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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암흑 기사의 스트리밍 5권
갈드 게임 판타지 소설
목차
Chapter 1
Chapter 2
Chapter 3
Chapter 4
Chapter 5
1
Chapter 1
“무슨 일이지?”
상당한 소란과 부산한 움직임.
그것을 확인한 카루타가 즉시 상황 파악에 나섰다.
제법 큰 상업 도시이기에 늦은 저녁이 아니고서는 거의 개방되어 있던 성문이 굳게 닫혔고 평소 보이던 것의 몇 배에 해당하는 병사와 기사들이 성벽 위를 가득 메운 모습을 보며 빠르게 성벽으로 접근했다.
그런 그를 병사들이 힐끗 쳐다보기는 했으나, 곧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을 하며 바삐 사라졌기에 어렵지 않게 성벽 위에 올라 바깥의 상황을 관측할 수 있었다.
“벌써 여기까지?”
좀비. 좀비 몬스터들이었다.
아직 그렇게까지 많은 숫자라 할 수는 없으나 벌써 이곳까지 좀비 몬스터들이 밀고 들어온 것이다.
“다들 뭘 한 거지?”
그렇기에 카루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좀비 몬스터들이, 하필이면 무쇠 황무지에서 생겨나 상당한 물리 방어력까지 갖춘 놈들이 이곳의 플레이어들에게 위협적인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빨리, 또 멀리까지 진출한 것은 당최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30분이라는 시간이 짧다지만 자신을 비롯한 척후조가 돌아와 모든 상황을 전한 상태였기에 요격을 위한 선발대가 꾸려져 저들의 진출을 저지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인 것이다.
하물며 척후조를 모집했을 때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와 연계되는 퀘스트들이기에 보상도 짭짤하다 못해 후한 편이다.
그러면 서로 하겠다고 몰려드는 이들도 많았을 테고, 그들만 추려 내보냈어도 도시의 성벽에서 저들을 관측하는 일 따위는 없었을 텐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황당해져 자신의 팬이라며 다가온 다른 플레이어에게 묻자 어이가 없는 답이 들려왔다.
“좀비화 저주 때문이라고요?”
“예, 패널티가 너무 쎄다 보니……. 아무리 공격하다 위험하면 빠져도 된다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척후조에서 그들의 저돌적이고 광기 어린 공세가 몸을 빼기조차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으니까요. 때문에 차라리 끌어들여서 농성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죠. 레벨이 높은 이들일수록요.”
좀비화 저주 때문이란다.
카루타의 예상처럼 요격을 위한 선발대가 모집되었으나 척후조원 중 좀비에게 물린 일부 플레이어들이 좀비화 저주와 그것의 치료법, 패널티를 알렸고 그것에 겁을 먹은 플레이어들이 참여를 거부하면서 선발대가 어찌어찌 꾸려지긴 했어도 너무 레벨이 낮은 자들뿐이었다고.
당연히 결과는 몰살이다.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하고 몰살을 당한 데다 예고된 패널티를 받으며 사라졌고, 심지어 되살아난 그들의 시신들이 정찰 혹은 추가 요격 및 진격 저지를 위해 투입된 인원들을 쓸어버리는 데 일조하면서 모두 기겁하며 나서기를 꺼리게 되었다고 했다.
자신의 몸뚱이를 가진 좀비가 활약하는 만큼, 1시간 후 부활을 하더라도 경험치가 깎여 나가게 되니까.
“그러니까 결국, 레벨이 다운될 게 무서워서 안 나갔다는 거네요?”
“그……렇죠?”
심지어 개중에는 원래의 몸 주인인 플레이어보다도 더 잘 싸우는 좀비들도 있다니 다들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마도 가진바 레벨과 스펙에 비해 컨트롤이 많이 부족했던 인물들에 해당하는 이야기인 듯싶지만 오히려 실력에 자신이 있는 비교적 고레벨 플레이어들일수록 그 공포는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199레벨에 도달한 이들.
만약 자신의 형상을 한 좀비가, 살인을 반복하며 200레벨에라도 도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의 컨트롤을 보이지 못하더라도 포스를 휘두르며 80%, 아니 70%의 컨트롤만 구현해 내더라도 어떤 참사가 일어나게 될까?
