼 특별하고 강대했다.
투기와 암흑 마력, 그리고 자신의 몸이 하나 되어 움직이는 기분이랄까?
의지를 피워 올린 순간 몸이 반응했고 이미 그 안에 투기와 암흑 마력이 서려 있었다.
정기신의 일체화.
그렇게 불러도 좋을 기운의 발현이었다.
‘그렇군.’
어쩌면 답은 마스터리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고급 투 핸드 소드 마스터리 레벨이 8로 올라섰을 뿐이지만 그러한 현상이 일어난 이유를 카루타는 알고 있었다.
바로 전설의 새싹 타이틀이 가지는 효과 때문이겠지.
모든 웨펀 마스터리 스킬 레벨을 2만큼 끌어 올려주는 그것을 가졌기에 사실상 지금 카루타의 투 핸드 소드 마스터리는 고급 단계가 아닌 것이다.
엑스퍼트.
초급, 중급, 상급, 고급을 넘어선 새로운 경지였다.
총 7단계로 알려진 마스터리의 단계 중 5번째이자 이후 마스터와 그랜드 마스터로 향하는 시작점이었다.
흔히 중수와 고수를 나누는 기준을 300레벨, 즉 오러의 사용 유무로 구분하지만 랭커라 불리는 초고레벨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바로 이것이 기준점으로 작용했다.
300레벨을 달성했다하더라도 일반적인 플레이로만 성장해 왔을 경우, 엑스퍼트는커녕 상급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이들도 많았으니까.
공격력의 차이도 크지만 엑스퍼트라는 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진짜 고수라 할 만한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방인들의 배움이 빠르다지만 아무리 빨라도 족히 한 달 이상은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단하군.”
“덕분입니다.”
사실 정말 그런 것이라면 그간 얻어맞은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애써 지워 냈다.
혼자 칼을 휘두르고 마스터리 스킬 레벨을 올림으로써 같은 경지에 올랐다하더라도 지금과 같진 않았을 테니까.
많이도 얻어맞고 박살이 났지만 거기서 배운 것들은 분명 있었다.
-착각하지 마라, 애송이. 네 자질이 뛰어난 게 아니라 저 녀석이 인간치고 제법인 실력을 지닌 덕분이니까.
그것을 되새기고 있을 때, 발자크가 나서며 한 번 더 그의 우쭐함을 눌러 주었다.
꼭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말이다.
‘저게 제법인 정도라고?’
-그렇다. 굳이 비교해 보자면……. 마왕성을 지키는 잡졸 정도? 물론 그보다는 좀 나을 테지만.
‘……?’
그렇기에 너는 얼마나 대단하냐는 듯 불퉁거렸으나, 돌아온 답은 충격적이었다.
포톤 백작이 인간계 최강이라거나 제국 최강의 검 따위는 아니라지만 검 한 자루로 무려 백작의 자리를 거머쥔 괴물 같은 자였다.
황실이 자랑하는 네 기사단의 단원들도 모두 저 같은, 그 이상의 실력을 지녔다 알려지긴 했으나 결코 제법이라는 수준으로 폄하될 정도는 아닌 것이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그야, 수없이 죽여 봤으니까.
‘그게 정말이라면…….’
그런데 고작 마왕성을 지키는 졸개 수준이라니?
물론 그보다는 낫다는 덧붙임이 있었지만 거짓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말이었다.
아무리 ‘수준’을 따진 것이고, 그것이 레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네임드인 그가 정말 마왕성의 졸개 따위와 같은 전투력을 지녔을 리 없으나 그것은 꽤 충격적이었다.
‘오히려 좋군.’
다만 그 충격이 전의를 상실케 한다거나, 엄두가 나지 않는 식의 충격은 아니었다.
자신도 강해질 테지만, 그때가 되면 어쩜 400레벨쯤은 가뿐히 썰어 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강할 테니까.
약하고 움직임이 단순하던 쟈글론 따위가 아니라 그만한 놈들이 녀석들처럼 밀려든다면, 단순 돌파조차도 꽤 재미날 것 같지 않은가?
그렇기에 카루타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제 내가 더 가르칠 것이 없겠군. 대련은 이쯤에서 마치는 것으로 하지.”
그런 카루타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포톤 백작이 검을 거두었다.
여전히 카루타의 검은 그에게 닿지 못했으나 부족하던 것을 채우고 새로운 힘과 깨달음을 얻었으니 더 가르칠 게 없다는 것이다.
이제 적어도 그의 수준에서는 배우고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니까.
“마지막으로 한번만.”
그러나 여전히 카루타는 검을 거두지 않았다.
갈증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마지막 청을 했다.
“제 검을 더 받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지.”
답을 구했으나 그것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는 그 모습이 대견하다는 듯 포톤 백작이 다시 검을 들었다.
이번만큼은 더 없이 진지하게, 제대로 자세를 취하며 자신의 기세를 숨김없이 뿜어냈다.
감히 검을 휘두를 수 있겠냐는 듯.
어디 한번 넘어보라는 듯.
“그럼, 갑니다.”
그에 카루타 또한 자세를 취했다.
거리를 재고, 미세한 호흡 하나까지 컨트롤하며 힘을 응축시켰다.
벼락 같이 검을 날렸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최강의 일격을 뿜어내었다.
“일섬!”
콰아아앙!
검과 검이 부딪치며 무시무시한 폭발을 빚어낸다.
마법 공격력 따위에 의거한 폭발의 힘이 아님에도 그러했다.
얇은 장검과 기둥처럼 보일 지경인 대검의 격돌은 일견 불합리해 보이기도 했지만 결과 또한 상식 밖이었다.
그 거대함이 무색해질 만큼, 포톤 백작이 꼬챙이처럼 얇은 검으로 간단히 막고 버텨 낸 것이다.
심지어 한 발짝 뒤로 물러서지조차 않았다.
“훌륭하군.”
“감사합니다.”
결과적으로 카루타의 마지막 일격은 실패했다.
포톤 백작의 칭찬이 있긴 했지만 그를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못하게 했기에 입맛이 썼지만 실망스럽기만 하지는 않았다.
일섬을 사용할 때 발생하던 고질적인 문제.
바로 생명력의 소모라는 부분이 해결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