걱정되고 고민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애써 올린 199레벨이 190레벨, 그 이하로 곤두박질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것은 과신일 수도 있겠으나 허무맹랑한 가설만은 아닐 터였다.
그 때문에 소수 단위의 전투에, 선봉에 서는 것에 주저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좀비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도시까지 진격한 것 말이다.
그 숫자는 아직 몇백에 불과하지만, 성벽 위에서 원거리 공격 등으로 수를 줄여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몇백이었다.
아니,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저 너머에 얼마나 많은 숫자의, 얼마나 더 강력한 좀비들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써 농성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성수나 축복을 받으면 된다면서요? 도시 안에 신전이 있으니 성수를 충분히 사서 싸우면 되지 않나요? 보상이 적은 것도 아니던데.”
“그렇기는 한데, 터무니없이 비쌉니다. 하다못해 신전 측에서 직접 인원을 파견해 수시로 축복을 걸어 주거나 성수를 공급해 준다면 나설 이들이 많겠지만 사실 그조차도 지속 시간이 존재하다 보니 좀비화에 걸리고 죽기 전에 정확히 사용해서 저주를 흩어 내지 않으면…….”
심지어 성수와 축복이라는 해법이 제시되었음에도 그러했다.
따지고 보면 신전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몸을 사리며 성수를 팔아먹을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비싸다고, 성수가 있어도 위험하다고 머뭇거리는 플레이어들도 문제였다.
카루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좀비화라…….”
사실 달리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었다.
당장 자신이 죽어 좀비가 된다고 생각해 보자.
좀비가 타이틀 효과 등 자신의 모든 것을 이어받지는 못할 테지만, 순수와 정화의 대검을 쓸 수 있을 리는 만무하지만 주먹질만 하더라도 엄청난 위협이 되지 않겠나?
좀비화 저주라는 게 자신에게 과연 통할지조차 미지수이긴 했지만 그렇게 된다면 확실히 제법 많은 플레이어들을 때려죽일 수도 있을 터였다.
레벨은 쭉쭉 떨어질 테고, 어쩌면 누군가의 걱정처럼 200레벨을 달성해 버릴 수도 있겠지.
“이상하네요.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을 것 같은데.”
-……?
-예?
-이건 또 뭔 소리여
-이 새끼 일부러 좀비 되는 거 아님?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ㅇㅈㄹ하면서?
-??? : 나를 이길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물론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일 뿐, 카루타의 반응은 좀 남달랐다.
그건 그것대로 꽤 재미있을 것 같다 생각하는 것이다.
그 솔직한 발언에 시청자들이 호들갑을 떨어대긴 했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물론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레벨 다운도 명성의 하락도 상관없으나 1시간 접속 제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사이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좀비가 처치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자존심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아까운 짓을 하긴 싫었기에 차라리 다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자신에게만 부여된 두 가지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는 쪽으로 말이다.
“하긴, 부활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내 좀비를 처치해 버리면 말짱 꽝일 테니 싫을 만하긴 하네요.”
-아니 저기요?
-그게 아닐 텐데?
-이 새끼는 대체 사고방식이 어떻게 돼 먹은 거임 ㄷㄷ
-역시 천사! 쌈질밖에 모르는 바보!
그 결정에도 간단한 잡음이 일긴 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그것을 위해서는 한가지 선행해야 할 일이 있었다.
“어찌 되었든, 저것들부터 정리를 해야겠군요.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러 간 사이 빈집 털이를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죠.”
바로 성 앞에 모여든, 또 밀려들고 있는 좀비들의 처치다.
저것에 대한 공포를 이겨 내지 못한다면 어쩌면 자신이 죽음의 땅 심장부로 이동해 이 사태의 근원이 되는 무언가를 제거하기도 전에 성이 먼저 함락당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되면 과연 자신이 따로 받은 두 개의 퀘스트, 죽음 저지와 죽음의 심장부 조사도 온전할 수 있을까?
메인 퀘스트가 실패로 변해 버릴 텐데?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당장 눈앞의 상황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빈집 (카루타 빼고 모든 플레이어 다 있음)
-빈집 털이 (플레이어와 NPC가 모두 수성에 참여하는 공성전)
-지 하나 없다고 빈집털이 ㅇㅈㄹ 하네 ㅋㅋㅋㅋ
-??? :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무슨 문제라도?
-카루타 >>> 불카누 성 전체 전력. 꼬우면 덤비든가 ㅎ
“꼭 그런 말은 아니었지만……솔직히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겠네요. 나가서 싸우지도 못할 거면 안에서 싸운다고 다르지 않을 테니까요.”
그 말을 시청자들이 재밌다는 듯 비꼬고 와전시켜 댔지만 놀랍게도 카루타는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이니까.
겨우 코앞에 나가서 요격을 하고, 게릴라전을 펼치는 것조차 두려워할 정도라면 공성전에서라고 크게 다를 바가 있겠나?
심지어 좀비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날 텐데.
그렇기에 지금 이 상태라면 성 내에 아무리 많은 플레이어가 도사리고 있다 한들 기대할 수 있는 바가 크다 할 순 없었다.
어쩌면 오히려 사기나 떨어뜨리고 진형을 무너뜨리는 트롤 짓을 할 수도 있겠지.
‘어떻게 할까.’
그 때문에 카루타는 잠시 고민했다.
저것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가장 간단한 것은 자신이 나서서 쓸어버리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해법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의 사기만 올릴 뿐 아니라 스스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되찾아 주는 것이었다.
좀비화 저주에 대한 공포를 딛고 스스로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자네로군. 큰 공을 세웠다는 십인장이.”
“……?”
그때, 누군가 카루타를 먼저 찾았다.
슬쩍 고개를 들어 보니 낯이 익었고, 제법 화려한 행색과 뒤따르는 NPC 기사들을 확인한 카루타는 곧 그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경비대장님?”
“맞네. 불카누의 경비대장 하르말이라 하지. 인사는 되었고, 내 자네를 찾은 이유는 다시 한번 중요한 임무를 맡기고자 함이네.”
“어떤 임무입니까?”
“자네의 실력과 희생정신에 대해 들었네. 이곳에 있는 이들이 자네의 반만 닮았더라도 저 더러운 죽음의 종자들이 감히 도시 앞까지 이르지도 못했겠지.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한 일이야. 지금 상태라면 농성을 벌인다 해도 자칫 제대로 싸워보지 못한 채 지리멸렬할 수도 있음이니까. 해서 말인데, 자네가 다시 한번 저들을 이끌어 줄 수 있겠나? 자네에게 백인장의 지위와 권한을 주지. 이방인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편성해 저 사악한 종자들을 물리치고 제대로 된 싸움이 벌어질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아 주게나.”
[돌발 퀘스트 ‘희망의 씨앗’이 생성되었습니다.]
[희망의 씨앗][돌발 퀘스트]
불카누의 경비대장 하르말이 당신에게 모두의 용기와 희망을 싹틔울 수 있는 희망의 존재가 되어 주기를 요청했습니다.
백인대를 편성하며 좀비들을 몰아내고 싸울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십시오.
-성공 조건 : 백인대 조직 및 좀비 웨이브 방어
-성공 보상 : 대량의 명성 및 공헌도, 결과에 따른 차등 보상
-특이 사항 : 수락 즉시 백인장(임시) 타이틀 획득
[백인장][임시][레어]
백 명의 부하를 지휘하는 지휘관에게 주어지는 칭호.
백인 단위의 전술/전략을 자유롭게 설계하고 펼칠 수 있으며 해당 임무 수행에 한하여 [단독 임무권]을 갖는다.
[단독 임무권]
임무 수행과 관련하여 임의의 퀘스트를 생성하고 공표할 수 있다.
단, 보상은 정해진 자원 내에서 지정할 수 있다.
‘이건……!’
경비대장 하르말이 내려준 퀘스트는 지금 카루타에게 딱 필요한 것이었다.
백인대를 조직하고, 그들을 이용해 좀비들을 격파하며 성 내부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원하고 고민하던 문제를 정확히 짚어 해결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카루타는 짐짓 놀라면서도 고민했다.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따위가 아니다.
분명 이 퀘스트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지만, 자칫 백인장이라는 직책과 역할에 묶여 다른 두 개의 히든 퀘스트를 수행할 짬이 나지 않을 수 있음에 대한 우려였다.
“좋습니다. 제가 맡죠.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그 때문에 한 가지 조건을 걸겠다 말하자 그럴 줄은 몰랐는지 마뜩잖다는 듯 하르말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역시 자신이 필요한 상황이니 함부로 화를 내거나 토라질 수 없을 테니까.